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와 포용

21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22그러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말하였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꺼내서, 그에게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겨라. 23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내다가 잡아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24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래서 그들은 잔치를 벌였다. 25그런데 큰 아들이 밭에 있다가 돌아오는데, 집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음악 소리와 춤추면서 노는 소리를 듣고, 26종 하나를 불러서, 무슨 일인지를 물어 보았다. 27종이 그에게 말하였다. '아우님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것을 반겨서, 주인 어른께서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 28큰 아들은 화가 나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나와서 그를 달랬다. 29그러나 그는 아버지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이렇게 여러 해를 두고 아버지를 섬기고 있고, 아버지의 명령을 한 번도 어긴 일이 없는데, 나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라고, 염소 새끼 한 마리도 주신 일이 없습니다. 30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삼켜 버린 이 아들이 오니까, 그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 31아버지가 그에게 말하였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 32그런데 너의 이 아우는 죽었다가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으니, 즐기며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눅15:21-32)

오늘은 창조절 열두 번째 주일입니다. 오늘은 이솝우화의 한 이야기로 설교를 시작하겠습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한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버지는 당나귀 고삐를 잡고 아들은 옆을 따라 걷고 있을 때, 동네 사람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에 어리석게 당나귀를 끌고 걸어가다니……." "둘 중 한 사람이 당나귀를 타고 가면 될 텐데…."

그 말은 들은 아버지는 ‘옳다구나’하고 얼른 아들을 당나귀에 태웠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가고 있는데, 정자에 둘러 앉아 있던 노인들이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자식은 편히 앉아 있고, 아비는 걷다니, 효는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말세로세!”

아버지는 ‘옳다구나’하고 아들을 내리게 한 다음에 자신이 당나귀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우물가를 지날 때 빨래하던 동네 아낙들이 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 “저런 인정머리 없는 아비를 보았나, 저렇게 어린 것을 고생시키는 걸 보면 틀림없이 의붓자식일 거야”

아버지는 또다시 ‘옳다구나’ 생각하며 아들까지 당나귀에 태웠습니다.

또 한참을 지나 여러 밭 가운데를 지날 때, 밭을 갈던 농부들이 그 모습을 보고 끼어들어 말했습니다. “말할 줄 모른다고 저렇게 부려먹다니, 짐승도 주인 잘 만나야지, 너무하구먼”

그 말을 들은 아버지와 아들을 곧바로 당나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긴 장대에다 당나귀를 묶어 메고 가다가 결국 강물에 당나귀를 빠뜨리고 말았답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자기의 소신이나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리면 안된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에 따라서, 관점에 따라서 현상이나 사건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낙네의 눈에는 종종걸음으로 하며 따라가는 아이가 애처롭게 보이고, 노인들의 눈에는 가장의 무게를 지고 처량하게 걸어가고 있는 아버지가 안타깝게 보입니다. 또 농부들의 눈에는 등허리가 휘도록 무겁게 두 사람을 태우고 있는 나귀가 불쌍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두 사람과 당나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각자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감정을 이입하여 사건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누가복음 15장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우리가 ‘탕자의 비유’라고 알고 있는 이 비유 이야기에도 서로 다른 관점이 존재합니다. 작은 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잘 아는 탕자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받고 먼 타지에 나가 살면서 흥청망청 유산을 모두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바라보던 두 사람, 즉 아버지와 큰아들의 시선은 분명하게 달랐습니다. 멀리서 허름한 차림에 거지꼴을 하고 주저주저하며 집으로 오고 있는 작은 아들을 아버지가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당장 버선발로 뛰어나가 아들을 맞이하며 두 팔로 끌어안았습니다. 아버지의 시선에는 타지에서 고생했을 아들이 몹시도 안타까웠습니다. 한편, 건강하게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참 다행스웠습니다. 그래서 지난날에 어떤 일을 하고 살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맞이해 주셨던 것입니다.

반면, 큰아들이 바라본 시선은 달랐습니다. 아버지 유산을 들고 집을 나간 망나니 녀석이 염치 불고하고 다시 돌아오다니, 등짝이라도 후려치어서 내쫓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잔치까지 벌이다니, 아버지의 행동이 몹시도 못마땅해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분명 같은 사건을 보고 있음에도 이솝의 이야기처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또 성경을 읽다 보면 우리는 종종 성서 속 인물이나 사건에 자신을 대입하여 읽을 때가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으로 자신과 동일시하며 감정을 이입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서 꽤나 부모님의 속을 썩이고 방황했던 분들, 또 하나님 품을 떠나 살다가 다시 돌아온 분들은 오늘 작은아들의 마음에 십분 공감하며 자신의 옛 기억을 꺼내 탕자와 동일시합니다. 또 반대로 아주 자애로웠던 부모님을 기억하는 분들이나 무지하게 말 안 듣는 자녀를 둔 분들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공감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집 나간 작은 아들에게 초점을 맞춰 읽을 때 ‘탕자의 비유’가 되는 것이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춰 읽을 때 ‘자애롭고 따뜻한 아버지의 비유’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오늘 본문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여러 가지다’ 하는 말은 아닙니다. 오늘 본문은 누가복음 15장 1절부터 큰 주제로 연결된 본문으로 예수님께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전하는 말씀입니다.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의 말씀을 들으려고 나아오자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이를 보고 투덜거렸다(15:1-2)하고 본문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 세 가지 비유 이야기를 전합니다. 첫 번째는 ‘잃었다가 되찾은 양의 비유’이고, 두 번째는 ‘잃었다가 되찾은 드라크마의 비유’, 세 번째는 오늘 본문인 ‘잃었다가 되찾은 아들의 비유’입니다. 세 비유는 모두 ‘잃었던 것을 되찾은 기쁨’이라는 주제로 묶여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우리가 오늘 본문(15:11-32)의 핵심주제는 잃었다가 아들을 되찾은 아버지의 마음, 그 기쁨에 초점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비유 이야기(눅15:11-32)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집 나갔다 돌아온 작은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11-24절)와 집에서 성실하게 일했던 큰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25-32절),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성극으로 재현한다면 작은아들과 아버지 이야기가 1막이 되고, 큰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가 2막이 되는 것입니다. 1막은 아주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따뜻한 이미지의 배경에서 진행되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2막은 차갑고 싸늘한 음악이 깔리는 장면에서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알 수 없게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이 이야기를 기억할 때 대체로 1막의 탕자와 아버지의 이야기는 잘 기억하지만, 2막의 큰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는 제대로 관심 두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비유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또 비유의 아버지의 마음을 제대로 알려면 2막의 이야기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2막이 시작되는 25절부터 보면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25그런데 큰 아들이 밭에 있다가 돌아오는데, 집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음악 소리와 춤추면서 노는 소리를 듣고, 26종 하나를 불러서, 무슨 일인지를 물어 보았다. 27종이 그에게 말하였다. '아우님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온 것을 반겨서, 주인 어른께서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눅15:25-27)

이 말을 들은 큰아들이 화가 나서,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시위를 하는 것입니다. 큰아들의 눈에 탕자는 제멋대로 집 나간 문제아입니다. 또 아버지의 유산을 탕진한 난봉꾼입니다. 이방인과 섞여 놀며 더러워진 것도 모자라, 돼지우리에서 뒹굴면서 제 몸에, 아니 부모 얼굴에 똥칠한 패륜아입니다. 이런 나쁜 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놈에게 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하늘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런 못된 놈을 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땅에 정의가 서겠습니까? 그러니 큰아들은 잔치를 벌이는 아버지가 못마땅해 항변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작은아들, 즉 탕자를 마음에 두고 읽기 때문에 이를 시기하는 큰아들이 오히려 나쁘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에잇! 시기심 많고 속 좁은 놈!’하고 큰아들을 향해 비웃거나 인성이 무너진 나쁜 놈으로 쉽게 치부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그는 평생동안 아버지 곁을 지키며 성실하게 일해 온 아들입니다. 그에 비해 작은아들은 유산을 미리 상속해달라고 하고, 부모 걱정을 끼치며 집을 나가고, 결국 유산을 모두 탕진하고 왔습니다. 상식적으로 누가 더 잘못했고, 누가 더 비난받아야 할까요?

통상적으로 유대 관습에 유산의 상속은 아버지의 죽음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작은아들은 아버지가 살아 있음에도 자기 몫을 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이런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작은아들의 요구는 큰아들이 봤을 때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한 것입니다. 큰아들은 작은아들의 철없는 요구가 몹시도 못마땅했습니다. 또 유산에 대한 관습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유산을 모두 탕진하고 돌아온 작은 아들을 무조건 다시 받아준다니 그건 정말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큰아들은 단순히 자신이 받은 유산을 이제 다시 동생과 나눠야 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반응한 것은 아닙니다. 또 자신이 더 바르게 행동했는데도 더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모욕을 느낀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사회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규칙, 그런 기본적인 규칙들이 깨진 것에 화를 낸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허랑방탕한 사람보다 더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낭비를 축하하는 것은 역시 낭비다. 마땅히 순종해야 할 때 순종하는 사람은 무책임하게 명령을 어긴 사람보다 더 영광을 누릴 자격이 있다. 무책임한 사람이 영광을 누리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충실하게 남아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외면한 사람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낭비가 노동보다 나은 것이 되고 관계를 깨뜨린 것이 충실한 것보다 나은 것이 될 때, 정의는 왜곡되고 가족은 무너질 것이다.’ 하고 큰아들은 생각했던 것입니다.

큰아들의 이런 생각이 이상하게 여겨지시나요? 인과응보의 합리적인 사고, 인간 질서를 유지하는 규칙을 지키는 것, 오늘 우리가, 우리 기독교인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아닌가요? 성실히 신앙을 지키며 하나님을 따라온 우리 기독교 신앙인들은 큰아들이 아닌가요?

이어지는 30절에서 큰아들은 자신이 화가 난 까닭을 설명할 때,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런데 창기들과 어울려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삼켜 버린 ‘이 아들’이 오니까, 그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습니다.”

이제 큰아들은 자신의 동생을 지칭하며 “동생”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 아들”이라고 부르며 선을 그었습니다. 한국어 성경에서는 어법상 생략하고 있지만, ‘이 아들’이라는 표현은 원문에서 ‘당신의 이 아들’(this son of yours)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탕자는 더이상 자신의 동생이 아니고, 그를 환대한 아버지 또한 ‘아버지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이렇게 이상하게 행동하시다니, 이분이 정말

내 아버지가 맞단 말인가? 하고 큰아들은 의심한 것입니다.

그런데 큰아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규칙과 규율에 대한 집착은 자기 의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구별하여 끊임없이 죄인으로 만든 사실입니다. 사회적 규칙을 정해놓고 이행 여부에 따라 전적으로 ‘안에 있거나’ 또는 전적으로 ‘바깥에’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양극화를 조장하고 차별과 배제를 당연한 것으로 만듭니다. ‘작은아들은 분명히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관계로부터 배제받고 ‘바깥에’ 있어야 한다’고 큰아들을 믿었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큰아들은 평생동안 아버지 곁에 있었지만 정작 아버지의 마음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에게 도덕적 규칙보다 사랑의 관계가 우선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서, 일을 잘하고 성실해서, 성품이 착해서 우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그저 있는 그대로 우리를 용납해주고, 두 팔 벌려 우리를 꼭 껴안아 주는 분이라는 사실을 큰아들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자녀로 삼으시고, 사랑으로 보듬아 주실 때 우리의 공로나 우리의 인품을 보고 하셨습니까? 신학자 폴 틸리히의 말대로, 우리가 부족하고 자격 없고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한없는 은혜와 사랑으로 우리를 받아주시고, 용납하여 주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나의 의’로, ‘나의 행실’로 하나님께 인정받고, 자녀삼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하나님의 한없는 은혜 덕분입니다. 작은아들과 마찬가지로 큰아들도 아버지의 은혜와 사랑으로 자녀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어느 신학자의 말처럼, 평생을 아버지 곁에 있으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을 도무지 모르는 이 큰아들이야말로, ‘자기 의’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기독교인이야말로 진짜 탕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은아들이 유산을 들고 나가 망해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결코 그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그가 아직 먼 거리에 있는데 아버지는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서,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춥니다. 여기서 ‘측은히 여기다’(splanchnizomai)라는 단어는 아주 강렬한 감정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이 말의 뿌리에는 ‘창자’라는 단어가 있는데, 고대인들은 인간의 가장 깊은 마음이 창자에 머문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지꼴이 되어 돌아온 아들을 본 순간 아버지는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낀 것입니다. 그 아픔은 이미 도덕적 판단을 초월합니다. 아픔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아픔은 즉각적입니다. 아버지는 달려 나가 아들을 부둥켜안았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부둥켜안음을 통해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들의 아픔은 아버지에게 전달되었고, 아버지의 사랑은 아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고마움이 있었습니다. 살아 있어 고맙고, 받아들여 줘 고맙고….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아버지와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버지는 항변하는 큰아들을 달래며 그도 끌어안으십니다. “너는 시기심이 많고 참 고루한 사람이구나! 어찌 내 맘을 그렇게 모르니?”하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아버지를 충실히 섬겨 준 그 아들을 존중하십니다. 그리고 다정하게 “얘야”하고 부르시고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다 네 것이다.” 하고 그를 다독여주십니다.

예수께서 이 이야기를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말하였을 때, ‘봐라,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 부모의 마음이다!’ 하는 것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자의로 떠난 아들이라도 다시 받아주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거늘, 자의가 아니라 그야말로 자신들을 용납하지 않은 사회적 조건들 때문에 ‘죄인’이 된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묻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말씀하신 ‘잃어버린 것들’은 바로 그들이 정한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율법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이라 해서 ‘죄인’ 취급해버리고, 병든 사람이라 해서 ‘저주받은 사람들’이라고 내몰아쳐 버린 그 태도를 예수님께서는 지금 지적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불가피하게 지키지 못한 것이고, 그들이 병든 것은 힘들게 살고 어렵게 살다 보니 얻게 된 고통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그러나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찾고 싶어 하고 그들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또한 말씀하십니다.

사실 제가 오늘 본문을 성서일과가 아니라 누가복음 15장으로 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불현듯 지금의 제 모습이 큰아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거울 앞에 다가섰을 때, 자신의 모습인 줄 모르고 마냥 웃다가 불현듯 이게 내 모습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씀의 거울에 저 자신을 비추고 보니, 오늘 이야기에 나오는 큰아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구나 싶었던 것입니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하나님의 품에 머물러 있다고 하면서 과연 나는 하나님의 기쁨에 참여하고 있나?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나? 그저 내 자리를 성실히 지킴으로 나의 수고와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성찰이 설교를 준비하는 내내 마음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늘 증언 제목을 ‘환대와 포용’이라고 붙였습니다. 환대(歡待)의 사전적 의미는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입니다. 포용(包容)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받아들임’입니다. 집 나간 아들을 다시금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하는 아버지의 자세가 바로 ‘환대(歡待)’입니다. 또 아버지의 뜻을 깨닫지 못한 두 아들을 너그럽게 감싸주며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마음이 바로 ‘포용(包容)’입니다. 오늘 본문의 두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 그 핵심메시지가 바로 “환대와 포용”인 것입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음이고,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따르는 교회는 언제나 환대와 포용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마음에 잇대어 환대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환대와 포용은 그저 무심하게 적대하지 않는 것에 머물러 있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닙니다.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 무관심과도 다릅니다. 적극적으로 맞아들이고 내 안으로 깊이 받아들여 감싸는 일입니다.

우리가 아버지의 사랑에 감동하고 물들어서, 이 사랑을 누구에게 베풀 수 있는지를 돌아볼 때만, 곧 어떤 상처로 남몰래 피눈물을 흘리는 이웃에게, 인종이나 성별, 나이, 장애 여부, 고향, 외모, 성적 지향, 종교 등으로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배제된 소수자들에게 이 사랑을 베풀고자 노력할 때에만 우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마음을 진정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 누리는 그 하늘의 기쁨이 어떤 의미이며 어떤 행복인지를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 사랑으로 따뜻해지고 감동할 때만 분명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그저 하나님 곁에 머물러 있음에 안주하지 말고, 하나님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되고,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이 드러나도록 힘쓰십시오. 도덕적 판단으로 누군가를 배제하기보다, 사랑으로 우리의 이웃을 환대하고 포용하고자 노력하십시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곳에서 우리가 함께 기뻐할 때, 하나님이 탄식하시는 곳에서 우리가 함께 탄식할 때, 우리의 심장이 아버지의 심장 박동과 똑같이 뛸 때, 우리는 하나님과 더불어 기쁨과 평화를 풍성히 누리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가 제정한 2024년 그리스도인 평등주간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주 증언 제목은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증언 제목은 ‘환대와 포용’입니다. 2024년 그리스도인 평등주간을 맞이하는 오늘,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또 한 주간의 삶에서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 환대와 포용’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