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함께 계신다?

1주님께서 사방에 있는 모든 원수에게서 다윗 왕을 안전하게 지켜 주셨으므로, 왕은 이제 자기의 왕궁에서 살게 되었다. 2하루는, 왕이 예언자 나단에게 말하였다. "나는 백향목 왕궁에 사는데, 하나님의 궤는 아직도 휘장 안에 있습니다." 3나단이 왕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슨 일이든지 계획하신 대로 하십시오." 4그러나 바로 그날 밤에 주님께서 나단에게 말씀하셨다. 5"너는 내 종 다윗에게 가서 전하여라. '나 주가 말한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지으려고 하느냐? 6그러나 나는,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데리고 올라온 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떤 집에서도 살지 않고, 오직 장막이나 성막에 있으면서, 옮겨 다니며 지냈다. 7내가 이스라엘 온 자손과 함께 옮겨 다닌 모든 곳에서, 내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을 돌보라고 명한 이스라엘 그 어느 지파에게라도, 나에게 백향목 집을 지어 주지 않은 것을 두고 말한 적이 있느냐?' 8그러므로 이제 너는 나의 종 다윗에게 전하여라. '나 만군의 주가 말한다. 양 떼를 따라다니던 너를 목장에서 데려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통치자로 삼은 것은, 바로 나다. 9나는, 네가 어디로 가든지, 언제나 너와 함께 있어서, 네 모든 원수를 네 앞에서 물리쳐 주었다. 나는 이제 네 이름을, 세상에서 위대한 사람들의 이름과 같이, 빛나게 해주겠다. 10이제 내가 한 곳을 정하여, 거기에 내 백성 이스라엘을 심어, 그들이 자기의 땅에서 자리잡고 살면서, 다시는 옮겨 다닐 필요가 없도록 하고, 이전과 같이 악한 사람들에게 억압을 받는 일도 없도록 하겠다. 11이전에 내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사사들을 세워 준 때와는 달리, 내가 너를 너의 모든 원수로부터 보호하여서, 평안히 살게 하겠다. 그뿐만 아니라, 나 주가 너의 집안을 한 왕조로 만들겠다는 것을 이제 나 주가 너에게 선언한다. 12너의 생애가 다하여서, 네가 너의 조상들과 함께 묻히면, 내가 네 몸에서 나올 자식을 후계자로 세워서,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13바로 그가 나의 이름을 드러내려고 집을 지을 것이며, 나는 그의 나라의 왕위를 영원토록 튼튼하게 하여 주겠다. 14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삼하 7:1-14a)

“다윗 왕권의 죄”

성령강림 후 아홉 번째 주일인 오늘,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RCL)가 제시한 구약 본문은 계속해서 ‘다윗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두 주 더 다윗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제가 지지난 주일 증언에서 “다윗 왕권의 죄”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결론 일부를 다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윗 왕권의 죄”는 ‘공(公)의 사유화’입니다. …하나님의 것이기에 절대로 인간이 사유화해서는 안 되는 것, 모두가 더불어 누릴 수는 있어도 결코 혼자 차지해서는 안 되는 것을 다윗은 힘이 있는 왕이 되어 독차지했습니다. 성경은 이것을 죄라고 규정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기독교는 내가 남보다 힘을 더 많이 가져서 공(公)을 독차지하는 것을 보고 “복 받았다”라고 합니다. 그것은 무늬만 기독교지 참 기독교가 아닙니다. 기독교의 탈을 쓴 ‘맘몬 숭배, 힘의 숭배’일 뿐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참 기독교인은 어떻게 살아야겠습니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성경은 승리자 다윗의 입장에 서서 그를 찬양합니다. 하지만 다윗 왕조는 결국 망했습니다. 기독교는 다윗을 믿는 종교가 아닙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종교입니다. 유대교의 상징은 다윗의 별이지만, 기독교의 상징은 십자가입니다. 예수는 힘없는 자로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십자가의 길이 인류 구원의 길이라 믿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힘을 추구하기보다 십자가를 추구하며 살아야 합니다. 더 낮아져서 나누고 섬기며 배려하고 존중하고 환대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낙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다윗이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되다

오늘 증언은 이 결론에 대한 ‘보충설명’입니다. 지지난 주일 본문은 ‘다윗이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된 이야기’였습니다. 거기를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4다윗은 서른 살에 왕이 되어서, 사십 년 동안 다스렸다. 5그는 헤브론에서 일곱 해 여섯 달 동안 유다를 다스리고, 예루살렘에서 서른세 해 동안 온 이스라엘과 유다를 다스렸다. (삼하 5:4-5)

우리는 사울이 죽은 후에 다윗이 곧바로 이스라엘의 왕이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다윗은 먼저 유다의 왕이 되었고, 7년 반 후에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유다 왕이 되기 직전까지 다윗은 블레셋의 용병이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이래 이민족과의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그는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이내 그는 사울에게 쫓기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했는데, 급기야 그는 이스라엘의 원수 블레셋의 용병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울이 죽은 후에 다윗은 오랜 망명 생활을 청산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무엘하 2장 1절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1이런 일이 일어난 뒤에, 다윗이 주님께 "제가 유다에 있는 성읍으로 올라가도 됩니까?" 하고 여쭈었다. 주님께서 그에게 올라가라고 하셨다. 다윗이 다시 여쭈었다. "어느 성읍으로 올라가야 합니까?" 주님께서 헤브론으로 올라가라고 알려 주셨다. (삼하 2:1)

이 구절에서 우리는 다윗이 무엇인가를 행동하기에 앞서 먼저 주님께 묻고 답을 얻어서 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쪽 유다 사람들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그를 유다의 왕으로 삼은 것이 이때였습니다. 그 후 7년 반 동안 북쪽 이스라엘에서는 권력을 둘러싸고 많은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결과 다윗은 사무엘기의 기록상으로는 자기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북이스라엘의 왕으로 옹립됩니다.

왕국의 기틀을 잡아 나가다

다윗이 온 이스라엘의 왕위에 오른 다음에 처음 한 일은 예루살렘을 정복한 일이었습니다. 기존의 수도 헤브론은 가나안 남쪽에 있는 유다의 성읍으로 북쪽 이스라엘에서 너무 멀었습니다. 이에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기로 하고 점령에 나섰던 것입니다. 예루살렘은 가나안에서 가장 유서 깊은 도시 중 하나로 유다와 이스라엘의 중간에 있었습니다.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여서 가나안 정복 시대에도 정복되지 않았고, 여전히 여부스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산성을 다윗이 용병을 데리고 정복해서 자신의 영토로 삼고 ‘다윗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즉 예루살렘은 다윗의 사유지였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율법에 따르면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사람은 임시거주자일 뿐”입니다(레 25:23). 토지공개념이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12지파에 속하지 않았던 하나님의 것(땅)을 사유화하고, 온 이스라엘의 수도로 삼았던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다윗은 이 일에 대해 주님에게 묻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 상황에 대해 사무엘기는 이렇게 전합니다.

10만군의 주 하나님이 다윗과 함께 계시므로, 다윗이 점점 강대해졌다. 11두로 왕 히람이 다윗에게, 사절단과 함께 백향목과 목수와 석수를 보내어서, 다윗에게 궁궐을 지어 주게 하였다. (삼하 5:10-11)

다음으로 블레셋과의 전쟁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기들의 용병이었던 다윗이 유다의 왕이 되었을 때 블레셋은 지켜만 보았습니다. 자기들의 주적은 유다가 아니라 이스라엘이었으니, 다윗이 유다의 왕이 되어 더 가까이에서 이스라엘을 압박하게 되었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윗이 이스라엘 왕이 된 것은 분명한 ‘배신’이었습니다.

17다윗이 기름부음을 받아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블레셋 사람이 듣고, 온 블레셋 사람이 다윗을 잡으려고 올라왔다. 다윗이 이 말을 듣고서, 요새로 내려갔다. 18블레셋 사람들이 이미 몰려와서, 르바임 골짜기의 평원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19다윗이 주님께 아뢰었다. "제가 저 블레셋 사람들을 치러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주님께서 그들을 저의 손에 넘겨 주시겠습니까?" 주님께서 다윗에게 대답하셨다. "올라가거라. 내가 저 블레셋 사람들을 반드시 너의 손에 넘겨 주겠다." 20그래서 다윗이 바알브라심으로 쳐들어갔다. (삼하 5:17-20a)

다윗이 주님에게 물어서 의견을 구한 것, 자문(諮問)한 것은 유다의 왕이 되려고 헤브론으로 올라갔을 때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다윗이 자문받은 대로 하니 결과는 대승이었습니다. 그런데 블레셋과의 전투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또 싸우자고 올라왔고, 다윗은 다시 주님에게 자문했습니다. 이번에 야훼는 구체적인 전술까지 일러줍니다.

23다윗이 주님께 또 아뢰니,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너는 정면으로 그들 쪽으로 올라가지 말고, 그들의 뒤로 돌아가서 숨어 있다가, 뽕나무 숲의 맞은쪽에서부터 그들을 기습하여 공격하여라. 24뽕나무 밭 위쪽에서 행군하는 소리가 나거든, 너는 곧 진격하여라. 그러면, 나 주가 너보다 먼저 가서, 블레셋 군대를 치겠다." 25다윗은 주님께서 명하신 대로, 게바에서 게셀에 이르기까지 쫓아가면서, 블레셋 군대를 무찔렀다. (삼하 5:23-25)

하나님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다

다음으로 다윗은 필생의 과업을 추진합니다. 하나님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1다윗이 다시 이스라엘에서 정병 삼만 명을 징집하여서, 2그들을 모두 이끌고 유다의 바알라로 올라갔다. 거기에서 하나님의 궤를 옮겨 올 생각이었다. 그 궤는 그룹들 위에 앉아 계신 만군의 주님의 이름으로 부르는 궤였다. (삼하 6:1-2)

‘하나님의 궤’는 고대 이스라엘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 상징물이었습니다. ‘언약궤’ 또는 ‘법궤’라고도 불리는 ‘하나님의 궤’ 안에는 모세가 시내 산에서 받은 십계명이 보관되어 있었고, 그 덮개 위에 있는 신성한 동물 ‘그룹’ 위에는 야훼가 좌정하고 계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궤’는 하나님 현존의 물질적—가시적 상징물이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은 이 궤를 메고 어디든지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당신 백성이 필요로 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이 하나님의 궤를 자기가 있는 예루살렘으로 가져와 안치하고자 했습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하나님을 납치해서 예루살렘에 감금한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은 백성이 필요로 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합니다. 필요할 때 백성이 하나님을 만나러 예루살렘으로 이동해 와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윗은 예루살렘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그리고 종교적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님마저 독점했던 것입니다. 이 일을 행할 때도 다윗은 주님에게 물어서 의견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일을 온 백성에게 과시하려고 “이스라엘 정병 삼만 명을 징집”했을 뿐입니다.

집: 하나님의 성전, 다윗의 왕조

드디어 오늘 본문 차례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하나님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가져왔으니 이제 궤를 모실 ‘집’을 지어야 했습니다. 다윗은 야훼 덕분에 주변이 안정됐으므로(1절)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주님이 아닌) 나단에게 “나는 백향목 왕궁에 사는데 하나님의 궤는 아직도 휘장 안에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2절), 자기는 편하고 호화로운 집에 사는데 궤를 누추한 곳에 모셔서 송구스럽다는 뜻입니다. 나단도 이에 동조해서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슨 일이든지 계획하신 대로 하십시오”라며 ‘백지수표’를 내밀었습니다(3절). 나단은 하나님의 뜻을 묻는 절차를 생략하고 그 자리에서 ‘예(yes)’라고 답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야훼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날 밤 야훼는 나단에게 나타나서 긴 연설을 했습니다(5-16절). 중심 내용 중 첫째는 ‘야훼를 위해 집(성전)을 지을 생각일랑 하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는 그 대신에 야훼가 다윗을 위해서 집(왕조)을 지어 영원히 이어지게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야훼는 집을 지어 바치겠다는 다윗의 제안을 거절한 대신 그에게 ‘영원한 왕조’를 약속했습니다. 다윗이 원했던 바를 훨씬 뛰어넘는 것을 약속한 것입니다. 다윗 왕조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약속, 이것이 성전 건축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이 말하고자 한 핵심입니다. 고대 중동에서 신전은 종교적 상징인 동시에 정치 권력의 근간이었습니다. ‘성전’과 ‘왕조’의 뜻을 모두 가진 ‘집’(히브리어로 ‘바이트’)이란 단어가 사용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신의 거주지인 ‘성전’과 세습으로 유지되는 ‘왕조’는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나단이 꿈에서 받은 신탁은 하나님의 뜻일까요? 아니면 다윗의 욕망이 투영된 인간이 뜻일까요?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첫째로 신탁 자체의 모순 때문입니다. 야훼는 처음에 분명히 당신의 집—성전은 필요 없다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뒤에 가면 다윗의 자식 중에 후계자가 집—성전을 지을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12너의 생애가 다하여서, 네가 너의 조상들과 함께 묻히면, 내가 네 몸에서 나올 자식을 후계자로 세워서,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13바로 그가 나의 이름을 드러내려고 집을 지을 것이며, 나는 그의 나라의 왕위를 영원토록 튼튼하게 하여 주겠다. (삼하 7:12-13)

또 다른 이유는 본문 14절 이하 때문입니다.

14나는 그의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나의 아들이 될 것이다. 그가 죄를 지으면, 사람들이 저의 자식을 매로 때리거나 채찍으로 치듯이, 나도 그를 징계하겠다. 15내가, 사울에게서 나의 총애를 거두어, 나의 앞에서 물러가게 하였지만, 너의 자손에게서는 총애를 거두지 아니하겠다. 16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이어 갈 것이며, 네 왕위가 영원히 튼튼하게 서 있을 것이다. (삼하 7:14-16)

지금 하나님은 다윗의 후손인 이스라엘의 왕과 당신을 ‘부자 관계’로 표현합니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을 ‘부자 관계’로 표현한 경우는 종종 있어도, 이런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는 마치 이집트 왕 바로가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의 왕을 신격화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합니다. 이는 이어지는 구절에서 ‘죄를 지었을 때 징계는 해도 총애는 거두지 않겠다’는 조건 없는 계약을 약속한 것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신탁의 핵심은 다윗 왕조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이어 갈 것이며, 네 왕위가 영원히 튼튼하게 서 있을 것이다”(16절)라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다윗 왕조는 BC 586년에 바빌론에 멸망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

제가 다윗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윗이 힘으로—왕권/왕의 권력으로 ‘공(公)을 사유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윗이 처음부터 그랬나요? 그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점점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게 언제부터일까요?

사무엘기는 곳곳에서 “주님이 다윗과 함께 하셨다”라고 증언합니다. 아무리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고 해도 “주님이 다윗과 함께 하셨다”는 증언 모두가 거짓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은 ‘임마누엘’의 하나님을 믿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사실에서 힘과 위로를 얻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함께 계신다’라는 것이 항상 참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악인들과도 함께 계신다면, 얼마나 끔찍하겠습니까? 또 경기하는 양 팀 모두에 함께 계신다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당파적인 하나님이 모두와 함께 계시지 않습니다. 약자 편, 의인 편에 함께 계십니다. 그것도 영원토록 그렇지 않습니다. 약자가 강자가 되고, 의인이 악인이 되면 하나님은 그 자리를 떠나십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나와/우리와 함께 계시는가”를 묻기보다는 “내가/우리가 하나님 편에 서 있는가”를 꼭 물어야 합니다. 그 물음을 그칠 때 우리는 타락하게 됩니다. 죄를 짓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다윗은 무엇을 행하기에 앞서 하나님께 물어서 의견을 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공(公)의 사유화’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지지난 주일에 “일부 기독교는 내가 남보다 힘을 더 많이 가져서 공(公)을 독차지하는 것을 보고 ‘복 받았다’라고 합니다. 그것은 무늬만 기독교지 참 기독교가 아닙니다. 기독교의 탈을 쓴 ‘맘몬 숭배, 힘의 숭배’일 뿐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돈은 선도 악도 아닙니다. 세속적인 복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예, 지휘, 권력, 풍요, 편리, 번영 등등은 악이 아닙니다. 죄도 아닙니다. 하지만 가치 중립적인 그것들을 가지고 공(公)을 사유화한다면 그건 악이요 죄입니다.

이렇듯 세속적인 복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지만, 악으로 기울 위험이 큽니다. 왜? 세속적인 복을 받으면 하나님이 나와/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믿게 되고, 어느 때부터인가 무엇을 행하기에 앞서 하나님께 물어서 의견을 구하지 않고, 그냥 제멋대로 처리합니다. 본문에서 나단이 다윗에게 “주님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시니, 가셔서, 무슨 일이든지 계획하신 대로 하십시오”(3절)라고 했듯이 말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행함에 앞서 하나님께 묻고 의견을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과 소통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윗처럼 실족하게 됩니다. 누구나 그래야 하지만, 힘을 가가게 되면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나를 앞세우기보다 하나님의 뜻을 찾고 그것을 따라야 합니다. 가질수록 낮아지고 나누고 섬겨야 합니다. 그래야 복(福)이 화(禍)가 되는 것을 막고, 득(得)이 독(毒)으로 변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주님께서 우리와 늘 함께 계실 수 있습니다. 모두 그렇게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