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하나님의 나라: 정의의 심장

∙기독교인의 삶은 “중생”과 “하나님의 나라”에 관한 것이다. “중생”이 개인적이며-영적이며-인격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은유라면, “하나님 나라”는 공동체적이며-사회적이며-정치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은유이다.

∙성서는 지배체제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대안적인 사회적 비전에 대한 열렬한 옹호를 결합하고 있다. 이 비판과 옹호는 하나님의 품성과 열정에 대한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 성서의 하나님은 사랑과 정의의 하나님으로서, 우리의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하나님의 열정이 하나님의 나라이다.

1. 무시되어 왔던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열정

∙많은 기독교인은 성서가 정치적이며, 성서의 하나님이 정의에 대해 열정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왔다.

① 매우 오랜 세월 동안 기독교가 지배문화의 종교였기 때문에, 즉 “권력자들”이 기독교인들이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사회질서에 대한 철저한 비판을 거의 하지 못했고, 대신 내세(afterlife)에서의 개인구원(영혼구원)이 일차적인 메시지였다.

②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정의”(God's justice)에 반대되는 것이 “하나님의 자비”(God's mercy)라고 오해해 왔기 때문이다. [심판 vs. 사랑 or 용서] 그러나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반대는 (하나님의 자비가 아니라) 인간의 불의(human injustice)다.    

③ 개인주의가 (우리) 문화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체제(정치체제, 경제체제, 인습체제)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눈에 잘 보이지 않도록 만든다. (노예제도, 인종차별, 성차별…)

2. 히브리 성서 안에서 정의를 위한 하나님의 열정

∙성서의 정치적 열정은 이스라엘의 기원(출애굽 사건)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후 이스라엘의 예언자들 속에서 계속되었다.

∙전근대적 지배체제의 세 가지 특징: 1) 정치적으로 억압적이었다. 2) 경제적으로 착취했다. 3) 종교적으로 정당화되었다. 이것이 출애굽 이야기와 예언자들이 저항한 세계였다.

3. 신약성서 안에서 정의를 위한 하나님의 열정

∙정의에 대한 하나님의 열정과 지배체제에 대한 비판은 1세기에 예수, 바울, 요한계시록, 그리고 신약성서 전체에 나타난다.

① 하나님의 나라(Kingdom of God) : 만일에 이 세상의 통치자들이 세상을 통치하지 않고 하나님이 이 세상의 왕이라면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즉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의 지배체제와 왕국들의 체제적 불의와 대조되는 하나님의 정의에 관한 것으로, 하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 땅을 위한 것이다. [예: 주기도문-일용할 양식, 빚의 탕감; 팔복]

② 예수는 주님이시다(Jesus is Lord) : 이는 “(로마) 황제는 주님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고로 제국의 주권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③ 제국에 대한 초기 기독교인들의 인식 : 초기 기독교인들은 로마제국을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특히 요한계시록에서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요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초기 기독교인이 쓴 반제국적(anti-imperial) 묵시문학이다. “묵시”란 “계시” 혹은 “폭로”를 뜻하는 말로서, 요한계시록은 제국의 본성을 폭로한다.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 큰 창녀, 로마(ROMA=Radix Omnium Malorum Avarita=탐욕이 모든 악의 뿌리이다.)]

④ 십자가의 정치적 의미 : 초기 기독교의 반(反) 제국적인 정신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난 것은 예수가 로마제국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당시의 지배체제는 예수를 죽였다. 이렇듯 십자가는 이 세상의 지배체제를 고발한다.

3. 우리 시대를 위한 의미들

∙Borg는 정치를 넓은 의미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체제로 정의한다. 정치는 통치체제(법과 절차), 경제체제(상당한 정도까지는 지배계층에 의해 형성되는 것), 신념과 태도에 대한 인습체제(흔히 법으로 구현되는 것)를 포함한다. 이 모든 체제는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우리들의 삶을 형성한다. 체제는 매우 중요하다. 체제란 정치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나님이 정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성서의 하나님이 고통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 불필요하게 인간이 고통을 당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불의한 사회체제 때문이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① 교회 안에서의 의식화(意識化) 작업 : 불의한 사회체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불의한 사회체제들이 우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삶을 형성하며 그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관해, 교회 안에서 의식화 작업을 하는 것을 뜻한다. 1) 체제는 우리 자신과 타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포함해서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2) 체제는 생활의 물질적 조건들에도 영향을 끼친다.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은 “체제”의 결과이며, 우리의 경제체제의 구조방식의 산물이다. 문제는 체제이다. [체제의 불의라는 마법에서 풀려나 하나님 나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필요]

② 하나님의 정의를 옹호함 : 성서의 정치적 열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옹호하는 것을 뜻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것이 좁은 의미의 정치, 곧 정치적 과정에 참여하여 하나님의 꿈에 충성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종류의 정치를 “함께 아파하는 정치”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③ 구체적인 사례들 : 1) 의료 보장, 2) 환경과 생태계에 관한 관심, 3) 경제정의, 4) 제국의 힘을 갖는 것에 대한 비판

∙하나님의 나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적 체제 때문에 인간이 고통을 겪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하나님 나라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성서의 정치적 열정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영성(politically engaged spirituality)을 갖도록 요청한다. 이 표현은 두 가지의 변화, 곧 개인적 변화와 정치적 변혁을, 기독교인의 생활에 대한 비전의 중심에서 결합한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 두 가지 중에 단 하나만 강조하면, 우리는 성서 메시지의 절반, 복음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영성은 영적인 변화와 정치적 변혁 모두를 강조한다. 예수의 메시지와 성서 전체는 그 둘 모두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