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인과 그가 바친 제물은 반기지 않으셨다 (창 4:5)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시고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으시지 않으셨을까요? <새 제롬 성경주석>은 이 대목을 다음과 같이 주석하고 있습니다. “많은 주석가들이 아벨의 제물은 가려 뽑은 것이고 가인의 제물은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강조점은 주님께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한쪽은 받고 다른 한쪽은 받지 않으셨다는 사실에 있다.” 즉, 이 본문이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반기시고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반기시지 않으셨다고 밑도 끝도 없이 말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신 까닭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불가해’(不可解)한 선택에 오히려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바로 이 하나님의 불가사의한 섭리 위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즉, 1+1=2라는 수학 공식처럼, 이치에 맞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세상사에는 ‘이해가 가능’하기보다는 ‘이해가 불가능’한 일이 더 많습니다.

아마도 가인이 화를 낸 것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선택에 대한 자신의 감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 억울하다는 느낌, 아우가 밉다는 감정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데,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그를 나무라십니다. “어찌하여 네가 화를 내느냐?” “정말 하나님께서는 그 이유를 몰라서 그렇게 물으십니까? 어째서 같이 드린 제물인데 아벨의 것은 반기시고, 내 것은 반기시지 않으십니까? 어째서 이런 불공평한 일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아마도 가인은 이렇게 하나님께 되물었을 것입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분간’하는 마음－이것을 동양에서는 분별지(分別智)라고 하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결국 가인은 하나밖에 없는 아우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불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의 불공평은 없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의식 속에서나 있을 뿐입니다. 불공평은 실체가 아니라 관념입니다.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없는 인간의 견해일 뿐입니다. 거대한 해바라기 그늘에서 채송화가 피어납니다. 재 색깔을 마음껏 뽐내면서! 어떻게 난쟁이 채송화가 거대한 해바라기 앞에서 저토록 당당할 수 있을까요? 풀이 죽거나 기가 꺾이지 않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채송화는 자기와 남을 비교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교가 없으니 우월이 없고, 우월이 없으니 열등이 있을 리 없고, 우월도 열등도 없으니 불평이 생겨날 수도 없고, 불평이 없으니 불안이 없고…, 결국 남는 것은 자기 모습 그대로 떳떳하게 존재함으로써 창조주를 기리는 생명의 본래 모습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원래부터 하나님의 불공평은 없었습니다. 인간의 분별지(分別智)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무지개의 일곱 빛깔은 서로 각각 다르지만 각자가 제 빛깔을 뽐내면서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 인간만은 내가 남과 다르면 나보다 나아 보이는 남을 질투하면서 같아지려고 애를 씁니다. 또는 반대로 나보나 못해 보이는 남을 업신여기며 무시합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인간도 다른 피조물들처럼 내가 남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떳떳할 수 있고, 또 나와 다른 남을 존중하면서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요?

결국 비교하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비교하는 마음은 마침내 남과 나를 가르는 분간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구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선한 것과 악한 것을 가리지 않거나 가릴 줄 모르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삶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선과 악을 나누고, 나아가 그것으로 너와 나를 나누고, 아군과 적군을 나누고, 그래서 결국 하나뿐인 아우를 죽이는 그런 삶은 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별(distinction)이 구분(division)으로 이어지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불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분별지(分別智)를 버릴 필요는 없지만, 분별지의 노예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2) 하나님이 … 허락하셨구나 (창 4:25)

인류의 첫 부부 아담과 하와의 첫 자녀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가인’입니다. 그런데 가인을 낳은 하와의 첫 외침은 “주님의 도우심으로, 내가 남자 아이를 얻었다(새)/내가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개)”(창 4:1)입니다. 가인이란 이름의 발음은 히브리어 동사 “얻다” 또는 “생산하다”라는 말의 발음과 비슷합니다. 즉, “가인”이란 이름은 “얻다” 또는 “생산하다”란 말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서 얻은 사람, 생산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것은 “내가 남자 아이를 얻었다”는 하와의 외침 속에 분명히 드러나 있습니다. 이 문장의 주어는 ‘나’입니다. 즉, 가인이란 이름은 “내가 득남하였다”는 것에 초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세기 4장 1절은 “하나님같이 나도 한 남자를 창조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생산의 주체, 창조의 주체는 하나님이 아니라 아담과 하와 자신입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부모가 창조자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기른 자식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습니까? 가인은 친동생 아벨을 쳐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 일로 하나님께 벌을 받아 평생 떠돌이 생활을 했습니다.

이에 비해 창세기 4장 25절은 다음과 같이 증언합니다. “아담이 다시 자기 아내와 동침하였다. 마침내, 그의 아내가 아들을 낳고 말하였다. ‘하나님이, 가인에게 죽은 아벨 대신에, 다른 씨를 나에게 허락하셨구나.’ 그의 아내는 아이의 이름을 셋이라고 하였다”(새)./“아담이 다시 자기 아내와 동침하매 그가 아들을 낳아 그의 이름을 셋이라 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이 내게 가인이 죽인 아벨 대신에 다른 씨를 주셨다 함이며”(개). 여기서 “셋”이란 이름은 “얻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마련하셨다” 또는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주어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가인과 아벨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식이란 자기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임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셋”이 인류의 계보를 이어갑니다.

이렇듯 ‘내’가 주어일 때 인류는 타락했고, ‘하나님’이 주어일 때 인류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성경의 증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자녀는 내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그분의 자녀임을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자녀들을 ‘내 뜻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닫기 위해 더욱 힘써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3) 하나님은 그들에게 복을 주시고... (창 5:2)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후에 제일 먼저 하신 행동은 인간을 향한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의 첫 번째 행동은 인간에게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주셨습니까? ‘복’을 주셨습니다. 그것도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서가 아니라, 사람을 창조하시던 바로 그 날 즉시 주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께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복 주시기를 즐겨하시는 분이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제일 처음으로 주시기를 주저치 않으셨던 ‘복’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이재철 목사님은 복이란 “피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애프터서비스”라고 정의합니다. 값비싼 물건일수록 애프터서비스가 철저하기 마련입니다. 이것 없이는 제품을 제품답게 사용하기가 힘이 듭니다. 자동차의 경우 조그마한 나사 하나만 풀려도 위험한 흉기가 되고 맙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피조물인 인간은 창조자이신 하나님의 애프터서비스 없이는 결코 사람답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인간과 복의 관계’를 ‘자동차와 기름의 관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도 있으니 기름 보다는 ‘에너지’라는 말이 더 적합하나, 독자들의 이해 편의를 위해 그냥 ‘기름’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도 기름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기름 없는 자동차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따라서 복을 애프터서비스로 이해하건 아니면 기름으로 이해하건 간에, 복을 구하는 것, 곧 기복(祈福)은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만약 이것을 부정한다면 인간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란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먼저 복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창세기 5장 2절의 말씀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기복주의만은 철저히 배격해야 합니다. 기복주의란 하나님이 아닌 복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피조물인 인간의 목적은 언제나 창조주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그것이 인간 삶의 목적이고, 복이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하나님에 의해 주어지는 은총입니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복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자는 결코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그는 하나님과는 무관한, 비인격적인 복이란 우상을 섬기는 우상 숭배자에 불과합니다. 우상이야말로 인간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흉기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은 ‘복’이 아니라, ‘복을 주시는 하나님’이어야 합니다.

(4) 아담은… 자기의 형상을 닮은 아들을 낳았다 (창 5:3)

창세기 1장 26절과 27절은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고 증언합니다. 그런데 창세기 5장 3절은 이와 비슷하게 “아담은… 자기의 형상 곧 자기의 모습을 닮은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말씀이 무슨 뜻일까요?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의 부모의 DNA를 물려받았다는 말일까요?

저는 제2강에서 우리말 ‘닮다’와 ‘담다’가 발음이 똑같다는 것에 착안하여,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았다.”는 말을 “사람은 자기 안에 하나님을 담고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2장 20절에서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고 고백했다고 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녀가 어버이의 형상을 닮았다”는 말씀 역시 비슷하게 풀이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배움’이란 곧 ‘본받음’입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입니다. 부모의 모습이 자식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부부가 매일 다투면서 자식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를 기대할 수 없고, 스스로는 책 한 줄도 읽지 않으면서 자식이 공부 잘하기를 바라 수 없고, 본인은 신앙생활을 방관하면서 자식이 올바른 신앙인으로 성장하기를 원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콩 심은 데서 팥이 자라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성장한 자식은 부모의 작품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위탁받아 만들어 낸 작품입니다. 따라서 자식의 잘잘못은 곧 부모에 대한 심판입니다. 자식에게 흠이 있다면 그것은 자식의 성장 과정 어디에선가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알게 모르게 부모가 부족해서 저지르고 만든 상처일 것입니다. 하나님이 엄마의 태를 통해서 주신 자식은 하나님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을 것이니까요. 다만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부모의 손을 통해 이 세상에서 몇 십 년을 살다 보니 때가 묻고 상처가 나고 이지러지곤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성장한 자식이 무언가 잘못할 때면 바로 이때 부모는 ‘내 탓이요’를 마음속으로 외쳐야 합니다.

구세군의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캐서린 부스 여사는 슬하에 여덟 명의 자녀를 두었고, 모두 훌륭하게 성장시켰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사에게 자녀 교육의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여사의 대답은 담담하고 명료했습니다. “언제나 악마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나쁜 습관을 배우기 전에 좋은 습관을 먼저 가르치고, 악마가 나쁜 생각을 가르치기 전에 내가 먼저 좋은 생각을 가르치고, 악마가 나쁜 지혜를 가르치기 전에 내가 먼저 하나님의 지혜를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이 잘 되기를 바라십니까? 훌륭한 자녀로 성장하기를 원하십니까? 그러면 “우리 자녀가 훌륭히 자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라는 기도를 잠깐 멈추시고, 먼저 훌륭한 부모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훌륭한 부모가 있어야 훌륭한 자식이 있을 수 있음을 잊지 말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 저로 하여금 올바른 그리스도인 부모가 되게 해 주십시오” 라고 먼저 기도하고, 그러고 나서 “자녀들이 바르게 성장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입니다.

2. 창세기 6-8장 길잡이

창세기 6-10장은 대홍수 이야기입니다. 흔히 이 이야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교회를 예표(豫表)한다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교회를 종말심판을 대비한 방주로만 생각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복음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교회를 세우셨지, ‘세상으로부터 구출해 내려고’ 교회를 세우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는 교회가 존재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부터 실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