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장 요약(1) : 하나님과 제국의 모호성(上)

∙성경은 왜 천지창조의 시기를 기원전 4,000년 무렵으로 잡고 있는가?

∙창세기 1-11장의 내용은 기원전 약 4,500년부터 2,500년까지 메소포타미아 남부지역에 살았던 수메르인들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고대 설화들을 선택적으로 차용하고 적절하게 각색한 것이다. 수메르인들이 설화를 통해 이해하려 했던 것은 자신들의 시대에 도래한 신석기 혁명이었다. 즉 창세기 1-11장의 내용은 신석기 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 함축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자 수메르에서 형성된 설화들을 차용했던 것이다.

∎성경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는가?

∙창세기 1:1-2:4에 나오는 천지창조 이야기는 고대 수메르 전승에서 차용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독특한 사제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들이 생각한 세계의 ‘의미’에 대한 기록이다.

∙사제들이 창조에 필요한 날로 9일이 아니라 7일을 생각해 낸 것은 천지창조에 안식일을 관 씌우고자 하는 자신들의 목적 때문이다. 즉 천지창조의 절정은 일곱째 날에 맞는 안식일이다.

∙안식일은 모두가 평등하게 쉬는 날로 하나님의 분배적 정의를 보여주는 상징인 동시에 노동의 휴식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실재였다. 즉 안식일은 천지창조의 정수이자 절정으로서 ‘평등의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안식일 제정=분배적 정의의 확립]

∙창세기 2:3-3:24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는 인간이 영원한 생명보다 도덕적 지식을 선택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는 (길가메시 서사시에 따르면) 인간이 자연에서 벗어나 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다. 즉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은 신의 처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에게 주어진 결말이다.

∙창세기 4장을 보면 인류 최초의 형제 살해는 농부가 자기 농토에서 양치기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이는 인간의 문명 창출에서 발생한 최초의 행위이다. 그리고 양치기를 제거한 농부는 도시를 세운다. “이 땅에 폭력을 소개한 가인은 정착 문화 또는 ‘문명’의 아버지 또는 조부로 간주된다. 이 이야기는 잉여 작물이 마침내 개인주의, 공격, 전쟁, 탐욕을 증대시킨 원인이 되었다는 견해와 교모하게 일치한다.” 이렇듯 수메르 전승을 가공한 성경은 형제 살해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나아가 성경은 농부가 양치기를 죽이고, 도시를 세우고, 인간의 폭력이 급속히 확대된다는 내용을 창세기 4:24 안에 요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명의 폭력이라는 정상성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가?

∙창세기 6-9장에 등장하는 대홍수-(폭력적인) 노아식 해결책은 지상에서 늘어나는 악의 문제를 푸는 하나님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노아식 해결책은 실패했다. 그래서 창세기 12:1-3에는 하나님의 새로운 해결방법-평화로운 아브라함식 해결책이 나온다. 즉 다른 모든 사람을 학살하는 동안 의로운 사람 하나를 보호하는 대신에, 의로운 한 사람이 ‘지상의 모든 가족’에게 복을 주기 위해 선택된다. 이렇듯 우리는 성경에서 폭력으로 인한 인류의 타락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 두 가지, 소수를 위해 다수를 ‘멸절시키는’ 노아식 해결책과 소수를 통해 다수를 ‘변화시키는’ 아브라함식 해결책을 만난다.

∙도대체 이 둘 중 무엇이 하나님의 해결책인가? 폭력적 하나님과 비폭력적 하나님 사이에 나타나는 모호성이 이 책에서 다룰 주제이다.

∎율법: 분배적 정의인가, 보복적 정의인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정의’라는 용어는 주로 보복적 정의를 의미한다. 하지만 ‘정의’라는 용어는 우선적으로 분배적 정의를 가리킨다. 보복적 정의는 분배적 정의의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성경이 하나님을 ‘정의롭고 의로운 하나님’이라고 할 때, 이는 분배적 정의의 하나님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신성한 율법(토라)에서는 분배적 정의가 얼마나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는가?

∙토라에 따르면 하나님은 땅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하고, 그 분배적 정의가 지켜지도록 땅을 사고파는 것을 금지하신다.

∙그런데 문명의 폭력이라는 정상성은 어떻게 하나님의 이러한 급진성을 좌절시키는가? 상대방이 담보 대출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나는 소유권을 취득해 그의 땅을 차지할 수 있다. 이것이 땅의 매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빌리고 빌려주는 관계에서 지켜야할 것을 명시하고, 이자와 담보를 설명하는 데 토라가 그처럼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이유이다. 토라는 불평등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5단계의 제도를 시도한다. 이는 ① 이자 금지, ② 담보물건 제약, ③ 빚 탕감, ④ 노예 해방, ⑤ 땅의 독점 폐지 등이다.

∙안식일로부터 안식년을 거쳐 희년에 이르는 일련의 계율을 통해 우리는 ‘생명으로서의 토지’를 공정하게 분배하라는 하나님의 요구는 창세기 1:1-2:4에 나오는 창조신학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렇듯 하나님의 분배적 정의는 토라 곳곳에 명확하게 강조되어 있지만, 하나님의 보복적 정의에 대한 강조 역시 그에 못지않게 자주 등장한다.

∙분배적 정의 그리고 보복적 정의로서 하나님의 정의는 성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모호한 표현 중 하나이며, 이 두 요소는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두루 걸쳐 있다. 결국 성경 속 하나님의 정의가 보여주는 모호성에 관한 질문은 “하나님은 폭력적인가, 비폭력적인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