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그냥 한번 웃자고 누군가 지어낸 것일 테고, 제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헌금정신은 ‘하나님께 얼마만큼을 헌금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하나님께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헌금해야 하는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2. 봉헌의 자세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님께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헌금해야 할까요? 아래서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올바른 헌금정신과 봉헌의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모든 봉헌은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로 돌려 드리는 신앙고백적 행위입니다. 신명기 8장 17-18절을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이 재산은 내 손으로 뼛골 빠지게 일해서 모은 것이다.’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거든, 너희 하나님을 생각하여라. 하나님께서 … 오늘 이처럼 재산을 모으도록 너희에게 힘을 주셨다는 것을 생각하여라”(이하 공동번역). 또 고린도전서 4장 7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다 받은 것인데 왜 자기 것인 양 자랑합니까?”
따라서 우리가 십일조를 말할 때 ‘열의 하나’가 아니라 ‘열 가운데 하나’라고 해야 옳습니다. 여기서 ‘가운데’란 중심을 뜻합니다. 즉, 십일조는 열 가운데 하나만 하나님의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사람의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열 가운데 하나는 열 모두를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한마디로 내가 가진 것 모두는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내가 아무리 많은 헌금을 해도, 그것은 결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에 미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나의 가질 자격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바가 더 큼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많이 헌금했다고 교만할 것도 없고, 적게 헌금했다고 비굴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자세를 가져야만 온전한 헌금을 드릴 수 있습니다. 헌금은 꼭 넉넉해서 바치는 것이 아니며, 쓰고 남은 것을 바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으니 기꺼운 마음으로 이 예물을 주께 바치나이다” 하는 것이 우리가 드리는 헌금의 기본 정신이어야 합니다.
둘째로, 헌금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베푸신 은혜에 대한 응답인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모범을 따르는 행위입니다. 고린도후서 8장 9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부요하셨지만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분이 가난해지심으로써 여러분은 오히려 부요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자신의 영광을 버리시고 종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신 것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수난 당하시고 마침내 자신의 전부를 내어 주신 십자가의 사랑과 은총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내가 오늘의 내가 된 것, 내가 사는 것, 내가 이런 축복의 생을 누리는 것,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자신을 내어 주고 희생하고 가난해지고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님께 헌금을 바치는 것은 한편으로는 우리를 위해 스스로 가난해지셨던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총에 감사하여 응답으로 드리는 감사의 행위입니다. 또한 우리가 주님께 헌금을 바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남을 부요하게 하기 위하여 자신을 가난하게 하는 사랑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감사와 기쁨과 나눔이라는 십일조의 본질과도 상통하는 것입니다.
셋째로, 헌금은 믿는 사람들 간의 연대를 의미하고, 또한 그리스도인 간의 평등을 위한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8장에서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 교회의 궁핍한 사람들을 위한 모금에 ‘집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 문제가 선교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나눔과 연대는 자기 교회공동체 안에서만 한정되지 않았고, 여러 공동체 사이의 일치를 위한 표지가 되었습니다. 바울은 이것을 두 교회 사이를 “공평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평등”을 말합니다. 이것은 오늘 우리가 헌금을 드리는 목적 또는 목표가 지금 내가 섬기는 교회의 유지나 확장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바치는 헌금을 교회를 통해 바칩니다. 그러니 교회는 하나님께 바쳐진 헌금을 자기 마음대로 유용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헌금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한다면 교회는 자기 스스로를 하나님의 자리에 올려놓는 셈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교회에 헌금을 바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그 헌금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에 쓰이도록 기도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물론 헌금은 교회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에 쓰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비록 우리 교회의 재정 형편이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교회를 돕는 일을 중단할 수 없고, 적어도 교회예산의 십일조는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고 선교하는데 지출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만 할 것입니다.
넷째로, 모든 헌금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 (행 20: 35)는 마음으로 기쁨으로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9장 7절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각각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내야지 아까워하면서 내거나 마지못해 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 빼앗긴 것과 내가 기쁜 마음으로 준 것은 다릅니다. 주기는 했으되 억지로 주었으면 그것은 결국 빼앗긴 것입니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썼습니다. 내가 주었습니다. 내 의지대로 내 손을 떠나 버렸습니다. 이 경우 물질은 비록 내 손을 떠났지만 내 의지대로 떠났기에 그 기쁨은 나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그 기쁨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영원한 내 것이요 진짜 내 소유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유하지 않고도 소유하는 진정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편 고린도후서 8장 12절의 말씀, “마음이 내켜서 하는 일이라면 가진 것에서 얼마를 바치든지 하나님께서는 기꺼이 받으실 것입니다. 없는 것을 억지로 내라는 말은 아닙니다”라는 바울 사도의 권고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헌금은 자기의 분수대로, 능력껏 형편에 알맞게 해야 덕이 되지, 그렇지 않고 과분하게 빚을 내서 무리하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넉넉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인색하게 헌금한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평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태복음 25장 14절로 30절에 실려 있는 달란트의 비유가 그것을 잘 웅변해주고 있습니다. 거기 보면 다섯 달란트 받아 다섯 달란트를 남긴 종과 두 달란트를 받아 두 달란트를 남긴 종이 주인에게 똑같이 칭찬 받습니다: “잘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 25:21.23). 주인은 글자 한자 다르지 않게 똑같은 말로 두 종을 칭찬했습니다. 우리 기준으로는 다섯 달란트 남긴 종이 두 달란트 남긴 종보다 더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기준은 다릅니다. 하나님의 기준은 두 사람을 비교해서 “누가 누구보다 더 낫다”라는 상대평가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출발점을 기준해서 과연 얼마만큼의 진전을 이루었는가를 따지는 절대평가입니다. 모든 사람의 얼굴 생김이 다르고, 지문이 다르듯이 우리 각자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달란트 또한 각기 다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남과 나를 비교하며 교만해서는 안 되고 또 기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각자가 받은 달란트가 얼마든 그것을 선용하여 거기서 진보를 이루면 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남들보다 많은 달란트를 받았다면 그것은 특권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특권에는 책임도 따릅니다. 그래서 누가복음 12장 48절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주어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놓아야 한다.” 즉, 받은 것만이 아니라, 나누는 것 또한 특권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끝으로 헌금에 대한 태도를 하나 첨가하겠습니다. 기도생활도 훈련이 필요하듯이 헌금생활도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비록 지금 내가 조금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나를 강제하며 당장 시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부자가 되면 남도 도와야지” 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약속은 지켜질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좀 넉넉해지면 헌금생활을 해야지 하면 영원히 온전한 헌금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십일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부유한 사람은 그 액수가 너무 커서 십일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못합니다. 미국의 실업가 록펠러는 십일조를 드리는 습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 일이 있었습니다: “만일 내가 주급 1달러 50센트였던 첫 봉급에서 십일조를 드리지 않았더라면, 나는 십일조로 백만 달러를 바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작은 것에서부터 훈련을 시작했기 때문에 후에 크게 봉헌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저는 율법으로서의 십일조에는 반대합니다. 하지만 신앙인이라면 헌금에 대한 자기 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은 자기 형편과 처지에 따라 십일조가 될 수도 있고, 이십의 일조나 십의 이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기 기준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직은 좀 더 유연하게 자기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직은 교회의 청기기로서 교회의 살림을 맡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 살림이 어려우면 청지기인 제직은 자기 원칙을 고집하기에 앞서 교회 살림을 고려해 헌금해야 할 것입니다. 제직은 권리를 주장하는 자리이기에 앞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마 6:21). 일제 강점기에 고국 땅에서 쫓겨나 만주에 정착하며 살던 이민자들에게는 삼전(三田)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군전(軍田)과 학전(學田), 그리고 생전(生田)이 그것입니다. 저들은 자신이 농사짓는 땅을 삼등분하여 군전에서 나오는 소출은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는 일에, 학전은 자녀들의 학교를 지원하는 일에, 그리고 생전은 자기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일에 썼다고 합니다. 여기에 비해 지금 우리는 내 소출, 내 재물, 내 시간, 내 관심, 내 능력을 어디에 나누며 살고 있습니까?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했는데, 과연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 마음이 하나님께 향하고, 우리 마음이 하나님의 나라로 향할 때 과연 우리의 재물은 어디에 있어야 하겠습니까?▧
목회마당 > 성서학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