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에 뒤이어 나오는 레위기는 모세오경의 세 번째 책입니다. 이 성경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또 그 성격이 어떠한지는 책제목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첫 단어를 따서 이 책을 “와이끄라”(그가 부르신다)라고 부릅니다. 이는 레위기의 내용이 ‘하나님께 불림 받은’ 이스라엘이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각종 제사규정과 정결례를 비롯해서,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특별히 ‘불림 받은’ 레위인과 사제들에 관한 규정으로 이루어졌음을 잘 나타내 줍니다. 그리스어 성경은 책의 주요 내용에 따라, 이 책이 레위 지파, 즉 사제 지파에 관한 전례법을 담고 있다고 하여, 제목을 “레위티콘”(레위인의)이라고 붙였습니다.

레위기는 총 27장으로 모세오경 중에서 가장 짧지만, 모세오경은 물론 성경 중에서 가장 읽기 힘든 책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 책에는 현대의 우리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제사규정과 율법들이 기술되어 있어서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레위기라는 책제목은 이 책이 구약시대의 제관들인 레위인을 위한 예전서이지 우리 일반인을 위한 책은 아닌 것처럼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하지만 레위기는 제관들만이 아니라 백성 전체를 위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스라엘 백성이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며 지켜야 할 각종 규정과 지침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레위기가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어떤 외적인 예배나 규정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과의 만남과 친교입니다. 한마디로 레위기는 형식적인 제사 규칙을 담은 규정집이 아니라,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고 거룩하게 살기 위한 길을 제시한 성경입니다.

레위기의 주제는 거룩함, 속죄, 정결이라는 세 낱말로 표현됩니다. 성경에서 ‘거룩함’이라는 것은 ‘하나님을 위해서 따로 몫을 떼어놓음’, ‘많은 것들 중에서 선택하여 갈라놓음’을 뜻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의 하나님인 나 주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19:2)고 하신 것은 그들이 많은 백성들 가운데서 하나님을 위해 특별한 몫으로 따로 떼어놓은 선민(選民)이므로 거룩하다는 말씀입니다. 더욱이 그 백성들 앞에서 하나님의 몫으로 성별된 사제들은 더욱 거룩하고, 그들의 축제와 절기도 거룩하고, 그들이 머무는 땅과 성소가 거룩하며, 그들의 서원도 거룩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의 하나님이 거룩하시므로 거룩한 백성이 되어야 했습니다. 이렇듯 레위기는 모든 ‘때’, 모든 ‘장소’, 모든 ‘물건’, ‘하나님 백성 전체’가 하나님 앞에 거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거룩함은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는 이룩하지 못하고 오직 하나님의 자비로 받게 되는 은총임을 강조합니다. 이 책에 90번 이상 반복되는 ‘거룩함’이라는 표현은 레위기 전체를 통해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속죄와 정결’은 이스라엘이 거룩하신 하나님만을 위해서 따로 떼어놓은 거룩한 백성임을 거부할 때, 하나님과의 계약이 파기되어 그 백성은 부정해지고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인 땅이 죄로 물들었기에, 속죄하여 정결하게 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특히 정결법은 이스라엘이 하나님 백성이라는 정체성이 위기에 처해질 때마다 강조되었는데, 그것이 지나쳐 법 위주로 흐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레위기에서도 율법의 정신을 잃고 외적 규정이나 희생제의 외형에만 치중하는 형식주의를 경고하여 ‘마음의 할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 성막을 세운이래, 이스라엘 백성의 주 관심사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기쁘게 해드릴 방법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합당하게 사는 길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그 방법으로서 그들은 예배의 규정과, 하나님 앞에서 그들을 중재하는 제사장들과 여러 가지 의식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레위기의 모든 규정들은 이스라엘이 그들의 삶 전체로 거룩하고 의로우신 하나님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따라서 그들이 하나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는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을 어떻게 연결시켜 나갈지를 배울 수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경신례의 공동체는, 바로 출애굽의 목표이자 출애굽으로 받게 된 해방과 자유의 최종 단계였습니다. 이 레위기는 그 백성이 하나님과 공동체를 이루는 길을 가르치며, 특정한 절기와 장소와 제물을 따로 떼어놓고, 제사장들을 구별하여, 불완전하고도 죄 많은 인간이 완전히 실현할 수 없는 ‘거룩함’에 관한 이상을 실현하려 했던 것입니다.▨

오늘 읽은 본문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여러 가지 제사 규정과 바칠 제물과 그것을 바치는 법을 상세히 알려 주십니다. 제사는 하나님과 인간이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는 수단이자, 깨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제사를 통해 하나님께 감사의 예물을 바치고, 하나님께 지은 잘못을 통회(痛悔)하고 용서를 청하며 다시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하여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로서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물의 봉헌 절차와 장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회막(만남의 장막) 문간에서 희생제물의 머리에 손을 얹습니다. 이는 봉헌자를 대신하여 이 제물을 바침을 뜻합니다.

② 제단의 북쪽에서 희생제물을 죽이고 피를 다 빼어 제단 주변에 뿌립니다. 속죄제의 경우에는 분향단 뿔 위에서 뿌립니다.

③ 희생제물의 내장과 다리 등을 물로 씻습니다.

④ 희생제물과 예물, 기름기 등을 제단에서 태웁니다.

⑤ 희생제물의 멱통과 오물 등을 제단 동쪽 잿더미에 버립니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구약과 같은 형태의 예배를 드리지는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물 되셔서 십자가 위에서 이 모든 제사를 완성시켜 주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약의 제사 형태가 사라졌다고 해서 그 정신마저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

오늘 읽은 본문에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사제직에 임명될 때 거행된 의식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모세는 온 백성이 모인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성별(聖別)하는 기름으로 성막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성별하고 아론의 머리에도 기름을 부어 첫 사제로 임명했습니다. [제사장뿐 아니라 왕이나 예언자를 뽑아 세울 때에도 기름을 부었는데(삼상 10:1; 16:1.13; 출 29:7; 왕상 1:39; 사 61:1), 이는 ‘기름부음 받은 자’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져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 아래 있게 된다는 것을 믿음을 나타내는 표징이었습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의 오른쪽 귓바퀴 끝과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오른발 엄지발가락에 숫양의 피를 바르는 임관예식을 칠 일간 계속 한 후, 하나님이 일러 주신 그대로 아론은 속죄제와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면서 백성에게 복을 빌어 주는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사제들은 ① 하나님과 백성의 중재자로서 자신의 성화에 힘쓰며, ② 희생제사를 주관함으로써 백성의 죄의 고백을 받아들여 하나님의 용서를 청하며, ③ 율법상의 문제에 관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에 종사하도록 부름 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읽은 본문은 정(淨)과 부정(不淨)에 관해 규정해 놓은 정결법입니다. 이 정결법의 배경에는 날마다 계속되는 삶이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제사가 되도록 정화되어야 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습니다. 아론 계열의 사제들은 제2의 출애굽이 지속적인 해방의 삶, 즉 거룩한 삶(聖化)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날마다 해방의 삶을 산다는 것은, 레위기의 언어 표현을 빌린다면 죄의 멍에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레위기는 이 해방의 삶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먹거리(11:1-47), 출산(12:1-8), 피부관리(13:2-46; 14:1-33), 환경(13:47-59; 14: 33-53), 성생활(15:1-33) 등 삶의 모든 측면이 거룩한 경신례(敬神禮)가 되어야만, 이스라엘의 내일을 위한 희망의 열쇠가 주어진다고 본 것이지요. 물론 여기 나오는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오늘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비과학적이고 성차별적이지만, 하나님 앞에서 흠 없이 거룩하게 살려고 했던 저들의의 노력만큼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예수님을 낳은 어머니 마리아가 정결례 날이 차서, 아기 예수님을 봉헌하려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집비둘기 새끼 두 마리를 제물로 바친 이유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정결례에 관한 누가복음 2장 22-24절은 레위기 12장 1-8에 서술된 산모의 정결례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가 이 부분을 숙독한다면 누가복음이 전해주지 않는 몇 가지 다른 사실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아기 예수님을 낳은 후, 몸이 정결하게 되는 기간인 33일 동안 집안에 머물렀습니다(레 12:4 참조). 마리아는 아기를 위해 번제물로 바칠 일 년 된 어린양이 없었기에(레 12:6 참조)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한 쌍을 각각 번제물과 속죄제물로 바쳐야(레 12:8 참조) 하는 가난한 생활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이런 예외 규정들은 정결례 의식보다는 정화의 상징적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율법의 근본적인 의미를 깨닫게 해줍니다.▨

레위기 17-26장은 성결법(거룩한 율법)이라고 부르는 법조문입니다. 성결법은 레위기 19장 2절의 “너희의 하나님인 나 주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는 표현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성결법은 고기를 피와 함께 먹지 못하도록 하는 금령으로 시작합니다. 당대인들은 피를 생명과 동일시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성결법은 생명의 신성함을 강조한 후,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19:18)는 이웃 사랑의 법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사랑의 법을 바탕으로 해야 비로소 제사 종교가 바르게 확립되고(23-24장, 26장), 정의로운 사회가 이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26장).

19장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시는 야훼 하나님은 그 계약의 결합을 내세워 백성에게 당신이 거룩한 것처럼 거룩하게 되라고 요구하십니다. 이 거룩함은 해방시키는 정의의 실천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의의 실천은 하나님의 계획을 구체화하는 공동체 관계를 만들어 냅니다. 기본적인 규범은 외국인을 포함하여 모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33-34절). 다른 규범들은 십계명에서 이미 제시한 새로운 사회의 기초 원칙을 되풀이하고 설명합니다. 즉, 다른 신을 가지거나 섬기지 말고, 하나님을 조작하지 말고, 부모를 존경하고, 주말 휴식의 규정을 지키고, 도둑질하지 말고,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출 20:1-17 참조). 또한 힘없고 보잘것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9-10.14절). 즉, 이 장은 성덕의 길을 가도록 가르치는 참된 영성을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성화는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의 이원적 분리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속(俗)의 성화에 그 강조점이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결법의 중심적 증언은 “너희의 하나님인 나 주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19:2)는 권면 속에 압축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성결법이 성화가 아닌 분리에 초점이 맞추어졌을 때, 이웃 사랑의 정신은 사라지고 성결하지 못한 이웃을 배척하고 정죄하게 됩니다. 즉, 법 정신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 그 제정 취지와 다른 역기능만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거룩하라!” 대신에 “자비하라!”고 하시면서 성결법의 본래 정신을 복원하시고자 노력하신 것입니다.▨

유목생활을 하던 히브리인들은 바빌로니아의 달력에 따라 봄부터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출 12:2; 신 16:1). 그러다 가나안 정착 후에는 그곳의 농경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우기(雨氣)가 시작되는 가을철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습니다(출 34:22; 23:16 참조). 그렇지만 솔로몬(기원전 961-922년) 이후 왕정시대에는 다시 바빌로니아의 달력에 따라 봄부터 새해를 계산하기도 했습니다(삼하 11:1; 왕상 20:22.26; 대상 36:10; 렘 25:1-3; 46:2 참조). 이렇게 봄과 가을에 각각 시작하는 두 가지 달력체계에 따라 발달해 온 축제는 오랜 역사를 거쳐 오는 동안 서로 혼합되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양력 3-4월에 걸쳐 있는 니산달을 정월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새해를 양력 9월 중순에 해당하는 티쉬리달에 맞이하기도 합니다. 주요 축제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방절(유월절과 무교절): 정월 십사일 해거름에 유월절(逾越節, Passover, 과월절/過越節)을 지내고, 십오일부터 일주일 간 누룩 안 든 빵을 먹는 무교절을 지냅니다. 해방절은 노예의 땅 이집트에서 자유와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찬미하는, 이스라엘의 삼대 축제 중 하나입니다.

∙오순절(추수절/칠칠절): 유월절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라는 뜻의 오순절은 고대로부터 계속되어 온 추수감사절입니다. 오순절의 성격은 추수를 감사드리는 것이므로 누룩 없는 빵을 바치는 해방절과는 달리 누룩을 넣어서 빵을 굽습니다. 기원후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멸망한 후 랍비 시대 때 오순절의 의미가 변화되어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건(출 19:1)을 기념하는 축제가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삼대 축제 중 하나입니다.

∙초막절(Sukkot/장막절): 7월 보름부터 일주일 간 과일 등을 수확하게 된 것에 감사 드리는 동시에, 출애굽 당시 광야에서 떠돌아다니며 초막생활을 했던 것을 기억하는 이스라엘의 삼대 축제 중의 하나입니다. 이 축제도 해방절 축제와 마찬가지로 추수를 감사하는 농경축제였으나, 훗날 광야 생활을 기억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초막절의 가장 큰 특징은 숙꼿(Sukkot, 초막)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이 기간 집을 떠나 임시 오두막에서 생활하는데 있습니다.

∙새해맞이(나팔절/신년)와 속죄일(Yom Kippur/죄 벗는 날): 속죄일은 7월 10일 하루지만 새해 첫날인 “로쉬하샤나”(유대 달력으로 “티쉬리” 달의 첫날과 그 이튿날에 해당함)로부터 시작하여 ‘10일간의 참회기간’을 Yom Kippur(속죄일)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보냅니다. 속죄일은 일년 동안 범했던 죄악을 통회하는 날로 오직 이날에만 대사제가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으며, 거기서 백성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탄원합니다.

∙레위기가 아닌 다른 성경에 근거한 축제로는 이방세계에 몸 붙여 사는 유대인들을 말살시키려는 이방인들의 모함에서 벗어나 오히려 승리를 거두었음을 기념하는 부림절(에스더 9장)과 시리아의 안티오쿠스 왕에게 더렵혀졌던 성전을 정화하고 재봉헌하는 성전봉헌축제(하누카/수전절/광명절: 마카베오상 5장; 마카베오하 10장)가 있습니다.

레위기의 계명들을 요약하는 26장에서 하나님은 “나는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 나는 주다” (1-2절)라는 말씀으로 그 모든 율법의 근본이 바로 당신 자신임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이어서 율법에 순종할 때 받게 될 복과, 이 사랑의 법을 거스를 때 따르는 벌의 종류가 열거됩니다. 하지만 다음의 26장 40-42절 말씀에는 인간이 회개하여 구원받게 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강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들이 지은 죄와 조상들이 지은 죄, 곧 그들이 나를 배신하고 나에게 반항한 허물을 고백하면, 또 그들이 나를 거슬렀으므로, 내가 그들을 거스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과, 그래서 내가 그들을 원수가 사는 땅으로 보냈다는 것을 깨닫고, 할례 받지 못한 그들의 마음이 겸손해져서, 자기들이 지은 죄로 벌을 기꺼이 받으면, 나는, 야곱과 맺은 언약과 이삭과 맺은 언약과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을 기억하고, 또 그 땅도 기억하겠다.

여기서 ‘할례 받지 못한 마음’이란, 율법의 정신을 잃고, 율법의 외적 규정에만 치중하는 형식주의와 완고한 마음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마음의 할례’를 받은 사람들은 고정되어 있는 법 조항에 묶이지 않고, 오히려 살아 움직이는 그 법의 정신을 헤아립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나무의 이파리에 매달리지 않고, 그 나무의 뿌리를 보는 것이지요. 율법의 외적인 규정에만 연연하며 겉치레로 행했던 화려한 구약의 제사와 전례는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부록으로 알려진 레위기 27장은 야훼께 바치기로 서약한 것은 ‘거룩한 것’이 되었으므로 봉헌자에게 더 이상의 소유권이 없음과, 그 서약 예물을 다시 찾으려면 어떻게 값을 치러야 할지에 관해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나 하나님께 서약하고 나서 그 약속에 불충한 사람이 자신의 죄를 말로 고백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반드시 실제 생활에서 보상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즉, 물질과 생활의 보상이 기도나 죄의 고백에 선행되어야 함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일반 봉헌물이나 서약과 달리, ‘완전 봉헌물’은 어떤 값을 치르고도 되물릴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