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1아, 절망이다! 나는,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과일나무와도 같다. 이 나무에 열매도 하나 남지 않고, 이 포도나무에 포도 한 송이도 달려 있지 않으니, 아무도 나에게 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지 못하는구나. 포도알이 하나도 없고,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무화과 열매가, 하나도 남지 않고 다 없어졌구나. 2이 땅에 신실한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정직한 사람이라고는 볼래야 볼 수도 없다.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다만, 사람을 죽이려고 숨어서 기다리는 자들과, 이웃을 올가미에 걸어서 잡으려고 하는 자들뿐이다. 3악한 일을 하는 데는 이력이 난 사람들이다. 모두가 탐욕스러운 관리, 돈에 매수된 재판관, 사리사욕을 채우는 권력자뿐이다. 모두들 서로 공모한다. 4그들 가운데서 제일 좋다고 하는 자도 쓸모없는 잡초와 같고, 가장 정직하다고 하는 자도 가시나무 울타리보다 더 고약하다. 너희의 파수꾼의 날이 다가왔다. 하나님께서 너희를 심판하실 날이 다가왔다. 이제 그들이 혼란에 빠질 때가 되었다. 7그러나 나는 희망을 가지고 주님을 바라본다. 나를 구원하실 하나님을 기다린다. 내 하나님께서 내 간구를 들으신다. (미 7:1-4.7)

2024년 기후정의주일

오늘은 ‘창조절’ 두 번째 주일이고, ‘기후정의주일’로 지킵니다. 지난 2021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세계 기후 행동의 날’ 직전 주일을 ‘기후정의주일’로 제정했습니다. 그래서 2022년부터 지키기 시작했고, 올해가 한국교회 세 번째 ‘기후정의주일’입니다.

작년 ‘기후정의주일’에도 소개했는데, ‘기후정의주일’ 제정의 계기가 된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은 스웨덴의 한 소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8월부터 스웨덴 의회 앞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홀로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는 15세 소녀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레타 툰베리’였습니다. 처음에는 1인 시위로 시작했는데, 그레타 툰베리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시위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날이 갈수록 점점 많은 청소년이 동참했고, 2019년에는 전 세계 청소년 연대 ‘미래를 위한 글로벌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 for Future)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9월에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앞두고 툰베리가 세계 시민들에게 9월 20일에 기후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했는데, 툰베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전 세계 시민사회는 2019년부터 매년 9월 마지막에서 두 번째 금요일을 ‘세계 기후 행동의 날’(Global Climate Strike)로 정하고 함께 행동하고 있습니다. 5년 전인 2019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내 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기후위기의 피해 당사자는 미래세대인 청소년뿐이 아닙니다. 남녀노소 우리 모두입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 9월 20일 ‘금요일’이 아니라, 21일 ‘토요일’에 전국적으로 ‘기후정의행진’을 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추석 등의 이유로 어제 9월 7일(토)에 강남역 인근에서 ‘907기후정의행진’을 했고, 우리 교회에서도 여러분이 참석하셨습니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의 주제는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였습니다. 이 주제를 그대로 오늘 증언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기후변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많은 것이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결국 모두 변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가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후’입니다. ‘날씨’(weather)와 ‘기후’(climate)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날씨’는 그날그날 경험하는 맑고, 흐리고, 덥고, 춥고, 비가 내리고 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후’는 이러한 날씨를 30년 동안 평균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날씨와 기후를 사람에게 비유하면, 날씨는 ‘기분’이고, 기후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기쁠 때, 슬플 때, 화날 때가 있습니다. 이렇듯 기분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날씨도 우리 기분처럼 달라지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기후는 성격인데, 이건 잘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활발한 사람도 있고, 차분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의 성격이 변했다면, 어른들 표현으로는 죽을 날이 가까운 것입니다. 이처럼 성격은 함부로 변화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입니다.

날씨를 30년 동안 평균한 것이 기후라고 했는데, 매일매일의 날씨는 변해도 그 30년 평균값인 기후는 변화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지속되어야 하는 기후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바로 여기에 큰 ‘위험’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기후위기, 기후재앙을 가져왔고, 급기야 기후지옥을 말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역대급 무더위

올여름 더위, 무척 길고 힘들었습니다. 꽤 더우셨지요? 2024년 한국의 여름은 1994년, 2018년에 이어 ‘역대급 폭염’이 있던 여름입니다. 열대야 기록이 곳곳에서 새로 쓰였습니다. 제주에서는 무려 47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졌고, 서울도 34일 동안 열대야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8℃로 전국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보면 올해 7월은 작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뜨거운 7월로 기록됐습니다. 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4년 7월 전 지구 평균 기온은 16.91℃로, ‘역대 최고 기온’인 2023년 7월에 비해 불과 0.04℃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30℃를 훌쩍 넘는 ‘뜨거운 맛’을 봤던 한국인에게는 너무도 낮아 보이는 기온이지만, 이는 북극부터 남극까지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이기에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기준으로 삼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과 비교해 보면, 그 심각성은 바로 와 닿습니다.

‘기후변화 마지노선’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1.5℃’입니다. 7월의 월 평균 기온만 놓고 봤을 때, 2023년 7월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2℃ 높았습니다. 기준점을 넘은 것입니다. 2024년 7월의 경우엔 산업화 이전 대비 1.48℃ 높은 상태로, 그에 근접했습니다. 1979년부터 2024년까지의 7월 평균 기온을 나타낸 막대그래프를 보면, 불과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달궈져 봤자 산업화 이전 대비 1℃ 안팎에서 ±0.1℃ 수준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2023년과 2024년의 7월은 전에 본 적 없는 높은 기온이 기록된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기후변화’라고 부르는 것은, 달라지는 것이 비단 ‘기온’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달궈지면서 뒤죽박죽된 것은 대기의 온도뿐 아니라 땅과 바다 온도도 마찬가지였고, 그 결과 지구의 ‘물 순환’을 부르는 강수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 그로 인한 범람,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긴 장마, 가뭄으로 인한 산불 등의 변화 말입니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거의 모든 재앙의 원인은 바로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농산물 가격 폭등, 난기류, 낙뢰, 용오름 등도 ‘기후변화’가 그 원인입니다.

기후지옥

누군가 이런 말을 합니다: “올여름 상당히 더우셨지요? 하지만 이번 여름이 당신이 앞으로 경험하게 될 여름 가운데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입니다.” 저는 이 말에 ‘공포’를 느낍니다. 제가 30여 년 전에 일본 도쿄돔에서 탔던 놀이기구가 있습니다. 제가 타보았던 온갖 놀이기구 가운데 가장 큰 공포를 느꼈던 것이었습니다. 반지름이 5m쯤 되는 둥근 원반에 사람들이 난간을 잡고 밖을 보고 서 있으면 기구가 천천히 11m를 올라갑니다. 연구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사람은 아파트 4층 높이인 11m에서 가장 큰 공포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11m 이상의 높이에서는 시야가 넓어지고 밑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얼마나 높은지 정확히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11m 높이일 때는 시각적으로 바닥이 정확히 보여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그 11m 높이에서 잠시 멈춘 놀이기구는 갑자기 툭 떨어졌습니다. 발바닥이 공중에 살짝 들릴 정도니까, 거의 자유낙하에 가까웠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하도 짧은 시간이라 공포를 느낄 겨를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3번 반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올라갈 때는 몰랐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올라갈 때는 공포의 높이 11m까지 올라가고, 거기서 자유낙하를 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올라가는 내내 두려웠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올여름 무더위를 경험한 저는 내년 여름이 오는 것이 벌써 두렵습니다.

단지 저는 ‘더위서 매우 불편하고 힘든 정도’지만 양계업이나 양식업에 종사하는 분이 느끼는 폭염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것 같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이 100만 마리가 넘습니다. 8월 31일 기준으로 가축 117만 8천 마리가 죽었습니다. 특히 이중 가금류 피해는 110만 4천 마리에 달합니다. 그야말로 ‘닭장’ 같은 환경에서 살다 ‘익어 죽은’ 것입니다. 더위는 수온도 끌어 올립니다. 더워진 물은 산소를 품지 못해 내뱉어 버리고, 수생식물은 죽음에 이릅니다. 충남 태안에서 우럭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은 3년간 애지중지 키운 우럭이 모두 죽었다며 폐업을 고민합니다. 양식장 피해는 3천만 마리에 근접합니다. 저들에게 ‘기후지옥’은 이미 현실이 아닐까요?

폭염으로 인한 죽음은 가축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에게도 일어납니다. 과거에는 추워서 죽거나 얼어서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워서 죽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스에 많이 나옵니다. 무더위 속에서 일하던 배달노동자, 옥외노동자, 농업노동자 등이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합니다.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

어제 ‘907기후정의행진’에 앞서 열렸던 ‘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에서 설교한 이쁜이 사제에게 책 한 권을 소개받았습니다. 책 제목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입니다. 출판사 서평 중에 일부를 소개합니다.

노동자는 다만 일이 위험해서 다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위험한 일도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면 다치지 않는다. 우리가 안전보다 이윤을, 존중보다 차별을 선택할 때 그 노동의 현장에서 누군가 다치고 죽는다. 일하다 사람이 다치고 병들고 죽는 사회를 멈추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지난 20여 년간 노동자의 고통을 찾아내고 분류하고 측정해서 이름을 붙여온 이들이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통을 드러내고 고통에 이름을 붙여 사회에 알리는 일을 한다.

근골격계 질환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도 있었다. 감춰져 있던 고통에 이름이 생기면 사회가 아픔을 나누고 위험을 줄일 방법을 의논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아픔에 붙은 이름을 부를 때, 노동자의 고통은 더 빨리 줄어들고, 일의 위험도 줄 수 있다.

변화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 애써서 만드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감춰져 있던 고통에 이름을 붙이면 그것을 부를 수 있고, 관심할 수 있고, 의논해서 제도적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웅변합니다. 어제 기후정의행진에서 외쳤던 11개의 요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 우리의 요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불평등이 기후재난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권·노동권·기본권을 보장하라.

2. 위기에도 존엄하게 살 권리! 차별 철폐, 돌봄 증진, 공공 의료 및 공공 교통 확충하라.

3.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건설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폭주를 멈추고 에너지정의 실현하라.

4. 기업을 위한 무한정 에너지 공급과 송전탑 건설 중단하고,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탈석탄·탈화석연료 계획 마련하라.

5. 민주주의와 공공성 훼손하는 재생에너지 민영화 중단하고,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롭게 전환하라.

6. 노동자·시민 주도 정의로운 전환, 기후정의·사회정의에 기반한 산업구조 실현하라.

7. 이윤을 위한 생태파괴,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 4대강 보 사업을 철회하라.

8. 농업재해 대책과 생태농업전환 계획 수립하고, 먹거리기본권 및 농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9. 비인간 동물을 상품화하는 공장식 축산을 정의롭게 전환하고, 동물 착취 시스템을 철폐하라.

10. 무기 수출·전쟁 지원 중단하고, 군비 축소·반전 평화 실현하라.

11. 한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하고 국제적 책임을 다하라.

요구 사항이 많고 광범위하지요? 이유는 앞서 밝혔듯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거의 모든 재앙의 원인이 ‘기후변화’이기 때문에 해결책도 모든 사회문제를 포함해서 그렇습니다.

혼자 살래, 같이 살래?

끝으로 오늘 본문 말씀인 미가서 말씀을 잠깐 보겠습니다. 이 말씀은 ‘에큐메니컬 창조절’ 구약 본문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미가는 당시 사회의 절망적인 상황을 고발합니다. 마치 열매 하나 없이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과일나무 같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신실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 살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심판입니다. 공멸입니다. 하지만 미가는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바로 주님입니다. 본문 7절을 다시 볼까요?

그러나 나는 희망을 가지고 주님을 바라본다. 나를 구원하실 하나님을 기다린다. 내 하나님께서 내 간구를 들으신다.

제가 지난 주일에 성경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성경의 기다림은 막연한 기다림,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닙니다. 적극적인 기다림, 능동적인 기다림입니다. 즉, ‘행동’하면서, 비록 원하는 결과가 늦어지더라도 인내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탭니다. 우리가 행동하는 이유는 꼭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면 정말 좋겠지만, 혹시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 행동이 옳기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옳고, 정의이고, 하나님의 편에 서는 일이기에, 마땅히 기꺼이 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결과나 성패에 상관없이, 기쁘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아니 기독교를 신앙한다고 하는 것,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하는 것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복음성가 중에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라는 곡이 있는데, 그 가사는 이렇습니다.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 감사해요 주님 뜻을 믿기 때문이죠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 사랑해요 합력해서 선을 이루어요

언제나 나를 향한 신실하신 사랑 우리를 향한 그 크신 사랑

우리가 함께 높이며 주를 찬양해 할렐루야 하나님께 영광

이 노래는 손뼉 치고 춤을 추며 신나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진정으로 ‘아멘’ 할 수 있다면 참 신앙인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언젠가 변절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무모해 보여도 기꺼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후정의 행동도 그런 것입니다.

사막화되어 가는 아프리카를 살리기 위해 나무 3,000만 그루를 심은 사람이 있습니다. 케냐 출신 왕가리 마타이 여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2004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그녀는 이렇게 연설했습니다.

숲에 불이 나면 모든 동물이 도망갑니다. 그런데 달아나지 않고 숲을 지키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벌새’입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새는 숲에 불이 나면 개울가에서 그 작은 부리로 물을 머금고 와서는 불붙은 나무 위에 뿌립니다. 숲을 집어삼킬 수도 있는 큰불에 비하면 벌새의 이런 행동이 하찮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벌새에게서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에 물 한 모금이라도 뿌리려고 날아다니는 벌새가 있는 불타는 숲은 희망이 있습니다. 벌새가 바로 희망입니다. 혼자 살겠다고, 나라도 살겠다고 달아나지 않고, 함께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907기후정의행진에 모인 3만 명은 남한 인구 5천만 명에 비하면 극소수입니다. 남한의 개신교회가 6만 개라는데, 녹색교회 150개는 너무 초라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있고, 그 교회들이 있어서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그 희망으로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꿉시다. 동시에 나와 한국교회를 바꿉시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벌새가 되어 이 세상에 희망이 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