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
9당신이 만일 예수는 주님이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10사람은 마음으로 믿어서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해서 구원에 이르게 됩니다. …12유대 사람이나, 그리스 사람이나, 차별이 없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님이 되어주시고,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풍성한 은혜를 내려주십니다. …14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들이 믿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또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15보내심을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에 기록한 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한 것과 같습니다.
(롬 10:9-15)
2025년 전교인수양회
안녕하십니까? 오늘 우리는 오랜만에 ‘전교인수양회’로 모였습니다. 지난 주일에 준비 위원장인 이현우 장로님께서 마지막 전교인수양회가 2019년에 열렸다고 했는데, 제 부임 첫해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열린 전교인수양회의 ‘주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2016년
| 함께 갈 새 길을 묻다—서울제일교회의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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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 함께 새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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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 교회와 나, 만남과 사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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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 우리가 가야 할 신앙공동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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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전교인수양회는 일종의 ‘정책협의회’였습니다. 부임 첫해인 2016년에는 새 담임목사 취임을 계기로 서울제일교회가 나아갈 ‘새 길’—목표와 비전을 세우는 것이 그 목적이었습니다. 그 구체적 성과물이 우리가 매 주일 되새기는 “서울제일교회 신앙고백”입니다. 2017년 주제 ‘함께 새 길을 걷다’는 한 해 동안 찾은 그 새 길을 힘써 함께 걷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3년 차인 2018년의 주제는 “교회와 나, 만남과 사귐”이었습니다. 이는 2년 동안 교회가 나아갈 새 길을 함께 찾고 그 길을 열심히 걸어왔으니, 이번에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또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옆 교우들을 살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길동무’가 된 것은 서울제일교회를 통해서니까 ‘교회’를 중심에 놓고 나와 이웃을 성찰하고 만남도 사귐도 갖자는 뜻에서 주제를 “교회와 나, 만남과 사귐”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당시 앞의 두 해와는 다르게 좀 ‘튀는’ 주제를 택한 이유는 ‘위기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의 화두는 ‘우리 교회의 지속 가능성’이었습니다. 그해에 거의 한 주일도 빠지지 않고 개근하던 몇몇 교우들이 본인 또는 가족의 병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결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교회 현황을 분석해 보았더니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의논해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답 중 하나가 주거지역으로의 이전과 마을공동체 목회였습니다. 이 대책을 심화하고자 한 것이 “우리가 가야 할 신앙공동체는?”이란 주제로 열린 2019년 전교인수양회였습니다.
하지만, 이 논의는 중단되었습니다. 그해 10월 첫 주에 대규모 전입이 있었고, 또 바로 이어서 2020년 3월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예배를 드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 6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2019년과 매우 유사합니다. 2019년 10월 대규모 전입으로 인해 ‘발등의 불’이 그동안 ‘강 건너 불’처럼 생각되었는데, 6년이란 시간 동안 ‘강 건너 불’이 다시 ‘발등의 불’로 변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전교인수양회를 열게 되었고, 그 주제도 “10년 후 우리 교회는?”으로 정했습니다.
우리 교회의 현황
먼저 등록 교인 현황을 보면 총 153명으로 남녀의 비율은 반반입니다. 그런데 나이별로 보면 60대~80대가 과반이 넘는 83명으로 54%입니다. 이는 원그래프가 아니라 막대그래프로 보면 더 확실히 보입니다. 문제는 등록 교인에는 허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등록 교인에서 출석율 5% 이하 교인을 제외하면 62%인 95명만 남습니다. 그 95명의 나이별 분포를 다시 보면(주황색) 60대 이상이 64%입니다. 등록 교인과 비교하면 10% 더 올라갑니다.
참고로 2019년에 등록 교인은 148명이었고, 출석률이 30% 이상인 교우 숫자는 117명이었습니다. 현재는 등록 교인은 153명이고, 출석률이 5% 이하인 교우를 제외한 숫자는 95명입니다. 물론 ‘출석률 30% 이상’과 ‘출석률 5% 이하 제외’라는 차이가 있지만, 명목상이 아니라 실질적 교우 숫자는 6년 전과 지금이 117명 대 95명으로 오히려 더 줄었습니다.
10년 후 우리 교회는?
더구나 60대 이상 교인 총수는 2019년에는 54명이었는데, 2025년에는 83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를 실질적 교인 수로 바꿔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에는 37명이었는데, 2025년에는 61명입니다. 교인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것입니다. 사회학적으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후기 고령 사회(post-aged society) 혹은 초고령 사회라고 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 교회는 2019년 당시 65세 이상이 39%에 이르러 이미 ‘초초고령 교회’였습니다. 그렇다면 고령화가 더 심각해진 지금은 어떻겠습니까!
제가 목회하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거의 한주도 빠짐없이 매주 출석하던 어르신께서 어느 날부터 갑자기 출석 못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그런 날은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닥치고야 말 일입니다. 그걸 생각하면 10년 후 우리 교회는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2019년 전교인수양회 때 했던 증언 일부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생태계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이런 사회는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지속 불가능성’입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겨우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의 문턱에 와 있는데도 이런데 이미 초고령을 넘어 초초고령 단계에 와 있는 우리 교회는 과연 앞으로 지속 가능할까요?…
저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목회하면서 문 닫는 교회를 많이 보았습니다.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가 교인 수가 줄어들어 처음에는 옆 교회와 공동으로 목회자를 모셔서 버티다가 나중에는 그것마저도 여의찮아 문을 닫는 경우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미국교회는 교인들이 돌아가실 때 큰 유산을 기부해 대부분 부자입니다. 그런데도 교인이 없으면 문을 닫습니다.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단체를 계속 유지하려면 거저 되지 않습니다. 공짜는 없습니다. 기여를 해야 합니다. 기도하고 출석하고 헌금하고 봉사하고 선교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교회는 세상에 없습니다. 보수적인 교회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도 교인이 줄어들고 문을 닫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수교회보다 기도, 출석, 헌금, 봉사, 선교에 게으르면서 교회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난센스일 것입니다.
2019년에서 만 6년이 지난 2025년 지금, 당시의 염려가 지금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마치 기후위기시계가 티핑포인트까지 남은 시간이 오늘 현재 ‘3년 241일’이라고 경고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시간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그 기간에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면 살아날 길이 있을 것입니다.
통계 하나 더 보시겠습니다. 최근 8년 평균 출석수입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성인 출석수가 60명 선이었다면, 2020년 이후에 지금까지는 90명 선입니다. 그러니까 비록 고령화는 더 많이 진행되었어도 아직 출석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온라인 예배자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허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교인이 늘긴 늘었는데 주로 청년세대가 아니라 노년세대가 늘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 교회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청년세대를 전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청년회 워크숍과 당회-밀알회 간담회 보고를 들어서 청년세대가 우리 교회와 기성세대에 바라는 바에 귀 기울여보고자 합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
이제 오늘 본문을 살펴보고 증언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사실 ‘교인의 초고령화와 교회의 지속 가능성 문제’는 우리 교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한국교회 문제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유럽과 미국에서 교회가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입니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기독교 이후의 시대’(post-Christianity era)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구미(歐美)와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구미는 교회가 사라져도 기독교 정신은 남습니다. 기독교 전통 위에 세워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가 사라지면 기독교 정신을 담아서 전할 틀—형식—그릇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형식이 있어야 내용을 담아서 전할 텐데, 형식이 사라지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담아서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싸구려 복음이 판치는 세상에서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교회 같이 참 복음을 전승하는 교회가 많지 않은데 그것마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그것이 안타깝고 두렵습니다.
본문 9절에서 사도 바울은 “당신이 만일 예수는 주님이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결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시의 주님은 ‘로마 황제’였고, 로마 당국은 유대의 기득권자들과 결탁하여 사람들이 “힘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힘인 세상”을 위해 일한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주님이라고 고백하고 따르자 그를 잡아 십자가에서 처형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바울이 말하는 것은 “로마 황제 시이저(카이사르)가 주님이 아니라 예수가 주님이다. 세상 권세는 그것을 부정하고 그를 십자가에서 처형해 죽였지만, 하나님은 그를 긍정하여 죽음의 권세에서 다시 일으키셨다. 네가 그것을 믿고, 예수의 그 길을 따라서 살면 구원을 얻을 것이다. 마침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바울은 지금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해야 한다고 힘 주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 전해야 사람들이 들을 수 있고, 들어야 믿을 수 있고, 믿어야 변화되고 행동할 수 있으니, 이 기쁜 소식—복음(福音)을 전하는 사람이 되라고 독려하는 것입니다.
이제 바울의 심정으로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에게 예수는 주님입니까? 그리스도입니까? 여러분은 우리 교회가 좋고 자랑스럽습니까? 없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예수의 복음, 하나님 나라의 꿈 전파하기를 원합니까? 그러기 위해 여러분은 기꺼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오늘 전교인수양회를 통해 여러분의 예수 사랑, 교회 사랑을 확인하시고,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서 우리 교회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되어 오래도록 기쁜 소식을 전하는 발걸음이 되는 길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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