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을 분별하는 능력?

5그 날 밤에 기브온에서, 주님께서 꿈에 솔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를 바라느냐? 나에게 구하여라” 하셨다. 6솔로몬이 대답하였다. “주님께서는, 주님의 종이요 나의 아버지인 다윗이, 진실과 공의와 정직한 마음으로 주님을 모시고 살았다고 해서,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또 그 큰 은혜로 그를 지켜 주셔서, 오늘과 같이 이렇게 그 보좌에 앉을 아들까지 주셨습니다. 7그러나 주 나의 하나님, 주님께서는, 내가 아직 어린아이인데도, 나의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서, 주님의 종인 나를 왕이 되게 하셨습니다. 나는 아직 나가고 들어오고 하는 처신을 제대로 할 줄 모릅니다. 8주님의 종은, 주님께서 선택하신 백성, 곧 그 수를 셀 수도 없고 계산을 할 수도 없을 만큼 큰 백성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9그러므로 주님의 종에게 지혜로운 마음을 주셔서, 주님의 백성을 재판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많은 주님의 백성을 누가 재판할 수 있겠습니까?” 10주님께서는 솔로몬이 이렇게 청한 것이 마음에 드셨다. 11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스스로를 생각하여 오래 사는 것이나 부유한 것이나 원수갚는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다만 재판하는 데에, 듣고서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는 능력을 요구하였으므로, 12이제 나는 네 말대로,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준다. 너와 같은 사람이 너보다 앞에도 없었고, 네 뒤에도 없을 것이다. 13나는 또한, 네가 달라고 하지 아니한 부귀와 영화도 모두 너에게 주겠다. 네 일생 동안, 왕 가운데서 너와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14그리고 네 아버지 다윗이 한 것과 같이, 네가 나의 길을 걸으며, 내 법도와 명령을 지키면, 네가 오래 살도록 해주겠다.” (왕상 3:5-14)

솔로몬의 치세 = 태평성대(太平聖代)

성령강림 후 열세 번째 주일인 오늘, ‘성서일과’(RCL)가 제시한 구약 본문은 ‘열왕기’입니다. 11주 동안의 ‘사무엘기’가 끝나고, 이제 ‘열왕기’로 넘어왔습니다. 또 주인공도 ‘다윗’에서 ‘솔로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사실을 열왕기상 2장 10절과 12절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10다윗은 죽어서, 그의 조상과 함께 ‘다윗 성’에 안장되었다. 12솔로몬은 그의 아버지 다윗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서, 그 왕국을 아주 튼튼하게 세웠다. (왕상 2:10.12)

이제 다윗 시대는 가고 솔로몬 시대가 펼쳐집니다. 그렇다면 솔로몬의 시대는 어땠을까요? 열왕기상 4장 20~21절은 ‘솔로몬의 치세(治世)’를 이렇게 증언합니다.

20유다와 이스라엘에는 인구가 늘어나서, 마치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사람이 많아졌지만, 먹고 마시는 것에 모자람이 없었으므로, 백성들이 잘 지냈다. 21솔로몬은 유프라테스 강에서부터 블레셋 영토에 이르기까지, 또 이집트의 국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왕국을 다스리고, 그 왕국들은 솔로몬이 살아 있는 동안, 조공을 바치면서 솔로몬을 섬겼다. (왕상 4:20-21)

한 마디로 ‘태평성대(太平聖代)’였다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열왕기상 4장) 24절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24솔로몬은 유프라테스 강 이쪽에 있는 모든 지역 곧 딥사에서부터 가사에 이르기까지, 유프라테스 강 서쪽의 모든 왕을 다스리며, 주위의 모든 민족과 평화를 유지하였다. (왕상 4:24)

아버지 다윗과 달리 솔로몬은 주변 나라들과 전쟁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역대기는 그를 ‘평화의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9보아라, 너에게 한 아들이 태어날 것인데, 그는 평안을 누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사방에 있는 그의 모든 적으로부터, 평안을 누리도록 해주겠다. 그러므로 그의 이름을 솔로몬이라 지어라. 그가 사는 날 동안, 내가 이스라엘에 평화와 안정을 줄 것이다. (대상 22:9)

이것은 다윗이 아들 솔로몬에게 전한 주님의 말인데, 솔로몬이란 그의 이름은 평화를 뜻하는 히브리어 ‘샬롬’(shalom)에서 유래했습니다. 과연 솔로몬은 평화의 왕이었을까요? 평화를 ‘전쟁이 없는 상태’로만 본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화를 전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의와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상태’라고 본다면, 솔로몬은 결코 ‘평화의 왕’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솔로몬의 왕위 계승사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태평성대를 열었다는 열왕기상 4장의 솔로몬 치세 서술은 솔로몬을 ‘지혜자’로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29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지혜와 총명과 넓은 마음을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한없이 많이 주시니, 30솔로몬의 지혜는 동양의 어느 누구보다도, 또 이집트의 어느 누구보다도 더 뛰어났다. 31…그의 명성은 주위의 모든 민족 가운데 자자하였다. …34그래서 그의 지혜에 관한 소문을 들은 모든 백성과 지상의 모든 왕은, 솔로몬의 지혜를 들어서 배우려고 몰려왔다. (왕상 4:29-34 중에서)

이렇게 해서 솔로몬은 후세에도 지혜로운 자의 표상이 되었는데, 오늘 본문 말씀은 ‘솔로몬의 지혜에 신적인 권위를 부여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솔로몬의 왕위 계승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솔로몬의 왕위 계승 이야기는 멀리 사무엘기하 13장의 ‘암논과 다말’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암논은 다윗의 장자로서 당연히 최우선 왕위 계승권자였습니다. 그런 암논이 이복 누이동생 다말을 욕보인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압살롬은 누이동생의 억울한 일을 복수한다는 핑계로 강력한 왕위 경쟁자인 맏형을 제거합니다. 3년간 망명을 떠나 있던 압살롬은 돌아와 백성들의 환심을 사는 일에 열중하다 결국에는 반란을 일으킵니다. 아마도 자기가 왕위를 계승 받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서 스스로 왕위를 찬탈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반역의 칼을 들이댄 그의 반란은 실패로 돌아가고 압살롬은 전사했습니다.

이제 남은 두 아들 아도니아와 솔로몬 사이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한 불꽃 튀는 암투가 시작됩니다. 다윗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차기 왕권을 노리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다윗 왕권을 세우는 데 이바지했던 개국공신들은 자신의 자리를 더욱 굳히기 위해, 차기 왕권을 잡으리라고 예상되는 왕자들과 미리 줄을 대느라 분주했습니다. 아도니야 진영에는 다윗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군사령관 요압, 압살롬의 전략을 미리 빼내 연락해 준 사제 아비아달이 줄을 섰고, 솔로몬 진영에는 예언자 나단, 사제 사독, 다윗의 호위대장 브나야가 줄을 섰습니다.

아도니야 왕자가 세력을 확장하자 이를 경계한 예언자 나단이 밧세바와 더불어 계략을 꾸밉니다. 아도니야가 왕위에 올랐다는 식으로 진상을 왜곡해 결국 다윗이 솔로몬에게 양위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해서 왕위에 오른 솔로몬은 다윗이 죽자 재빨리 움직여서, 가차 없는 조치로 자신의 권력을 굳히고 정부 기구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솔로몬은 왕위를 놓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주요 정적 세 사람의 암살을 지시했습니다. 그의 형인 아도니야와 다윗 휘하의 군사령관 요압과 다윗이 압살롬을 피해 도망할 때 다윗에게 저주를 퍼부은 시므이(삼하 16:5-13)가 그들이었습니다. 또한 솔로몬은 대사제 아비아달도 아나돗에 유폐시켰습니다(왕상 2장). 열왕기의 저자는 숙청이 마무리되었음을 이렇게 알립니다: “솔로몬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였다”(2:46). 그러니까 ‘평화의 사람’ 솔로몬은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을 통해 왕권을 잡은 사람입니다. 이렇게 해서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솔로몬이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은 “이집트 왕 바로와 혼인 관계를 맺고, 바로의 딸을 아내로 맞이한 일”이었습니다(왕상 3:1).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략결혼을 한 것입니다.

솔로몬의 영광

이어지는 이야기가 오늘 본문입니다. 솔로몬은 제사하러 기브온으로 갔습니다. 기브온에는 큰 산당이 있었습니다. 산당은 원래 가나안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곳입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우상을 제사하던 곳입니다. 그런 산당이 가나안 여러 곳에 있었습니다. 솔로몬은 ‘그 제단에 일천번제(一千燔祭)를 드렸다’고 합니다. 소나 양을 일천 마리 바쳤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과장’입니다.

솔로몬은 기브온에서 하룻밤 지내다가 꿈에 주님을 만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보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솔로몬은 재판을 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선악을 분별하는 능력’입니다. 이어서 주님의 말씀이 길게 이어집니다. 핵심은 자신을 위한 장수나 부를 구하지 않고 백성들의 송사를 위한 지혜를 구했으니 지혜를 줄 뿐만 아니라, 구하지 않은 부귀와 영광도 함께 주겠다는 것입니다.

지혜와 부귀와 영광과 장수를 허락하겠다는 주님의 약속은 솔로몬에게 실현되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의 절정은 바로 솔로몬 시대였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건축되었고 궁궐도 건축되었습니다. 국력이 강할 때라서 이런 대형 토목건축 사업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그가 지혜롭다는 소문은 다른 나라에까지 파다했습니다. 열왕기상 10장에는 스바 여왕이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 찾아와서 한 수 배우고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솔로몬의 인생은 그야말로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습니다. “네 일생 동안, 왕 가운데서 너와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는(왕상 3:13) 주님의 말씀이 그의 인생에 그대로 실현된 것이니까요.

솔로몬의 철권통치

그래서 열왕기상 10장 23절은 솔로몬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솔로몬 왕은 재산에 있어서나, 지혜에 있어서나, 이 세상의 그 어느 왕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솔로몬 치세를 ‘이스라엘의 황금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승자인 솔로몬의 편에서 한 평가이고, 실제는 다릅니다.

솔로몬은 예루살렘에 성전과 왕궁을 건축했습니다. 또 예루살렘 밖에 병거 부대를 위한 도시들을 세우고 게셀, 므깃도, 하솔 등을 요새화 했습니다(왕상 9:15-19). 솔로몬은 이집트의 바로와 마찬가지로 강제노동을 통해 그의 계획을 밀고 나갔습니다. 그는 막대한 공사비를 염출하기 위해서 왕국을 열두 징세 구역으로 나누어 지역마다 지방 장관을 배치하였습니다(왕상 4:7-19).

솔로몬의 강제노동 계획은 지극히 과중했습니다. 물론 이 토목공사에 피정복민을 많이 이용했으나, 자기 백성에게도 과중한 노역을 부과하였습니다. 열왕기상 5장 27~28절의 기록이 이를 입증합니다.

27솔로몬은 이스라엘 전국에 근로소집령을 내렸다. 소집에 응한 자는 삼만 명이었다. 28그는 그들을 레바논으로 보내어 만 명이 한 달씩 번갈아 일하게 하였다. 그들은 레바논에서 한 달, 본국에서 두 달을 보내었다. (공동번역, 왕상 5:27-28)

이처럼 성전을 건축하는 데는 재정상의 지출보다 훨씬 더 큰 희생이 요구되었으니, 그것은 백성의 생활과 자유의 억압이었습니다. 백성들이 동방의 왕국과 같은 왕을 원한다면 그의 권력에 의해 자유가 무자비하게 박탈당하고, 세속화되고, 나아가 계약공동체의 바탕이 흔들릴 것이라는 사무엘의 불길한 경고가 적중한 것입니다. 솔로몬의 철권통치에 대해서는 그의 사후에 르호보암과 여로보암의 세겜 회의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왕상 12장).

14내 아버지(솔로몬)가 당신들에게 무거운 멍에를 메웠소. 그러나 나(르호보암)는 이제 그것보다 더 무거운 멍에를 당신들에게 메우겠소. 내 아버지는 당신들을 가죽 채찍으로 매질하였지만, 나는 당신들을 쇠 채찍으로 치겠소. (12:14)

솔로몬은 ‘칠백 명의 아내와 삼백 명의 첩’을 거느렸는데, 그의 결혼 대부분 이웃 나라와 정치적·문화적 유대를 맺으려는 정략결혼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혼은 정치적 목적 때문이었으므로 솔로몬은 외국에서 데려온 아내에게 이방 종교의 신봉을 허용하였고, 나아가 수도 안에 그녀들을 위한 신당까지 마련해 주었습니다. 이렇듯 솔로몬은 전 재임 기간 종교적 혼합주의를 추구했습니다. 그런데 솔로몬의 종교혼합주의는 단순한 종교상의 혼합—토착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솔로몬을 비롯한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의 역대 왕들은 왕정 체제를 옹호하는 바알신앙을 야훼신앙에 덧씌웠습니다. 이것은 전통적인 야훼신앙으로는 왕정에 필요한 물적 기반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바알신앙을 통해서 왕정 유지에 필요한 물적 기반을 확보하려고 한 것입니다. 이것이 솔로몬이 혼합주의를 택한 이유이며, 이스라엘과 유다의 역대 왕들이 그렇게 역사가와 예언자들에 의해 비난을 받으면서도 이방신을 따라나섰던 이유였습니다.

솔로몬이 제아무리 영화를 누렸다 하더라도 들에 핀 백합꽃의 아름다움에 비길 수 없다고 한 예수의 유명한 말씀만 보아도, 솔로몬이 부와 영화의 상징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열왕기상의 기록은 그가 얼마나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는가를 보여 줍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그와 같은 생활을 경제적으로 지탱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뛰어난 외교능력에 힘입은 교역을 통해서 얻은 바가 컸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앞서 밝힌 조세정책과 강제부역을 통한 민중 착취의 제도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솔로몬 시대의 풍요는 가진 자들만의 풍요였을 뿐이요, 일반 국민은 부역과 세금에 시달려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그는 민중의 착취를 통해서도 경제적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자 북 이스라엘에 속하는 갈릴리 지방의 20개 성읍을 두로 왕 하람에게 팔아버립니다(왕상 9:11).

과연 솔로몬은 성군인가요 폭군인가요? 비록 그가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로 영토를 확장하고, 최대의 부를 누렸다고 해도 그는 분명 폭군이었습니다. 더욱이 야훼 신앙의 빛에서 조명할 때 그렇습니다! 솔로몬과 그의 측근들은 평화로웠을지 몰라도, 일반 백성들은 결코 평화롭지 못했습니다.

선과 악을 분별하는 능력

성경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지으셨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의 욕망에 따라 신을 창조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나 좋을 대로가 아니라 하나님 좋을 대로 사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이 그러셨습니다. 당신 욕망이 아니라 하나님 뜻에 순종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욕망을 하나님의 뜻인 양 포장하고, 그것을 추구하며 살면서 믿음 생활을 한다고 자기를 합리화합니다. 그건 하나님 신앙이 아니라, 힘 숭배고, 죄입니다.

오늘 본문이 그 예입니다. 솔로몬이 청한 것은 단순한 지혜가 아니었습니다. “선과 악을 분별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이것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이 따먹지 말라고 했던 금단의 열매, 선악과 아닙니까? 왜 하나님은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고 했습니까? 선과 악을 분별해서 인간이 하나님처럼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것,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죄가 아닙니다. 힘 가진 소수가 힘없는 다수에게 자기 판단을 선이요 참이라고 강요하는 것이 죄입니다. 그래서 선악과를 먹는 일과 공(公)을 사유화하는 일, 그리고 힘 숭배는 서로 통합니다.

솔로몬의 평화는 힘 있고, 돈 많고, 높으신 소수의 평화였습니다. 솔로몬의 부귀와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선과 악을 분별할 때 기준은 일부 소수만이 좋은 것이냐, 절대다수에게 좋은 것이냐가 되어야 합니다. 일제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족 반역자나 친일 부역자들에게 해방은 나쁜 것이고, 그들이 다시 권력을 잡은 건국은 좋은 것입니다. 작금의 사태는 그런 소수 힘 있는 자들의 시각을 전체 국민에게 강요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인류 역사에서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됐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지배자의 논리에 길들게 됩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것. 좋습니다. 하지만 소수만 잘 먹고 잘사는 제도를 만들면서 모두가 그렇게 되는 것처럼 선전하는 것에 속으면 안 됩니다. 또 요즘 같은 기후 위기 시대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온 것이 큰 잘못임도 깨달아야 합니다.

공(公)을, 하나님의 것을, 모두의 것을 힘 가진 소수가 소유하거나 독점하면 안 됩니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거짓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거부하고 부족하더라도 모두가 함께 나누고 섬기고 환대하며 품어주며 사는 세상이 하나님 나라이고, 그것을 위해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된 것입니다. 이 소명 잊지 마시고 끝까지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이루어가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