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라!

3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간음을 하다가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워 놓고, 4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5모세는 율법에, 이런 여자들을 돌로 쳐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6그들이 이렇게 말한 것은, 예수를 시험하여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서,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다. 7그들이 다그쳐 물으니, 예수께서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8그리고는 다시 몸을 굽혀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다. 9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떠나가고, 마침내 예수만 남았다. 그 여자는 그대로 서 있었다. 10예수께서 몸을 일으키시고,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 너를 정죄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느냐?” 11여자가 대답하였다. “주님,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오늘은 창조절 여덟째 주일이자 교회개혁주일입니다. 3년 전인 2022년 10월 마지막 주일, 교회개혁주일에 이태원 참사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또다시 한국교회는 그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우는 자와 함께 울라’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또다시 슬픔에 놓인 이들에게 이중의 죄를 덧씌웠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참사를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는 교회가 정말 제대로 예수를 따르고 있는가를 명확히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선 곳이 예수와 같이 소외되고 고난받는 이들 곁인지 아니면 세속권력과 종교 지도자들의 곁인지, 교회가 개혁의 주체인지 아니면 개혁의 대상인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바로미터가 바로 참사입니다. 참사에 대한 진정한 애도는 그 책임과 진상을 명확히 규명함으로 재발 방지와 안전한 사회 실현으로 이어질 때 가능합니다. 부디 우리 교회가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에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은 흔히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로 불리는 모두가 잘 아는 말씀입니다. 이른 아침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 많은 사람을 가르칠 때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한 여인을 끌고 옵니다.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간음 현장에서 잡혔다는 한 여인은 옷매무새도 정리하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잡혀 나와 덜덜 떨며 서 있었을 것입니다. 여인을 향해 매서운 얼굴을 하고 예수에게 향했던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사람들, 그리고 함께 따라온 무리의 손에는 큼지막한 돌멩이가 들려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의기양양하게 예수를 향해 말합니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의 율법에는 이런 여자들을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이들이 예수께 물어본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물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성서와 율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질문에서 보듯이 간음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정황범이 아니라 현장에서 확실하게 잡았다고 하니 그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당당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 6절은 그들의 목적이 예수를 시험하여 고발할 구실을 찾기 위함이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들은 지금 곤경에 처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인의 처지나 그 목숨 따위엔 관심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하는 예수를 향해 덫을 놓고 이를 통해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는 의도가 있을 뿐입니다. 여인을 살려주라고 하면 유대의 율법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요, 여인을 죽이라고 하면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치면서 실제로는 용서하지 못하는 위선자가 될 뿐만 아니라 사형을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 로마의 체제를 거스르는 것이 되는, 빠져나올 수 없는 이중의 덫을 놓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로 예수를 시험했던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아마도 이들에게 가장 좋은 결론은 이 여인을 돌로 쳐 죽이라는 답변을 들음으로써 자신들의 율법의 정당성을 지키고 동시에 예수를 로마의 체제에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간음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간음은 말할 것도 없이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것도 과거의 문제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범으로 잡았다고 했는데 끌려 나온 것은 여자 혼자뿐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것에 대해 본문이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규명할 수는 없지만, 당시 여성이 처한 현실을 보면 몇 가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수 당시 유대 사회에서 음행이나 간음은 대부분으로 여자들에게만 적용됐습니다. 남자들이 여러 명의 아내나 첩을 두는 것은 간음으로 간주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때로 문제가 될 때가 있는데 그것은 다른 남자의 재산을 침해할 때 그렇습니다.

‘남자가 다른 남자의 아내 곧 자기의 이웃집 아내와 간통하면, 간음한 두 남녀는 함께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 (레20:10)

‘한 남자가 약혼한 처녀를 다른 남자가 성안에서 만나서 정을 통하였을 경우에 두 사람을 다 성문 밖으로 끌어다 놓고, 돌로 쳐서 죽여야 합니다.’(신22:23)

다른 남자의 소유물로 간주하였던 여자, 즉 다른 남자와 약혼하거나 결혼한 여자를 취했을 때는 간음죄로 간주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에는 처녀라는 징표가 없을 때나, 아무 죄도 없이 남편으로부터 의심을 사는 경우에도 음행이나 간음을 한 것으로 간주하여 돌로 쳐죽임을 당하거나 의심의 법에 따라 독한 물을 먹고 결백을 검증받아야 했습니다.

이런 순결에 관한 율법적 상황 외에도 여성이 간음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매우 많았습니다. 당시 팔레스틴 민중들은 로마와 유대 당국의 이중 착취와 가뭄 등으로 혹독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사람들은 종종 토지를 버리고 소작인이 되든지, 아니면 도시로 나가 날품팔이 노동자나 채무 노예가 되었습니다. 가족이 해체되고 생계를 잇기 힘든 처절한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경우는 때때로 스스로 몸을 파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기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아버지가 딸을 파는 경우마저 있었습니다. 민중봉기와 유대 전쟁 등 전쟁을 통해 부모나 남편을 잃고 생계 밖으로 버려진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것은 음란을 추구하는 간음이 아니라 처절한 생존의 문제였습니다. 더욱더 끔찍한 사실은 일본군 위안부와 같이 로마 침략 군대에 의해 강제로 유린당한 여성들에게도 간음죄가 덧입혀졌다는 사실입니다. 강제로 유린당한 피해를 보고도 부정하고 더러운 여인이라는 낙인 속에 살아야 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여인이 그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여성이 가부장인 유대 사회의 피해자이자 예수를 잡기 위해 이용된 희생양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간음한 여인을 도구로 예수를 향한 덫을 놓으려는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를 향해 묻습니다. “이 여인을 향해 당신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원하는 대답이 나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의 말에 예수는 아무런 대꾸가 없습니다. 그저 말없이 조용히 바닥에 무엇인가를 적습니다. 다시금 이들이 다그쳐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가 말을 합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리고는 다시 바닥에 무엇인가를 적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살기등등해서 금방이라도 여인에게 돌을 던져 죽일 것 같던 군중들은 예수의 말을 듣고 이내 하나, 둘 그 자리를 떠나갔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예수와 그 여인 둘뿐입니다. 땅바닥에 무엇인가를 끄적이던 예수가 여인에게 말을 합니다. “너를 정죄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이곳에 너를 정죄하는 이가 있느냐?” 여인이 대답합니다. “주님,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예수가 말합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겠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신약성경 전체를 통틀어, 예수께서 글씨를 쓰셨다는 기록은 오늘 본문 단 한 군데뿐입니다. 여인을 향해 곧 돌멩이를 던질 것 같은 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예수께서 땅에 무엇인가를 쓰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뱀처럼 마음이 차갑고 간교한 종교기득권자들이 던진 질문의 덫을 피해 나갈 대답의 묘안을 생각하고 계셨을까요? 아니 적어도 예수가 그들의 질문에 당황하여 대답할 시간을 벌자고 한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예수는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이용당하는 한 여인이 고통을 알기에 심판할 것을 거부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대중 앞에 끌려 나와 수치와 두려움, 원망과 한스러움에 울고 있는 가련한 한 여인에 대한 깊은 연민 때문에 가슴 아파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본래 율법이 야훼 공동체의 신앙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죄인을 만들고 죄의 노예로 만드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해 예수가 주저앉았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는 다시금 누군가에게 죄를 덧입히는 정죄에 대해서 거부합니다.

흔히 한 사회나 공동체에 내부적 갈등이나 불만이 생겨나면,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무고한 대상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그 대상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현상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 대상을 희생양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사회가 그를 희생양 삼았다고 말합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Rene Girard, 1923~2015)는 이런 현상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 불렀습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은 근본적으로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여 형성된다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가지면, 나도 갖고 싶고, 다른 사람이 누리면 나도 누리고 싶은 것처럼 인간은 선천적으로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방적 욕망이 확대되면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사회적 갈등이나 폭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 대상을 희생양으로 삼는 희생양 메커니즘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세 시대 마녀사냥이 희생양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창궐했던 흑사병의 원인을 마녀로 지칭된 약자들에게 돌리며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입니다. 독일 쇠퇴의 원인을 유태인으로 명명하고 가했던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나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며 관동대지진의 공포를 조선인 학살로 표출한 것도 마찬가지로 희생양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생양에 대한 부당한 폭력을 위장하고, 희생양의 부당함을 지속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덮고 오히려 지배 집단 내에서 그들의 사회적 결속을 구조적으로 유지 강화하는 현상을 불러오는 것이 바로 희생양 메커니즘입니다.

희생양 메커니즘의 대표적인 특징은 그 대상을 약자나 소수자, 소외된 집단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흔히 학교에서 발생하는 왕따(따돌림) 현상이 바로 그렇습니다. 개개인 아이들의 정신적, 심성적 문제가 왕따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극심한 경쟁과 긴장에 내몰리다 보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학생을 ‘왕따’로 지목하고 집단 내 불안과 폭력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약한 아이들, 가장 소외된 아이들이 그 표적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오늘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가부장 사회의 체제와 통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한 여성이 홀로 죄의 짐을 뒤집어쓰고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무리에게 끌려 나옵니다. 그들은 정의를 말했지만, 그 정의는 사랑이 결여된 정의, 사람을 살리는 율법이 아니라 죽이는 율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율법의 실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예수를 시험하여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는 속셈이었다고 오늘 본문은 증언합니다. 다시 말하면, 여인의 죄가 초점이 아니라 기득권에 반하는 예수 처단이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 힘없는 여인을 희생양 삼은 것입니다. 죽임 앞에 놓여 있던 여인이 받았을 공포와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는 여인을 정죄하지 않음으로써 죄인의 굴레에서, 그리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져라!’라는 말씀은 단지 개인의 양심을 찌르는 말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폭력 구조를 폭로하는 말씀인 것입니다. 예수 사건의 핵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의 병 고침이나 축귀사건은 사람됨의 회복에 있었으며 예수의 비유 사건은 희망 없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심는 일이었습니다. 예수가 어울렸던 거지, 병자, 세리, 창녀는 죄의 올무에 걸려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었으며 그들에게 죄의 해방을 선포함으로써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예수의 사람 사건은 곧 사랑을 통해 가능한 사건이었습니다.

교회개혁주일 508주년을 맞는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오늘 한국교회는 어떤 돌을 들고 있습니까? 우리는 종종 ‘죄를 미워한다’라는 말로 사람을 미워합니다. 다른 신앙적 입장을 가진 이들을 향해,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이들을 향해, 성 소수자, 이주민, 여성, 가난한 이들을 향해 ‘하나님이 싫어하신다’ 하고 돌을 던집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돌을 들고 고함치며 희생양을 찾아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바로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아닙니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들, 장애인, 성 소수자, 이주노동자와 난민들을 희생양 삼으려고 혐오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수의 길에 반하는 것입니다. 오늘 여인을 희생양 삼아 예수에게 이중의 덫을 씌웠던 율법학자와 그 무리와 같은 길에 서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예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반대편에 설 것인지를 말입니다.

이런 일들은 비단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교회 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의 불안과 분노를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며 돌을 쥐고 안도할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몰린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함으로 잠시의 평안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는 복음의 자리를 떠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손에는 어떤 돌이 쥐어져 있습니까? ‘이 사람은 교회에 어울리지 않아.’ ‘저런 죄인은 하나님이 싫어하셔.’ 이런 말속에 돌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 말씀은 꾸짖음이 아니라 초대의 말씀입니다. ‘그 돌을 내려놓고, 너도 용서받은 자로 살아가라.’

예수님은 스스로 희생양이 되셨습니다. 십자가는 ‘악한 자를 벌하기 위한 폭력’이 아니라 ‘악한 자를 사랑으로 품는 용서의 자리’였습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희생양이 되심으로 이 세상의 모든 희생양 구조를 끝내셨습니다. 교회는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평화를 얻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교회는 몸소 자신을 내어 희생양을 해체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기 때문이다.

복음은 혐오를 끝내는 선언입니다. 교회는 돌을 던지는 곳이 아니라, 상처 입은 자를 보듬어 안고 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손에 든 돌을 내려놓고 사랑으로 연대의 손을 내밀 때, 세상은 다시 복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 사회에서, 교회에서 더는 혐오의 목소리가 나지 않도록 힘쓰십시오. 누군가의 잘못이나 허물을 들춰 비판하기에 앞서 그의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나눔으로써 그의 변화를 끌어내는 노력을 해보십시오. 사랑 없는 비난은 상처를 남기고, 사랑 어린 비판은 변화를 남깁니다.

그리고 스스로 지은 죄이든, 누군가에 의해 덮인 죄이든, 죄의 올무에서 벗어나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되십시오. 사랑을 통해 밝혀진 진리가 진정 여러분을 자유롭게 하실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