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죽으리라!

20모르드개는 이 모든 사건을 다 기록하여 두었다. 그는 또, 멀든지 가깝든지, 아하수에로 왕이 다스리는 모든 지방에 사는 유다 사람들에게 글을 보내서, 21해마다 아달월 십사일과 십오일을 명절로 지키도록 지시하였다. 22그날에 유다 사람이 원수들의 손에서 벗어났으며, 그날에 유다 사람의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었고, 초상날이 잔칫날로 바뀌었으므로, 모르드개는 그 이틀 동안을, 잔치를 벌이면서 기뻐하는 명절로 정하고, 서로 음식을 나누어 먹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로 지키도록 지시하였다. (에 9:20-22)

그리스도인이란?

여러분은 ‘그리스도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유명한 신학자는 오래전에 어떤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예수에게 속하여 있음을 느끼므로, 그의 이름을 따서 우리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인 “크리스천”이다. 적어도 우리는 크리스천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예수 없이 사는 것보다 예수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의 삶과는 다른 삶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또한 예수께서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주심으로써, 즉 우리를 현재의 우리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하여 더 낫게 만들어 주심으로써 우리를 도우신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Dorothee Soelle, 󰡔나를 따르려면󰡕 5쪽에서)

죌레에 따르면 다음의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면 그리스도인입니다. ⑴ 예수 없이 사는 것보다 예수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⑵ 현재의 삶과는 다른 삶을 추구하고 있다. ⑶ 예수가 그 길을 보여주심으로써 우리를 도우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죌레의 설명에 따르면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크리스천입니까? 적어도 크리스천이 되려고 노력은 합니까? 예수가 보여준 ‘현재의 삶과는 다른 삶의 길’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십자가의 길’이 아닙니까? ‘십자가의 길’이 무엇인지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애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한자리를 요구했을 때 했던, 예수의 대답에 잘 나와 있습니다.

43b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44너희 가운데서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 45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 위하여 치를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내주러 왔다. (막 10:43b-45)

그렇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낮아지고, 나누고, 섬기는 길입니다. 후에 바울은 이를 빌립보서 2장에서 ‘케노시스’(kenosis/비움) 그리스도론으로 설명합니다. 바로 이것이 ‘세상의 넓은 길’과 구별되는 ‘예수의 좁은 길’이고, 인류 문명이 걸어온 ‘죽음의 길’과 대조되는 기독교가 추구해 온 ‘생명의 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세속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꺼이 손해를 보려고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망각하면 기독교는 타락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위 ‘삼박자 축복’—‘영혼이 잘되는 축복, 범사에 잘되는 축복, 강건하게 되는 축복’을 위태위태하다고 봅니다. 이는 세속적 이득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소위 ‘번영신학’과 ‘청부론’과 같은 그 아류 신학들 역시 위태롭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위기’는 그런 신학들이 인간의 탐욕을 부추겨서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입니까?

아무튼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낮아짐, 비움, 나눔, 섬김 등을 기꺼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결단입니다. 그 결단의 주도권(initiative)은 내가 아닌 하나님에게서 옵니다. 기독교는 이를 전통적으로 그리고 역설적으로 ‘은혜’라는 말로 표현해 왔습니다. ‘자발적 비움’은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인간의 죄성’입니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스스로 죄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남이 바로 ‘예수’입니다. 예수가 앞서간 십자가의 길을 따르면 인간은 비로소 죄에서 해방되어 자유할 수 있습니다. 그게 구원입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핵심 주장이요, 믿음입니다.

쉽게 말하면, 세상 사람들은 높아지고, 채우고, 소유하고, 섬김받는 것을 추구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낮아지고, 비우고, 나누고, 섬기는 길에 따릅니다. 왜? 그렇게 해야만 내가 참된 자유를 얻고, 나만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속적으로 보면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바보가 되는 것이고 손해 보며 사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묻습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여러분은 ‘그리스도인’입니까? 적어도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노력은 합니까? 오늘 본문은 비록 구약 시대에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더 그리스도인으로 살았던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여인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하나님 백성들을 위해 자기 전부를 기꺼이 포기했습니다. 그 여인은 신구약 성경 66권 가운데 자신의 이름으로 된 성경을 남긴 두 명의 여인 가운데 한 사람인 ‘에스더’입니다.

이방인 고아 소녀에서 페르시아 대제국 왕비가 된 에스더

에스더는 페르시아에 살던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바빌론이 남 왕국 유다를 멸망시켰을 때 포로로 잡혀 왔습니다. 타향살이, 그것도 유배살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가실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부모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에스더는 타향 페르시아에 천애고아로 홀로 남겨졌던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촌 오빠 모르드개가 그녀를 양녀로 삼아 몸 붙일 곳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남의집살이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는 여자를 사람이 아니라 가장의 재산목록 중 하나로 취급하던 시대였기에, 친부모도 아닌 양부모 밑에서 자란 에스더의 처지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실 것입니다.

그녀는 당시 사회에서 소수자/minority였고, 고아였고, 여자였습니다. 한 마디로 그녀는 그 사회의 가장 밑바닥 신분이었고 눈곱만큼의 희망도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하나님에게서 받은 은총이 하나 있었는데, 성경은 그것을 “에스더는 몸매도 아름답고 얼굴도 예뻤다”(2:7)는 말로 전합니다. 그래서 에스더는 신데렐라가 되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양성평등 사회와 다른 성차별 사회에서, 백마 탄 멋진 왕자님이 나타나 그녀를 신부로 삼는 환상은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녀의 판타지가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대제국 페르시아의 왕 아하수에로의 왕후 와스디가 왕의 명령에 불복하여 왕비 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났고, 남아시아 인도에서 북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이르는 페르시아 대제국에 속한 전국 백스물일곱 지방에서 각각 한 명씩 뽑은 백스물일곱 명의 왕비 후보 궁녀 가운데 에스더도 뽑혀 왕궁으로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궁궐 생활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멋진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었습니다. 일하기는커녕 자신을 보좌하는 하인까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단 하루만이라도 왕궁에서 살아봤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왕의 처소에 들었던 동료들이 하나하나 탈락하면서, 잘하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왕의 내시 헤개의 신임을 받고 있으니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준비하면서 기다린 보람이 있어 드디어 왕을 만났습니다. 왕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녀의 머리 위엔 드디어 왕비의 관이 쓰였습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고 에스더의 인생은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이방인 고아 소녀가 페르시아 대제국의 왕비가 되었으니, 그녀의 신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꼭대기로 급상승했던 것입니다.

왕비가 되던 날 에스더는 두 가지를 굳게굳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유대인인 것을 밝히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유대인들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자기 ‘민족 정체성/ethnic identity’가 밝혀지면 모함을 받아 왕비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왕의 명령에 복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왕비 와스디가 왕의 명령에 불복종하여 왕비 자리에서 쫓겨났으니, 그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왕비 자리를 오래도록 보존하는 길임을 그녀는 잘 알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세계 제일의 대제국 페르시아의 왕비로서의 궁중 생활은 너무나 달콤했습니다. 이제 에스더는 이방인 고아 소녀라는 구차한 옛 신분으로 도저히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지금의 풍요와 평안과 안락과 지위를 누리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느 날 사촌 오라버니이자 양아버지인 모르드개가 찾아와서 총리 하만의 모함과 음모로 동족 유대인들이 전멸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왕에게 나아가 사정하고 자비를 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에스더는 다음과 같은 말로 그의 청을 정중히 거절합니다.

임금님이 부르시지 않는데, 안뜰로 들어가서 왕에게 다가가는 자는, 남자든지 여자든지 모두 사형으로 다스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법은 모든 신하들과 왕이 다스리는 모든 지방 백성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4:11)

모르드개의 부탁은 왕비로서의 모든 기득권뿐만이 아니라 자기 목숨까지도 내놓으라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왕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왕에게 나아가면 법을 어기는 것이기에 전 왕비 와스디처럼 왕비 자리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생명까지 잃을 수 있었습니다. 만에 하나 이야기할 기회를 얻어도 유대인들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려면 자기가 유대인임을 밝혀야 하기에 왕비 자리를 잃게 될 것이 뻔했습니다. 한 마디로 위험(risk)이 너무 켰습니다. 자기가 지금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그것을 포기하라니, 거기다가 하나밖에 없는 자기 목숨까지 포기하라니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더구나 왕이 자신을 부르지 않은 지 벌써 30일이 지났는데, 그것은 자기에 대한 왕의 사랑이 식었을지도 모른다는 신호인데, 그런 판국에 왕 앞에 나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짓이었습니다. 한마디로 impossible한 mission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르드개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지금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 유대인들의 억울한 사정을 왕에게 이야기할 사람은 왕비인 너밖에 다른 사람이 없다. 네가 지금 왕비의 자리에 오른 것은 이런 때 이런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것이다”라는 것이 모르드개의 주장이었습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가 왕후라는 지위를 가졌기에 그녀에게 청합니다. 하지만 에스더는 왕후라는 자신의 지위를 잃을까 봐 두려워 그 청을 거절합니다. 모르드개는 하나님 백성의 안위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에스더는 그녀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합니다. 모르드개는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백성을 이 도탄에서 구할까를 근심합니다. 하지만 에스더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를 근심합니다. 모르드개는 하나님의 바람을 먼저 구합니다. 하지만 에스더는 자신의 바람을 먼저 구합니다. 모르드개는 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스더는 페르시아 왕국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입니까!

그런데 이런 에스더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에 다름 아닙니다. 우리는 내가 가진 지위와 삶의 방식을 포기하기 싫어합니다. 상승하고는 싶어도 결코 하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입니다. 그게 우리입니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 사는 또 다른 에스더입니다.

마침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위대한 여인 에스더

오늘 증언 제목은 이렇듯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던 에스더가 결심하는 장면에 나오는 성구입니다. “네가 지금 왕비의 자리에 오른 것은 이런 때 이런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것이다”라는 말이 그녀의 양심을 흔들었습니다.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말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던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모든 것,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실 때 기꺼이 돌려 드리리라! 그것이 왕비 자리 아니라 내 목숨까지라도 그렇게 하리라!” 에스더는 이렇게 결심하고 “죽으면 죽으리라! 죽게 되면 기꺼이 죽으리라!”(4:16) 말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왕비로서의 기득권뿐만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까지도 하나님께 내어놓습니다.

그리고 사흘간 금식기도에 들어갑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니 하나님께 돌려드리자. 왕비 자리도, 내 목숨도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자. 그러다가 죽게 되면 기꺼이 죽으리라!” 이렇게 결심했지만, 한 가닥 남은 미련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선뜻 나설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족 유대인들에게 금식기도를 부탁하고, 자신도 기도를 드렸던 것입니다. 진짜 기도는 하나님께 내 뜻과 바람을 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에, 하나님의 바람에 내가 복종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이런 기도는 비겁한 자를 용감한 자로 바꿉니다. 이런 기도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킵니다. 이런 기도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하나님 중심적인 사람으로 바꿉니다. 에스더는 사흘간의 금식기도를 통해 전적으로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에스더는 왕비 자리는 물론, 자기 목숨까지 하나님께 all-in하고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고자 하는 사명을 띠고 왕 앞에 나아갑니다. 사흘 밤낮을 기도했으니 그 몰골이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왕은 에스더를 환영합니다. 환영했을 뿐만 아니라 왕국의 절반이라도 주겠다고 합니다. 에스더는 하나님이 왕의 마음을 움직이셨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하지만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립니다. 다음 날 아침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밤새 왕은 잠이 오지 않아 왕조실록을 읽었고, 몇 년 전에 모르드개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었는데도 아무 보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 큰상을 내렸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사태를 역전시킨 것입니다. 자기를 포함한 동족 유대인 전체를 몰살하려던 악마 하만은 오히려 그가 쳐 놓은 올가미에 걸려 죽었습니다. 그리고 전멸할 위기에 처했던 동족 유대인은 오히려 어깨 펴고 살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었음에도 왕은 자기에 대한 총애를 거두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를 더욱 총애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자기 신분이 노출될지를 불안해하며 왕비 자리를 앉아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자기의 민족 정체성/ ethnic identity를 자랑하며 아무 염려 없이 왕비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사촌 오라버니이자 양아버지인 모르드개는 페르시아 대제국의 수상으로 임명되어 부와 명예를 차지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반전입니까! 그렇습니다. 에스더가 자기의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이미 하나님은 그보다 더 크고 좋은 것을 예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포기할 때 더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

오늘 본문 말씀은 ‘부림절’이라는 유대교 명절의 기원을 소개합니다. 본문 22절은 “그날에 유다 사람이 원수들의 손에서 벗어났으며, 그날에 유다 사람의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었고, 초상날이 잔칫날로 바뀌었다”고 증언합니다. 에스더가 세계 대제국 페르시아의 왕비 자리를 포기했을 때 유대 백성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가 하늘 보좌를 포기했을 때 온 인류를 구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와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하나님에게서 받은 은사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재산, 내가 가진 지식, 내가 기진 지혜, 내가 가진 지위, 내가 가진 재능, 내가 가진 능력, 내가 가진 건강, 내가 가진 시간, 이 모두가 다 은사입니다. 하나님에게서 거져 받은 것입니다. 이제 그것을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아닌 남을 위해서, 하나님 백성을 위해서,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해서 사용해 보십시다. 자기중심의 사람에서 하나님 중심의 사람으로 변해 보십시다. 그리하면 내가 내놓은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더 놀라운 하나님의 선물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자신만을 위해 움켜쥐는 자는 빼앗길 것이고, 이웃을 위해, 하나님을 위해 크게 포기하는 자는 더 큰 것을 돌려받게 될 것입니다. 먼저 그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십시오, 그리하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 모든 것을 더불어 받게 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