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바냐요. 내가 예언자로 나선 건 요시야(주전 640-609)가 왕으로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야. 예언 말씀이 유다 왕국에서 울려 퍼지지 않은 지도 30년이 넘었을 때지. 그래도 미가와 이사야 예언자가 활동하던 히스기야 왕 시절만 해도 야훼의 말씀이라고 전하면 귀를 기울이려고 했었지. 하지만 그 후로 유다 왕국을 다스린 므낫세와 아몬 시절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어. 앗시리아의 세력권에 완전히 들어선 그 시절에 야훼 종교는 완전히 뿌리 뽑히다시피 했지. 오죽 했으면 야훼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의 씨가 말랐겠어. 앗시리아에서 밀려들어온 각종 혼합 종교에 야훼 종교의 숨통이 조여드는 판이었으니까. 신하들이 견디다 못해 아몬을 뒤엎고 요시야 왕을 즉위시키지 않았다면 아예 끝장났을 거야.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지는 않아. 통수권자가 새로 즉위했다고 해서 예전의 풍토가 저절로 뒤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더군다나 아몬의 후임자로 내정된 요시야 왕은 그 당시 8살 난 어린아이에 불과했어. 그 나이에 어떤 개혁을 소신껏 밀고 나간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지. 국내정세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더군. 적어도 내 피 속에는 야훼만을 섬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부었던 고조부 히스기야 왕의 기백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내가 중시했던 부분은 전례의식이야. 나보다 앞서 활동했던 아모스, 호세아, 이사야 등의 예언자는 형식적인 전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었지만, 그 시절에는 적어도 전례에 대해 중시했던 풍조였잖은가? 그래서 전례 못지않게 사회정의가 중요함을 일깨우려 했던 것이지만, 내가 살던 시절에는 전혀 상황이 달랐어. 예전에는 비록 형식에 치우치는 면이 있기는 했지만 야훼를 섬기는 예식인 것만은 틀림없었지. 그러나 내가 살던 시대에는 앗시리아의 예식이 무분별하게 도입되어 야훼를 섬기는 예식인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어. 야훼를 불러 예배하는데도 그 예식은 앗시리아식과 유사했으니, 그게 어디 야훼를 섬기는 예식인가? 야훼 이름으로 드리는 이교예식일 뿐이지. 겉으로는 전통적인 야훼 신심과 부딪치지 않으면서도, 실상은 바알을 섬기고, 하늘의 별을 예배하고, 암몬신 밀곰에게 맹세하는 그 행위가 오래 갈 듯싶은가? 그래서 내가 혼쭐이 나서 정신 바짝 차리게 심판을 예고했지.

내가 손을 들어서, 유다와 예루살렘의 모든 주민을 치겠다. 이 곳에 남아 있는 바알 신상을 없애고, 이방 제사장을 부르는 그마림이란 이름도 뿌리뽑겠다. 지붕에서 하늘의 뭇 별을 섬기는 자들, 주에게 맹세하고 주를 섬기면서도 밀곰을 두고 맹세하는 자들, 주를 등지고 돌아선 자들, 주를 찾지도 않고 아무것도 여쭙지 않는 자들을 내가 없애 버리겠다.(1:4-6)

야훼의 분노가 유다 왕국에 밀어닥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미가 예언자가 선포한 바 있었지. 그러나 미가의 예언 이후로 상태가 더 좋아지지는 못했어. 오히려 나빠지기만 했지. 미가와 이사야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그래도 왕이었던 히스기야가 올바로 살려는 노력이나 했지. 이후에는 앗시리아 대국에 완전히 먹혀버린 상태라 정권을 유지하려면 그 나라 신상을 모셔야 하지 않겠느냐며 집권자들은 입바른 소리로 되뇌었어. 하지만 그런 속편한 소리를 할 때가 아냐. 나라를 빼앗겨도 민족으로서의 주체성을 잃지 않으면 언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어. 하지만 나라를 보존하더라도 국민들의 의식이 병들면 나라가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

당장 눈앞의 안전과 앗시리아의 눈에 밉보이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자세가 이 나라 꼬락서니를 어떻게 만들었는줄 아나? 그야말로 사대주의가 판을 치고, 고관들과 왕족들이 앗시리아 풍의 옷을 입고 거들먹거리는 거야. 물론 새로 즉위한 왕이 어려서 아직 힘이 없기 때문에 저마다 실세인 앗시리아의 세력을 등에 업고 깝죽거리는 거지. 그렇게 해서 누리는 영화가 얼마나 가겠어?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제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게지. 야훼 신앙을 저버린 그들이 뭐라는 줄 아는가? 야훼가 무슨 상관이냐는 거야. 야훼 하나님을 모신다고 복 받을 것도 아니고 모시지 않는다고 벌 받을 것도 아닌데 어떠냐는 거야. 그들 눈에는 앗시리아가 너무 거대해 하나님은 보이지도 않았던 거야. 코앞만 보는 근시안들이니까. 앗시리아가 모든 걸 지켜주리라 자만하고 있지만 어림없는 일이야. 그런 썩어빠진 의식이 송두리째 뽑힐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에게 외치지 않을 수 없었어. ‘그 때가 되면’ 하고.

그 때가 이르면, 내가 등불을 켜 들고 예루살렘을 뒤지겠다. 마음속으로 ‘주는 복도 내리지 않고, 화도 내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술 찌꺼기 같은 인간들을 찾아서 벌하겠다. 그들은 재산을 빼앗기고 집도 헐릴 것이다. 그들은 집을 지으나, 거기에서 살지 못할 것이며, 포도원을 가꾸나, 포도주를 마시지 못할 것이다.(1:12-13)

야훼가 오실 그날! 참 무서워. 모두가 죽도록 고생해야 되거든. 이제껏 참고 참았던 야훼의 분노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날이니까. 이런 야훼의 날을 일찍이 아모스와 이사야도 선포한 바 있지만, 내게는 더 소름끼치게 느껴졌어. 우리 시대는 그만큼 야훼 하나님과 동떨어져 생활하고 있었으니까. 또 시대 상황도 그러했어. 앗시리아라고 하는 거대한 강대국이 메대, 바빌론, 스키티아족 등의 잇따른 반란으로 허물어져 갈 조짐이 보였거든. 앗시리아의 멸망은 예전의 강대하던 모습에 비추어서는 생각도 못해볼 일이었어. 그러나 아무리 강대한 나라일지라도 야훼의 손길에 잡히면 빠져나갈 수가 없어. 야훼께서 심판을 내리는데 어느 나라가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겠는가? 처절하게 무너진 니느웨의 모습을 보며 위력 있는 야훼의 손길에 넋을 잃을 도리밖에.

주님께서 북녘으로 손을 뻗으시어 앗시리아를 멸하며, 니느웨를 황무지로 만드실 것이니, 사막처럼 메마른 곳이 될 것이다. 골짜기에 사는 온갖 들짐승이 그 가운데 떼를 지어 누울 것이며, 갈가마귀도 올빼미도 기둥 꼭대기에 깃들 것이며, 창문 턱에 앉아서 지저귈 것이다. 문간으로 이르는 길에는 돌조각이 너저분하고, 송백나무 들보는 삭아 버릴 것이다. 본래는 한껏 으스대던 성, 안전하게 살 수 있다던 성, '세상에는 나밖에 없다' 하면서, 속으로 뽐내던 성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이처럼 황폐하게 되었느냐? 들짐승이나 깃드는 곳이 되었느냐? 지나가는 사람마다 비웃으며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2:13-15)

그때 가서는 지금 내 예언을 듣고 “설마 그럴 리가…”하며 반문하는 이들도 망연자실해 할거야. 그런 징벌은 비단 앗시리아에만 떨어지는 것은 아냐. 이미 내쳐진 손길은 그동안 바람직한 형태를 보이지 않은 모든 나라로 향하게 마련이지. 블레셋? 그 일대는 풀밭이 되어 목자들이 양떼나 몰고 다니는 목장이 될 거야. 모압? 잡초나 우거지고 소금이나 캐는 곳, 언제까지나 쑥밭으로 남게 될 테구. 한때 테베를 점령해서 이집트에 위세를 떨쳤던 이디오피아? 야훼의 칼에 맞을 걸. 거만을 떨었던 나라들은 여지없이 고꾸라지게 마련이야. 자기네 신이 최고라며 떠받들다가, 그 신이 야훼의 심판 앞에서 맥도 못 추고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고 뭐라고 할는지. 그 날이 멀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이 재앙에서 유다 왕국만 면제받으리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아. 오히려 야훼의 백성으로 불림 받은 백성이니 만큼, 야훼를 모시겠다고 서약하여 계명을 받았으니 만큼 그에 맞갖게 살았느냐를 더 엄중하게 가늠 받을 거야.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 정의가 땅에 떨어지고, 동족을 짓누르며, 갖은 비리와 사기 행각을 일삼는 지도자들이 목에 힘을 주며 거리를 활보하는 그곳에 야훼의 매서운 손이 내리꽂힐 수밖에.

망하고야 말 도성아, 반역하는 도성, 더러운 도성, 억압이나 일삼는 도성아, 주님께 순종하지도 않고, 주님의 충고도 듣지 않고, 주님을 의지하지도 않고, 하나님께 가까이 가지도 않는구나. 내가 너에게 일렀다. 너만은 나를 두려워하고, 내가 가르치는 대로 하라고 하였다. 그러면 내가 벌하기로 작정하였다가도 네가 살 곳을 없애지는 않겠다고 하였는데도 너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못된 일만 골라 가면서 하였다.(3:1-2.7)

그렇다고 야훼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겠어? 그분은 공변되신 분이야. 그 누구도 차별대우하는 법이 없어. 비록 성소에서 봉사하는 사제들이 제대로 살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안에 계시는 하나님께서는 부당한 일을 하지 않아. 햇빛처럼 밝은 빛으로 올바른 판결을 내리시지. 사실 어떻게 사는 삶이 옳은지 익히 일깨워주고, 예언자를 내세워 다독거리면서 바른 길로 가게끔 그토록 배려해 주었는데도 그릇된 길로만 접어드는 유다를 하나님이라고 해서 달리 어쩔 도리가 있었겠어. 하나님의 자애로운 이끄심에 응답하지 않고 거만을 떨었으니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래야만 그들에게 눌려 기를 못 펴던 가난한 사람들도 숨을 돌릴 게 아냐. 하나님의 법대로 살려다 고생하는 이들도 고개를 쳐들 수 있을 게구. 하나님은 힘있는 자들만의 하나님이 아니잖아.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아무것도 내세울 바 없는 히브리인들의 하나님이니까.

언젠가 야훼의 심판은 억눌린 이들을 해방시키는 크나큰 힘을 떨쳐. 그들이 바로 재난이 끝난 후 참 이스라엘을 재건할 이들이야. 억압이 없고, 속임수가 없고, 사기와 거짓말이 없는 사회를 이룰 사명을 야훼로부터 부여받는 거지. 모진 심판에서 살아남은 그들이야말로 야훼께서 함께 하신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온 삶으로 깨닫는 이들이야. 야훼의 심판날은 그들이 이 세상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환성을 올리는 날이야. 

도성 시온아, 노래하여라. 이스라엘아, 즐거이 외쳐라. 도성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주님께서 징벌을 그치셨다. 너의 원수를 쫓아내셨다. 이스라엘의 왕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니, 네가 다시는 화를 당할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3:14-15)

어느 시대, 어느 상황에서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의식이 참 중요해. 사실 우리가 드리는 각종 전례의식도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의식하기 위한 거니까. 축제 및 각종 규정들도 이 때문이 아니겠어. 이렇게 사람들에게 잊혀진, 아니 그 중요성과 의미가 생생하게 와 닿지 않는 전례의식을 되살리다 보니 마침내 야훼 하나님께 대한 의식이 사람들 안에서 많이 트였어. 이를 밑거름으로 삼아 요시야 왕이 본격적인 종교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지. 예언자로서의 내 삶은 외로운 길이었지만 어쨌거나 후대에 일어난 종교개혁에 한 몫 거들 수 있었다는 것이 뿌듯해. 내 이후로는 예레미야가 등장해 요시야 왕 13년부터 유다 나라가 망하기까지 예언의 전통을 이어나갔으니 참 다행스러워. 끊어진 예언 말씀을 다시 회복시켜야 했던 내 소명을 다 완수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지.▩

내가 나훔이요. 스바냐처럼 나 역시 요시야 왕 시절에 활동을 개시했지. 다만 스바냐보다는 조금 늦게 나섰을 뿐이야. 하지만 그 조금이라는 기간 동안에 여러 가지로 여건이 달라졌어. 왕도 제 앞가림을 할만큼 성숙했고, 민중들의 야훼 신심도 스바냐 덕에 많이 좋아졌지.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야. 나라의 흥망성쇠도 예외일 수는 없지. 하지만 오랫동안 서남아시아 지역을 주름잡은 앗시리아 제국에게만큼은 그런 희망을 품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어. 민족의 미래에 대해 보랏빛 꿈을 간직하기에는 앗시리아가 너무 강대했으니까. 예언자들은 이렇게 체념하며 살아가는 민중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사명이 있어. 나보다 앞서서 스바냐도 이런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애썼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앗시리아에 야훼 하나님의 징벌이 내리리라는 예언(습 2:13-15)을 황당하게 여겼을 뿐이야.

내가 예언자로서 맡은 몫은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의심받은 부분을 현실감 있게 다시 제기하는 거였어. 앗시리아가 멸망하리라고 하나님께서 일단 말씀하셨으면 반드시 이루어지게 마련이야. 그분께서 거짓말을 하실 것 같은가? 그래도 갸우뚱거리는 이들에게 난 계속해서 앗시리아가 멸망하리라는 소식을 외칠 수밖에 없었어(1,14).

주님께서 너 (니느웨)를 두고 명하신 것이 있다. “너에게서는 이제, 네 이름을 이을 자손이 나지 않을 것이다. 네 산당에서 새겨 만든 신상과 부어 만든 우상을 다 부수어 버리며, 네가 쓸모 없게 되었으니, 내가 이제 네 무덤을 파 놓겠다.” (1:14)

니느웨의 멸망은 앗시리아에게는 심판의 소리이지만, 유다 민족들에게는 기쁜 소식이야. 앗시리아의 속박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거든. 다시 말해 앗시리아의 봉신국이 아니라 주권국가로 발돋움한다는 이야기야.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조공을 내지 않아도 되고 과도한 세금에 치여 땅 잃고 집 파는 이들도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지. 쉽게 말해서 모든 국내 문제를 악화시키는데 기여해 온 해외종속형 경제에서 벗어난다는 게지.

물론 그런다고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탈경제까지도 바뀐다는 것은 아냐. 그건 요시야 왕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겠어. 실제로 요시야 왕은 앗시리아의 억압에서 벗어나자마자 여러모로 혁신을 일으켜 유다 나라에 새 바람을 일으켰지. 하지만 그렇게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으려면 우선적으로 명실상부한 독립국가가 되어야만 해. 그러려면 국제적인 여건도 좋아야겠지만, 우선 깨어 있어야 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란 생각에 사로잡혀 매가리가 하나도 없이 축 처져있는 상태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어? 설사 모든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할지라도 결실을 맺지 못할 건 분명하니까. 뭔가 해보려고 누군가가 시도할지라도 이내 지쳐서 주저앉고 말 거야. 내가 살던 시대에 만연되어 있는 이러한 자포자기 풍조를 뒤바꾸기 위해서는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실체인 앗시리아를 사람들 가슴 안에서 꺾어버려야 돼. 그래서 내 예언의 전부 니느웨의 멸망에 관계된 내용 일색이야(3:1-5 참조).

내가 예언을 선포하고 얼마 안 있어서 앗시리아는 시나브로 기울기 시작했어. 수도 니느웨는 기원전 612년 메대와 바빌로니아 연합군의 공격에 무릎을 꿇고 말았지. 물론 수도가 함락되었다고 앗시리아 제국이 사라진 것은 아냐. 앗시리아의 마지막 왕인 앗수르 우발리트가 수도를 하란으로 옮겨 계속 항전했지만 역부족이라 몇 년 후에는 독립국가로서의 면모마저 잃고 말았어. 이렇게 강대국이 허물어져 가는 와중에는 자연 세력의 공백이 생기게 마련야.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서 그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기까지 유다와 같은 약소국가들은 자유를 맛보게 돼.

실제로 이 시기에 요시야 왕도 예전의 유다 영토뿐 아니라 이스라엘 영토도 차지하였어. 그러나 그렇다고 이스라엘을 따로 독립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그래서 혹시라도 분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나설까봐 북이스라엘의 베델과 단에서 제사의식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예루살렘을 중앙 성소로 단일화하려 하였던 거지. 어쨌거나 이 모두를 가능케 하는 사건은 바로 앗시리아의 멸망이야. 그 소식이 바로 이스라엘 민족들에겐 복음야. 나는 바로 이 복음의 사도로 불림 받았던 게지.

보아라,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 평화를 알리는 사람이 산을 넘어서 달려온다. 유다야, 네 절기를 지키고, 네 서원을 갚아라. 악한 자들이 완전히 사라졌으니, 다시는 너를 치러 오지 못한다. 약탈자들이 야곱과 이스라엘을 약탈하고, 포도나무 가지를 없애 버렸지만, 주님께서 야곱의 영광을 회복시키시며, 이스라엘의 영광을 회복시키실 것이다. (1:15; 2:2)▩

내가 하박국이요. 사람은 그 시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야.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수는 없어.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지. 예언자로 불림 받기 전에 조용히 묻혀 살려고 했던 것도 다 그 때문이었어. 앗시리아의 세력이 약화된 틈을 타 예전의 솔로몬 왕국의 영토를 다시 회복하였던 요시야 왕이 이집트 왕 느고와 맞서 싸우다 기원전 609년에 므기또 전투에서 전사했거든. 그로 말미암아 유다 왕국은 잠시 누리던 영화와 독립국으로서의 주권을 모두 빼앗기고 이집트에 예속되어 버렸어. 앗시리아의 억압에서 벗어나 한 숨 돌리나 싶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상태로 돌아가 버렸으니 그 좌절감이 얼마나 심했겠어?

유다 전역을 무겁게 짓누르는 그 좌절감에 나 역시 어딘가로 숨어들어 은둔하고 싶었어. 그런데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더라구. 전혀 앞날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유다 왕국을 거꾸러뜨리고 기세 좋게 달려가던 이집트 군대가 기원전 605년 유프라테스강 상류에 위치해 있는 가르그미스 전투에서 느부갓네살이 이끄는 바빌로니아 군대에 여지없이 패하고 말았어. 이어진 하맛 전투에서도 이집트 군대가 큰 타격을 입고 쫓겨났으니 팔레스티나 북방에 구멍이 크게 뚫린 셈이야. 그러니 자연 마구 밀려들어오는 바빌로니아 군대에 유다 왕국이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그 즈음에 내가 예언자로 나서게 되었지.

국제정세가 이렇듯 다급해지기 전에 난 하나님께 세상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불의에 대해서 줄기차게 의문을 제기했어. 자꾸 물음이 솟구쳐 나오더라구. 한 세상 살다보면 눈꼴 신 모습에 많이 접하게 된다지만, 무언가 공평치 않다는 느낌이 사라지지를 않고 내 가슴 안에 꽉 채워져 있는데 어떡해. 이런 물음에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아. 그래서 사람들은 물음을 제기했다가 쉽게들 포기하곤 하지만 난 그럴 수가 없었어. 가슴 안에 무언가가 얹힌 듯이 들어있는 이 물음이 해소되지 않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겠더라구.

그래서 하나님께 달려들었어. 그분만이 모든 일의 근원이며 해결사니까. 하나님은 정의로우신 분인데 어찌 이 세상에 약탈과 억압, 시비와 말다툼이 끊이질 않냐구? 또 인간이 불완전하기에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그런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어야 하지 않냐구? 그런데 현실은 그러지를 못했어. 여기저기서 울부짖고 호소하는 소리가 넘쳐흘렀거든.

살려 달라고 부르짖어도 듣지 않으시고, “폭력이다!‘ 하고 외쳐도 구해 주지 않으시니, 주님, 언제까지 그러실 겁니까? 어찌하여 나로 불의를 보게 하십니까? 어찌하여 악을 그대로 보기만 하십니까? 약탈과 폭력이 제 앞에서 벌어지고, 다툼과 시비가 그칠 사이가 없습니다. 율법이 해이하고, 공의가 아주 시행되지 못합니다. 악인이 의인을 협박하니, 공의가 왜곡되고 말았습니다.(1:2-4)

이때 내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응답말씀이 바로 바빌로니아에 관한 거였어. 유다 왕국에 뿌리 뽑힌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사납고 날랜 족속인 갈대아족을 일으켜 ‘제 힘을 하나님처럼 믿다가 죄를 지은 자들을 바람에 날려 가듯 사라지게’ 할거라는 신탁을. 그러기에 바빌로니아군이 이집트를 물리치고 유다 왕국으로 다가올 때 하나님의 예언말씀이 무섭게 실현되고 있음을 제일 먼저 알아차렸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의를 실현치 못한 책임을 물으면 뭐하냐구? 하나님 징벌의 채찍으로 쓰이는 그들이 유다 백성의 잘잘못을 가려서 그에 따른 응분의 벌을 내리는 것은 아니잖아. 악하게 산 사람이나 착하게 산 사람이나 할 것 없이 똑같이 그 재난을 겪어야 한다는 게 너무 불공평해. 그래서 다시 하나님께 그 이유를 외치다시피 물었어. ‘어찌하여…’라고.

주님, 주님께서는 옛날부터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나의 하나님, 나의 거룩하신 주님, 우리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우리를 심판하시려고 그를 일으키셨습니다. 반석이신 주님께서는 우리를 벌하시려고 그를 채찍으로 삼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눈이 맑으시므로, 악을 보시고 참지 못하시며, 패역을 보고 그냥 계시지 못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배신자들을 보고만 계십니까? 악한 민족이 착한 백성을 삼키어도, 조용히만 계십니까? 주님께서 백성들을 바다의 고기처럼 만드시고 다스리는 자가 없는 바다 피조물처럼 만드시니, 악한 대적이 낚시로 백성을 모두 낚아 올리며, 그물로 백성을 사로잡아 올리며, 좽이로 끌어 모으고는, 좋아서 날뜁니다.(1:12-15)

바빌로니아 군인들은 잔혹하기가 이를 데 없어. 표범보다 날래고 늑대보다도 사나워. 그런데 이스라엘의 하나님 야훼께서 그들을 도구로 써서 당신 백성을 치신다는 게 말이나 돼? 그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아무리 성채를 견고하게 쌓아도 성채에 맞먹는 토성을 쌓아 밀어붙이는 그들의 전술에는 당해내지 못해. 그러니 자연 그들의 손에 걸렸다 하면 포로로 잡힌 이들이 모랫더미처럼 늘어나. 실제로 그렇게 당하는 모습을 기원전 604년 아스클론 함락으로 생생하게 보았어. 유다 왕국에게 있어서 아스클론 함락은 바빌로니아의 침공이 더 이상 강 건너의 불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임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어. 그러니 야단법석을 떨 수밖에.

이때 여호야김 왕을 비롯하여 모든 백성이 대대적으로 단식기도에 들어갔어. 나 또한 앞서 제기한 물음을 끈질기게 제기했구.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당시에 내가 참 대담했어. 한마디로 겁이 없었지. 어떻게 하나님께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대들었는지 몰라. 욥과 같은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내가 초소 위에 올라가서 서겠다. 망대 위에 올라가서 나의 자리를 지키겠다.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실지 기다려 보겠다. 내가 호소한 것에 대하여 주님께서 어떻게 대답하실지를 기다려 보겠다”(2:1)며 떨치고 나섰으니까.

이 시기에 받은 응답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 그건 나뿐만 아니고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 나아가 하나님께 희망을 두고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려는 이들이라면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마찬가지 심정일 거야. 하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 “이 묵시는, 정한 때가 되어야 이루어진다. 끝이 곧 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공연한 말이 아니니, 비록 더디더라도 그 때를 기다려라. 반드시 오고야 만다. 늦어지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한껏 부푼 교만한 자를 보아라. 그는 정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2:3-4).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다스리심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께만 희망을 두고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모든 게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방법으로 바로잡힌다는 거야.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는 확신이 섰을 때, 비록 현실은 바뀐 것이 아무 것도 없었지만 고발과 저주로 일관했던 내 예언은 순종의 기도, 찬미의 시편으로 변했어. 난 이스라엘 역사에 현존하신 하나님을 봤어. 출애굽의 역사를 회고했을 때, 그 구원의 역사에서 ‘하나님의 명성을 듣고, 그 하신 일을 보았을 때’(3:2) 역사의 모든 시점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만났고, 그 순간에 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되어 이렇게 외쳤지.

무화과나무에 과일이 없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을지라도, 올리브 나무에서 딸 것이 없고 밭에서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지라도,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련다.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련다.(3,17-18).

비록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고 암울할 지라도 하나님의 현존과 그가 이루실 궁극적 구원을 확신한다면, 그래서 세상은 비록 악하고 세상 사람들은 불의와 타협하며 살아도 적어도 나만은 믿음으로 신실하게 살리라는 굳센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당신도 나와 똑같이 어떤 처지에서든지 하나님 안에서 기뻐 뛰리라는 찬미를 마음으로부터 드릴 수 있을 거야.▩

내가 요나요. 예언자라고 특출난 이들은 아냐. 일반인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사람들이지. 굳이 다른 점을 꼬집어 말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것 뿐이야. 하지만 말씀을 전하다 보면 다들 변하더군. 말씀을 선포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거든. 말씀에는 잘못된 분분을 바로 잡아 주는 놀라운 힘이 있어.

그러나 이 일은 보통 어렵지가 않아. 당신 말씀을 전하겠노라고 선뜻 나서는 이들이 예언자들 가운데 별로 없다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어. 나도 그랬어. 남들은 단순히 자신의 능력 부족을 핑계로 발뺌하는 거였지만, 나는 아예 하나님께로부터 도망쳤어. 그러다가 결국 하나님께 붙잡혀 와서 말씀을 전하게 되었지만서도.

내 이름은 여로보암 2세 때 활동한 예언자에게서 따왔어. 그 예언자가 한 예언대로 솔로몬 왕이 다스렸던 “하맛 어귀로부터 아라바 바다에 이르는 이스라엘 영토를 되찾은”(왕하 14,25) 놀라운 사건이 그 당시에 벌어졌어.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온 이들은 이때를 갈망하면서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지. 그래서 그들의 국수적이고 배타적인 생각을 깨기 위해서 ‘요나’란 이름으로 예언서가 나오게 된 거지.

솔로몬 시절의 영토를 그대로 되찾으리라고 예언하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던 나에게 내린 야훼의 말씀은 청천벽력과 같았어. “너는 어서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그 성읍에 대고 외쳐라. 그들의 죄악이 내 앞에까지 이르렀다”(1:2). 니느웨면 이스라엘을 잿더미로 만든 앗시리아의 수도가 아닌가! 그런데 거기 가서 말씀을 선포하라니…. 야훼께서 일러주신 대로 니느웨의 죄악을 고발하면서 하나님의 벌이 내리리라고 전하는 것이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오히려 기뻐하며 자청할 일이지. 그러나 예언 말씀을 선포한다는 것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신통력으로 알아 맞추는 점쟁이나 무당이 하는 일과는 달라. 그 동안의 잘못을 말씀의 빛으로 비추면서 회개하라고 촉구하는 게 말씀선포야. 난 니느웨가 멸망하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야. 그런데 혹 내가 선포한 예언말씀을 듣고 그들이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하나님께로 돌아서면 어떻게 해. 하나님은 회개하는 이들을 내치시지 않고 품어주시는 분이거든. 그렇게 될 일이라면 아예 내 입을 봉해버리는 게 훨씬 나아. 배타적인 못된 심보였지.

에스라와 느헤미야가 추진했던 배타적인 정책도 이와 다를 바 없었어. 이방 민족과 혼인하지 못하게 하고, 이미 혼인한 부부들은 갈라서게 하고, 성전 짓는 데도 사마리아인을 배척한 채 유다인들끼리만 하고 말이야. 그러니 늘 주변 민족과 불화를 일으킬 수밖에. 성전도 무장한 채 지었어. 하나님이 유다인들 편에 서서 주변 민족을 쳐부수는 전쟁의 하나님이란 말인가? 아냐. 하나님은 평화를 주시는 분이야. 이런 깨달음을 나를 통해서 얻을 수 있어야 할텐데….

하여간 니느웨하고는 정반대 방향으로 향했어. 스페인(다르싯)으로 가는 배를 집어타고 무작정 멀리 가려고만 했지. 그래봤자 하나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만을 절실히 깨우쳤을 뿐이지. 잔잔하던 바다에 갑자기 태풍이 밀어닥치더군. 온갖 방법을 다 써도 살길이 묘연한 거야. 결국에는 제비를 뽑아 그 원인을 알게 되었지. 물론 나는 하나님을 피해서 도망간 내 잘못 때문임을 환히 알 수 있었어. 그래서 담담하게 그들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고 나를 바다에 집어넣으라고 했지(1:9.12 참조).

갖은 애를 쓰던 뱃사람들도 결국에는 내 말대로 나를 바다에 던져 넣었어. 그 순간 잔잔해지는 바다의 형상을 보고 참된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아보더군. 태풍을 만나 생사의 기로에 서서 자신들이 믿던 신에게 기도를 했어도 허사였거든. 그들은 이 놀라운 현상을 보고 곧바로 야훼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어. 우상을 섬기다가 참 하나님께로 돌아선 거지.

그런데 나는 하나님께서 그렇게 놀라운 분이심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외면하려 했지. 아니 외면이라기 보다는 그분의 뜻을 따르려 하지 않았어. 내 의지로 맞선 거지. 싫다고.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하는데, 내 고집에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굽히시기를 바랐던 거야. 이 얼마나 가당찮은 일인가? 나뿐만 아니라 신앙인들도 자주 이런 상황에 처하게 돼. 나는 곧 너야. 요나는 하나님의 뜻을 알면서도 피하고 싶고 모른 체 하고 넘어가려는 이들을 대변하는 이름이지. 한번 내 이름 ‘요나’를 거꾸로 뒤집어 ‘나요’로 읽어봐. 시대상황만 틀리지 아주 흡사할 거야.

그러나 제 아무리 하나님의 뜻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결국에는 하나님의 뜻에 승복할 수밖에 없어. 이와 비슷한 체험을 해본 이들은 누구나 다 이런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바다에 던져진 나도 큰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 밤낮을 고생한 후에 하나님의 뜻에 따라야만 했지. 진작에 응답했으면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될 텐데…. 그렇게 극적인 체험을 했는데도 사람이 완전히 뒤바뀌지는 않더군. 마음 한 구석에는 마지못해 하는 감정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 거야. 니느웨에 가서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사십 일만 지나면 니느웨가 무너진다!”(3:4)고 외치긴 했어도, 꽁 하는 민족적인 감정은 바뀌지 않아. 예언말씀을 듣고 왕을 포함하여 시민 모두가 회개하는 모습을 보고도 기쁘지가 않더군. 오히려 화가 나 하나님께 따지기만 했어.

주님, 내가 고국에 있을 때에 이렇게 될 것이라고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내가 서둘러 스페인으로 달아났던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좀처럼 노하지 않으시며 사랑이 한없는 분이셔서, 내리시려던 재앙마저 거두실 것임을 내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 이제는 제발 내 목숨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4:2-3).

생명을 담보로 하나님께 대들면서 니느웨가 어떻게 될 것인지 두고 보겠다고 별렀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모했어. 앞뒤가 꽉 틀어 막혀 있는 꽁생원이었지. 니느웨에 회개하라는 말씀을 선포하러 갔었지만, 그 말씀을 듣고 회개할 이는 정작 나였어. 하여간 그런 나에게도 하나님은 자상하게 대하시더군. 니느웨를 일깨워 주기 위해 나를 보냈듯이, 나를 일깨워 주기 위해 박 넝쿨을 쓰셨어. 햇볕을 막아주는 그늘을 드리우도록 자라게 했다가 거두심으로써, 니느웨 주민들의 생명을 아끼시는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게 해주셨지. 실제로 나는 박 넝쿨이 순식간에 죽는 것을 겪으면서 하나님께 또 화를 냈거든. 그러다 하나님께 한 소리 들었지.

네가 수고하지도 않았고, 네가 키운 것도 아니며, 그저 하룻밤 사이에 자라났다가 하룻밤 사이에 죽어 버린 이 식물을 네가 그처럼 아까워하는데, 하물며 좌우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십이만 명도 더 되고 짐승들도 수없이 많은 이 큰 성읍 니느웨를, 어찌 내가 아끼지 않겠느냐? (4:10-11)▩

제 이름은 예레미야입니다. 주전 645년에, 예루살렘 동북쪽에 위치한 베냐민 땅 아나돗에서 태어났습니다. 제 아버지 힐기야는 솔로몬에 의해 아나돗으로 추방당한 아비아달의 후손으로 그 성읍의 사제였습니다. 요시야가 유다의 왕이 되어 다스린 지 13년이 되던 때(1:2) 젊은 나이에 예언자로 불림 받았지요. 저는 천성이 조용하며 온순하고 겁이 많고 내향적이며 자연을 사랑하는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말씀을 처음 받을 때만 해도 제가 어찌 주님의 말씀을 만방에 전할 예언자가 될까 의아스러웠어요.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지요. 저는 아이라서 말을 못한다면서요. 그런데 주님께서는 제 말문을 단번에 막아 버리시더군요. 아이라는 소리를 하지 말라구요. 저를 누구에게 보내든지 가야하고, 무슨 말을 시키든지 해야 한다면서요. 당신께서 곁에 계시니까 사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다그치셨지요. 그 후 약 40년 간 저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로 한평생 살았습니다. 요시아 왕 13년부터 여호야김 왕을 거쳐 시드기야가 잡혀갈 때까지였지요.

‘야훼께서 던지다, 급히 보내다’라는 제 이름의 뜻만큼이나 그 당시는 하루빨리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할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이 멸망의 길로 치닫던 때였으니까요. 므낫세 왕 때 성행하던 우상숭배는 여전히 지속되었고, 예루살렘 성전에 들여놓은 우상 앞에 자기 자식을 산 희생제물로 불태우는가 하면, 야훼 하나님만을 섬기는 신앙인들을 박해하는 등 그 부패와 악행이 극에 달했습니다. 므낫세의 후계자 요시아는 성전을 정화하고 종교개혁을 단행했지만 그것도 표면적 차원에 머물렀을 뿐 백성들의 마음까지는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요시아 왕이 므기또 전투에서 전사하자 백성들은 그의 죽음이 앗시리아 신의 벌이라 여겨 한층 더 우상숭배에 빠져들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안하무인격으로 온갖 불의를 저지르는 백성들에게 제가 전해야 할 말씀은 하나님의 ‘심판’과 ‘새로운 계약’이었습니다. 그래서 타고난 성품과는 달리 왕실을 견책하고 백성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등 마치 병사와 같이 용감하게 활동해야 했습니다. 저는 진정으로 회개하지 않으면 유다는 곧 멸망하리라고 부르짖었는데, 그것은 동족들에게 무시무시한 말을 선포하여 그들의 잘못을 세차게 나무라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어쩜 그리 험하고도 모진 말씀을 제 입에 담으셨는지, 사실 너무도 힘겨웠습니다. 그 결과 백성들로부터는 조롱과 멸시, 박해의 대상이 되었고 고향사람들로부터는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습니다. 당신 백성을 내모시는 듯한 말씀 속에 담긴 구원의 메시지를 알아듣는 이가 없어, 제가 전한 말씀은 점점 독설이 되어갔으니까요. 그러나 돌아서지 않는 자녀를 매로 다스리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 아픈 사랑을 알기나 할는지…. 결국 성전은 파괴되고 동족이 바빌론 유배지로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 저는 비통의 눈물을 흘려야 했죠. 훗날 많은 사람들이 저를 ‘눈물의 예언자’, ‘수난의 예언자’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저의 생애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주님의 성전이다, 주님의 성전이다, 주님의 성전이다” (7:4). 이 외침은 어떤 건물을 보고 야훼의 성전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반박하기 위해 고함치는 말이 아닙니다. 야훼의 성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미래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아도 되는 근거를 제시하는 말입니다. 또 그런 근거를 제시할 필요성이 긴박하여 세 번이나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이스라엘은 야훼의 성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나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당시 나라의 모습이 혼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니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시 하나님밖에 어디 의지할 곳이 있겠느냐 싶어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하나님이 계신 성전이 있는데, 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데 무슨 걱정이 있겠냐는 태도였습니다. “이것이 주님의 성전이다”라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이스라엘의 믿음의 표현이었습니다.

너희가, 모든 생활과 행실을 참으로 바르게 고치고, 참으로 이웃끼리 서로 정직하게 살면서, 그런데 그 신뢰의 고백을 야훼께서 예언자 예레미야의 입을 통해 인용하시면서 그것을 신뢰하기에는 너무나 어림없는 것이라고 해석하십니다. 조국이 이민족에게 침략 당하지 않고 고향을 잃는 일이 없이 잘 살려면 “너희가, 모든 생활과 행실을 참으로 바르게 고치고, 참으로 이웃끼리 서로 정직하게 살면서,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억압하지 않고, 이 곳에서 죄 없는 사람을 살해하지 않고, 다른 신들을 섬겨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이지 말라”(7:5-6)는 야훼의 말씀을 따라야 하는데 그것은 마다하고 하나님 앞에서 살려 줘서 고맙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야훼의 집을 도둑의 소굴로 삼고 또 이것은 곧 “이것이 주님의 성전이다”라고 하는 이스라엘의 외침이 빈말(7:4.8)임을 드러냅니다. 따라서 성전이 있다고 안심할 이유가 없는데도 야훼의 깨우침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제 고집만 피우고 있으니 야훼로서는 다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벌을 자초한 꼴입니다.

야훼께서 함께 계시는 성전이 이스라엘에게 도둑의 소굴로 보이냐고 질책하지 않을 수 없게 이스라엘이 비뚜로 가는 길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기도하는 야훼의 집(이사 56:7)에 야훼가 기거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마 21:13). 주인이신 야훼를 축출하는 일입니다. 야훼를 허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거짓을 정말로 조작하고 주인으로 모셔 섬기는 일입니다.

어떻게 그런 길을 갈 수 있을까요? 하나님을 외적 소유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면 됩니다. 그 때에는 하나님도 기득권의 논리에 속하게 되고, 그 후에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득권이 정당화되고, 그렇게 정당화된 기득권은 무너질 수 없는 체제로 신화화하여, 하나님도 그것을 어쩔 수 없는 기존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된다는 허구의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성전을 구실로 하나님을 기득권의 대상으로 삼은 후 자기 마음대로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억울한 일을 하고 보호를 받아야 할 유랑인과 과부와 고아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무죄한 사람들의 피를 흘렸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모상이라는 것을 무시함으로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인간이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신의 위치에 오르려했습니다. 하나님께는 당신이 우리를 살려주셨다고 하며 하나님의 위치를 인정하는 척하는 사기 극까지 펼치면서요! 그뿐입니까 훔치고 죽이고 간음하고 위증하였습니다(7:9). 이런 일을 하면서도 야훼의 성전을 가졌으니 보호를 받는다고 야훼를 자기 소유물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것은 다른 신을 따르고(7:6-9) 바알 신에게 분향하기 때문에(7:9) 가능했습니다. 다른 신을 섬기면 모든 이를 자유롭게 해야 할 하나님이 거기 계시다는 원칙이 깨지고, 따라서 ‘실천적 무신론’과 ‘이론적 유신론’을 공유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실제로 생각하고 살게 됩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떻습니까? 이런 이론적 유신론과 실천적 무신론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