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금식

6“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부당한 결박을 풀어 주는 것, 멍에의 줄을 끌러 주는 것, 압제 받는 사람을 놓아주는 것, 모든 멍에를 꺾어 버리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니냐?” 7또한 굶주린 사람에게 너의 먹거리를 나누어 주는 것, 떠도는 불쌍한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는 것이 아니겠느냐? 헐벗은 사람을 보았을 때에 그에게 옷을 입혀 주는 것, 너의 골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8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햇살처럼 비칠 것이며, 네 상처가 빨리 나을 것이다. 네 의를 드러내실 분이 네 앞에 가실 것이며, 주님의 영광이 네 뒤에서 호위할 것이다. 9그 때에 네가 주님을 부르면 주님께서 응답하실 것이다. 네가 부르짖을 때에, 주님께서 ‘내가 여기에 있다’ 하고 대답하실 것이다. 네가 너의 나라에서 무거운 멍에와 온갖 폭력과 폭언을 없애 버린다면, 10네가 너의 정성을 굶주린 사람에게 쏟으며, 불쌍한 자의 소원을 충족시켜 주면, 너의 빛이 어둠 가운데서 나타나며, 캄캄한 밤이 오히려 대낮같이 될 것이다. 11주님께서 너를 늘 인도하시고, 메마른 곳에서도 너의 영혼을 충족시켜 주시며, 너의 뼈마디에 원기를 주실 것이다. 너는 마치 물 댄 동산처럼 되고, 물이 끊어지지 않는 샘처럼 될 것이다. 12너의 백성이 해묵은 폐허에서 성읍을 재건하며, 대대로 버려 두었던 기초를 다시 쌓을 것이다. 사람들은 너를 두고 “갈라진 벽을 고친 왕!” “길거리를 고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한 왕!” 이라고 부를 것이다.

(사 58:6-12)

야훼 이레

2월 첫 주일인 오늘은 교회력으로 ‘주현절 후 다섯 번째 주일’입니다. 올해 주현절은 다다음 주일(2/19)까지 계속됩니다. 그러니까 ‘사순절’이 시작되려면 아직 3주나 남았습니다. 그런데 증언 제목—“참된 금식”만 놓고 보면, 마치 오늘이 사순절 직전 주일이나 사순절이 시작되는 성회(聖灰) 수요일(Ash Wednesday)인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 증언 제목을 ‘참된 금식’으로 정한 것은 순전히 본문 때문입니다. 하지만 증언 내용은 주현절보다 사순절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침 제가 이번 주초까지 교단 총회 홈페이지 공지 사항에 올릴 사순절 직전 주일 설교문을 준비해야 하는데, 오늘 본문 덕분에 그 수고를 많이 덜게 되었습니다. 일거양득(一擧兩得)했으니, 이런 것을 보고 ‘야훼 이레/하나님이 준비하셨다’라고 해야겠지요?

주옥(珠玉)같은 말씀들, 그러나...

오늘 본문 말씀을 읽으면, 우리가 좋아하는 성구가 연거푸 나옵니다. 먼저 8절입니다.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햇살처럼 비칠 것이며, 네 상처가 빨리 나을 것이다. 네 의를 드러내실 분이 네 앞에 가실 것이며, 주님의 영광이 네 뒤에서 호위할 것이다.” 이런 구절은 개역(개정)이나 공동번역(개정판)으로 읽어야 더 은혜롭습니다. 먼저 개역입니다.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다음으로 공동번역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너희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져 나오리라. 너희 상처는 금시 아물어 떳떳한 발걸음으로 전진하는데 야훼의 영광이 너희 뒤를 받쳐주리라.” 생각만 해도 든든하고 흐뭇하지 않습니까?

다음은 이어지는 9ab절입니다. “그 때에 네가 주님을 부르면 주님께서 응답하실 것이다. 네가 부르짖을 때에, 주님께서 ‘내가 여기에 있다’ 하고 대답하실 것이다.” 개역은 이렇습니다.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 공동번역은 이렇습니다. “그제야, 네가 부르짖으면, 야훼가 대답해 주리라. 살려달라고 외치면, ‘내가 살려주마’ 하리라.” 이 역시 “아멘” 아닙니까?

다음은 10절 하반절입니다. “너의 빛이 어둠 가운데서 나타나며, 캄캄한 밤이 오히려 대낮같이 될 것이다.” 개역은 이렇습니다. “네 빛이 흑암 중에서 떠올라 네 어둠이 낮과 같이 될 것이며.” 공동번역은 이렇습니다. “너의 빛이 어둠에 떠올라 너의 어둠이 대낮같이 밝아오리라.”

마지막으로 11절입니다. “주님께서 너를 늘 인도하시고, 메마른 곳에서도 너의 영혼을 충족시켜 주시며, 너의 뼈마디에 원기를 주실 것이다. 너는 마치 물 댄 동산처럼 되고, 물이 끊어지지 않는 샘처럼 될 것이다.”

개역은 이렇습니다. “여호와가 너를 항상 인도하여 메마른 곳에서도 네 영혼을 만족하게 하며 네 뼈를 견고하게 하리니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 공동번역은 이렇습니다. “야훼가 너를 줄곧 인도하고 메마른 곳에서도 배불리며 뼈 마디마디에 힘을 주리라. 너는 물이 항상 흐르는 동산이요 물이 끊어지지 않는 샘줄기(처럼 되리라.)”

이들 주옥같은 성구들은 듣고 또 들어도 은혜가 되고 위로가 됩니다.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과 절대적인 구원에 대한 약속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잘 읽어보면 이 말씀들은 ‘무조건적’ 약속이 아닙니다. 즉, ‘조건 없는’ 약속이 아니고 ‘조건이 있는’ 약속, ‘조건이 따르는’ 약속입니다. ‘unconditional covenant’가 아니고 ‘conditional covenant’입니다. 그 조건이 무엇입니까? 8절 앞에는 ‘그리하면’이 있고, 9절 앞에는 ‘그 때에’가 있습니다. ‘그리하면’과 ‘그 때에’가 가리키는 것은 앞의 6절과 7절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6절과 7절은 8절과 9절의 조건절입니다. 또 9절 뒤와 10절 앞에는 “네가 너의 나라에서 무거운 멍에와 온갖 폭력과 폭언을 없애 버린다면, 네가 너의 정성을 굶주린 사람에게 쏟으며, 불쌍한 자의 소원을 충족시켜 주면”이라는 조건절이 있고, 이 조건절은 11절까지를 포함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당신 백성의 빛남과 급속한 치유, 당신의 호위와 즉각적 응답, 그리고 인도와 영혼의 만족, 육체의 건강과 물질적 풍요 등 온갖 좋은 것들을 약속하셨는데, 그 약속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당신 백성이 지켜야 할 조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조건이 무엇입니까? 오늘 본문은 ‘참된 금식’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된 금식은?

여러분 금식(禁食, fasting)이 뭡니까? 일정 기간 ‘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참된 금식(true fasting)은 뭘까요? 거짓(false) 금식이나 가짜(fake) 금식의 반대말일까요? 음식을 먹지 않는 척하면서 뒤로 몰래 뭔가를 먹는 것을 말합니까? 아닙니다. 오늘 본문 6절, 7절은 참된 금식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1) 부당한 결박을 풀어 주는 것, (2) 멍에의 줄을 끌러 주는 것, (3) 압제 받는 사람을 놓아주는 것, (4) 모든 멍에를 꺾어 버리는 것, (5) 굶주린 사람에게 먹거리를 나누어 주는 것, (6) 떠도는 불쌍한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는 것, (7) 헐벗은 사람을 보았을 때 그에게 옷을 입혀 주는 것, (8) 골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

이런 일들은 우리가 생각해온 금식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는 금식은 이런 게 아닙니다. 금식은 전통적으로 하나님에게 바치는 ‘최고로 경건한 의식(ritual)’입니다. 성경을 읽어보면 하나님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소원이 있을 때나 참회할 일이 있을 때, 금식이라는 ‘의식’을 행했습니다. 다윗이 밧세바와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기가 죽을 지경이 되자 아기를 살려달라고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 또 니느웨 성의 왕과 백성이 회개하라는 요나의 선포를 듣고 사람들은 물론이고 짐승까지도 모두 금식하며 참회했습니다. 이렇듯 금식은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려야만 하는 일이 있을 때 행했던 종교의식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아는 금식은 밥 안 먹고 굶어가면서 하나님이 들어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원을 비는 것이었습니다. 곡기를 끊고 나를 가장 나약한 상태로 몰아넣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총에 매달려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서 말씀하신 하나님은 당신이 기뻐하는 금식은 그런 게 아니라 부당한 결박을 풀어 주고, 압제 받는 사람을 놓아주며, 굶주린 사람은 먹이고, 헐벗은 사람은 입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행위가 어떻게 금식이 됩니까? 스스로 굶는 게 아니라, 굶은 사람을 먹이는 게 금식이랍니다! 이런 역설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사야는 지금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 금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경건의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사야서를 인용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8“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사람들에게 눈 뜸을 선포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고, 19주님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눅 4:18-19)

이 말씀을 읽은 후에 예수님은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서 오늘 이루어졌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말씀은 위에 인용한 이사야서의 금식에 관한 말씀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이제 예수님이 하시려는 일은 가난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포로 된 사람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눈먼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풀어 주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하신 하나님 나라 운동은 하나님이 기뻐하는 금식과 궁극적으로는 같은 일이었던 것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의 증언

얼마 전 <뉴스앤조이>에서 <딸 잃은 집사 부부의 호소 “이태원 참사, 함께 분노해 달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고 박가영 씨의 아빠 박계순 집사와 엄마 최선미 집사의 인터뷰 내용은 구구절절이 제 가슴을 때렸습니다. 그중에 가장 아픈 내용은 이것이었습니다.

분향소가 세워진 이후로 매주 수녀님들이 와서 미사를 드려요. 스님들은 49재를 지내 줬고요. 교회는요? 한 번도 안 왔어요. 물론 저희를 도와주시는 목사님이 계시긴 해요. 그렇지만 대형교회 목사님들, 교회 단체들, 한 번도 녹사평에 와서 예배를 드리지 않았어요. 목회자들이 이런 낮은 곳에 와서 위로하고 손잡아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가영이가 살아생전 말씀 듣고 찬양 집회 가는 것 좋아했는데, 지금은 찬양도 말씀도 못 듣고 있어요.

이에 저와 똑같은 아픔과 부끄러움을 느낀 개신교인들이 모여서 지난 화요일(1/31) 저녁 7시에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맞은편에 모여서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추모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우리 교회도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에 함께 이름을 올리고 참석했습니다. 저는 현장 참석은 못 하고, 나중에 실시간 중계를 들었습니다. 거기서도 고 박가영 이태원 희생자의 엄마 최선미 집사가 증언했더군요. 그 증언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어떤 젊은 목사님은 이번 참사가 기성세대의 기도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합니다. 저의 기도가 부족했다고요? 저는 새벽예배를 다녔고, 모든 예배와 봉사를 있는 힘을 다해서 했습니다. 얼마나 더해야 했습니까? 기도가 부족했다고 우리에게 뒤집어씌우지 마십시오. 평소에 목회자들이 사회의 부당하고 안일한 사태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기독교 정신을 주장하지 않았고, 공의의 하나님을 오해하고 있었던 당신들의 잘못입니다. 왜 성도 탓을 합니까? 목회자가 먼저 엎드려져야 하고 울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왜 그곳에 갔느냐’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성경에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지금 처절하게 울고 있습니다. 함께 울어 주십시오. 저희와 함께 우는 방법은 한국교회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과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및 특별법 제정 노력에 동참해주시는 것입니다. 또 2월 4일에 광화문에 오셔서 100일 위로 예배를 함께 드려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희는 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구석진 곳에 가서 기도만 하지 말고, 기도했으니 모든 것을 다 하나님이 하시라고 하지 말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의뢰했다면, 일하시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드리십시오. 기도를 실제 결단과 행동으로 연결하십시오. 여러분의 기도가 힘이 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참으로 아모스나 미가 예언자의 외침 같지 않습니까! 2월 4일이었던 어제, 우리 교회 많은 분이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 함께 했습니다. 특별히 녹사평역 분향소를 광화문으로 옮기기 위한 행진과 싸움에 함께 하셨습니다. 결국은 경찰과 서울시의 방해를 뚫고, 서울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곳에 계셨던 여러분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이사야가 말하는 ‘참된 금식’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교회가 무려 6년간 중부경찰서 앞에서 드렸던 거리 예배도 ‘참된 금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인도 아니면서 기꺼이 우리의 거리 예배에 참석해서 응원해 주었던 ‘행동하는 신앙인들’ 덕분에 우리는 6년간 버틸 힘과 용기를 얻었고, 늦었지만 마침내 진상도 규명하고 명예도 회복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우리가 그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

2023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사순절 탄소금식

이제 2주일 반이면 2023년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우리 교회는 매년 사순절에 탄소금식을 해 왔습니다. 앞에서 이사야는 금식을 사회적 약자 돌봄과 사회정의 구현으로 재해석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시대의 사회적 약자는 누구입니까? 구현해야 할 사회정의는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는 기후정의 문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과거 우리 교단과 세계교회협의회는 사회정의, Social Justice 문제에 집중해 왔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기후정의, Climate Justice 문제로 옮겨 갔습니다. 왜?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사회적 약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는 가장 큰 피해를 바로 저들에게 입힙니다. 재주는 곰이 넘었는데 돈은 되놈이 받듯이, 선진국이 탄소 배출 가해자인데 커다란 피해는 가난한 나라가 받습니다. 물론 선진국도 손해를 입지만 그것을 극복할 충분한 여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는 그럴 여력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같은 규모의 홍수와 가뭄이 왔을 때, 매우 심각한 손실과 피해를 겪습니다. 그림을 보시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수도권 집중호우 때 반지하에 살던 사회적 약자가 큰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까? 또 폭염이나 혹한이 올 때, 더위와 추위 때문에 고생하고 피해 보는 사람은 에어컨이나 난방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 아닙니까? 이런 이유로 지금 사회정의는 기후정의와 직결됩니다. 따라서 금식이 사회적 약자 돌봄과 사회정의 구현이라면 현시대에 가장 필요한 금식은 바로 탄소금식이라는 것입니다.

탄소금식은 다이어트가 아닙니다. 나 잘살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포함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웃을 살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살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 option이 아닙니다. 필수사항, requirement입니다. 무심코 한 나의 탄소 배출이 나도 죽이고, 이웃도 죽이고, 우리 후손도 죽입니다. 이 사태를 역전시키려면, 내가 정부와 세계에 탄소 중립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려면, 그레타 툰베리처럼 나부터 실천하여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이번 사순절에는 우리 교회뿐 아니라 전체 기장교회가 탄소 금식을 하게 하고자 합니다. 2023년 사순절 동안 기장 성도라면 누구나 경건과 절제로 탄소금식을 실천하여, 기후위기 시대에 창조질서보전에 힘쓰는 녹색 그리스도인 되도록 훈련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사순절을 성회 수요일부터 7주로 분류하고, 주마다 ‘집중 과제’와 이에 따른 구체적 ‘실천 사항’을 제시해 지키도록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순절 시작 주간인 2월 22-25일 탄소금식 집중과제는 “TV·디지털 금식”이고, 탄소금식 실천과제는 “TV를 끄고 내 삶의 방식을 회개하며 기도하기, 기후위기 관련 책 읽기, 기후위기 관련 온라인 강의 듣기, 필요 없는 이메일 및 앱 지우기”입니다. 이어지는 6주 동안 플라스틱 금식, 식생활 금식, 의생활 금식, 에너지 금식, 탄소흡수원 만들기 금식, 소비 금식을 실천할 것입니다. 또 탄소금식을 ‘한 셈 치고’ 운동과 연결하여 절제하는 생활습관을 갖게 할 것입니다. ‘한 셈 치고’ 운동은 닭갈비를 먹고 돼지갈비나 소갈비를 먹은 셈 치고, 옷을 수선해서 입고 새 옷을 사서 입은 셈 치고 등의 절제를 통해 탄소금식을 실천하는 운동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탄소금식 헌금’으로 드려, 생태 환경 운동과 기후 약자를 돕는데 쓰도록 할 것입니다.

앞에서 고 박가영 이태원 희생자의 엄마 최선미 집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했습니다. “구석진 곳에 가서 기도만 하지 말고, 기도했으니 모든 것을 다 하나님이 하시라고 하지 말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의뢰했다면, 일하시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 드리십시오. 기도를 실제 결단과 행동으로 연결하십시오.” 이 호소가 이번 사순절에 탄소금식이라는 결단과 행동으로 이어지고 번져나가, 다시 우리 기장교회가 역사의 화살촉이 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