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있다!

1아, 슬프다. 예전에는 사람들로 그렇게 붐비더니, 이제는 이 도성이 어찌 이리 적막한가! 예전에는 뭇 나라 가운데 으뜸이더니 …이제는 종의 신세가 되었구나. 2이 도성이 여인처럼 밤새도록 서러워 통곡하니, 뺨에 눈물 마를 날 없고, …친구는 모두 그를 배반하여 원수가 되었는가! 3유다가 고통과 고된 노역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사로잡혀 뭇 나라에 흩어져서 쉴 곳을 찾지 못하는데, 뒤쫓는 모든 자들이 막다른 골목에서 그를 덮쳐 잡는구나. 4시온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쓸쓸하다니! 명절이 되었는데도 순례자가 없고, 시온 성으로 들어가는 모든 문에도 인적이 끊어지니, 제사장들은 탄식하고, 처녀들은 슬픔에 잠겼구나. 시온이 이렇게 괴로움을 겪는구나. 5대적들이 우두머리가 되고, 원수들이 번영한다. 허물이 많다고, 주님께서 그에게 고통을 주셨다. 아이들마저 원수들이 보는 앞에서 사로잡혀 끌려갔다. 6도성 시온이 누리던 모든 영광이 사라지고, 지도자들은 뜯을 풀을 찾지 못한 사슴처럼 되어서, 뒤쫓는 자들에게 힘 한 번 못쓴 채 달아나고 말았구나. …19내가 겪은 그 고통, 쓴 쑥과 쓸개즙 같은 그 고난을 잊지 못한다. 20잠시도 잊을 수 없으므로, 울적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21그러나 마음 속으로 곰곰이 생각하며 오히려 희망을 가지는 것은, 22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다함이 없고 그 긍휼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23“주님의 사랑과 긍휼이 아침마다 새롭고, 주님의 신실이 큽니다.” 24나는 늘 말하였다. “주님은 내가 가진 모든 것, 주님은 나의 희망!” 25주님께서는,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주님을 찾는 사람에게 복을 주신다. 26 주님께서 구원하여 주시기를 참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애 1:1-6; 3:19-26)

예레미야 애가 소개

교회력에 따른 ‘주일’ 성서일과(RCL)는 지난 8월 24일부터 오늘 10월 19일까지 총 아홉 주 동안 ‘예레미야서’에서 구약 본문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저런 특별한 주일이 많아서 예레미야서를 본문으로 세 번밖에 증언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지지난 주일 본문이었던 예레미야 애가서를 본문으로 증언하고자 합니다. 애가서가 분문으로 제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성서에서는 예레미야 애가서가 보통 예레미야서 바로 다음에 위치합니다. 하지만 예레미야 애가서는 예언서가 아니고, 시편이나 잠언과 같은 성문서이며, 특별히 축제 때 읽는 ‘축제 오경’ 가운데 네 번째 책입니다. 전통적으로 애가서는 기원전 587년 바빌론 침공과 예루살렘 함락을 애도하는 성전 파괴일(압달 7일)에 낭독되었습니다.

애가는 ‘슬플 애’(哀)와 ‘노래 가’(歌)를 써서 ‘슬픔이나 비통한 심정을 읊은 노래’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이 애가서를 누가, 언제, 어디서 썼을까요? 전통적인 견해는 예레미야 예언자를 애가의 저자로 봅니다. 이는 역대지하 35장 25절에 따른 것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가 요시야의 전사를 애도하는 애가를 지었는데, 노래하는 남녀가 요시야 왕을 애도할 때에는, 이 애가를 부르는 것이 관례가 되어 오늘까지 이른다. 그 가사는 ‘애가집’에 기록되어 있다.

애가를 ‘예레미야 애가’라고 부르거나, 예레미야 다음에 애가를 놓은 것은 다 이 전승의 영향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레미야와 애가의 내용은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예레미야가 애가 저자라면 “예언자들도 주님께 계시를 받지 못한다”(애 2:9)는 자기 모순적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난세에 살았던 예레미야가 애가처럼 잘 정리되고 다듬어진 문체의 저서를 남긴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듭니다. 예레미야가 애가 저자가 아니라면 누구일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애가의 저자가 한 사람인지 최대 다섯 사람인지, 아니면 특정한 집단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작연대는 바빌론 유배 시절이 거의 확실합니다. 적어도 애가 1장, 2장, 4장은 분명하게 폐허가 된 예루살렘 도성을 애도합니다. 또한, 개인 탄원 기도 형식을 취하고 있는 3장과, 공동체 탄원 기도로 되어 있는 5장도 바빌론 통치 아래에서 겪는 유다 주민들의 고통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지은 장소는 바빌론이 아니라 예루살렘으로 보입니다. 저자 또는 저자들은 예루살렘의 폐허를 바라보면서 이 노래를 불렀을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과 가옥들은 불태워졌고, 성전도 유린당한 채 무너졌고, 성벽조차 허물어졌습니다. 모든 희망이 다 스러졌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위로받을 길 없었고, 희망의 불빛은 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비통한 부르짖음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 슬프다!

애가서는 다섯 개의 비통한 노래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1장, 2장, 4장은 ‘아, 슬프다’라는 탄식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에카’라는 히브리어를 옮긴 것인데, 이는 탄식을 나타내는 감탄사입니다. 󰡔새한글성경󰡕은 이 단어를 ‘어째서’라고 옮겼습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우리도 종종 이런 말을 내뱉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에 말문이 막혀서 그런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고통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무능하신 것일까?’ ‘하나님이 무심하신 것일까?’ ‘하나님이 우리를 버리신 것일까?’

애가 저자는 3장에서 자기가 하나님 진노의 몽둥이에 얻어맞았으며, 빛도 없이 캄캄한 곳에서 헤맸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가난과 고생으로 그를 에우시고, 도망갈 수 없도록 담을 쌓아 가두시고, 무거운 족쇄까지 채우셨을 뿐 아니라, 소리 높여 부르짖어도 기도도 듣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하나님이 마치 엎드려서 사람을 노리는 곰이나 사자와 같다고 했겠습니까? 고통이 얼마나 컸던지 그는 하나님이 마치 자신을 과녁으로 삼아서 활을 당기시는 것 같고, 마치 돌로 이를 바수고, 그의 얼굴을 땅에 비비시는 것 같다고 합니다. 쓴 쑥과 쓸개즙이 입안에 가득한 듯한 형국입니다. 평안은 사라지고, 행복은 잊혀졌습니다.

그러다가 저들은 자기들을 돌아보며 탄식합니다. 문제는 하나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에게 있었습니다. 하나님과 맺은 언약에 신실하지 못했고, 자기 욕망을 채우느라 하나님의 법을 따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일이 닥치기까지는 멈추지 못하는 게 인간의 병통입니다. 죄의 습성이 몸에 밴 사람들은 좀처럼 멈추거나 돌이키지 못합니다. 자기들이 겪고 있는 참상은 죄에 대한 엄중한 징계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본문 바로 뒤에 나오는 애가 1장 8절과 9절은 이렇게 탄식합니다. (새한글성경)

8a예루살렘이 죄를 지었구나. 이런 까닭에 비웃음거리가 되었구나.

9b예루살렘이 그 끝을 생각하지 않았구나.

슬픔을 넘어

이렇듯 애가 저자는 막연한 슬픔 속에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1장 12절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길 가는 모든 나그네들이여, 이 일이 그대들과는 관계가 없는가?

이게 무슨 말입니까? 잘못은, 죄는 누구 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에게만 물을 수 없고, 당대 모든 사람이 함께 저지른 것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지배층의 잘못이 더 크고 많겠지요. 하지만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잘못하고 죄를 지을 때 그것을 막지 못한 당대 모든 사람의 공동책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네 탓이라고 지적하고 책임추궁만 할 것이 아니라, 네 탓이 크지만 내 탓도 있으니, 지금 겪는 고통을 억울해하지만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자승자박(自繩自縛)이요, 인과응보(因果應報)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과거의 필연적 산물입니다. 하지만 애가 저자는 여기 머물지 않습니다. 현재가 과거의 산물이라면, 동시에 현재는 미래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잘못 살아서 현재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 회개하고 지금부터라도 올바로 산다면 미래에는 희망이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일들은 과거에 쌓아온 행위와 생각들의 직접적인 결과물입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선택과 행동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현재에 충실하며, 오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출발은 과거의 자기 죄를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1장 20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나의 절망을 살펴 주십시오. 애간장이 다 녹습니다. 내가 주님을 얼마나 자주 거역하였던가를 생각하면, 심장이 터질 것같이 아픕니다.

이런 통회(痛悔)와 자복(自服)이 있어야, 그다음에 하나님을 외면하며 살았던 과거 삶에서 돌아설 수 있는 것입니다.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래서 애가 저자는 3장 21절 이하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21그러나 마음 속으로 곰곰이 생각하며 오히려 희망을 가지는 것은, 22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이 다함이 없고 그 긍휼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애가 저자가 말하는 희망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다함이 없고 긍휼’입니다. 이게 무슨 뜻입니까? 내 잘못과 죄가 아무리 커도 주님은 한결같은 사랑과 다함이 없는 사랑으로 나를 조건 없이 용서해 주신다는 말입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참 좋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러면 안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통회와 자복이 왜 필요하며, 회개와 돌아섬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그런 ‘싸구려 복음’이 이제까지 기독교와 교회를 망쳐왔습니다. 제가 바울의 이신칭의(以信稱義)를 설명하면서, 칭의는 의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롭다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점수가 모자라는데 합격시켜 주는 것과 같고, 죄가 큰데 무죄 석방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 것은 정의가 아니고 불의입니다. 부정 입학이고 부당한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정의의 하나님은 그럴 분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바울이 말한 이신칭의(以信稱義)의 원뜻은 “(예수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고 칭해진다”가 아니고, “(예수를) 믿음으로써 의롭게 변화된다”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의 믿음(생활)을 본보기 삼아 살아서 나도 예수처럼 의롭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믿음은 입으로 말해지는 것이 아니고, 삶으로 해석되고 고백 되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주님의 사랑과 긍휼은 조건이 없지 않습니다. 과거에 내가 잘못 살아서 현재 벌을 받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옳게 살아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다함이 없고 긍휼’입니다. 즉 나의 바른 삶이 주님 사랑과 긍휼의 전제 조건입니다. 물론 과거를 통회하고 자복하며 최선을 다해 회개의 새 삶을 살고자 했는데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여 마음먹은 만큼 바른 삶을 살지 못할 때 주님이 힘을 보태주십니다. 그 ‘힘 보태주심’이 바로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다함이 없고 긍휼’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 아무것도 안 하는 자를 돕지 않습니다/못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희망의 근거는 (주님이 아니라) 나 자신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사느냐가 미래 내 삶을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구원의 이니셔티브가/주도권이 하나님이 아니라 나에게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믿음이/믿음의 행동이 우리를 구원합니다. 그런데 믿음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우리의 신앙적인 응답입니다. ‘먼저’ 은혜가 있고 ‘그다음에’ 우리 응답이 따릅니다. 은혜가 있다고 저절로 다 구원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의인과 죄인 모두에게 내립니다. 햇빛과 비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그 빗물을 그릇에 담습니다.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그것이 ‘믿음’이고 ‘믿음의 행위’입니다. 따라서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응답이 합쳐졌을 때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한 손으로 박수칠 수 없듯이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믿음이 합쳐질 때 비로소 구원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에게 믿음을 주신 이도, 그래서 믿음의 행동을 이끌어내신 이도 주님입니다. 그러니 구원의 이니셔티브/주도권은 내가 아니라 주님에게 있고, 희망의 근거도 내가 아니라 주님에게 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신앙인이고,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이것을 전제하고 본문 23절 이하를 다시 보시겠습니다.

23“주님의 사랑과 긍휼이 아침마다 새롭고, 주님의 신실이 큽니다.”

24나는 늘 말하였다. “주님은 내가 가진 모든 것, 주님은 나의 희망!”

25주님께서는,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주님을 찾는 사람에게 복을 주신다.

26주님께서 구원하여 주시기를 참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기후정의 10년 행동

예레미야 애가서는 전쟁 재난의 황폐함과 슬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고, 그 황폐함과 끔찍함은 말로 다 형용하기 힘이 듭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는 애가서를 다시 읽으며 전쟁 재난이 아닌 ‘기후 재난’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저기서 요청받은 강의 준비를 위해서 유튜브에서 최신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전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황폐함과 끔찍함을 목격합니다.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이나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내 일입니다.

제가 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올해 6월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70차 중앙위원회는 “기후정의행동 에큐메니컬 10년 운동” 출범을 결의하고 세계교회의 동참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9월 교단 총회에서 이 운동에 우리 교단도 적극 동행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교단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는 11월 말에 열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에서 NCCK와 소속 교단들 전체가 ‘동행 선언’을 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기후정의 10년 행동” 동행 선언문이고, 부제는 “생태적 회심으로 대전환을 향하여 함께 나아갑시다!”입니다. 좀 길지만, 선언문 일부를 소개합니다.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함께 성장한 한국교회 또한 기후위기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성장과 번영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해하며 도취했던 교회는 본연의 생명과 구원, 해방의 메시지를 잃었다. 메시지를 잃은 교회는 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기에, 교회에 대한 외면과 교회의 고립은 자명한 결과이다. 이제 교회는 기후위기가 초래한 외적 현상에 몰두하는 것을 넘어,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변화로의 부르심 앞에 다시 겸손히 서야 한다. 자연을 인간의 탐욕적인 삶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태도에서 돌이켜, 만물의 구원을 향한 예언자적 책임과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기후정의 10년 행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이 10년의 여정은 무한 성장과 번영이라는 허탄한 신화로부터 돌이켜,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과 낮아지심을 따르는 영적, 생태적 회심의 과정이 될 것이다. 또한 이 10년의 여정은 우리가 설레며 꿈꾸었던 정의, 평화, 생명을 구체적 삶에서 일구어가는 실천의 여정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 10년의 여정은 창조주 하나님과 그리스도로부터 계시된 구원과 해방의 선한 힘을 한국교회 내부는 물론,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나누는 상호 협력의 여정이 될 것이다.

저 옛날 바빌론의 침공이라는 재난 앞에서 잘못 살아온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하여 바르게 살아 새 희망을 꿈꿨던 애가서 저자처럼 우리도 기후 위기가 초래한 재난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창조 세계의 회복과 구원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서 행동합니다. 울면서라도 씨를 뿌리는 사람이 거두는 법입니다. 우리는 세상 곳곳에 정의, 평화, 생명의 씨를 뿌리라고 부름을 받은 하나님의 사람들입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 속에 깃들어 있는 선한 가능성을 깨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짊어진 멍에가 무거워도 원망하지 마십시오. 투덜거린다고 하여 세상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살든 나라도 바르게 살면, 나같이 사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면 주변이 바뀌고 세상도 바뀔 수 있음을 신뢰하는 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합니다. 우리의 기도는 이것입니다: “주님, 우리가 당신과 함께 창조 세계의 희망이 되게 하여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