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장 요약 : 의로움

∙‘의로움’(righteousness)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수백 번 등장한다. 때로는 ‘의로움’이 하나님의 성품과 갈망을 나타낸다. 하나님은 의로우며 의로움을 갈망한다. 때로는 ‘의로움’이 인간의 미덕을 가리키기도 한다. 의로운 자는 번영할 것이고, 사악한 자는 멸망할 것이다.

∙성서에서 ‘의로움’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그것은 ‘옳은 일을 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하나님을 의롭다 일컫는 것은 하나님이 ‘옳은 일’을 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우리가 ‘옳은 일’을 행하기를 갈망한다. 의로운 사람이란 옳은 일을 행하는 자다.

▪정의(Justice)로서의 의로움

∙보통 ‘의로움’으로 번역되는 말에는 주요한 의미가 또 하나 있다. 이 의미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다. 그것은 사회가 구성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의로움’이란 말을 ‘정의’로 번역하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성서에서 ‘의로움’과 ‘정의’는 동의어로 쓰일 정도로 아주 긴밀히 연관돼 있다.

∙동의적 평행법의 예: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24). “그들에게 정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포학이요 그들에게 공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부르짖음이었도다”(사 5:7).

▪정의의 의미

∙성서의 ‘정의’는 ‘보복적 정의’(형사사법제도)가 아니라 ‘분배적 정의,’ 즉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분배적 정의에 대한 하나님의 갈망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였으며 세상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신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하나님의 세상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으로서의 성서의 분배적 정의는 경제적 정의이다. ⇒ 안식년법, 희년법 : 이런 법들은 빈곤한 하층 계층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모든 사람이 생활의 기본적 필요를 부족함 없이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

∙분배적 정의는 체제가 구성된 방식—부유하고 권세 있는 자들이 사회의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세상을 조직한 방식에 의문을 던진다.

▪‘정의’ 대 ‘의로움’

∙의로움이 정의를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마 5:6).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 5:10).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5:20).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 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하나님 나라는 인간의 불의와 대비되는 하나님의 정의를 추구한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롬 1:17).

∙하나님의 분배적 정의, 곧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정의로서의 의로움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를 이야기해 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과 갈망을 드러내준다.

2. 13장 요약 : 죄

∙죄를 핵심 문제로, 용서를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강조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그것은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인 4세기 이래 그리스도교가 주류 문화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산물이었다. 결과적으로 죄는 인간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은유가 되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다.

∙죄는 인간 상황을 나타내는 성서의 중요한 은유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 은유 중 하나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죄의 지위를 낮추기

∙죄는 우리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지배적 은유라는 지위를 독차지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죄를 끌어내려야 한다. 죄가 차지하고 있는 잘못된 위상을 바로 잡으면 중요하고 강력한 다른 은유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서에 따르면 우리가 처한 곤경은 단순히 죄로 수렴되지 않는다. (속박→해방, 귀양살이→귀향, 질병→치유와 회복, 버림받음→공동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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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죄들

∙성서와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죄’는 단수로도 복수로도 사용된다.

∙성서는 죄를 개인이 저지르는 무엇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제도화된 죄, 구조적 죄, 사회구조에 내재된 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구조적인 불의이자 구조적인 폭력으로서의 죄 : 미 1:5

∙우리를 속박하는 권력으로서의 죄 : 롬 7:7-24

∙죄의 근원을 헬라어 ‘휴브리스’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휴브리스는 스스로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것, 신과 같이 되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를 우주의 중심, 모든 관계의 중심이라 여기는 것이다.

∙휴브리스는 개인뿐 아니라 집단, 국가, 인류 자체에까지 전염된다.

∙휴브리스는 단수형태의 죄를 표현하는 강력한 이미지다. 휴브리스는 많은, 어쩌면 모든 복수 형태의 죄들을 설명해 주는데, 그 죄들은 개인적 층위에서나 사회적 층위에서나 자기 관심과 자신의 안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자신의 집단과 국가의 안위에 대한 일차적 관심은 대개 불의와 폭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죄의 근원에 대한 두 번째 이미지는 태만으로서의 죄다. 태만은 “뱀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삶의 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남들에게 들은 대로 그냥 그렇게 돌아가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휴브리스와 태만에 대한 처방은 자신을 다시 중심에 놓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관심이나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이 아니라 하나님에 우리 자신의 중심을 놓아야 한다. 하나님에 중심을 놓는 것이 곧 ‘주님께서 오실 길’, 귀환하는 길, 해방과 회복이다.

∙성서에서 죄를 표현하는 또 다른 근본적인 이미지는 우상숭배다. 우상숭배는 하나님보다 작은 것을 우리 삶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우상숭배에는 휴브리스와 태만이 모두 들어있다. 우상숭배는 하나님이 아닌 무언가에 중심을 두고 하나님의 열망이 아닌 무언가가 우리 삶을 결정하도록 두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사실 대다수 사람들에게 문제는 자신들이 죄를 범했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죄에 당했다는 것이다. 죄의 희생자들에게는 용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해방, 공동체, 치유, 회복 그리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다. 이 모든 것은 예수를 통해 결정적으로 계시된 성서에 나오는 하나님의 열망의 핵심이다.

∙포괄적인 성서의 죄 이해에서는 용서가 죄에 대한 우선적 해결책이 아니다. 그보다 우선적인 해결책은 자신(휴브리스) 또는 어떻게 살라고 말해주는 세상의 주인(태만)이 아니라 하나님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자신이나 세상에 중심을 두는 것은 우상숭배다. 그 해결책은 “주님이신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겸손한 제안

∙그리스도교 언어와 예전은 복수형의 죄들과 용서의 필요성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속박하는 권력으로서의 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가 상처 주고 상처 입었던 방식에 대해 그리고 변환과 자유에 대한 우리의 필요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의 곤경과 필요에 대한 이 같은 이미지들이 현대의 그리스도교 예배에서는 결여돼 있다.

∙죄는 중요하다. 하지만 죄가 그리고 용서의 필요성이 하나님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문제가 되어버리면 성서와 그리스도교 전통이 가진 지혜와 열망은 위축되고 메마르게 된다.

3. 14장 요약 : 용서와 회개

∙죄가 강조될 때마다 용서도 강조되는데, 통상적인 죄 이해에서는 용서가 죄에 대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용서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는 거의 대부분 하나님의 징벌적 이미지와 함께 나타난다. 용서받음은 영생으로 통하는 길인데, 아직 죄를 용서받지 못한 채 죽었다면 어떻게 될까? 하나님이 자비롭고 관대하여 동정적이고 자애롭고, 우리와 세상의 변환을 열망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러한 해석틀과 맥락에서 용서는 무엇을 의미할까?

▪하나님과 관계에서의 용서

∙하나님의 용서가 우리의 행위에 달려 있는 걸까? 우리가 진정으로 죄를 고백하고, 예수를 믿고, 다르게 살기를 결단해야만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것이라면 용서는 매우 조건적인 것이다. 우리는 ~해야만 용서받을 수 있다.

∙성서와 그리스도교 전통에는 우리가 깨달았든 못 깨달았든 간에 우리는 이미 용서받은, 즉 하나님에게 받아들여지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마틴 루터, 폴 틸리히)

∙You Are Accepted: “우리의 모든 생각이 하나님과 우리를 갈라놓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를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은혜, 하나님의 용서, 하나님의 받아들임에는 조건이 없다. 하나님의 사랑은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게 은혜가 뜻하는 바다. 이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용서다. 즉, 우리의 부족함과 잘못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우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깨닫고, 그것을 내면화하여 실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를 받아들였고 우리의 안녕을 바란다. 이를 알고, 믿고, 깨달으면 삶이 변화된다. 더 이상 자신이 기준에 부응하는지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러한 근심에서 해방되어 우리 자신과 세상의 변환을 향한 하나님의 열망에 동참하는 것이다.

▪회개

∙그리스도인들은 회개를 죄 그리고 용서와 연관 짓곤 한다. 죄를 지었으면 용서받기 위해 죄를 회개해야 한다.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진실한 회개 없이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회개란 자신의 죄를 철저히 뉘우치고, 죄가 되는 그러한 행위나 사고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진정으로 결단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회개 속에 그와 같은 뉘우침과 결단이 충분하지 않다면 우리는 용서받을 수 있을까?

∙반면 성서에서 회개의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성서에서 회개는 주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의미는 ‘돌이키다. 되돌아가다’이다. 이 말은 이스라엘의 바빌론 유수 경험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회개한다는 것은 하나님에게 돌아가는 여정에 오르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의미는 ‘우리의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화로 말미암아) 배운 것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정신을 거스른다는 것은 새로운 방식, 예수를 통해 결정적으로 드러난 하나님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성서는 분명 우리의 죄를 회개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회개는 변화에 관한 것이지 용서의 선결조건은 아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돌이켜 하나님에게 되돌아가고, 우리의 정신을 거슬러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것이다.

∙용서는 회개에 달려있지 않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에게 용서받았고 사랑받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보증받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회개는 변환에 이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