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관건이 되는 문제: 수행(Practice)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과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것에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paying attention to)이다. 이렇게 하는 길은 “수행”을 통해서이다.

∙개신교는 이제까지 수행을 중심적인 것으로 삼지 않았다. 첫째 이유는 종교개혁이 “행위(works)”가 아니라 “신앙(faith)”으로 구원받는다고 주장했고, 많은 개신교인이 수행을 “행위”처럼 간주하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는 현대 서양의 기독교 안에서 일반적으로 “신앙”은 “믿음(belief)”으로, 즉 “실천(doing)”이 아닌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셋째로, 특별히 영적인 수행을 강조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님이 알려질 수 있는 실재(reality)라는 관념(notion)이 현대 세계와 신학에서 매우 낯선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독교의 수행은 우리가 하나님과 이웃 양쪽, 영(Spirit)과 품행(behavior) 양쪽, 그리고 하나님과 세계 양쪽 모두와 관계를 맺는 것에 관한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기독교인의 삶이 관계를 맺는 것이며 변화하는 것이라면, 수행이 핵심이다.

∙“수행”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께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개인적으로 또한 집단적으로) 하는 모든 일을 뜻한다. 여기에는 교회 공동체에 동참하고, 그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맡는 것도 포함된다. 또한, 예배, 기독교인의 성품 형성, 공동체적으로 환대와 자비를 실천하는 일, 공동체에 의해 양육되는 일도 포함된다. 또한, 경건 훈련, 특히 기도 생활과 성서 읽기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자비와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일을 우리도 사랑하는 것이 포함된다.

∙수행의 목적: (1) 수행은 하나님께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는 만큼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진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관계가 우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맺는 관계를 통해서 우리 자신이 된다. (2) 수행은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일이다. 이는 하나님이 우리를 받아들이셨다는 사실에 의해서 형성되는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며, 기독교 전통에 의해 형성되는 정체성을 점차 내면에서 받아들이고 그 전통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3) 수행은 기독교인의 성품을 형성하는 일이다. 성품은 윤리의 토대다. 우리의 행동 방식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었으며, 또한 어떤 사람으로 되어가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성품과 정체성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독교인의 깊은 정체성을 받아들이면 문화가 주는 가치들과 성품과는 매우 다른 기독교적 성품과 가치들을 형성하게 된다. (4) 수행은 양육의 과정이다. 수행은 우리를 양육한다. 이런 양육은 예배와 같은 집단적인 수행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건 훈련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수행은 “얇은 곳”이 될 수 있다. (5) 수행은 함께 아파하는 마음과 정의에 관한 것이다. 연민과 정의는 하나님께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는 데 핵심적인 것들인데, 하나님께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단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것들을 우리도 사랑하며 하나님께서 열정을 갖고 계신 것들에 대해 우리도 열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수행은 더욱더 연민을 갖게 되며 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다. 간단히 말해서, 수행은 “그 길”(the way)을 살아내는 것이다. 수행의 목표와 목적은 기독교인의 삶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변화로서, 하나는 거듭나며 마음을 열게 되는 것, 옛 정체성에 대해서 죽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열정에 대해 우리도 열정을 갖게 되는 것, 곧 이 세상 속에서 연민과 정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수행은 하나님께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며, 동시에 기독교인의 삶의 길을 살아내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삶을 살아내는 수단들: (1) 가장 중요한 수행은 교회에 속한 교인이 되어, 우리 자신이 다른 교인들에 의해 양육되는 것이다. 교회에 속한 교인이 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①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기독교인이 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통의 내면화, 기존 체제 전복, 얇은 곳으로 들어감) ② 기독교 교육을 받기 위한 장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③ 집단적으로 자비와 정의를 실천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2) 기도: 좀더 개인적인 수행에서는 기도가 핵심이다. 기독교의 기도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는 말로 하는 기도(verbal prayer)로서, 우리가 큰 소리로 혹은 조용히 하나님께 말하는 형태다. 여기에는 전통적으로 다섯 가지 종류가 있는데, 찬양, 감사, 고백, 중보기도, 간구가 그것이다.(친밀감) 기독교인의 기도의 두 번째 및 세 번째 종류는 명상(meditation)과 묵상(contemplation)이다. 명상과 묵상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은 하나님께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다. (3) 명상: 명상은 하나의 이미지나 말씀 한 구절에 대해 성찰하는 것으로서, 그것에 마음을 모으고 붙잡고 앉아 있는 것이다. [예: 이그나티우스 명상법, 렉시오 디비나] (4) 묵상: 묵상은 내면적인 침묵의 기도와 수행이다. 묵상기도의 목적은 자아의 가장 깊은 차원인 마음의 차원으로 내려가, 우리가 존재의 바다 곧 하나님 속으로 우리 자신을 열어놓기 위한 것이다. [예: 만트라, 센터링 기도] (5) 매일 훈련: 매일 특정한 시간을 정해서 하나님께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는 수행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6) 일상생활 속에서의 수행: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기억하는 방식들이 많이 있는데, 간단한 기도나 종교의식이 포함된다. (7) 기독교인의 친교: 우리 자신의 신앙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기독교인 동반자”를 갖는 것이다.

∙하나님께 마음을 모으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자비와 정의를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자비와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교회의 내적인 생활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너머의 세상 속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자비는 무엇보다도 (생명체들에 대한 차별이 없는) 포용성과 포용적인 돌봄을 뜻한다. 정의는 자비의 사회적 형태 혹은 체제적 형태다.

∙자선은 희생자들을 돕는 것이다. 정의는 “왜 희생자들이 그처럼 많은가?”를 묻는 것이며, 그런 희생의 원인을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즉, 그 사회체제의 구조 방식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성서의 정치적 비전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회 변혁을 실천한다는 뜻이다.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교회 안에서 사회체제(경제적, 정치적 및 인습적 체제)가 사람들의 생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의식화 작업을 하는 것이며, 또한 그런 인식을 토대로 우리 각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말한 수행들은 요구 사항들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수행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이 더욱 깊어지며,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도 더욱 깊어진다. 기독교인의 수행은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며, 친절하게 되는 것이며,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