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두 주간 동안은 출애굽기를 통독하게 됩니다. 출애굽기는 창세기에 뒤이어 나오는 모세오경의 두 번째 책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으며 그 성격이 어떠한지는 책 제목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이 책을 첫 구절의 두 번째 단어를 따서 “쉬모트”(이름들)라고 부릅니다. 이는 첫 구절에서 제목을 뽑는 유대식 작명법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주요 이름들에 주목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12지파의 이름(1장), 모세의 이름(2장), 하나님의 이름(3장) 등의 상호관계를 이 성경의 핵심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리스어 성경은 책의 주요 내용을 제목으로 삼는 그리스식 작명법에 따라, 이 책의 이름을 “액소더스”(탈출)라 지었습니다. 우리말 성경 이름 출애굽기도 그리스어 성경이름을 딴 중국어 성경 이름 “出埃及記”에서 왔습니다. ‘애굽(이집트)에서 탈출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창세기가 보편적 의미에서 ‘시작의 책’이라면,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바로의 말이 곧 법으로 통하던 전제국가 이집트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던 히브리, 곧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이끄심으로 이집트를 탈출하고, 야훼(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공동체로 거듭나게 되는 원초적인 해방 체험이 담겨 있습니다. 이 체험은 이스라엘 전(全) 역사에서 민족의 기원을 알려주는 원(原)체험으로써 가장 먼저 정리되어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선포되고 회고되었습니다. 이렇듯 출애굽기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책으로, 억압과 불의가 지배하는 사회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해방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희망을 안겨줍니다. 그러면 이제 출애굽기를 펼쳐 읽으면서,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해방의 불길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읽은 본문 중 3:1-4:17의 이야기, 즉 모세가 조상들의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와 또 이로 인해 마음속에 크나큰 갈등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구약성경의 이야기 중 가장 뛰어난 걸작 중 하나입니다. 이 구절은 마치 시를 대하듯이 상상과 감정이입으로 읽어야 합니다. 딱딱한 산문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신앙의 핵심을 보게 됩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산’에 가게 된 것은 광야에서 장인의 양 떼를 치던 중이었습니다. 성경은 모세가 아무 생각 없이 거룩한 땅에 들어갔다가 인간 세상에 발현하여 두려움을 자아낸 거룩한 분을 접하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그 거룩한 분은 바로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이었습니다. 여기서 모세가 불이 붙었으나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확인하려는 장면에서 재빨리 역사적인 사건으로 말을 건네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는 장면으로 바꾼 성경 저자의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을 한다고 표현한 것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히브리인의 처지가 모세의 가슴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우리는 모세가 동족의 고통을 보다 못해 이집트 공사감독을 죽인 후 이집트에서 도망해 나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역사적인 사건을 거듭 강조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당신이 하고자 하는 계획의 선포였습니다. 특히 하나님이 당신 의향을 밝히는데 사용한 동사에 주목하기 바랍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나의 백성이 고통받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또 억압 때문에 괴로워서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의 고난을 분명히 안다. 이제 내가 내려가서 이집트 사람의 손아귀에서 그들을 구하여 내고자 한다”(출 3:7-8). 이것은 바로의 압제 정권을 뒤집고 그 밑에서 신음하고 있는 노예를 구출해 내겠다는 하나님의 의지 표명입니다. 이렇듯 모세에서 비롯된 신앙에 따르면 하나님은 인간의 고통과 압제를 수수방관하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사에 간섭하십니다. 또한, 하나님은 당신의 행위, 즉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모세는 이런 하나님과 만남으로써 자기 소명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고, 역사적 상황이 요구하는 것들을 보다 예리하게 인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모세는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사명을 부여받고, 역사적 사건에 참여하도록 촉구받습니다. “이제 나는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출 3:10). 조상들의 하나님은 역사적인 위기의 순간에 당신의 뜻과 요구와 약속을 밝히신 다음, 그런 당신의 계획에 동참하도록 모세에게 결단을 촉구하신 것입니다.

성경 저자는 깊은 종교적 통찰력을 가지고, 모세가 부르심을 받고 불안해했던 것과 역사의 외곽에서 안주(安住)하고자 이를 받아들이기 꺼렸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목소리’는 글자 그대로 불붙은 떨기나무에서 들린 것이 아니라, 모세가 깊은 고뇌와 반성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된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서 나온 것이 됩니다. 미디안족의 땅으로 도망쳐서 오랜 세월 동안 목자 생활을 하던 모세.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았던 그는 비록 거기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동족에 관한 생각을 놓지 않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입소문을 타고 속절없이 하나님께 울부짖는 동족의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아! 내 동족은 신음하고 있다는데 나는 지금 여기서 이렇게 혼자 편히 살아도 되나? 하지만 어쩔 것이냐 내겐 아무 힘이 없는 것을. 더구나 과거에 동족을 위해 살인까지 했건만, 그들은 나를 지지하기는커녕 배척하지 않았던가···. 지금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하나님은 어디 계실까? 그분은 우리 겨레와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던가! 그런 분이 왜 우리를 살피시고 구원의 손길을 내미시지 않는 걸까?’ 결국, 이런 치열한 고뇌를 통해 모세는 자기 소명을 깨닫게 됩니다. 그 소명에는 하나님의 뜻과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그리고 자기가 할 일이 동시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부르짖음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들었고, 하나님의 부르심 속에서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을 들었습니다. 그는 역사 밖에 있는 하나님, 또는 역사 밖에서 역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들은 것이 아니라, 바로 역사적 상황 안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들은 것입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뜻과 이스라엘의 부르짖음은 유리되어 있지 않으며, 나아가 이스라엘의 역사적 상황과 저들을 위해서 모세가 해야 할 소명의식과 하나님의 뜻은 유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을 듣는다는 것과 그 뜻을 결단을 통해서 행동에 옮긴다는 것이 유리되지 않고 동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뜻은 홀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상황과 그에 대한 인간의 결단과 참여를 통해 비로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라는 것, 이것이 이스라엘의 역사적 신앙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잘 의식하지 못하는 못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언제나 주인공의 편에 서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읽은 모세와 바로의 대결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언제나 자기가 모세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세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바로의 완고함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이런 읽기 습관은 모세뿐 아니라 바로를 통해서도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처음부터 귀를 닫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러니 가끔은 바로의 입장이 되어서 성경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 나는 바로입니다. 노예를 부려서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을 맛보고 있는 바로입니다. 그리고 그 편리와 안락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모세라는 낯선 사람이 찾아와 엉뚱한 이야기를 지껄입니다. 나의 편리와 안락을 보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히브리 노예들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허튼수작 말아라! 히브리 노예를 내놓으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 노예 없이 어떻게 산단 말인가! 내게 히브리 노예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장 자가용을 타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말과 똑같다. 그 불편을 어떻게 감수하란 말인가! 어떻게 내 생활의 편리와 안락을 희생하란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네 말에도 약간의 일리는 있다. 어떻게 같은 인간을 소나 말처럼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자동차를 굴릴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세상은 본래 그런 것이다. 노예제 사회가 어떻게 노예 없이 존립할 수 있단 말인가! 현대 산업사회에서 어떻게 자동차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단 말인가! 노예는 지금 내 생활의 필수품이다. 자동차 역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그러니 나에게서 내 편리와 안락(安樂)을 보장하는 히브리 노예와 자동차를 빼앗을 생각은 마라.”

그러나 마침내 하나님의 재앙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산성비로 인한 농작물 피해, 오존주의보 발령, 스모그 발생으로 수많은 인명의 희생, 자동차 사고로 매일 수십 명씩 사상···. 하지만 나는 결코 내 뜻을 굽히지 않고 더욱 완고하게 옹고집을 부립니다. “나는 결코 히브리 노예와 자가용을 포기할 수 없어! 내 기득권은 절대로 포기 못 해! 마지막 10번째 재앙이 내리기 전까지는···.”

좀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바로와 나는 무엇이 다릅니까?　‘보다 더’라는 가치관, ‘편리’라는 이름이 우리를 얼마나 완고하게 만듭니까! 급할 때는 하나님을 찾다가도 조금만 위기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금방 하나님을 등지고 제멋대로 구는 바로의 모습은 가감 없이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하나님과의 약속 파기는 우리의 단골 메뉴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런 우리가 당신을 깨달아 알고 돌아오기까지 오래 참고 기다려주시는 그런 분이십니다. 하지만 무한정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은 모두의 구원에 있지만, 구원의 방법은 다릅니다. “의인은 해방을 통해서 구원하고, 악인은 심판을 통해 구원합니다.”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구원받기를 원하십니까?▨

오늘 읽은 본문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축제요 그들의 역사·종교적인 토대라 할 수 있는 해방절의 기원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유월절(Passover)은 모세 이전 근동의 유목민들이 지켜오던 풍습입니다. 그들은 맏배로 태어난 양들을 잡아 제물로 바치면서 양 떼의 출산을 허락하신 신에게 감사드리고 가축들을 잘 보살펴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유월절 의식 가운데에서 후대에까지 이어진 의식은 히솝 가지로 양의 피를 적셔 사람들에게 뿌리고 문설주에 바르던 관습입니다. 이런 의식은 이집트인들, 아테네인들, 고대 게르만족 등에서도 발견되는데, 그들은 짐승의 피가 부정한 귀신이나 갑작스러운 재앙으로부터 집 안에 있는 가족들을 보호해 주리라 믿었던 것 같습니다. 유월절은 가문의 축제에서 부족의 축제로 커지면서 한 해를 시작하는 이른 봄에 가축 떼의 풍요로운 출산을 기원하는 축제로 그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무교절(누룩 없는 빵의 축제)은 정착 생활을 하던 고대 근동 농경민들의 축제인데 추수를 시작할 즈음에 지냈습니다. 농부들은 누룩을 넣지 않고 새 옥수숫가루로 빵을 만들어 신들에게 바치면서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축제 기간에는 다른 반죽을 발효시키기 위하여 떼어놓았던 묵은 누룩 조각들을 집안에 조금도 남겨 놓아서는 안 됐습니다. 그리하여 축제 기간이 끝나면 사람들은 완전히 새롭게 디딘 누룩으로 빵을 구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출애굽 때에 가나안 땅에 들어가 정착한 히브리인들이나 그 전에 이미 가나안에서 살던 히브리인들은 그곳 농경민들의 무교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옛 히브리인들이 고대 근동인들에게서 받아들여 지켜오던 유월절과 무교절은, 이스라엘인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준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는 종교적인 축제로 바뀌고 이스라엘 민족의 기원이 되는 최대 축제로 자리 잡습니다. 유월절 제물로 바쳐지던 맏배양은 이집트에서 빠져나올 때 이스라엘의 맏아들들을 그 피로 구한 어린양의 희생적 죽음과 연결됩니다. 또 무교절의 누룩 없는 빵은,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빠져나오던 날, 누룩을 넣지 않고 바쁘게 구워 먹었던 빵과 연결됩니다. 이렇게 해서 유월절과 무교절은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 된 것입니다. 기념이란 과거의 체험을 현재로 끌어들여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을 말합니다. 즉, 이스라엘인들은 이 해방절 축제를 통해 출애굽 사건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과 권능을 기리고 그로 인한 새로운 삶에 감사드리며 과거를 현재화했던 것입니다.▨

오늘 읽은 본문은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여정과 시내산 계약에 대해서 전하고 있습니다. 광야는 살아가기 힘든 장소입니다. 그래서 여러 사건이 벌어지지요. 지도를 보며 이스라엘의 광야 여정을 복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라므세스(라암셋): 출애굽의 기점 도시

(12:37).

∙수꼿(숙곳): 첫 행선지(12:37)

∙에담: 수꼿 다음의 숙영지(13:20), 여기부터 광야(15:22 수르)가 시작됨.

∙바알스본: 바로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추적하게끔 유도한 에담 다음의 숙영지(14:2).

∙홍해 바다: 이스라엘이 이집트군의 추격을 극적으로 벗어난 곳(15:22).

∙마라: 사흘 광야길을 가다가 만난 오아시스로, 쓴 물만 나와서 하나님께 마실 물을 달라고 불평한 곳(15:23)

∙엘림: 마라 다음의 숙영지(15:27).

∙씬(신) 광야: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를 불리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한 곳(16장).

∙르비딤, 므리바, 맛사: 바위를 깨뜨려 물을 솟게 한 곳(17:1-7).

∙시나이(시내)산: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를 헤쳐 온 이스라엘이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고 계약을 맺음으로써, 하나님 백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