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한 주간 동안 민수기를 통독하게 됩니다. 레위기에 뒤이어 나오는 민수기는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입니다. 이 성경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또 그 성격이 어떠한지는 책제목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 책을 “브미드바르”(광야에서)라고 부릅니다. 이는 민수기 1장 1절의 네 번째 단어인데, 본문을 시작하는 첫 구절에서 중요한 단어를 뽑아 책제목을 정하는 유대인들의 작명법에 따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성조들에게 약속하신 후손과 땅의 축복을 받기 전에 거쳐야 할 시련의 장(場)인 광야 체험이 이 책의 초점임이 이 이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 역본에서는 유난히 숫자가 많이 나오는 이 책을 숫자를 가리키는 ‘아리트모이(avriqmoi.)’와 ‘누메리(numeri)’로 각각 번역했습니다. 여러 번의 인구 조사, 병적 조사가 나오기 때문에 이 책의 이름에 ‘수(數)’라는 글자가 들어갔다고 봅니다. 우리말 성경 이름 민수기도 이러한 그리스 역본의 성경 이름에 따른 중국어 성경 이름 民數紀에서 나왔습니다.

민수기는 시내 광야(1:1)에서 약속의 땅 입구에까지 이르는(36:13) 이스라엘 백성의 40년에 걸친 광야 여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1:1- 10:10은 시내산에서의 19일간 체류를, 10:11-22:1은 약 39년 간 소요된 광야 여정을, 22:2-36:13은 모압 평원에서의 약 5개월간의 체류를 각각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광야 여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광야의 이스라엘은 ⑴ 한 곳에 지속적으로 정착하지 않고 여정을 계속하는 민족이며, ⑵ 외부로부터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혼자 떨어져 사는 집단이자, ⑶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형성 과정에 있는 민족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메마르고 황량한 광야, 적막함과 두려움, 이방 민족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번성하고 조직되고 강화되는 민족으로 성장하게 하셨고, 마침내는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게 하십니다.▨

“시련과 순례”를 주제로 하고 있는 민수기는 그 첫 부분에서 히브리 노예들을 중심으로 이집트를 탈출해 나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내 광야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조직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광야 행군에 앞서 새 백성의 안녕을 지켜나갈 병적 조사와 그 지도자들의 임명은 대단히 중요한 과업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여행을 앞두고, 더구나 위험하고 거친 광야 여행을 하기에 앞서서 얼마나 준비할 것이 많았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당신 백성의 지도자들을 친히 선택하셨으니 “다음은 너희 곁에 서서 너희를 도울 사람들의 이름이다”라는 1:5의 말씀으로 시작해서 각 지파 지도자들의 명단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명단은 “이들은 회중이 추대하여, 조상 때부터 내려온 각 지파의 지도자가 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바로 이스라엘 군대 각 부대의 지휘관이다”(1:16)라는 말로 끝맺습니다. 이것으로서 우리는 하나님 백성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먼저 하나님께 지명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백성의 추대를 받은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이스라엘 12지파 지도자들의 이름이 그 가문을 밝히며 기록된 다음에 민수기 1:17- 18에는 “모세와 아론은 임명받은 이 사람들을 거느리고 둘째 달 초하루에 전체 회중을 불러 모았다. 회중들은 모두 가문별, 가족별로 등록하였다. 스무 살이 넘은 남자는, 모두 그 머리수대로 하나하나 명단에 올렸다”고 합니다. 이어서 각 지파에서 그들 조상의 후손을 각 갈래와 가문별로 족보를 따져 가며 전장에 나갈 수 있는 20살 이상 되는 장정을 일일이 호명하며 그 수를 세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이스라엘 백성은 시내 광야를 떠나기 전에 병적 조사를 하고 조직을 갖춤으로써 그들은 이제 인간의 군대가 아니라 하나님의 군대가 됩니다. 여기에서 군대의 하나님, “만군의 주님”이라고 하는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이 군대는 이스라엘의 반대 세력을 대항하는 싸움보다도 하나님의 뜻을 지켜나가는 보조 수단입니다.

이어서 “이스라엘 자손이 진을 칠 때에는, 회막을 중심으로 하여 그 둘레에 진을 치되, 각기 자기가 속한 부대기가 있는 곳에다 자기 가문의 깃발을 함께 세우고 진을 쳐야 한다”(2:2)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백성은 성막을 중심으로 진을 치고,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을 이끄시면서 그들 삶의 중심이 되심을 생활로써 나타내는 말씀입니다. (숙영시 이스라엘의 자세한 진지 배치는 그림 참조)

레위인들이 봉사하는 성막을 사령부로 삼아서 진군하는 순서와 그 백성의 지휘관과 거기에 소속된 장정의 수효를 기록한 다음에 2:34에서는 “이처럼 이스라엘 자손은, 주님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다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각기 가문별, 가족별로, 자기들의 깃발 아래에, 진도 치고 행군도 하였다”고 전합니다. 이렇게 이스라엘의 광야 횡단 준비와 과정이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있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구약의 예언자들은 이 민수기의 광야생활을 하나님의 신부가 된 이스라엘 백성의 신혼시기로 묘사합니다(호 2:16-25; 렘 2:2-3). 생활 전체가 하나님 중심이던 광야의 백성처럼 우리들의 모든 말과 생각과 행동, 삶 전체가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는 생활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들의 신앙생활이 외적인 예식으로만 끝나는 생활이 아니고, 실제 생활에서 하나님을 중심에 모시고 행군해 나가는 민수기의 신앙공동체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성막을 세우고 모든 기물을 성별한 후 지파별로 예물을 바침으로써, 이스라엘 12지파는 하나님 말씀 안에서 결속되고 잘 조직된 하나님 백성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하나님과 백성의 대화는 모두 이 성막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성막에서 하는 모든 봉사는 레위 지파의 몫입니다. 따라서 레위 지파의 직분은 이스라엘 백성을 모두 구원시키고자 그들 가운데 머무르시는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들의 봉사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백성이고 주님께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심을 인식하고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생활 중에 여러 시련을 겪으며 불평을 일삼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사기도 하고, 약속의 땅을 정탐하고서는 지레 겁을 먹어 모세와 아론에게는 물론 해방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대들다가 40년을 광야에서 떠돌아다니는 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당신 계획을 반드시 이루십니다. 이스라엘이 당신의 계획을 온전히 믿고 따를 수 있을 때까지, 온갖 시련을 통해 당신 백성을 성장시키시면서요. 이스라엘 백성이 걸었던 광야 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란 광야: 시내 광야에서 떠난 이스라엘 백성의 첫 숙영지(10:12).

∙다베라/다브에라: 백성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들으시고 야훼께서 몹시 화가 나시어 불을 떨어 뜨려 진지의 변두리를 살라버리신 곳(11:1-3).

∙기브롯 핫다아와/키브롯 하따아와: 고기를 먹게 해달라며 불평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메추라기 고기를 열 호멜 이상씩 모아 놓고 뜯다가 벌을 받은 곳(11:31-34).

∙하세롯: 기브롯 핫다아와에서 벌받은 백성을 묻고서 이동한 다음 행선지(11:35).

∙헤브론: 각 지파별로 한 명씩 선발된 정탐대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 포도송이와 석류와 무화과를 따온 에스골 골짜기가 있는 도시(13:22).

∙가데스/카데스: 정탐대가 돌아와 가나안 땅의 실상을 모세와 아론과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고한 곳(13:26)으로, 미리암이 묻힌 곳이기도 함(20:1). 이곳에서 모세는 에돔 왕에게 전갈을 보내 지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지만 허락받지 못함(20:14-21).

∙호르마: 정탐대의 말을 듣고 이집트로 돌아가자고 했다가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유랑하는 벌을 받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가 말리는데도 무모하게 가나안에 쳐들어갔다가 이곳까지 쫓겨옴(14:45). 하지만 두 번째 침공에서는 점령에 성공함(21:1-3).

∙호르산: 가데스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의 다음 숙영지로, 이곳에서 아론이 세상을 떠남(20:22-29).

∙오봇: 호르산 다음의 숙영지(21:10).

∙이예야바림/하아바림: 오봇 다음의 숙영지로, 모압 국경의 동쪽 광야에 위치해 있음(21:11).

∙세렛/세레드 개울: 사해 남단에서 동쪽으로 흘러가는 강으로, 에돔과 모압 사이를 갈라놓는 천연적인 국경(21:12).

∙아르논 강: 모압의 북쪽 경계선을 이루는 강으로, 사해 중간 부분에서 동쪽으로 흘러감(21:13).

∙브엘, 맛다나/마따나, 나할리엘, 바못: 아르논 강 이후의 숙영지들 (21:16-19).

∙비스가산: 이 근방 계곡에서 모세는 아모리 왕 시혼에게 길을 지나가게 해달라고 전갈을 보냄(21:20-22).

∙야하스: 이곳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아모리 왕 시혼과 싸워 이김으로써, 아르논에서 얍복/야뽁에 이르는 땅을 차지하게 됨(21:23-24).

∙야스엘/야젤: 아모리인의 땅에 자리를 잡은 후 정탐하여 점령한 곳(21:31-32).

∙에드레이: 이곳에서 바산 왕 옥과 싸워 이기고는 그 땅을 차지함(21:33-35).

민수기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하나님께서는 죄인들로 이루어진 백성을 선택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이 광야를 횡단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우수했거나 지도자가 훌륭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만 한결같으신 사랑으로 함께 하시고 한번 맺으신 약속에 충실하신 하나님 덕분이었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은 ‘발람 이야기’(22:1-24:25)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모압 왕 발락은 이스라엘이 아모리인들을 무찔렀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스라엘의 침공이 두려운 나머지 그들을 저주해 달라고 유명한 점쟁이 발람을 부릅니다. 발람은 몇 차례 거절을 하다가 마침내 따라나서지만, 도중에 주님의 천사를 만나서 그가 시키는 말만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받고는, 이스라엘에게 저주 대신 축복을 내립니다. 비스가산 꼭대기에 제단을 쌓아도, 브올산 꼭대기에 제단을 쌓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스라엘을 세 번씩이나 축복해 주었다고 내쫓는 발락에게, 발람은 장차 이스라엘에게서 한 왕조가 일어나 주변국들을 모두 무너뜨릴 것이라고 이릅니다. 하나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이방인 점쟁이까지도 이용하십니다.

불길한 예고라고나 할까요, 이스라엘은 40년 가까이 광야에서 하나님을 믿고 따르면서 사는 연습을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온 모압 여인의 모습, 종교 의식 등을 보고 분별을 잃고 맙니다. 이스라엘이 싯딤 지방에 머무를 때에 모압 여인들의 초청을 받아 그들의 신을 예배하고 그들과 놀아나는 음탕한 사건이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하나님의 진노가 내렸는데, 마치 마침 이스라엘 사람 하나가 미디안 여인을 데려다가 일가 사람들에게 인사시키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모습을 보고 비느하스 사제가 그 두 사람을 찔러 죽이자, 하나님께서는 진노를 거두셔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린 염병이 물러갑니다. 분별력을 잃은 이스라엘의 모습은 마치 오늘날 물질 문명이 거대한 힘으로 작용하여 우리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광야에서 형성된 하나님 백성 공동체는 신약의 교회를 연상시킵니다. 교회는 세상의 광야를 여행하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며, 이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스려지고, 주님께 드리는 예배로 늘 주님의 현존을 상기시켜 주는 공동체이어야 함을 민수기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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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병이 물러간 뒤에 이스라엘 백성은 두 번째 인구조사를 합니다(26:1-65). 첫 번째 인구조사(1:1-47) 이후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라는 하나님의 명령(13:1-14,25)을 따르지 않은 한 세대는 광야에서 다 교체되었고(14:26-38), 그 이후의 질병으로 인해 죽어간 사람도 있었지만(25:9.18), 인원수는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인구조사 때에는 603,550명(1:46)이었지만, 두 번째 인구조사 때에는 601,730명(26:51)이었으니까요(레위 지파 제외). 지파별로 보면 시므온 지파가 크게 줄었고, 므나쎄 지파가 꽤 늘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유다 지파가 76,500명으로 가장 많고, 시므온 지파가 22,200명으로 가장 적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려 하지 않아서 한 세대가 광야에서 다 죽었어도, 하나님께서는 당신 계획대로 모든 일을 이루신다는 사실을 두 차례의 인구조사가 잘 보여 줍니다.

민수기 5장을 읽었을 때, 여성들은 아마도 어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의처증 남편이 자기 아내를 의심해서 질투로 아내를 시험하는 절차를 길게 서술하고 있는 5:11-31의 이야기가 너무나 남성위주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근거 없이 아내를 괴롭히고 아내의 존엄성과 명예를 손상시킨 남편의 죄에 대한 처벌 규정이나 또는 남편이 간통한 경우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더구나 모든 절차를 언급한 후에 “남편이 아내에게 이렇게 하여도(무고한 아내를 시험하여도) 남편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아내에게 죄가 있으면, 아내는 그 책임을 져야 한다”(5:31)라는 대목에서는 마침내 분노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양보해서 이 절차의 근본정신이 ‘부당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여인들을 해방시켜 주는 것’에 있다 해도 적어도 남편이 아내에게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요즘도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고대 사회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남성과 여성 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여성은 한 인격체가 아니라, 사유재산으로 간주되었습니다(출 20:17). 결혼하기 전에는 아버지의 소유물로, 결혼해서는 남편의 소유물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혼인할 때에는 신랑이 장인에게 신부의 몸값을 지불해야만 했고(창 31:15), 성폭행을 했을 때에도 그 값을 물어야만 했습니다(신 22:29). 그런 까닭에 여성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모든 권리를 제한 받았습니다. 하나님께 서원할 때에도 임의로 할 수 없었고, 아버지나 남편의 동의를 받아야만 그 서원이 성립되었습니다(30:2-17). 심지어 출산에 따른 정결례에서부터 차별을 받았습니다(레 12:2-5). 나아가 앞에서 다룬 인구조사의 경우 여성은 샘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딸만 두고 죽은 사람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였으니까요(27:1-11). 다행히도 슬로브핫의 딸들이 이 문제를 제기해서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그것도 아들이 없을 경우에 국한되었습니다(27:8). 또 유산을 상속받았을 경우에는 배우자를 선택하더라도 같은 지파 사람 중에서만 선택해야 했습니다(36:1-12).

이러한 성차별은 가만히 있으면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이 아들들에게만 유산을 상속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문제를 제기했을 때 보다 나은 방식의 상속제도가 정립될 수 있었듯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성차별 현상을 잘 눈여겨보고 문제를 제기할 때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대우받는 사회가 비로소 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대부분은 남성 저자가 남성의 시각과 입장에서 쓴 책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성차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슬로브핫의 딸들 이야기 같은 숨겨진 여성 해방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성경 통독의 또 다른 맛일 것입니다.▨

모세는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가나안 땅을 적절하게 분배하기 위해서 각 지파별 인원수도 조사하고(26:1-62), 그들을 이끌고 들어가서 가나안 땅을 점령하고 분배해 줄 책임자로 여호수아를 선정했는데(27:12-23), 르우벤의 후손과 갓의 후손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나섰던 것입니다. 아모리족과 바산족을 무찌르고 획득한 땅(21:21-35)에 정착하고 싶다는 희망을 모세와 사제 엘르아살과 회중의 대표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는데(32:1-5), 모세는 다른 지파들이 정착할 땅을 분배받을 때까지 선발대가 되어서 싸운다는 조건 하에, 르우벤의 후손과 갓의 후손과 므낫세 지파의 반에게 요르단강 동쪽 지역의 영토 분배를 승인해 줍니다(32:16-42). 이에 따라서 르우벤 후손은 옛 아모리족 영토를, 갓 후손은 사해와 갈릴래아 호수 사이의 영토를, 므낫세 지파 절반은 바산 지역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중에서 므낫세 지파 절반이 소유하고 있었던 바산 지역의 일부(=현재의 골란)만이 현재 이스라엘에 속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지역의 반환 문제로 시리아와 아직도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