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죄와 구원: 마음의 변화

∙“죄”와 “구원”은 기독교인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이다. 그러나 이 두 단어는 흔히 잘못 이해되고 있다.

∙죄는 기독교인의 생각과 예배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죄 문제는 우리가 해방되어야 할 문제다. 예수가 죽은 이유는 흔히 우리의 죄 때문으로 이해되고 있다. 오랜 세기 동안 기독교인은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분리한 중심적인 문제를 “죄”로 간주해왔다.

∙“죄”가 우리의 문제, 즉 우리에게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가장 포괄적인 용어인가?

∙성서 안에는 우리의 ‘문제’를 나타내는 많은 이미지가 있으며, ‘죄’는 그 가운데 하나이다. 히브리 성서에서 인간의 조건을 나타내는 다른 이미지를 몇 가지를 열거하면 “우리는 눈이 멀었으며, 유배상태에 있으며, 묶여 있으며, 닫힌 마음을 갖고 있으며, 굶주리고 목마르며, 길을 잃었다”라는 것 등이다. 만약 죄가 인간의 조건을 가리키는 만능 지시어가 될 때, ‘용서’는 만능 해결책이 된다. 이것이 문제다. 만일 ‘묶여 있는 것’이 문제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서’가 아니라 ‘해방’이기 때문이다.

∙죄를 우리의 문제들에 대한 포괄적인 이미지로서 생각하기보다는 여러 이미지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첫째는 “죄”가 때때로 우리의 경험에 잘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실존의 중심적인 문제는 죄에 관한 생각이 아니며, 또한 어떤 사람에게는 실존의 문제가 그들 자신의 죄가 아니라 타인들에 의해 피해자가 된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죄가 대중적인 기독교에서 흔히 개인주의적으로 이해됨으로써 “사회적 죄”의 현실을 가려버리기 때문이다. 죄에 대해 흔히 개인주의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은 흔히 성서와 예수의 정치적 열정을 무시하고 길들이는 역할을 한다.

∙구원은 흔히 “천당” 혹은 “천당에 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당신은 구원받았습니까?”라는 질문은 흔히 “당신이 죽으면 천당에 갈 거라고 확신합니까?”라는 뜻이다.

∙내세(afterlife) 강조의 폐해: ① 기독교를 요구와 보상의 종교로 둔갑시킨다. 만일 천당이 있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았든 상관없이 모두가 천당에 간다는 것은 옳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천당에 갈 수 있는 사람과 갈 수 없는 사람을 분리할 무엇인가가 필요하게 되며, 그것은 우리가 믿거나 행하는 무엇이 그 분리의 조건이 된다. ② 집단 내부의 사람과 집단 외부의 사람 사이를 구분하게 만든다. 즉 구원받은 사람과 구원받지 못한 사람 사이를 구분하게 만든다. ③ 우리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보다 다음 세상에 초점을 맞추도록 만든다. 내세를 강조할 때 생겨나는 일들에 대한 나의 비판은 내세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성서에서 구원은 일차적으로 이 세상적인 현상이다. 구원은 여기에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구원이 무엇인가? 구원이라는 말의 영어 단어(salvation)는 “온전함” 혹은 “치유”를 뜻하는 라틴어 어원에서 온 말이다. 넓은 의미에서 구원은 이처럼 온전하게 되며 치유되는 것을 뜻한다. “온전함”(wholeness)이라는 말은 파편화된 것을 넘어서는 것이며, “치유”라는 말은 상처받은 경험에서 치유되는 것을 뜻한다.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구원은 우리가 온갖 곤경으로부터 건져지는 것이다.

∙구원은 개인적인데, 이 사실은 강조할 필요가 거의 없다.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은 성서 안에서 구원이 사회적인 구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히브리 성서에서 구원은 ‘샬롬’(shalom)에 관한 것인데, ‘샬롬’이란 단순히 전쟁이 없는 평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평화와 정의 가운데 온전하게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예수의 가르침에서는 사회적 구원이 하나님의 나라(Kingdom of God)라는 신학적-정치적 은유 속에 표현되어 있다. 또한 바울은 “그리스도 안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일에 열정을 바쳤는데, 그 새로운 공동체의 생활은 제국의 생활에 대한 대안적인 비전을 구체화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 운동, 즉 예수의 공동체 운동과 바울의 공동체들과 우리가 알고 있는 초기 기독교의 모든 공동체는 대안적인 주님(alternative Lord, 황제가 아니라 예수를 주님으로 섬기는 것)에 대한 충성 가운데, 이 세상의 인습적인 경계선을 뛰어넘는 공동체였다.

∙구원은 하나님에게서 오는 것이다. 그러나 구원은 언제나 우리의 응답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가 하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다.” 우리 없이는, 우리의 응답이 없으면, 하나님께서는 구원의 역사를 이루지 않으실 것이며, 우리는 하나님이 없이는 구원을 이룰 수 없다.

∙“회개한다”라는 말의 성서적인 의미는 뉘우침이 아니라 결심한다는 뜻이다. 히브리 성서에서, 회개한다는 말의 뜻은 일차적으로 하나님께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예수의 복음과 예수에 관한 복음은, 예수의 길을 따르는 것이 회개라고 가르친다. 또한, 회개라는 말의 그리스어 어원은 “당신이 지닌 마음을 넘어서라”(go

beyond the mind that you have”)라는 뜻이다. 회개는 구원의 길이다. 그 길은 다시 연결됨의 길이며, 변화의 길이며, 다시 태어나는 길이며, 죽고 다시 살아나는 길이며,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에 응답하는 길이다. 죄와 구원과 마찬가지로 회개 역시 개인적이며 또한 사회적이다.

∙구원과 내세: 우리의 인생에 “그 이상”이 있다는 생각은 우리의 희망의 근거이며, 심지어 우리의 신뢰의 근거가 된다.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움직이며, 하나님 안에서 존재한다. 우리가 죽게 되면, 무(nothingness)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돌아간다.

∙구원은 “하나님의 꿈”이다. 구원은 이 지구를 위한 꿈이다. 또한, 구원은 우리를 위한 꿈이다. 구원은 거듭나는 것과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다. 구원은 삶의 변화에 관한 것으로서, 개인적이며 공동체적인 동시에, 지금 여기에서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성서는 개인적인 변화와 공동체적인 변화를 지금의 경험으로써, 또한 역사의 희망으로서, 그리고 역사 너머로 이끄는 희망으로서 말하고 있다. 구원은 하나님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한 것이며, 지금과 영원히,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사는 삶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