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 왕권의 죄”

1이스라엘의 모든 지파가 헤브론으로 다윗을 찾아가서 말하였다. "우리는 임금님과 한 골육입니다. 2전에 사울이 왕이 되어서 우리를 다스릴 때에, 이스라엘 군대를 거느리고 출전하였다가 다시 데리고 돌아오신 분이 바로 임금님이십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네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것이며, 네가 이스라엘의 통치자가 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실 때에도 바로 임금님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입니다." 3그리하여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가 헤브론으로 왕을 찾아오니, 다윗 왕이 헤브론에서 주님 앞으로 나아가 그들과 언약을 세웠다. 그리고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았다. 4다윗은 서른 살에 왕이 되어서, 사십 년 동안 다스렸다. 5그는 헤브론에서 일곱 해 여섯 달 동안 유다를 다스리고, 예루살렘에서 서른세 해 동안 온 이스라엘과 유다를 다스렸다. 9다윗은 그 산성을 점령하고 나서, 그 산성에 살면서, 그 이름을 '다윗 성'이라고 하였다. 그가 성을 쌓았는데, 밀로에서부터 안쪽으로 성을 쌓았다. 10만군의 주 하나님이 다윗과 함께 계시므로, 다윗이 점점 강대해졌다. (삼하 5:1-5.9-10)

태어난 자리

오늘 증언을 준비하다가 오래전에 대학을 다닐 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20대 초반이었고, 지금은 60대 초반이니까 40년 전의 일입니다. 돌아보니 그때의 경험이 지금 제 인생을 결정지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인생이 지금과 같이 빚어진 데 어떤 요소가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사람이 ‘자리’라고 말합니다. ‘태어난 자리’ 말입니다. ‘자리’는 공간적 개념이지만 저는 시간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억겁’의 시간 중에 하필 이 특별한 시대에, 지구상의 많고 많은 나라 중에 하필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특정 지방, 특정 가정, 특정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것이 지금의 내가 형성되는데 결정적 요소였다고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위 ‘수저론’(흙수저 대 금수저)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태어난 자리’가 우리 인생을 형성하는 하나의 요소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제가 요즘 숲과 나무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숲 전문가, 숲 철학자, 나무 의사는 한결같이 ‘자리론’, 소위 ‘수저론’에 반대합니다. 한 예로 숲 철학자 김용규는 『숲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어진 자리가 그대의 숙명이다.

모든 생명체의 삶은 숙명으로 시작된다.

누군가는 비옥한 시대, 기름진 자리를 받고

다른 누군가는 가뭄의 시대, 척박한 자리를 받고 태어난다.

(그러나) 숲에는 태어난 자리를 억울해하는 생명이 없다.

…

벽 앞에 주어진 담쟁이의 삶도,

우거진 숲 아래 발아한 신갈나무도

태어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없다.

(이렇듯) 태어난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자리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

삶을 수용하지 않고 열 수 있는 하늘은 없고

시작하지 않고 넘을 수 있는 벽은 없다.

지금 그 자리에서 그대의 삶이 시작되었다.

담장을 오르고 그늘을 넘으며

그대의 하늘을 갖는 것은 이제 그대의 몫이다.

선택

숲 철학자 김용규는 ‘자리’는 ‘숙명’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숙명(宿命)’과 ‘운명(運命)’을 구분합니다. 태어난 자리인 숙명은 조물주가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에게 부여한 ‘본래(宿)의 명(命)’입니다. 피조물은 다소 억울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수용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수용이 늦으면 늦을수록 불행하거나 도태할 뿐입니다.

운명은 뜻 그대로 ‘명(命)’을 ‘운영(運)’하는 것입니다.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불가역적(不可逆的)인 것이 아니라, ‘거스를 수 있는’ 것—가역적(可逆的)인 것입니다. 누구도 태어나는 때와 장소,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만, 나머지 수만 가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태어난 자리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하나님은 생명체에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권리를 남겨두었습니다. 자기가 태어난 자리를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자기 운명을 시작한다면 거목 아래 싹을 틔운 신갈나무는 기어코 하늘을 열 것이고, 담장 앞에 선 담쟁이 넝쿨은 벽을 피하지 않고 넘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인생이 지금처럼 빚어진 것은 ‘태어난 자리’가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는가입니다.

그렇습니다! 과거의 수많은 선택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선택은 갑을 잡으면서, 동시에 을을 놓는 것입니다. 둘 다 잡는, 둘 다 가지는 선택은 없습니다. 그리고 갑과 을, 둘 다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섞여 있습니다. 갑은 좋기만 하고, 을은 나쁘기만 하다면 누구나 갑을 택할 것입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입니다. 선택은 갑을 택함으로 갑의 장점뿐 아니라 단점까지 취하고, 을의 단점뿐 아니라 장점까지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선택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릅니다. 그래서 결단 없이는 어떤 선택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어렵게 결단한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과거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가전제품 광고 문구가 있었는데, 우리는 갑을 잡고 을을 놓은 것에 대해 평생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합니다. 감당하며 살아야 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심판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을 못 하고 미루기도 하는데, 미루는 것 자체도 하나의 선택이기에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만남

정리하면, ‘태어난 자리’가 아니라 살면서 해온 수많은 ‘선택’이 현재의 나를 형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만남’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보도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150가지 이상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많지요? 그런데 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대부분의 만남은 무의미한 ‘스침’에 그치지만, 어떤 ‘만남’은 내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런 만남을 영어로는 encounter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만남을 뜻하는 meeting과 달리 encounter는 운명적인 만남을 뜻합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결정적 요인은 ‘선택’과 그리고 ‘만남’입니다.

만남의 대상은 꼭 사람만은 아닙니다. 책 한 권 일 수도 있고, 대자연일 수도 있고, 특별한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고, 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 상대가 무엇/누구이든 사람은 특별한 만남을 통해 자기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한 사람을 만나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 살펴보니까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이 여기에도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배우자를 만난 몇몇 분이 “나인가?” 하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아내를 교회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내는 제 인생의 동반자이지 제 인생을 바꾼 사람은 아닙니다. 그분은 바로 ‘선생님’입니다. 서울제일교회에서도 박형규 목사님과의 만남 때문에 인생이 바뀐 분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저는 대학생 때 향린교회에서 안병무 선생님을 만나 인생을 전환했습니다.

인연

오늘 본문을 읽고 증언을 준비하면서 제 기억이 40여 년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1981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설교자와 청중으로’ 안 선생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안 선생님의 설교는 ‘참신’했습니다. 모태신앙인 제가 그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설교였고, 성서 해석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교회 창립자와 청년 지도자로 사귐을 가졌습니다. 어쩌다 보니 제가 교회 청년 지도자 중 한 사람이 되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선생님을 댁으로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가끔 있었습니다. 나중에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후에는 스승과 제자로 교류했습니다. 그 후에 향린에서 목회하면서는 가까이에서 모셨고, 돌아가시던 때는 마침 제가 대리담임목사직을 맡고 있던 터라 장례를 모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저는 지금까지도 <안병무기념사업회> 일을 맡아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 돌아보면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선생님과 만남이었고, 그 만남 때문에 제 인생의 방향 전환과 관련된 많은 선택을 했습니다. 제가 역사적 예수 연구를 평생 붙잡고 있는 것도, 지금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다 선생님의 영향입니다. 그것들이 선생님의 핵심 관심사였으니까요.

제가 목사가 돼서 설교하고, 성경 가르치면서 선생님이 저에게 영향을 주셨듯이 저도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들던 참에 오늘 본문을 마주하니 옛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와 넋두리를 늘어놓게 되었습니다.

“실낙원”

제가 몇 주 전에 사울에 대해 설교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다윗을 싫어한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은 다윗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자기 이름이나 아들 이름을 ‘다윗’이라고, ‘David’라고 짓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증언 제목을 “다윗 왕권의 죄”라고 했습니다. “따옴표”를 붙였다는 것은 인용했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제목은 안 선생님에게서 온 것입니다.

때는 1985년이었습니다. 당시는 안병무 ‘민중신학’이 만개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당시 선생님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의 ‘성경의 맥’을 민중신학적으로 총정리할 계획을 세우고 “실낙원”이라는 제목으로 첫 시리즈 설교를 하셨습니다. 당시에 현장에서 그 설교를 들었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공(公)’ 개념이 바로 그 자리에서 선포되었습니다.

다윗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이 ‘공(公)’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합니다. “실락원” 설교에서 선생님은 ‘선악과’를 ‘공(公)’이라고 해석하셨습니다. 창세기 2장을 보면 하나님은 아담에게 이렇게 명령합니다: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네가 먹고 싶은 대로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어서는 안 된다”(창 2:16-17). 이 말씀에서 ‘선악과’는 ‘금단의 열매’입니다. 즉 하나님의 것이기에, 절대로 인간이 소유해서는 안 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것을 안 선생님은 ‘공(公)’이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공(公)’은 ‘공변될 公’자를 쓰지 ‘함께 共’자를 쓰지 않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공(公, public)은 사(私, private)의 반대말로 모두가 더불어 누릴 수는 있어도 결코 독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뜻합니다. 하늘, 땅, 공기, 물, 인권, 권력, 지식, 정보 등이 모두 공(公)에 해당합니다. [예: 토지공개념, 주권재민(主權在民) 등등]

당시에 안 선생님은 ‘공(公)’ 개념을 잘 표현한 시로 김지하의 “밥은 하늘입니다”를 소개했습니다. 요즘 회자하는 ‘보편적 복지’가 바로 ‘공(公)’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 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이렇듯 ‘선악과’를 ‘공(公)’이라고 해석하면 원죄도 달리 해석됩니다. 아무도 사유화할 수 없는 것, 모두를 위한 것이면서도 누구에게도 속할 수 없는 하나님의 것을 독점(獨占)하려는 했던 아담의 행위가 바로 원죄(原罪)이며, 인류 타락의 출발입니다. 따라서 낙원추방 이후의 인류사는 힘 있는 소수의 사람이 공을 사유화하고 독점해 온 역사입니다.

“다윗 왕권의 죄”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RCL)가 오늘의 구약 본문으로 제시한 본문은 ‘다윗이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된 이야기’입니다. 본문 앞 사무엘기하 2장 4절을 보면, 사울이 죽자 남부에서는 선두에 서 있던 유다 지파가 이미 다윗을 그들의 ‘왕’(멜렉)으로 선출했습니다. 한편 북부 지파들은 사울의 후계자를 사울 집안에서 찾으려고 7년간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블레셋이 아직도 압박을 가해오는 터라, 마침내 북부 지파를 대표하는 원로들은 다윗이 자신의 수도로 정하고 있던 헤브론으로 찾아가 그에게 북부 부족들의 ‘왕’(멜렉)도 맡아달라고 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삼하 5:3-4).

그런데 다윗이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맨 처음 취한 조처 중 하나는 여부스족의 요새 예루살렘을 공격하여 노획한 것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은 산악지대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그때까지 가나안 성읍 국가체제의 일부로 남아있었습니다. 이곳은 북부 지파 영토와 남부 지파 영토 사이의 경계 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다윗은 중립지대에 들어앉아 양쪽 영토를 두루 다스림으로써 남과 북을 통일했습니다. 또한, 다윗은 블레셋인들이 실로 산당을 파괴한 이후로 방치됐던 지파 동맹의 유서 깊은 예배 상징물인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왔습니다(삼하 6:12- 15).

또 언약궤를 예루살렘에 모신 후에는 지파 동맹 기간 중 이스라엘의 신학적 바탕이었던 ‘모세 계약’(if ... then, 조건적 계약)과는 다른 유형의 계약 사상이 나단의 신탁으로 주어지게 됩니다(삼하 7:15-16). 이 계약의 중심 골자는 첫째, 하나님이 다윗을 선택하시고 그의 왕조의 영속을 약속하셨으며, 둘째, 시온의 성전을 그가 거하시는 성소로 택하셨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의 기초’가 세워진 것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다윗 왕권의 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부스족의 성 예루살렘을 빼앗아 사유화함.

통일왕국 이스라엘의 ‘왕’(melek)이 되어 공적(公的)인 권력을 독점함.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민(民) 위에 군림함.

법궤를 예루살렘에 안치해 야훼를 정권유지의 이데올로기로 삼음.

자유롭게 이동하던 신을 납치하여 예루살렘에 가두어 야훼를 사유화함.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윗 왕권의 죄”는 ‘공(公)의 사유화’입니다. 잘 아시듯이 사울이 하나님의 눈 밖에 난 결정적인 이유는 아멜렉과의 전투에서 ‘헤렘’(진멸, 盡滅)의 명령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어땠습니까? 그는 전리품만을 독점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법궤를 자신의 도성 예루살렘에 안치하며 하나님마저도 독점했습니다. 실로 그는 이스라엘의 새로운 바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것이기에 절대로 인간이 소유해서는 안 되는 것, 하늘처럼 더불어 모두 누릴 수는 있어도 결코 독차지해서는 안 되는 것을 힘이 있는 왕이 되어 사유화한 것입니다. 성경은 이것을 죄라고 규정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기독교는 내가 남보다 힘을 더 많이 가져서 공(公)을 독차지하는 것을 보고 “복 받았다”라고 합니다. 그것은 무늬만 기독교지 참 기독교가 아닙니다. 기독교의 탈을 쓴 ‘맘몬 숭배, 힘의 숭배’일 뿐입니다. 불행히도 역사는 반복됩니다. 주권재민(主權在民), 보편적 복지 등에 최선을 다 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이 나라는 힘 가진 자들의 천국이 되어 갑니다. 세수가 모자라도 부자 감세는 계속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넘어 이제 유검무죄 무검유죄 세상이 되어 힘이 정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참 기독교인은 어떻게 살아야겠습니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성경은 승리자 다윗의 입장에 서서 그를 찬양합니다. 하지만 다윗 왕조는 결국 망했습니다. 기독교는 다윗을 믿는 종교가 아닙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종교입니다. 유대교의 상징은 다윗의 별이지만, 기독교의 상징은 십자가입니다. 예수는 힘없는 자로서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십자가의 길이 인류 구원의 길이라 믿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힘을 추구하기보다 십자가를 추구하며 살아야 합니다. 더 낮아져서 나누고 섬기도 배려하고 존중하고 환대하며 살아야 합니다.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낙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우리가 모두 이 일에 앞장설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