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해방인가?”

1천사는 또, 수정과 같이 빛나는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 강은 하나님의 보좌와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흘러 나와서, 2도시의 넓은 거리 한가운데를 흘렀습니다. 강 양쪽에는 열두 종류의 열매를 맺는 생명 나무가 있어서, 달마다 열매를 내고, 그 나뭇잎은 민족들을 치료하는 데 쓰입니다. 3다시 저주를 받을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그 도성에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과 어린 양의 보좌가 도성 안에 있고, 그의 종들이 그를 예배하며, 4하나님의 얼굴을 뵐 것입니다. 그들의 이마에는 그의 이름이 적혀 있고, 5다시는 밤이 없고, 등불이나 햇빛이 필요 없습니다. 그것은 주 하나님께서 그들을 비추시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원무궁 하도록 다스릴 것입니다.(요한계시록 22:1-5)

안녕하세요. 8월 셋째 주일 아침에 서울제일교회에서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에서 들으신 것처럼 저는 현재 미국장로교(PCUSA)의 동아시아 지역 에큐메니컬 협력 담당자(Global Ecumenical Liaison)로 섬기고 있습니다. 이 사역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되었고, 그 이전에는 거의 11년 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일했습니다. NCCK에서는 주로 화해와 통일 부서에서 활동했으며, 그 일을 통해 한반도 에큐메니컬 포럼(EFK)에서 코디네이터로 일을 했었습니다. 오늘은 그 사역을 통해 제가 배운 것들 중 일부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해방이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방된다고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종종 해방에 대한 논의는 사람들이 무엇으로부터 해방되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죄로부터의 해방, 죽음으로부터의 해방, 노예 상태로부터의 해방, 식민주의로부터의 해방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80년 전 1945년 8월 15일, 한반도는 일본 식민지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1900년대 초 일본은 또한 한국을 중국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킨다고 선언했습니다. 저는 지지난 주에 일본을 방문해서 제가 일하는 미국장로교(PCUSA)와 협력하는 교회 파트너들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그곳에서 일본 교회의 주일학교 운동과 평화에 관한 전시를 보았는데, 그 시기에 일본 제국주의와 동맹을 맺은 실수를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일학교 수업에서 일본이 극동의 통일을 추구하며, 지배를 통해 평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PCUSA 선교사들 중에도 이를 믿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1905년, 유명한 PCUSA 선교사인 호레이스 언더우드는 한국이 야만성과 미신으로부터 해방되어 문명화된 삶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교했습니다. 언더우드가 설교를 했던 그 시점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1905년에 설교되었다는 것은, 언더우드 선교사가 일본이 한국을 보호국으로 선언하고 병합하려는 움직임을 한국의 해방으로 믿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PCUSA를 포함한 교회들이 노예제를 지지하던 시절, 백인 목사들은 신학을 이용해 노예제가 흑인들을 구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문명화된 삶을 가르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흑인 노예들이 스스로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이 모세를 만나 불타는 떨기나무를 통해 말씀하시는 장면을 접했을 때, 그들은 하나님이 하나님의 백성을 억압과 노예로부터 자유롭게 하기를 원하신다는 메시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흑인 노예들은 이것이 백인 기독교인들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기를 원하신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백인 기독교인들은 노예제가 아니더라도 흑인들이 문명화되기 위해서는 분리 정책과 시민권을 제한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흑인들의 시민권 투쟁은 흑인 해방 신학이 탄생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인 기독교의 복음은 언더우드와 같은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에 전해졌습니다. 그들은 한국인들에게 일본 권위에 순종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것은 나사렛 예수가 전한 복음, 즉 하나님의 통치가 시저의 통치와 대조된다고 기도했던 그 예수의 복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백인 예수'의 복음이었습니다. 그는 당신을 한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킨다고 주장했지만, 곧 다른 억압에 묶어버렸습니다. 이 복음에서의 해방은 새로운 황제, 즉 미국에 대한 복종을 통해 주어졌습니다. 미국이 마치 하나님의 대리자인 기독교 문명을 구현하는 존재인 양 여겨졌습니다. 이 백인 예수의 복음은 1945년부터 1948년까지, 그리고 한국전쟁까지 이어지는 기간 동안 한국에서 미 군정 책임자였던 존 하지 장군을 인도했습니다. 그 시기 한국인들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희망했지만, 미국의 지도와 동맹에 의존하는 체제로 억눌렸습니다. 새로운 남한 정부에서는 한국의 협력자들과 기독교 민족주의자들만이 권력을 얻었고, 분단에 종속되었습니다.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대(對)한국 정책을 “해방의 부정”이라고 요약했습니다.

이 백인 예수의 복음은 오늘날에도 계속됩니다. 윤석열 같은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주장할 때, 이 복음은 계속됩니다. 윤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거부할 때도, 이는 평화나 국민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한미 동맹에 대한 의존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장로교 선교사의 아들인 인요한이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지하고, 국민의힘 당원이 되었으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지지했을 때, 그것은 백인 예수의 복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본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해방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 말입니다. 해방자들은 단지 우리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는지만 말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무엇을 위해” 해방되었는지에 대한 비전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 해방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성경은 하나님께서 구원을 이루셨을 때, 평화와 조화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사야와 미가 선지자는 “그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이사야 2:4, 미가 4:3). 시편 145편은 하나님께서 “넘어지는 자들을 붙드시고, 엎드려 있는 자들을 일으키시며… 때를 따라 그들에게 양식을 주시고… 모든 생물의 소원을 만족시키신다”라고 묘사합니다.

예수님도 이사야서를 인용하시며 구원의 사역이 무엇을 포함하는지 미리 보여주셨습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셨기 때문이라.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누가복음 4:18-19).

그러나 제가 오늘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비전은 요한에게 주어진 계시, 요한계시록 22장에서 나옵니다.

“또 그가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요한계시록 22장).

요한이 받은 계시를 해석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이 언젠가 실제로 우리 세계에 일어날 일을 과학적으로 예언하고 있다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 “종말의 날”이 정확히 언제 올지를 계산하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 전체가 당시 로마 제국의 지배와 관련된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요한이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진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바라시는 미래의 중요한 측면들을 보여주는 하나의 그림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저는 우리가 ‘새 예루살렘’이라 부를 도시에서 실제로 생명수가 흐르고, 그 강 옆에 있는 나무가 생명을 주는 열매를 맺는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계시는 우리에게 생명이 새로운 현실의 중심이 될 것이며, 그 생명이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흘러나올 것임을 말해줍니다.

이전 장에서 요한은 이 새로운 도시에 성전이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번 상상을 해 보십시오! 더 이상 우리가 우리의 땅이라고 주장할 교회 건물이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곧 우리의 존재의 근원이신 분께서 우리 모두가 거하는 성전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웅장한 건물을 통해 경쟁자들을 이기기를 기도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얼마나 불안해질까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가두기 위해 쌓아 올린 모든 벽보다 크신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께 한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조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함께 일해왔고, 그들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 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컬 포럼(EFK)의 코디네이터가 되었습니다. EFK는 남한의 NCCK와 북한 정부가 인정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 간의 소통과 만남을 유지해왔으며, 이 포럼은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주관합니다.

저는 2018년 제네바에서 열린 포럼에 처음 참여했고, 이후 태국과 중국에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로 그 만남은 중단되었습니다. 그 만남들이 중단되기 전, 저는 서광선 박사님을 만나 그의 변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 박사님은 일제강점기 동안 한국 북부에서 성장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을 사랑하고 공산주의를 혐오하는 목사였습니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공산주의자들과 협력하기로 한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 의장을 가장 큰 적으로 여겼습니다. 1945년부터 1950년까지 그의 아버지는 북한 경찰의 감시와 심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의 아버지는 체포되어 처형당했습니다.

서 박사님은 남쪽으로 도망쳐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그는 한국군에 입대하여 가능한 많은 북한군을 죽이며 복수를 실행했습니다. 그러나 휴전이 체결된 후 그는 미국으로 가서 신학을 공부하며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킹 목사님은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상기시켰습니다. 서 박사님은 자신이 기독교인으로서 그렇게 많은 증오를 품고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70년대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군사 독재에 강한 반감을 느꼈습니다. 남한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참여하면서 NCCK와 연결되었고, 1991년 캐나다에서 열린 조선그리스도연맹과의 회의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곳에서 박사님은 남한 대표단을 대신해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북한 대표단의 수장 역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북한 대표는 박사님의 아버지가 가장 증오했던 적의 아들이었습니다. 성명 발표 전날 밤, 그 적의 아들은 서 박사님에게 다음 날 통역을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서 박사님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적을 도와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뇌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서 박사님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새로운 비전으로 부르신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증오를 내려놓고, 적과 함께 일하고, 용서하고, 사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서박사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저는 한 웨비나에서 그분을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인터뷰 도중에 박사님은 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바로 나의 해방이었어요!” 그 이후로 그분은 완전히 달라지셨습니다.

서 박사님은 실제로 깊은 트라우마를 겪었고, 그의 가족은 전쟁의 분단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 중심에 있는 생명나무는 민족들을 치유하는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라우마의 상처는 우리가 해방을 찾고, 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에 실현될 때 치유될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한국전쟁 이전 4.3 사건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 한국전쟁 중에 상처 입은 사람들, 서 박사님의 가족과 같은 사람들, 북한 사람들, 중국인들, 그리고 미국인들 모두가 하나님의 해방 안에서 함께 치유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해방은 모두를 위한 치유를 의미합니다. 그것은 끝없이 흐르는 생명을 의미합니다. 나무의 열매는 제철에 맺히고, 누구나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며, 그곳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했어야 할 해방입니다.

저는 미국을 대신하여 오늘날까지 한국의 해방을 부정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또한 한국과 미국 모두의 해방을 위해, 모든 상처가 치유되고 모든 배가 채워지는 세상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우리 함께 하나님의 통치를 이 땅에서 맞이합시다.

설교 후 기도

위로의 하나님, 해방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십시오.

하나님, 전쟁과 갈등, 분단을 넘어서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하나님, 이념의 차이를 넘어

모든 인류와 연결되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하나님, 우리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깨어진 세상을 치유하러 오십시오.

하나님, 모든 사람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질병으로부터 치유받으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해방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도록 우리를 감동시켜 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