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세기 42-44장 말씀 순례

(1) 하나님이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하셨는가! (42:28)

창세기 42장에는 요셉을 팔았던 형들이 곡식을 사기 위해서 이집트로 가서 요셉 앞에 엎드린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소년 요셉이 꾸었던 꿈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요셉은 형들을 알아보자마자 첩자로 몰아붙였습니다. 그리고 감옥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사흘 뒤 요셉은 시므온을 인질로 잡고 나머지 아홉을 석방하며 막내 베냐민을 데려오라고 하면서 식량을 주어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요셉은 형들의 곡식 자루에 돈을 도로 넣어서 보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형들과 아버지 집에 대한 애정과 배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요셉은 아버지의 집이 기근 때문에 굉장히 큰 어려움을 당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돈을 도로 보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형들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들은 이집트의 엄하고 교활한 총리가 자기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즉 이집트의 총리가 자기들을 해치기로 작정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형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해왔습니다. 이제는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형들이 요셉의 의도를 알았더라면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감사하며 기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요셉의 의도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형들은 요셉의 의도를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인도하심에 대한 확신도 없었습니다. 설령 이집트의 총리가 자기들을 해치려고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도, 그들이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고 있었더라면 그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요셉의 의도도 알지 못했고, 하나님의 선하신 인도에 대한 믿음도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렇게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큰 교훈과 도전을 줍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에게 닥쳐오는 사건들의 의미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며 선하게 인도하신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요셉과 형들의 이야기를 제삼자적 관점에서 볼 때 형들이 감사할 일을 오히려 두려움으로 여기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당사자라면 어떨까요? 우리 역시 형들처럼 감사해야 할 일을 오히려 두려워하지는 않을까요?

요셉의 형들은 두려워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그들이 겪었던 모든 일을 아버지에게 보고했습니다. 야곱이 곡식을 구하기 위해서 이집트에 다녀온 아들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엄청나고 기가 막힌 것이었습니다. 이집트의 총리가 자기들을 간첩으로 몰더니, 시므온을 잡아 가두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아들들을 보내면서 만일 막내 동생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아들들의 말을 들은 야곱은 불같이 화를 내며 한 맺힌 원망의 말을 퍼부어댔습니다. 야곱은 이집트에 억류된 시므온을 죽은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리고 막내 베냐민을 이집트로 보내면 베냐민도 죽게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요셉을 잃었고, 시므온도 잃었다. 그런데 이제 너희는 베냐민마저 빼앗아 가겠다는 거냐? 하나같이 다 나를 괴롭힐 뿐이로구나!”(42:36)라고 말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야곱에게 큰 축복을 예비해 놓고 계셨습니다. 요셉은 이집트에서 총리가 되었습니다. 기근이 심하여 이제 가나안 땅에서 사는 것은 불가능해졌지만, 하나님께서는 양식이 얼마든지 있는 이집트에 그들이 염려 없이 살 곳을 이미 마련해 놓고 계셨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하나님께서 야곱과 그의 온 가족을 요셉이 총리로 있는 이집트로 인도하시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일들은 야곱에게 큰 축복이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이 모든 것이 다 자기를 해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아들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와 증오와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야곱은 영적인 분별력과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잡하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며, 어떤 경우에도 가장 선하게 인도하신다는 확신입니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정말 복된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까?

(2) 자식들을 잃게 되면 잃는 것이지, 어떻게 하겠느냐? (43:14)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난감한 일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딜레마라고 하지요. 야곱의 아들들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이집트에서 구해온 양식이 다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다시 양식을 사기 위해서는 이집트로 가야 하는데, 문제는 베냐민을 데리고 가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야곱은 베냐민을 절대로 내어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야곱과 그 아들들은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유다였습니다.

야곱은 아무 말 없이 버티다가 양식이 떨어져가자 아들들에게 다시 이집트로 가서 양식을 사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베냐민을 보낼 생각은 없었습니다. 베냐민을 보내지 않고도 어떻게 되는 수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다는 아버지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시켰습니다. 이집트의 총리가 막내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그를 꼭 데리고 와야만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음을 상기시켰습니다(43:3-5).

유다의 말을 듣고 야곱은 분노하며 원망의 말을 쏟아냈습니다(43:6). 하지만 유다는 상황이 급박한데도 베냐민만 싸고도는 아버지를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막내만 자식이냐고, 우리는 안중에도 없냐고 분노하며 따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차분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유다는 이 모든 일이 형제들이 실수한 것이 아니고, 이집트 총리가 묻는 대로 대답했을 뿐이며, 더 이상 그런 문제를 따져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동생을 데리고 가서 양식을 사오고, 갇혀 있는 시므온도 데리고 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유다는 이렇듯 차분하게 아버지를 설득하여 아버지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현실을 직시하며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유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의 각오를 말합니다. “제가 그 아이의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 아이에 대해서는, 저에게 책임을 물어 주십시오. 제가 그 아이를 아버지께로 다시 데리고 와서 아버지 앞에 세우지 못한다면, 그 죄를 제가 평생 달게 받겠습니다”(43:9). 이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베냐민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집트의 총리가 베냐민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면 자기가 대신 잡히고 베냐민은 반드시 돌아오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유다의 이 말은 단지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이 시점에서 이 난제를 해결하고 가족들을 구하려면 누군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희생하고 온 가족을 살려야겠다고 결단한 것이었습니다.

유다의 말을 들은 야곱은 마침내 현실을 직시하고 결단을 내립니다. 이제 이 모든 문제를 자신이 주도하여 아들들을 이집트로 보낼 준비를 합니다. 야곱은 최선을 다해서 아들들이 이집트의 총리에게 가지고 갈 예물을 준비합니다(43:11). 마치 전에 형 에서를 만나러 가면서 예물을 준비한 것과 같습니다. 야곱은 또 아들들의 자루에 담겨서 돌아온 돈과 곡식 살 돈을 함께 준비해서 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막내아들 베냐민도 데리고 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긴다고 말합니다. “너희 아우를 데리고, 어서 그 사람에게로 가거라. 너희들이 그 사람 앞에 설 때에, 전능하신 하나님이 그 사람을 감동시키셔서, 너희에게 자비를 베풀게 해주시기를 빌 뿐이다. 그가 거기에 남아 있는 아이와 베냐민도 너희와 함께 돌려보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자식들을 잃게 되면 잃는 것이지, 난들 어떻게 하겠느냐?”(43:13-14).

야곱은 요셉을 잃은 후 지난 15년 동안 한숨과 원망 속에서 지냈습니다. 감사와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으며, 자식들을 불신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막다른 길목에서 유다의 목숨을 건 헌신과 지혜로운 설득을 통하여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막내아들 베냐민을 다른 아들들과 함께 이집트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야곱은 그의 비장한 각오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자식들을 잃게 되면 잃는 것이지, 난들 어떻게 하겠느냐?” 야곱은 그토록 집착하며 움켜쥐고 있던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았습니다. 이렇게 포기하고 나자 야곱은 영적으로 회복되어 다시금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야곱은 이 모든 일은 이집트의 총리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서 온전히 주관하고 계심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일을 전능하신 하나님께 온전히 맡겼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의 마음속에 믿음과 평안이 회복되었습니다.

(3) 저 아이 대신에 소인을 주인어른의 종으로 삼아... (44:33)

17강에서 야곱과 라반의 ‘상호불가침조약’을 다루며 아래와 같이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화해는 용서와 다릅니다. 화해라는 것은 잘못한 편에서 자기 허물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면, 피해를 본 쪽에서 그 청을 받아들일 때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라반은 야곱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으며, 야곱 또한 라반을 용서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둘은 함께 살아갈 공존의 길을 찾아 화해했습니다. 이 원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친밀한 관계가 깨지면서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는 이들이 보다 빨리, 보다 효과적으로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으면 우선적으로 용서보다는 화해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 때 이 경우는 ‘화해(和解)’라는 용어보다는 ‘화친(和親)’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더 좋겠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창세기 44장에서 다시 ‘용서’와 ‘화해’ 문제가 이슈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화해는 화친과는 다릅니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아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화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저 모든 것을 덮어두고 겉으로만 잘 지내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려면 상처와 불신이 해소되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온전한 화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창세기 44장에서 요셉이 형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계속해서 형들을 엄하게 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요셉이 일방적으로 형들을 용서하고 화해를 청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들이 과거의 죄를 후회하고, 이제는 그러한 생각을 완전히 버려야만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셉은 지금 형들에게서 이것을 확인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셉의 형들은 어렵게 아버지를 설득하여 베냐민을 데리고 양식을 사기 위해 이집트로 왔습니다. 이제 약속대로 베냐민을 데리고 왔기 때문에 이집트의 총리는 갇혀 있던 시므온을 풀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형제들을 모두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같이 하게 했습니다. 이제 형들은 양식을 충분히 사가지고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총리의 청지기가 황급히 뒤쫓아 오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총리의 청지기는 형들에게 왜 은혜를 배신하고 총리의 은잔을 훔쳐갔느냐고 추궁했습니다. 형들은 자기들의 자루를 조사해보라고 했습니다. 맏형 르우벤의 자루부터 수색이 시작되었습니다. 조사가 거의 다 끝날 때까지 문제의 은잔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베냐민의 자루에서 바로 그 은잔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제 베냐민은 이집트 총리의 물건을 훔치고 총리를 능멸한 죄로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에게 그토록 장담을 하면서 겨우 데리고 왔던 베냐민이 노예로 끌려가게 되었고, 그 어떤 변명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형들은 다시 요셉 앞으로 끌려왔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형들은 하나님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소인들의 죄를 들추어내셨나이다”(44:16)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베냐민과 함께 모두가 종이 되겠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은잔이 발견된 베냐민만 종이 되고 나머지는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베냐민만 남고 나머지는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돌아갔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모두 종이 되겠다고 까지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아버지에게 가서 할 만큼 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형들은 아무도 그냥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유다는 이 결정적인 순간에 일어나 베냐민을 위해 이집트의 총리에게 탄원을 했습니다. 유다는 베냐민을 위해서 구차한 변명을 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애가 아직 어려서 실수를 한 것이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이 아이를 잘 지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유다는 베냐민을 대신해서 자신이 노예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도 분명하게 설명했습니다. 유다는 그냥 그렇게 말해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베냐민을 대신해서 죽거나 노예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베냐민을 위한 그의 탄원은 담대하고 당당하며 비장했습니다. 생명을 건 탄원이었기 때문에 이집트의 총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로써 요셉은 유다를 통해 형들이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음과 다시는 과거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려 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형제간의 진정한 화해의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순례

2. 숙제: 창세기 45-47장을 꼼꼼히 읽어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