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발한다!

1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너는 일어나서 산 앞에서 소송 내용을 샅샅이 밝혀라. 산과 언덕이 네 말을 듣게 하여라. 2너희 산들아, 땅을 받치고 있는 견고한 기둥들아, 나 주가 상세히 밝히는 고발을 들어 보아라. 나 주의 고소에 귀를 기울여라. 나 주가 내 백성을 상대하여서, 고소를 제기하였다. 내가 내 백성을 고발하고자 한다. 3내 백성은 들어라!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하였느냐? 내가 너희에게 짐이라도 되었다는 말이냐? 어디, 나에게 대답해 보아라. 4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나왔다. 나는 너희의 몸값을 치르고서, 너희를 종살이하던 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보내서, 너희를 거기에서 데리고 나오게 한 것도 바로 나다. 5내 백성아, 모압의 발락 왕이 어떤 음모를 꾸몄으며, 브올의 아들 발람이 발락에게 어떻게 대답하였는지를 기억해 보아라. 싯딤에서부터 길갈에 이르기까지, 행군하면서 겪은 일들을 생각해 보아라. 너희가 이 모든 일을 돌이켜보면, 나 주가 너희를 구원하려고 한 일들을, 너희가 깨닫게 될 것이다." (미 6:1-5)

예언자 미가

주현절 후 네 번째 주일인 오늘 구약 본문은 미가서 6장 1~8절입니다. 예언자 미가는 주전 8세기 예언자 중 한 사람입니다. 솔로몬이 죽자 주전 922년에 다윗-솔로몬의 이스라엘 통일왕국은 분열했습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지역은 몇 개의 군소국으로 나뉘었습니다(남왕국 유다, 북왕국 이스라엘, 모압, 암몬, 에돔, 그리고 아람/시리아 등). 이 나라들은 모두 다윗-솔로몬식의 전제 군주제를 지향하여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의 패권국이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지 못한 채 공존했습니다.

그런데 주전 8세기에 아시리아라는 대제국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아시리아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을 장악한 뒤 국지적 규모를 넘어선 대제국으로서 9세기 후반부터 유프라테스강 서부 지역을 넘보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주전 8세기는 제국주의적 초강대국 아시리아의 팽창과 이를 막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시리아-팔레스타인 군소국들의 저항, 그리고 결국 후자가 전자에 예속되고 마는 시기였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아모스, 호세아, (제1)이사야, 미가 등의 예언자가 활동했는데, 이들을 통칭해서 ‘8세기 예언자’라고 부릅니다.

오늘의 주인공 예언자 미가는 남왕국 유다 농촌 모레셋 출신입니다. 그러니까 그는 ‘농민 예언자’였던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공부깨나 한 ‘먹물’이 아니라 기층 ‘민중’이었습니다. 따라서 미가에게서 터져 나오는 예언은 바로 억눌리고 짓밟힌 민중에게서 터져 나오는 분노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 볼까요? 제가 문익환 목사님이 번역하신 『공동번역 성서』로 읽어보겠습니다.

1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2탐나는 밭이 있으면 빼앗고 탐나는 집을 만나면 제 것으로 만들어 그 집과 함께 임자도 종으로 삼고 밭과 함께 밭 주인도 부려 먹는구나. (2:1-2)

1야곱 가문의 어른들은 들어라. 이스라엘 가문의 지도자들은 들어라. 무엇이 바른 일인지 알아야 할 너희가 2도리어 선을 미워하고 악을 따르는구나! 내 겨레의 가죽을 벗기고 뼈에서 살을 발라내며, 3내 겨레의 살을 뜯는구나. 가죽을 벗기고 뼈를 바수며 고기를 저미어 냄비에 끓이고 살점은 가마솥에 삶아 먹는구나. (3:1b-3)

어쩌면 이 모든 고발은 미가 자신이 당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미가가 직접 당하지 않았더라도 가까운 일가친척이나 이웃이나 벗이 당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미가는 자기 살이 저며지고 뼈가 바수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말씀을 외쳤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죄악이 어디서 오는 걸까요? 농촌 출신 미가가 보기에 그곳은 절대 권력이 자리 잡은 수도(首都)였습니다. 그래서 미가는 이렇게 외칩니다.

거역하기만 하던 야곱의 죄, 그것은 누구의 짓이냐? 사마리아의 짓이 아니더냐? 못 할 짓만 하던 유다 가문의 죄, 그것이 누구의 짓이냐? 예루살렘의 짓이 아니더냐? (1:5)

9야곱 가문의 어른들이라는 것들아, 이스라엘 가문의 지도자라는 것들아, 정의를 역겨워하고 곧은 것을 구부러뜨리는 것들아, 이 말을 들어라. 10너희는 백성의 피를 빨아 시온을 세웠고, 백성의 진액을 짜서 예루살렘을 세웠다. 11예루살렘의 어른이라는 것들은 돈에 팔려 재판을 하고 사제라는 것들은 삯을 받고 판결을 내리며 예언자라는 것들은 돈을 보고야 점을 친다. 그러면서도 야훼께 의지하여, "야훼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데, 재앙은 무슨 재앙이냐?" 하는구나! 12시온이 갈아엎은 밭이 되고, 예루살렘이 돌무더기가 되며, 성전 언덕이 잡초로 뒤덮이게 되거든, 그것이 바로 너희 탓인 줄 알아라. (3:9-12)

여태껏 예루살렘이 망하리라고 입 한 번 뻥끗한 예언자는 없었습니다. 왜? 예루살렘에는—시온에는 하나님이 머무시는 거룩한 성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계시니, 어떤 적이 쳐들어와도 하나님이 다 물리쳐주실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세상의 힘에 의지하지 말고, 강대국에 의존하지 말고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라”는 것이 예언자들의 메시지였습니다. 이는 미가와 동시대에 남왕국 유다에서 활동한 예언자 이사야의 선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가는 이사야와 달랐습니다. 미가는 예루살렘도 멸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니 멸망하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왜? 하나님의 정의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시온은 제2의 이집트가 되었고, 유다의 지도층은 제2의 파라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급기야 하나님은 당신 백성을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그 내용이 바로 오늘의 본문 말씀입니다.

나 주가 내 백성을 고발한다

본문에서 하나님은 대자연을 재판관 삼아 당신 백성을 ‘고발’합니다. 2절은 “나 주가 내 백성을 상대하여서, 고소를 제기하였다. 내가 내 백성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당신 백성을 고발한 핵심 내용은 무엇입니까? 5절은 “너희가 이 모든 일을 돌이켜보면, 나 주가 너희를 구원하려고 한 일들을, 너희가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이 무슨 말입니까? “나 하나님은 너희 백성을 구원하려고 온갖 일들을 다 했는데, 너희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무엇을 하셨습니까? (1) 종살이하던 이집트 땅에서 몸값을 치르고 해방해냈습니다(4ab). (2) 모세와 아론과 미리암을 출애굽의 영도자로 보내주었습니다(4c절). (3) 모압 왕 발락이 이스라엘을 저주해 달라고 브올의 아들 발람을 불렀을 때, 발람이 세 번씩이나 저주 대신에 축복하게 했습니다(5a). (4) 또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여리고로 정탐꾼을 둘 파견했을 때 라합이 그들을 돕게 했고, 약속에 땅 가나안에 진입하기 위해 언약궤를 앞세워 요단강을 건널 때는 강물이 끊기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게 했습니다. 이 기적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길갈에 기념비를 세웠고, 가나안 땅의 정복은 모두 이 길갈에서 시작합니다(5b).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약속대로 파라오의 종살이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해 자유인이 되게 하고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는데, 백성의 지도자들은 제2의 파라오가 되고 가나안 땅은 새로운 이집트가 되게 했으니 당신 백성을 고발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거 종살이하던 히브리의 울부짖음을 듣고 저들을 찾아오신 하나님이 이제 남왕국 유다 농민들의 아우성을 듣고 저들을 떠나시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도성 시온의 멸망 선포는 바로 이것을 뜻합니다. 물론 이 선포는 당시 사람들에게 ‘신성 모독’이요 조국에 대한 ‘반역’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가는 그것을 담대히 선포했던 것입니다.

나는 내 조국을 고발한다

오늘 본문 말씀을 읽고 묵상하다가 생각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에밀 졸라(Emile Zola)의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의 격문입니다. 이 격문은 19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드레퓌스 사건’ 때문에 썼던 것입니다.

1894년 10월 31일, 독일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드레퓌스라는 이름의 프랑스 장교가 체포되었습니다. 이유는 간첩이 써서 보낸 문서와 그의 필체가 비슷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프랑스 군부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했습니다. 왜? 그는 의심받을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기밀이 새 나간 포병 참모부에서 근무했고, 무엇보다도 유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군 수사관은 그에게서 아무런 동기와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달랐습니다. 반유대주의 신문들은 그가 범인이라는 거짓 기사를 보도하며 여론 재판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그는 군법정에 서게 되었고, 비공개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남미의 ‘악마섬’으로 유배됐습니다.

후에 프랑스 군부는 진짜 범인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이를 은폐했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군의 명예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은폐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진실이 폭로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대와 정치와 법의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들은 그 권력을 지속하기 위해서 진실을 끝까지 왜곡합니다. 이 사실에 분개한 에밀 졸라가 1898년 1월 13일에 <여명>이라는 신문에 기고한 공개 고발장이 유명한 “나는 (내 조국을) 고발한다!”는 격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은 진실이 아닌 거짓의 편에 섰고, 반유대인 테러와 데모가 전 프랑스를 휩쓸었습니다. 안보를 빌미로 한 국가 폭력, 보수와 진보의 대결, 인종 차별, 언론을 통한 여론의 조작 속에서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못했습니다. 사건의 진범과 공범이 자백 후 자살했는데도 말입니다. 실제로 드레퓌스의 무죄가 확정되고 복권된 것은 1906년 2차 재심 때였습니다. 사건이 터진 1894년으로부터 무려 12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양심이 승리하기까지 기나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엄청난 희생이 있었었습니다. 에밀 졸라는 그 격문 때문에 명예훼손죄를 선고받고 조국에서 추방되기까지 했습니다. 드레퓌스와 그 가족들이 받은 고통은 또 어땠겠습니까?

지금은?

2,700여 년 전 예언자 미가의 하나님은 당신 백성을 고발했습니다. 125년 전 프랑스의 양심 에밀 졸라는 자기 조국 프랑스를 고발했습니다. 왜? 불의가 정의로 둔갑하고, 강자가 약자를 못살게 굴었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자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자기 마음대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가만 놔두면 안 됩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자들은 결국에는 자기가 하늘인 줄 아는 자들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신성 모독 죄인’입니다. 2,700여 년 전 남왕국 유다에서는 예언자 미가가 그들을 고발했습니다. 125년 전 프랑스에서는 행동하는 지식인 에밀 졸라가 그들을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진실이 승리하고 있습니까? 정의가 바로 서고 있습니까? 약자들의 생명과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고 있습니까? 과연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고 있습니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고발해야 합니다. 외쳐야 합니다. 고발하고 외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매 토요일 촛불 행동에 나갈 수도 있고, 탄원서나 성명서에 함께 이름을 올릴 수도 있고, 탄압받는 언론을 구독과 후원으로 지지할 수도 있고, 투표로 심판할 수도 있습니다. 또 좋은 글이나 동영상이 있으면 널리 전파할 수도 있습니다. 단 이때는 ‘신도회방’이 아니라 ‘길위에’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아무 데나 마구 올리면 동의가 아니라 반발을 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고발하고 외치는 것이 하나님의 교회가 할 일입니다. 그것 때문에 비록 불이익을 당할지라도 교회는 그것을 해야 합니다. 교회가 침묵하면 길가의 돌들이 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듯이 우리 교회는 과거 70·80년대에 그 사명에 충실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 고초 가운데 보안사에 의한 ‘교회 파괴 공작’은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는 지금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진화위>가 진실을 밝혔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40년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진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이 진실을 토대로 원상회복하려고 합니다. 사과받을 건 사과받고, 피해받은 것은 보상받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당신 백성을 고발하고, 에밀 졸라가 자기 조국을 고발했듯이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니 교우 여러분 모두가 관심 가져 주시고 기도해 주시고 논의에 동참해 주시고 행동에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진실이 최후 승리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교회 밖에서 더 큰 승리를 위해 함께 행진하는 모두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