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성서 : 전통의 심장

1. 문제 제기

∙기독교는 성서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성서의 하나님을 중심에 모시고 사는 것이다. 성서는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거룩한 경전이며, 우리의 신성한 이야기이다.

∙오늘날 성서 문자주의는, 성서가 문자적으로 틀림없다는 무오설, 성서가 문자적으로 역사적 사실이라는 주장, 그리고 성서가 문자적으로 도덕적이며 교리적으로 절대적이라는 주장을 강조함으로써,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장애물이 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성서 문자주의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를 제공해준다. 세 개의 형용사를 사용해서 표현하자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성서에 대해 역사적(historical), 은유적(metaphorical), 성례전적(sacramental)으로 이해한다.

2. 역사적 산물로서의 성서

① 성서는 고대 이스라엘과 초기 기독교 운동이라는 두 개의 역사적 공동체의 산물이다.

② 성서는 하나님에 대한 하나님의 증언(하나님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인간의 산물)이다.

③ 인간의 산물로서, 성서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며 “하나님이 계시하신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이며 문화적으로 조건지어진 것이다. (상대적 = 시간, 공간 영향을 주고받음 = 관계맺음)

∙성서를 역사적 산물로 보는 입장이 하나님의 실재를 부정하지 않는 것처럼, 이 입장은 성서가 “하나님의 영감(inspiration)을 받은 책”이라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하나님의 영감을 성서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일어난 성령의 활동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강조점은 하나님에 의해 영감을 받은 말씀에 있지 않고, 성령체험에 의해 감동된 사람들에 있다.

3. 거룩한 경전으로서의 성서

∙과거의 패러다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패러다임도 성서를 거룩한 경전으로 본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은 성서가 “거룩한 책”이라는 지위를 갖게 된 것이 역사적 과정의 결과에 의한 것이지, 성서가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역사적 과정이 바로 정경화(canonization)과정이다. 히브리 성서(구약)는 약500년, 기독교성서(신약)는 약300년 걸림.

∙거룩한 경전으로서 기능 3가지

① 기독교가 세워진 기초 문서

②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 문서

③ 삶의 가장 핵심적인 지혜 전통을 전승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성서, 곧 우리의 정체성과 비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성서와 계속적으로 대화하는 삶을 사는 것.

4. 역사적 상황을 밝혀주는 힘

∙성서에 대한 역사적 접근방법은 성서가 멀리 떨어진 과거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지는 말씀이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다룬다. 따라서 역사적 접근방법은 성서의 역사적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역사적 접근방식의 분명한 특징 (고대 공동체의 삶의 상황 / 그 본문이 들어 있는 고대의 문헌적 맥락 / 고대의 정경상의 맥락)

5. 은유의 진리

∙은유는 소극적인 의미와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 소극적으로는 문자적인 것이 아님(nonliteral)을 뜻하며, 적극적으로는 문자적 의미 이상(more-than-literal meaning)을 뜻한다.

∙성서는 역사적 기억(historical memory)과 은유적 이야기(metaphorical narrative)가 결합되어 있다.

∙은유적인 언어가 진실일 수 있다는 주장은 우리 시대에 특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현대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진리를 사실성과 똑같은 것으로 보아 은유적 언어를 가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문자적으로나 사실적으로 참된 것이 아니더라도 참된 이야기일 수 있다.

∙성서의 ‘창조 이야기’는 무슨 진리를 주장하는가? “하나님은 만물의 창조자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는 매우 좋은 세계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 우리는 에덴 동쪽에서 살고 있는데, 이것은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낙원으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한다.” 이 은유적 의미들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세계관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이런 의미들은 우리가 (과학을 통해) 알고 있는 세계와 충돌하지 않는다. 이처럼 이 의미들은 정말로 진실한 것일 수 있으며, 창조 이야기들이 이런 진리를 표현하고 있다. 더군다나, 은유적 이야기들로서 이런 창조 이야기들은 우리를 이런 진리 속으로 초대한다. 은유적 언어는 특수한 방법으로 세계를 이해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오늘날 보수적인 기독교 설교자들 상당수는 본문을 은유로서 설교하고 있다. 즉 본문의 문자적 의미 이상의 의미, 역사적 의미 이상의 의미를 설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마도 은유는 오늘날 성서에 대해서 서로 충돌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은유는 문자적 사실성의 문제에 대해 판단유보를 선언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입장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것을 뜻한다. 앞에서 사용한 표현을 반복해서 표현하자면, 그 이야기가 실제로 어떻게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는 당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도 상관없지만, 이제는 그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자는 말이다.

∙은유란 “A를 B처럼 본다”는 뜻이다. 은유적 언어는 “하나의 보는 방식”이다. 이것을 성서에 적용시키면, 성서는 은유적 언어와 은유적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은유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은유로서의 성서는 전체를 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즉 하나님, 우리들 자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를 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리고 요점은 은유를 “믿는 것”이 아니라, 은유를 통해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점은 성서를 믿는 것이 아니라, 성서를 통해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을 보는 것이다.

6. 성례전으로서의 성서

∙성례전적인 접근방법이란 성서를 성례전으로 본다는 뜻이다. 여기서 성례전이란 거룩함을 전달해주는 유한하며 물질적이며 눈에 보이는 매개물(visible mediator)이다.

∙성례전은 “신성함으로 들어가는 문”일 뿐만 아니라 신성함으로 건너가는 다리이기도 하다. 유한하며 이 세상에 있는 것이 도구가 되어 신성한 것이 우리에게 현존(現存)하게 되는 것이다.

(성만찬의 빵과 포도주, 화체설/공체설/기념설, 현존의 도구)

∙이와같이 성서도 하나의 성례전으로서, 사람들이 만든 것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현존하는 수단이 된다.(렉시오 디비나)

∙기독교인들의 경험 속에서 성서의 말씀은 그 말씀이 말하는 실재의 매개체가 된다. 성령이 그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말할 때, 그 말씀은 성례전이 되어, 이 땅의 그릇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이 되는 것이다.

7. 성서와 기독교인의 생활

∙새로운 패러다임이 성서를 보는 방식, 곧 역사적, 은유적, 성례전적인 접근방법은 과거의 패러다임이 제시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게 성서와 기독교인의 생황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기독교 전통 안에서 살아가며, 특히 기독교 전통의 기초가 되는 성서를 은유와 성례전으로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기독교인의 생활은 성서가 가리키며 매개하는(mediate) 분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즉 성서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이 전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며, 이 전통이 우리들 사이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