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제로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하나님이십니다(45:8)

우리는 이 세상에서 나그네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들에 직면합니다. 누구도 아무런 문제없이 삶을 순탄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삶은 문제의 연속입니다. 하나를 해결할 때마다 또 다른 문제가 그 자리를 메웁니다.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볼 줄 아는 시각입니다. 고난 자체가 아니라, 그 고난 뒤에 숨겨진 하나님의 섭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문제 뒤에는 하나님의 목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목적은 우리의 문제, 우리의 고통보다 더 큼을 확신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의 계획을 넘어섬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아가 하나님은 가장 악한 것에서도 선을 이끌어내실 수 있는 분임을 신뢰해야 합니다.

요셉의 일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문자 그대로 길흉화복이 교차하는 파란만장한 드라마였습니다. 꿈쟁이 요셉은 어렸을 때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귀염둥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복이 곧장 화를 불러들였으니, 형들의 질투와 미움을 사서 살해당할 뻔 한 뒤, 가까스로 목숨만을 건져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머나먼 타국으로 팔려갑니다. 비참한 노예로 전락한 요셉은 이집트에서 바로의 경호대장인 보디발의 가노(家奴)가 됩니다. 노예생활 10년 만에 마침내 주인 보디발이 요셉을 잘 보아서 그를 심복으로 삼고 집안의 관리인으로 세워 모든 일을 그에게 맡깁니다. 명실상부한 명문 귀족 집안의 제2인자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복이 다시 화를 부릅니다. 보디발의 젊은 아내가 요셉을 유혹한 것입니다. 그리고 요셉한테 거절당한 상전의 아내는 화가 나서 요셉이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고 무고했고, 결국 요셉은 강간미수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 언제 풀려날지 모르는 무기수로 살게 됩니다. 집안의 2인자가 이번에는 죄 없는 죄수로 전락한 것입니다. 3년 동안의 옥살이 중에 요셉은 이집트 왕 바로의 시종들을 만나게 되고, 그 인연으로 바로의 꿈을 풀어 주게 됨으로써, 마침내 요셉은 감옥에서 풀려났을 뿐 아니라 일약 이집트의 총리대신이 됩니다. 이렇듯 온갖 시련과 역경을 헤치고 끝내 이집트의 통치자 자리에 서게 된 요셉은 이집트란 나라를 기근에서 건졌을 뿐 아니라, 나아가 굶어죽게 된 아버지와 형제들, 즉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들을 살리는 일을 하게 됩니다.

요셉의 이야기는 하나님의 섭리가 어떻게 결실을 맺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셉 이야기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창세기 45장을 보면, 요셉은 자신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회고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형님들이 나를 이곳에 팔아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이 땅에 흉년이 든 지 이태가 됩니다. 앞으로도 다섯 해 동안은 밭을 갈지도 못하고 거두지도 못합니다. 하나님이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서 보내신 것은, 하나님이 크나큰 구원을 베푸셔서 형님들의 목숨을 지켜 주시려는 것이고, 또 형님들의 자손을 이 세상에 살아남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제로 나를 이리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 나를 이리로 보내셔서, 바로의 아버지가 되게 하시고, 바로의 온 집안의 최고의 어른이 되게 하시고, 이집트 온 땅의 통치자로 세우신 것입니다. (창 45:4-8)

그렇습니다​! 요셉이 겪은 이유 없는 고난은 오히려 그가 속해 있던 야곱(이스라엘) 가문 전체를 가난의 질곡에서 구원해 내기 위한 하나님의 구원사적 계획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비록 요셉은 온갖 시련과 고난을 겪었지만, 바로 그 시련과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 섭리의 도구가 된 것입니다.

요셉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을 말없이 받아들이고, 그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요셉은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이 ‘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든 ‘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순간순간 자신의 현재에 충실했습니다.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다만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열심히 했습니다. 자기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나님한테서 오는 것임을 알고 오직 거기에 순응할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그에게는 어제에 대한 후회도, 내일에 대한 염려도 없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따름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태도가 유대 민족의 저력을 이루는 바탕이었습니다. 그들은 무슨 일이든 일단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그 일의 과거를 캐어 잘잘못을 따지는 대신, 그 모든 일이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믿었습니다. 나라가 멸망했을 때에도 그들은 외국의 군대가 자기네 나라를 멸망시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와 같은 징벌을 내리신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일어난 모든 일을 하나님의 섭리에 따른 것으로 믿을 수 있을 때 거기에서 새로운 희망과 기대가 생겨났습니다. 그게 바로 ‘믿음’의 힘입니다.

요셉 이야기는 이 대단한 믿음이 어떻게 결실을 맺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일 형들이 그를 팔지 않았더라면, 만일 주인 여자가 억울한 누명을 씌우지 않았더라면, 다시 말해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에 단 한번이라도 요셉이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됐더라면 요셉은 감옥에 갇히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바로의 시종들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바로의 꿈을 풀어 줌으로써 마침내 나라를 기근에서 건지고 총리대신이 되어 굶어죽게 된 아버지와 형들까지 살리는 일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래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그분의 은총이었다”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실로 요셉은 사도 바울이 로마서 8장 28절에서 고백한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라는 말씀을 생으로 입증한 위대한 인물이었습니다. 이 로마서 8장 28절의 말씀에서 우리가 꼭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일”이라는 말입니다. 이 “모든 일”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 게 없습니다. 성공과 실패, 희망과 절망, 승리와 좌절,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건강과 질병,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모든 일” 안에는 좋은 것들은 물론이고 나쁜 것들도 제외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성공, 희망, 승리, 행복, 기쁨, 즐거움, 건강 등 좋은 것들만 우리를 선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실패, 절망, 좌절, 불행, 슬픔, 괴로움, 질병 등 나쁜 것들까지도 서로 협력하고 작용해서 종국에는 우리를 하나님의 목적 안에서 선으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세상과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뜻을 우리는 섭리라고 합니다. 우리 관점으로만 보면, 종종 우린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의 문제라면 모를까, 그것이 나의 문제라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너를 낳아준 어미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다”(공동번역, 사 49:15)라고 약속하신 하나님께서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나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에서 우리 삶을 바라보라고 하십니다. 왜입니까?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위해 선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 치 앞밖에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불행은 좌절의 씨앗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 현재의 불행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요셉 이야기는 어느 한 토막만 끊어 읽으면 안 됩니다. 통째로 보아야 합니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서 한 사건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큰 전체 속에서 오늘 나에게 닥친 일을 긍정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때때로 고난을 당합니다. 시련도 겪고, 역경과도 마주칩니다. 믿음 좋은 나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큰 상처도 받고, 믿음도 흔들리고, 시험에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록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지라도, 그 속에 하나님의 크신 섭리가 있음을 기억하며, 우리는 당면한 시련을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아야 하고,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로마서 8장 28절은 “우리는 압니다”라는 말로 끝납니다. 여기에 쓰인 “안다”라는 말은 성서 원어인 헬라어로는 ‘오이다’(οἰδα)인데, 이 말은 “체험으로 안다, 직접 겪어서 안다”는 뜻입니다. 즉,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체험’을 통해서 온 몸으로, 내 전 실존으로 깨달아 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하는”에 해당하는 헬라어 동사는 현재진행형, 즉 계속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것은 과거에 하나님을 사랑했던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하나님을 사랑할 자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는 자를 말합니다. 즉, 지금 어떤 형편과 처지에 놓여있든지, 행복하든지 불행하든지, 희망 중에 있든지 절망 중에 있든지, 건강하든지 병들어있든지, 잘살든지 못살든지, 지위가 높든지 낮든지, 이런 모든 객관적인 삶의 조건에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을 사랑하고 있는 자를 가리킵니다. 비록 지금 내가 고난 중에 있을지라도, 그리고 그 고난을 내 머리로는 납득할 수 없을지라도 한결같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사랑할 수 있는 자를 말합니다. 실로 요셉은 그런 신앙의 사람이었습니다.

​(2) 그래서 그 땅은 바로의 것이 되었다 (47:20)

풍년이 들었을 때 그냥 거두어 들였던 곡식을 흉년이 들자 돈을 받고 판 요셉. 풍년이 들어 먹고 남은 곡식이라 해서 그것의 주인은 ‘바로’가 될 수 없다는 사실, 그냥 거두어들인 것을 돈 받고 파는 일 자체가 이미 불법이요, 다른 모양의 약탈이라는 사실을 요셉은 알지 못했습니다. 값없이 거두어 들였던 것이니 줄 때에도 값없이 주었어야 옳은 건데, 그것이 하나님의 법에 어울리는 것인데, 돈을 받고 팔았으니 아차 하는 사이에 요셉은 이집트 온 땅을 백성의 손에서 바로의 손으로 ‘소유권’을 이전시키고 말았습니다. 땅만 넘기고 만 것이 아니라 나중에는 백성 스스로 바로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저마다 자기 땅에서 농사짓던 이들이 7년 기근을 넘기는 동안 모두 바로의 소작인으로 바뀌고 말았는데, 이 일을 그렇게 꾸민 사람이 바로 요셉이었다는 얘기입니다.

7년 기근을 통해 한쪽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곤경에 빠져 괴로워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소수의 무리가 오히려 기름진 배를 더욱 불리는 현실. 누구는 기근 탓에 땅 잃고 가축 잃고 나중에는 자기 몸뚱이까지 잃는데, 누구는 오히려 기근 탓에 돈 벌고 땅 벌고 엄청난 부를 쌓는다면 세상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더욱 기막힌 것은 그런 일들이 오늘에도 당연한 듯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혜로운 현인 요셉이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까요? 힌트는 41장 46절에 있습니다. “요셉이 애굽 왕 바로 앞에 설 때에….” 이 구절을 새번역과 공동번역은 “요셉이 이집트 왕 바로를 섬기기 시작할 때에…”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요셉이 7년 기근 동안 이른바 ‘슬기로운 행정’을 펴면서 단 한 번도 하나님과 상의 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 창세기 48-50장 길잡이

창세기 47장 27절부터는 야곱의 축복과 유언 그리고 죽음과 장례 이야기가 나옵니다. 야곱은 자기 아들 모두와 작별하기에 앞서(49장) 요셉의 두 아들을 축복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자기 양자로 받아들입니다. 그 결과 요셉의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야곱의 다른 아들들과 같은 족장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이스라엘의 여러 지파가 한데 뭉쳐 민족을 이루었을 때, 요셉의 후손들은 열두 지파 가운데 한 지파가 아니라 두 지파를 이루게 됩니다(레위의 후손들은 열두 지파 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들은 전체 이스라엘을 위하여 제사장의 임무를 수행하고 토지 소유에 어떤 정해진 몫도 지니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 18:20-24 참조).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들을 축복하는 장면은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첫째, 야곱은 그의 아버지 이삭과는 달리 요셉의 두 아들들에게 똑같이 복을 빌어주었습니다. ‘독(獨)차지는 곧 독(毒)차지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작은아들 에브라임을 큰아들 므낫세보다 앞세웠습니다. 이것은 실제 이스라엘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후에 에브라임 지파는 형님 지파 므낫세 보다 뛰어나서 북왕국 이스라엘을 이끌어 나가는 지파가 됩니다. 야곱이 앞날을 미리 내다본 것으로 되어 있는 이 부분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미 가나안 땅에서 지파들로 조직된 다음 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즉, 출이집트 이후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음에 이어지는 49장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49장은 보통 야곱의 축복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여러 지파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전하는 사후(事後) 예언에 가깝습니다. 특히 르우벤(49:3-4), 시므온과 레위(49:5-7), 잇사갈(49:14-15), 베냐민(49:27)의 경우에는 비난과 저주를 받는데, 이는 가나안 정착 이후 각 지파의 실제 운명을 다룬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번도 특별한 역할을 맡지 못했던 르우벤 지파는 민수기 32장 다음으로는 사사기 5장 15-16절에서 마지막으로 나오고, 비교적 일찍 멸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시므온 지파는 일찍이 유다 지파로 흡수됩니다.순례

3. 과제

(1) 창세기 48-50장을 꼼꼼히 읽으십시오.

(2) 창세기 순례 여정을 끝내며 이 순례를 통해 만난 ‘나의 하나님’에 대해서 고백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