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

19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0피조물이 허무에 굴복했지만, 그것은 자의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굴복하게 하신 그분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소망은 남아 있습니다. 21그것은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 얻으리라는 것입니다. 22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하며, 함께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23그뿐만 아니라, 첫 열매로서 성령을 받은 우리도 자녀로 삼아 주실 것을, 곧 우리 몸을 속량하여 주실 것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24우리는 이 소망으로 구원을 얻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소망은 소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바라겠습니까? 25그러나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면, 참으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롬 8:19-25)

2024년 (에큐메니컬) 창조절 시작

오늘부터 2024년도 ‘창조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979년 ‘새역사 25주년 기념총회’에서 ‘창조절’을 지키기로 결의하여, 우리 교단 소속 교회는 매년 9월 첫째 주일부터 대림절 직전 주일까지 3달을 ‘창조절’로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단이 지켜온 창조절과 달리,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34일 동안 지키는 창조절도 있습니다. 그것을 ‘세계교회 창조절’ 또는 ‘에큐메니컬 창조절’이라고 합니다. ‘에큐메니컬 창조절’은 그 이름처럼 로마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많은 개신교회까지 에큐메니컬 하게 지키는 창조절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많은 교회가 이 에큐메니컬 창조절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989년에 故 디미트리오스 동방정교회 세계 총대주교가 매년 9월 1일을 ‘창조 세계를 위한 기도의 날’로 지키자고 호소했습니다. 2001년에 유럽의 주요 기독교 교회들이 이를 수용했고, 2015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로마가톨릭교회에서도 이를 수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은 많은 기독교 교회가 ‘창조 세계를 위한 기도의 날’인 9월 1일부터 가톨릭교회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인 10월 4일 사이의 시간을 ‘창조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찬송가 69장 가사인 “피조물의 찬가”를 지은 성 프란치스코는 창조 세계를 돌보는 사람들의 본보기이자 모범입니다.

에큐메니컬 창조절은 전 세계 22억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결속하는 특별한 절기입니다. <2024년 창조절 안내서> 서문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매해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그리스도인 가족은 우리 ‘공동의 집’을 보호하기 위한 기도와 행동을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기 위해 연합합니다. 이 절기는 우리가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고, ‘창조’를 창조된 모든 선물을 사랑하고 돌보도록 우리를 동역자(co-worker)로 부르시는 거룩하고 지속적인 행위로 인정하는 특별한 절기입니다. 전 세계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창조 세계를 돌보라는 공동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함께 창조된 존재이며, 하나님이 만든 모든 것의 일부입니다. 우리의 안녕은 지구의 안녕과 이어져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가져온 에큐메니컬 운동

교회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서 잉태된 기독교는 바울의 에클레시아 운동을 통해 지중해 로마제국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유대교로부터 갈라져 나와 기독교가 되었습니다. 초기 기독교는 이런저런 공의회를 거치면서 보편교회와 비(非) 보편교회로 소(小) 분열했고, 보편교회인 가톨릭교회는 서방교회와 동방교회, 즉 로마가톨릭교회와 정교회로 대(大) 분열했습니다. 또한 ‘16세기 종교개혁’으로 로마가톨릭교회에서 많은 개신교회가 갈라져 나왔고, 이후로 각 개신교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더 갈라졌습니다.

그런데 ‘에큐메니컬 창조절’은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교회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습니다. 이 일에 진보교회만 결속한 것이 아닙니다. 보수교회도 연합했습니다. ‘창조절’을 통해 진정한 ‘에큐메니컬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교회는 분열의 역사를 끝내고 통합의 새역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기적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기후위기’입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그동안 분열해 왔던 교회가 하나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JPIC는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이 처음으로 제안한 것인데, 그것을 ‘세계교회협의회’(WCC)가 1983년에 열린 밴쿠버 총회에서 ‘세계교회가 수행할 에큐메니컬 선교과제’로 채택·계승했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한 후에는 오히려 로마가톨릭교회가 개신교회보다 이 일에 더 열심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2천 년간 분열에 분열을 거듭해 왔던 기독교회가 ‘기후위기’ 앞에서 ‘정의, 평화, 창조 세계의 온전성 회복’(Justice, Peace, Integrity of Creation)이라는 공통의 선교과제로 다시 하나가 된 것입니다.

창조 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

2024년 세계교회 창조절의 주제는 “창조 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입니다. 올해 주제와 관련해서 특별한 것은 여러 이유로 창조 세계/Creation이라는 단어를 대문자로 쓰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창조 세계가 ‘인간을 위해 창조된 대상’이 아니며, ‘동료 피조물로서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도록 부름을 받은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함입니다. 또한 ‘창조 세계’를 대문자로 표기함으로써 창조된 질서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지속적인 창조 행위의 신비에도 주목하고자 했습니다.

본문 22절은 “창조 세계가 해산의 고통 가운데 탄식하고 있다”라고 증언합니다. 이 성경 말씀은 ‘지구를 해산할 때 신음하는 어머니’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도 ‘피조물의 찬가’에서 지구를 우리의 자매이자 어머니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인류는 지구를 사용하기 위한 자원으로만 이해하고, 마음대로 소비하고 학대해 왔습니다. 우리가 지구를 돌보지 않는데, 어떻게 어머니 지구가 우리를 돌볼 수 있겠습니까? 창조 세계는 우리의 이기심과 어머니 지구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인해 지금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남아 있습니다. 성서적 맥락에서 희망한다는 것은 가만히 서서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투쟁 가운데 탄식하고 울부짖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해산하는 것처럼, 우리는 극심한 고통의 시기를 겪지만, 새로운 생명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문 19절은 “창조 세계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라고 증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은 자신이 창조주가 아니라 피조물임을 겸손히 깨닫고,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입니다. 동시에 하나님의 지으신 창조 세계를 은총의 선물로 감사하고, 사랑하고, 존중하고, 돌보며, 그로부터 배우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창조 세계의 희망입니다. 따라서 메시아 같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이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희망과 관련해 성 어거스틴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희망에게는 아름다운 두 딸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분노와 용기입니다.

분노는 현실에 대한 분노이며,

용기는 현실을 그대로 두지 않으려는 용기입니다.

지구와 온 생명의 울부짖음과 고통을 목격했을 때, ‘거룩한 분노’가 정의를 향한 희망적이고 적극적인 ‘용기’로 여러분을 인도하게 하십시오. 그 분노와 용기는 우리를 행동하게 할 것입니다. 희망이란 비록 그 행동의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행동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피노자가 아니라)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했던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행동하고자 할 때 ‘하나님 아들의 육신을 입으심’이 곤경에 처한 세상을 마주하게 하는 지침을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희생이나 자기 포기나 헌신 없는 희망은 없습니다. 또 하나 명심할 것은 희망은 혼자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희망은 전염되고 반드시 또 다른 희망을 낳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 25절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면, 참으면서 기다려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기다림은 막연한 기다림,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닙니다. 적극적인 기다림, 능동적인 기다림입니다. 즉, ‘행동’하면서 결과가 늦어져도 인내하며 끝까지 기다리는 것을 뜻합니다.

창조절 탄소금식과 탄소헌금 동참

여러분은 신도회 단톡방을 통해서 8월 24일 토요일에 “2024년 창조절 탄소금식과 탄소헌금에 함께 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을 받아보셨을 것입니다. 이 안내문은 전 기장교회에 보내는 목회서신으로 쓴 것입니다. 다 읽어보셨겠지만,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와 열대야 때문에 고생 많으셨지요?

이제 매스컴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지옥을 말하고 있습니다.

6차 대멸종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점점 크게 들립니다.

과연 인류는 기후지옥과 6차 대멸종을 막아 낼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지금처럼 산다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과 탄소금식 등으로 탄소 발생을 최대한 줄이고,

탄소흡수원을 최대한 늘려서 하루속히 탄소중립을 이룬다면 가능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부터 회개하고 지금과 다르게 산다면 분명 희망이 있습니다.

9월부터 창조절이 시작됩니다.

창조주 하나님을 경외하며,

‘보시기에 좋았다’ 하신 창조세계의 온전성 회복에 힘 모으는 계절입니다.

이를 위해 창조절 탄소금식을 시행하고자 합니다.

총 7주 동안 매주 집중과제와 이에 따르는 실천사항을 지켜

탄소 발생을 줄이는 생활이 우리의 습관이 되게 하십시오.

또한, 탄소금식 기간 중 자가용 이용과 비행기 탑승을 삼가고,

이용 시 탄소헌금을 드립니다.

탄소헌금은 의무가 아니라,

창조세계의 온전성 회복에 헌신하겠다는 표시입니다.

그러니 자가용 이용이나 비행기 탑승에 상관없이

각자 형편껏 정성을 모아주십시오.

모인 헌금은 지교회의 생태·환경 선교사업이나,

여러 교회가 연합하여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확산하는 일에 쓰일 예정입니다.

창조절 탄소금식과 탄소헌금 참여로

하나님 창조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고

우리의 미래를 지켜냅시다.

‘창조 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기’라는 이번 창조절 주제 실천에 대한 제 증언의 핵심은 바로 이 목회서신에 다 담겨있습니다. 특별히 저는 우리가 드리는 탄소헌금을 햇빛발전소 계(契)운동, 상호부조 운동으로 전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교회는 지난 2018년에 약 3,400만원을 들여서 20Kw급 햇빛발전소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러지 못하는 교회가 많습니다. 교세가 약하거나, 인식 부족으로 헌금을 충분히 못 모으거나, 재정은 되지만 일조량 부족이나 건물 안전 문제로 설치할 수 없거나 등등. 그래서 햇빛발전소 설치 장소와 관리 봉사를 제공할 수 있는 교회는 그렇게 하고, 헌금을 낼 수 있는 교회는 많든 적든 그렇게 해서, 힘을 합쳐 헌금이 모인 만큼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고, 거기서 생긴 수익금은 다시 헌금하여 또 다른 햇빛발전소 설치 기금으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다단계로 햇빛발전소를 빠른 시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kw급 햇빛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매년 3kw급 햇빛발전소를 추가로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10년이면 30kw, 15년이면 45kw를 추가로 세울 수 있습니다. 더구나 3kw급 햇빛발전소를 설치한 교회에서도 수익금을 기금으로 헌금하면 더 많은 발전소를 세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을 하자는 것이고, 서울제일교회가 마중물이 되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하루 (2016)

끝으로 우리가 지난 ‘7월 생일자 축하’ 때 불렀던 노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목은 ‘우리의 하루’였는데 가사가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세상이 어둡고 너무나 아프고 답답해도

나는 눈을 감지 않고 마주할 거야

이 세상에 나 하나가 눈 부신 해가 되진 못해도

우리가 모두 모이면 밝힐 수 있어

영웅이 되지 않아도 내 이름 아는 사람 없어도

내 평범한 하루로 세상을 바꾸네

우리가 살고 싶은 하루 만들 수 있는 하루

웃으며 꿈꾸는 하루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이 세상은 불타는 숲 그러나 도망가지 않겠어

우리가 모으는 물방울 그 하나하나가

이 세상의 숲과 마을 조금씩 되살릴 수 있다면

언제까지라 해도 온 힘 다할 거야

제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은 올해 환경주일 연합예배에서 ‘산돌학교’ 학생들이 불렀을 때였습니다. 검색해 보니 “Simple Life”라는 미얀마노래를 2016년에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이 번안해서 부르기 시작해서, 현재 많은 대안학교에서 불리고 있는 히트곡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청소년들은 기성세대가 망가뜨린 현재 지구에서 살아가면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 힘 합쳐 이겨 내겠다고 합니다. 얼마나 대견합니다.

저는 우리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탄소금식을 실천하며 사는 우리의 평범한 하루들이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적더라도 조금씩이라도 모두가 탄소헌금을 하면 그것이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7주간 불편을 감수하고 웃으며 탄소금식을 실천합시다. 내가 해내면 옆 사람도 해낼 수 있고, 그게 들불처럼 번지면 창조 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고, 우리와 후손들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희망하고, 함께 행동하여, 꼭 이루어 내십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