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중생: 새로운 심장

‘신앙’에 대해 관계를 맺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기독교인의 생활 중심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변화, 곧 개인적이며–영적이며–인격적인 변화와 공동체적이며–사회적이며-정치적인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신앙의 이런 관계론적인 이해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함. 두 가지 변화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성서는 개인적이며 또한 정치적이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우리의 삶에 대한 성서의 비전은 개인적이며,

또한 정치적이다

⦁구원에 대한 성서의 이해는 개인적이며 또한 정치적이다.

이 변화 중 가장 중요한 변화에 대해 “중생”(born again)이라는 은유로써 설명. 이는 중생이라는 은유가 신약성서에서 중심적이고 또한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적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

지금까지 “중생”이란 말은 주로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에 의해 매우 제한적이고 잘못 이해되어왔다. 중생이 자기 의로움에 사로잡히거나 남에 대해 쉽게 심판하며 내부인과 외부인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식이라면, 그것은 중생 체험도 아니며 비난받기에 십상이다.

중생 : 신약성서의 중심

∙고전적인 본문

중생의 필요성은 요한복음 3:1-10에 나오는 니고데모와 예수 이야기의 주제이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나지(born from above) 않으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

‘위로부터 태어난다’라는 말의 그리스어는 ‘다시 태어난다’ 혹은 ‘새로 태어난다’라는 두 가지 뜻으로 번역될 수 있다. 즉 ‘다시/새로 태어난다’라는 것은 ‘위로부터’ 태어나는 것으로서 성령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

여기서 ‘물’은 이중적인 의미로 세례를 환기시키는 것이면서 또한 ‘육’의 병행어로서 양수를 가리킨다. 즉 물에서 곧 육에서 태어나지만 영에서 태어나야만 하는데 이것은 새롭게 위로부터 태어나야만 한다는 말이다.

예수는 성령과의 연결성을 강조한다.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 바람을 뜻하는 말은 “숨”과 “성령”도 뜻한다. 하나님의 숨, 하나님의 성령이 새로운 출생의 원천이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성령을 통해 성령 안에서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요점은 니고데모에게 필요한 것은 영적으로 새로운 출생, 내면적인 새로운 출생, 개인적인 변화이다.

중생 : 죽고 다시 살아남

“중생”이란 개념은 신약성서에서 흔히 죽고 다시 살아남(dying and rising), 곧 죽음과 부활이라는 언어로 표현되고 있으며 초기 기독교와 신약성서 전체에서 매우 중심적인 개념이다. 복음서들과 나머지 신약성서에서 죽음과 부활,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은 반복적으로 개인적인 변화, 기독교인의 삶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영적 과정을 나타내는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

∙공관복음서에서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

마가복음 8:34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누가 14:27, 마태 10:38)

예수를 따르는 것, 곧 그의 제자가 되는 것을 ‘십자가를 지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보았다. 이 시기에서 십자가는 처형과 죽음의 상징이다. 공관복음서는 예수가 ‘죽는 것을 새로운 삶의 길’로서 말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마가복음의 중심 주제는 “길”(the way)이다. 곧 갈릴리에서부터 예루살렘으로 가는 “예수의 길”이다. 이 과정에서 세 번이나 예수는 자신의 죽음과 부활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이 길의 종착지 예루살렘은 죽음과 부활의 장소이며 끝과 시작의 장소로서 무덤이 자궁이 되는 장소이다. 마가에게는 이 길, 즉 개인적인 변화의 길은 죽음과 부활의 길이다.

∙바울의 편지들 속에서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

바울의 편지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은 기독교인의 삶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개인적 변화를 나타내는 은유이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살고 계십니다”(갈라디아서 2:20)

바울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세례와 연결시켰다.(로마서 6:3-4). 종교의식으로서 세례의식은 과거의 존재 방식에 대해 죽고 새로운 존재 방식으로 다시 태어나는 내면적인 변화를 상징한다.

개인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은유로서의 죽음과 부활, 곧 ‘중생’은 ”그

리스도 안에서“사는 생활로서 ”그리스도 안에“, ”성령 안에“ 거하는 결과는 새로운 존재 방식과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창조이다.(고린도후서 5:17)

‘그리스도 안에’는 또한 인습의 경계를 없애버리는 새로운 공동체의 정체성을 갖게 한다. “여러분은 모두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갈라디아서 3:26)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 안에’ 존재하게 되는가? 바울은 그 방법이 과거의 삶, 곧 ‘아담 안에서’ 사는 삶에 대해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죽음과 부활의 길이며 기독교인의 생활 중심에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변화의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다.

∙요한복음에서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

요한복음 역시 죽음과 부활을 새로운 삶에 이르는 길의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요한복음 12:24).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에만 비로소 기독교인들이 배타주의의 기초로 이용되는 유명한 구절, 곧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사람이 없다”(요 14:6)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예수는 육신이 된 길(the way)이며 바로 죽음과 부활의 길이다. 이 길은 유일한 길이지만 세상의 모든 종교들이 말하는 보편적인 길이기도 하다.

∙십자가와 중생

초기 기독교 운동은 십자가를 그 “길”의 상징으로 보았다. 십자가는 그 “길”, 곧 변화의 길, 중생의 길을 구현한 것이다. 기독교의 중심적 상징으로서 십자가는 기독교인의 삶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과정, 곧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 새로운 생명으로 살아나는 것,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 안에서 중생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런 죽음의 내면적인 과정을 “자기에 대한 죽음(dying to self)” 또는 “자기의 죽음(death of self)”라고 말한다. 이 표현은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 자기에 대한 죽음을 사회와 가족 안에서 억압당하는 사람들을 순종케 하는 억압적인 권위와 자기포기의 도구로 사용되곤 했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우리의 해방과 재연결의 수단이다. 자기를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기를 발견해내는 것이다.

왜 우리는 중생이 필요한가?

왜 우리는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는가? 그 이유는 우리의 인생의 초기 단계에서 우리 안에 생겨나 성장 과정을 통해 더욱 강하게 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매우 초기 단계에 자아의식(self consciousness)이 생겨난다. 자신들과 세상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자아의식이 생겨나고 그것이 강화되는 과정은 점차 하나님과의 분리가 일어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자아의식과 함께 생겨나는 자기 관심(self concern), 곧 분리된 자아와 자기중심적인 자아는 언제나 함께 간다. 에덴동산의 중심적인 의미는 바로 이같은 자아의식의 탄생, 분리된 자아의 탄생이다. 분리된 자아의 탄생이 곧 “타락”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는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자아의식 없이는 성숙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우리가 받는 모든 메시지들을 내면화하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자아의식과 자기관심의 세계 속으로 내려가게 된다. 청소년기 초기 또는 그보다 더 일찍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자아의식은 점차 문화의 산물이 되어 간다. 우리가 내면화시킨 메시지 즉 외모, 성취, 재산 등이 더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어른이 되면 성취와 재산뿐만 아니라 친밀성, 예민함, 돌보는 자세도 문제가 된다. 즉 우리는 더욱더 분리와 소외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 자신과 타인들을 비교하며 ‘거짓 자아’를 만들게 된다.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 문

화에 의해 강요되고 외부에서 주어진 자아로 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희생자가 되기도 하고 억압자가 되기도 한다.

이같은 모습에 대한 성서의 비전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지만 에덴의 동쪽, 그 낙원 바깥에서 소외와 자아집착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장의 불가피한 결과이며 자기가 되는 과정의 불가피한 결과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무도 이런 인간의 조건을 회피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태어날 필요가 있다. 중생은 우리가 유배된 상태로부터 되돌아오는 길이며, 우리의 참된 자기를 회복하는 길이며, 외부가 내면으로 들어오는 삶이 아니라 내면이 외부로 나아가는 삶을 살기 시작하는 길이며, 우리의 개인적이며 집단적인 이기심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는 것은 거짓 자아에 대해 죽는 일, 그 정체성과 존재 방식에 대해 죽은 일과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안에서 중심을 잡는 정체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중생의 과정

중생의 체험은 갑작스러울 수 있으며 극적인 체험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대다수에게는 다시 태어나는 중생 체험이 단한번의 강렬한 체험이 아니라 점진적인 과정이다. 과거의 정체성에 대해 죽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태어나는 것, 과거의 존재 방식에 대해 죽고 새로운 존재 방식으로 태어나는 것은 일생동안 계속되는 과정이다.

기독교인의 삶이 성숙하게 되면서 우리는 하나님을 더욱 깊이 신뢰하는 데 동반되는 자기 망각을 체험하기 시작한다. 중생이라는 은유는 단한번의 극적인 사건 혹은 평생의 과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짧은 리듬에도 적용된다. 일상생활의 작은 리듬에도 적용된다. 마틴 루터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매일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말했고, 누가는 의도적으로 마가의 말에 ”날마다“라는 말을 덧붙여 자신의 십자가를 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중생의 과정은 기독교만의 심장에 있는 것은 아니다. 길을 따른다는 이야기는 유대교에도 흔한 이미지이다. 이슬람이라는 말의 뜻 가운데 하나는 ‘항복한다’는 뜻이다. 불교의 길 중심에는 “내려놓음”이 있다. 노자는 자신을 비우라고 말했다.

우리가 중생이라고 부르는 예수가 성육한 길은 보편적인 길이지 배타적인 길이 아니다. 예수는 오랜 역사를 거친 종교들을 통해 알려진 변화의 길을 구현하고 성육한 분이다.

중생 : 의도성

중생은 성령의 역사다. 중생이 갑자기 일어나든 점진적으로 일어나든 우리의 강력한 욕망이나 결심 또는 믿음체계를 배우고 믿는 것을 통해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의도할 수는 있다. 이 중생 과정의 산파 역할을 하는 것이 “영성”이다. 영성은 인식, 의도, 수행을 결합한 것이다. 영성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의식하며 더욱 깊은 관계 속으로 들어가도록 의도하는 것이다.

첫째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를 의식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와의 관계 속에 계신다. 이 관계를 의식하는 것이다.

둘째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의도하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주로 예배를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공동체, 기도, 성서, 경건의 시간 등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셋째 하나님과 더욱 깊은 관계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실재” 곧 “그 이상”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의 삶이 변화되는 것이다.

결국 영성은 우리가 다시(또다시 그리고 또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기독교 전통이 풍부한 영적인 예배들을 통해 영성을 회복하고, 교회라는 공동생활을 하는 중심적인 목적들 중의 하나인 중생과정의 산파가 되고 그 과정을 양육하는 것이다.

새로운 삶

중생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새로움은 중생의 결정적인 특징이다. 하나님과 다시 연결되는 삶이다. 중생은 성화라 불리는 계속적인 변화의 과정이 시작되는 변화이다. 새로운 삶은 열광적(rhapsodic)이며 동시에 현실적(realistic)이다. (※ rhapsodic : ‘기쁨에 들뜨다’는 뜻도 있음)

새로운 삶은 바울이 즐겨 사용하는 네 단어, 곧 자유, 기쁨, 평화, 사랑으로 특징지어지는 삶이다. 신약성서의 저자들은 중생한 사람들의 새로운 삶의 특징을 한결같이 성령의 열매와 선물로 이해한다. 인간이 수고한 열매가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새로운 존재 방식의 열매다.

새로운 삶의 모습에 대한 바울의 유명한 묘사가 고린도전서 13장에 나오는 사랑의 찬송이다. 바울이 믿음과 소망, 사랑이라는 세 가지에 대해 으뜸이 사랑이라고 한 것은 바울에게 사랑이 성령의 일차적인 선물이며 실제로 가장 결정적인 선물이다.

예수에게 하나님을 중심에 모신 삶의 일차적인 특징은 ‘함께 아파하는(compassion)’ 연민이다. “너희의 아버지께서 함께 아파하시는 것 같이 너희도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 되어라”(누가 6:36)

사랑 안에서 성장하고 함께 아파하는 연민 속에서 성장하는 것은 성령 안에서의 삶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또한 진정으로 중생한 체험과 단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체험을 구분하는 가장 일차적인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