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공동체 건설을 위한 지침(1)

공동체 건설을 위한 준비와 각오

공동체를 시작한다는 것은 가볍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를 시작하는 것이 진정 신의 뜻인지 묻고 응답받는 과정에서 얻은 확신이 있어야 하며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이익을 줄 것이라는 분명한 이유를 갖지 않는다면 고난의 시간이 오면 무너져버릴 환상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공동체가 어떻게 경제적으로 자립할 것인지 건물들은 어떻게 지을 것인지 하는 현실적인 과정을 직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꺼번에 공동체 건설을 시도하는 것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면 좀 단순하게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도시에 공동 가정을 만들어 함께 살아보는 것이다. 남는 방 한두 개에 원만하고 책임감 있는 동거인을 구하여 같이 살게 되면 공동생활이 어떤 건지 알 수 있고 더 큰 공동체를 겪기 위한 최고의 경험이 된다.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에 관대해지는 것을 배우는 도전이 되며 본격적으로 공동체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고질적인 비타협적인 태도에 대해 좋은 충고를 들을 수 있다.

다음의 지침들은 여러 공동체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것으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상황에 맞게 자신의 상식과 직관력을 활용하라.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제대로 알리라’

공동체를 시작하고 씨앗을 뿌리는 사람은 명확히 합의된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없는) 분명한 음조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초기에 분명한 목표를 세워놓지 않으면 상충되는 여러 동기가 생겨나고 사적 욕망에 의한 분쟁이 연이어 일어나기 때문이다.

목표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없는 20명이 공동체를 시작하여 나중에 하나의 목표를 찾아가는 것보다 2~3명의 적은 인원이라도 목표에 분명한 합의가 있는 사람들로 시작하여 견고한 핵심으로부터 조직적으로 펼쳐나가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공동체는 여러 좋은 목표를 지향한다. 하지만 초기에는 여러 개가 아닌 하나의 목표를 선택하여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나중에 공동체가 안정되면 목표를 확대할 수도 있다.

공동체는 내부에 자기만의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있어서 그 결을 따라 성장한다. 따라서 공동체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적인 공동 목표에 의해 이끌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기적으로 모여 구체적-실제적으로 목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다. 각자의 비전을 말로 표현하는 가운데 목표가 분명해진다.

구성원 전체가 공동체의 목표와 하나 되고 그 목표를 실현하는데 열정을 쏟을 때 개개인의 에너지와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그리하여 공동체는 흡인력과 방사력을 얻게 되어 빛과 에너지의 강력한 진원지로서 기능한다. 또한 목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적절한 장소를 찾는데 직관력과 상식을 활용하고, 법적 소유권을 어떤 형태로 할지 결정하라

적절한 장소는 이성적인 방법보다 직관에 의지해 찾는 것이 성공적이다. 각 장소의 독특한 특징들에 적합한 공동체가 따로 있다. 문제는 잘 맞는 짝을 찾는 것이다. 그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떤 느낌이 오는지 확인해보라.

공동체 건설의 초기 단계에서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형성하기 위해서 기존의 생활양식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환경은 쉽사리 예전의 생활방식으로 돌아가게 하므로 시골 환경이 나은 점이 있으나 너무 외떨어진 장소는 공동체의 경제적 생활에 악조건이 된다. 새 공동체의 수익사업은 보통 시간이 걸리므로 너무 격리된 장소를 선택하기 전에 공동체 밖에서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처음 몇 해에는 모든 에너지를 소득창출, 건물, 농경지 같은 물질적 차원의 생존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문화와 예술 같은 것들에 관심을 돌릴 수 있다.

적절한 장소를 찾았으면 법적 형태의 토지소유권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개인 소유권 혹은 공동 소유권

사람들은 소유권이 타인에게 있으면 자기 것처럼 소중히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성원이 토지 이용에 대한 합의된 규제를 받아들이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조합

∙영리조합 : 의사결정시 주당 한 표를 획득하므로 더 많은 돈을 내는 사람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진다. 공동체가 자급자족을 위해 농장경영 같은 수익사업을 하고자 할 때 편리하다.

∙비영리조합 : 한 명당 한 표를 행사하므로 더 많은 평등의식이 생긴다. 주식을 팔거나 배당금 지급을 할 수 없고 종교적 교육적 과학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유한조합 : 경영에는 관여 않는 부유한 개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된다.

∙협동조합 : 최소한의 투자를 의무적으로 하며 주당 한 표를 행사. 투자금은 기한이 지나면 돌려받을 수 있으며 토지가 교육, 과학, 종교 같은 목적으로만 사용될 필요가 없다.

∙토지 신탁 : 토지 거래가 산발적으로 일어나 투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 처음에 정한 원칙대로 토지가 사용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토지신탁이 토지를 구입하고 공동체에게 임대한다. 공동체가 망하더라도 토지는 다시 팔 수 없고 명시된 가치에 따라서 사용하기로 동의한 단체에 임대한다.

함께할 수 있는 의식을 만들라

구성원들을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묶어주는 규칙적인 의식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과 함께 사는 삶은 모임을 와해시킬 수도 있는 많은 긴장과 갈등을 유발한다. 그룹의 조화를 꾀하고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분위기를 띄우는 활동이 중요하다.

에살렌 공동체는 합창과 포옹, 아난다 공동체는 요가, 어보드공동체 는 염송, 메다노킷 공동체는 인디언 한증 등 오랫동안 지속된 공동체들은 공통의 의식을 행한다. 매일 몇 분간 하는 집단 명상도 집단 내부에 일체감과 영감을 깨우는 강력한 도구다. 뉴멕시코의 라마 공동체는 이렇게 조언한다.

부엌과 침실을 만들기 전에 우선 명상실이나 기도방, 즉 중심을 만들어라.(..) 그 장소를 아주 특별한 곳으로 만들라.(..) 당신의 자아가 확장되는 순간을 여러 사람과 매일 나눌 수 있도록 당신의 삶 속에 일상적으로 행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의식을 공유하라. 그 의식은 새벽 명상이 될 수도 있고 저녁 염송 또는 큰 소리로 읊는 독경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할 수 없을 때는 시간을 정하여 잠시 명상을 함으로써 공동체의 일원인 자신들에게 집중하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치유의 힘을 보낸다. 똑같은 의식을 동시에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체감이 생긴다.

개개인이 매일 어떤 형태의 의식을 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의식은 몸과 마음과 영혼을 조화와 균형의 상태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친목을 돈독히 하라

공동체에서 어려운 일은 육체적 노동이 아니라 감정적, 정신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일이다. 사람들과 함께 신뢰와 우정, 단단한 팀워크를 쌓고 의사소통과 갈등 해소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그것이다.

오랜 경험으로 공동체를 관찰한 바에 의하면, 구성원 간에 자연스러운 친근함이 없다면 모든 절차와 기술도 공동체를 조화롭게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신입회원을 받아들일 때는 그가 가진 특별한 기술보다 이 공동체에 잘 맞는 성격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화력과 책임감이 떨어지는 한 사람으로 인해 공동체는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창조성과 성장을 위한 에너지는 적어지게 된다.

공동체는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구성원은 끊임없이 공동체의 인정과 지지를 필요로 하고 에너지를 앗아가기 때문이다.

공동체 초창기의 구성원들의 자질과 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이후에 그와 비슷한 음조를 내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회원을 받아들이는 입회기준의 엄격함은 공동체의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다.

갈등해소를 위한 적절한 절차를 개발하라

공동체의 중심에서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과 공동체 주변에 있는 사람과 의사소통은 특히나 중요하다. 지도자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단지 앉아서 질문을 던지고 듣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

갈등을 다루기 위해서 사적인 나눔의 시간을 규칙적으로 갖는 것은 효과가 있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무시하고 억누르는 것으로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억눌려 있는 것은 언젠가 다른 형태로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보통은 회의 중에 튀어나오는데 그건 정상적인 흐름을 막는 걸림돌이 된다.

무언의 비판이야말로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가장 무서운 힘이다. 우리 의사소통의 대부분은 말이 없이 이루어지지만 사람들은 비판의 낌새를 감지한다. 이러한 것들은 밖으로 드러내어 해결해야 한다. 인간관계가 원만하면 재정문제나 의사결정 문제 등 다른 일들도 다 잘된다. 풀리지 않는 갈등이 있으면 제대로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어떤 공동체에서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상담역이나 조정자를 두기도 한다. ‘접지하는 사람’을 두는 곳도 있다. 그 역할은 갈등하는 두 사람이 말한 것을 듣고 그대로 반복하여 감정적으로 흥분한 사람들이 명료하게 사태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적 욕구가 효과적인 업무처리를 방해하는지 알게 된 라이트센터 회원들은 감정적 욕구를 우선 처리한다. 빙 둘러서서 돌아가며 각자의 감정을 함께 나누고 나서 치유를 위한 기도를 올려 감정적 갈등을 공개적으로 해소한다. 그 후 업무처리를 하면 사업 논의가 더욱 명확해지고 간결해진다.

메타노킷 공동체는 일 대 일의 관계에서나 회의에서 카운슬링 기법을 쓴다. 회의 시작 전에 둘씩 짝을 짓고 5분 동안 각자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감정을 무엇이든지 털어놓는 시간을 가진다.

공동체의 정기 모임을 갖기 전에 ‘감사와 불평’ 시간을 갖는다. 지난 1주일 동안 있었던 일 중에 처음 5분간은 긍정적이고 즐거웠던 일을 이야기하고 다음 5분간은 불평하는 시간인데 공동체에서 겪은 기분 나빴거나 괴로웠던 일을 이야기한다. 어떤 가공이나 설명 없이 불평을 말하고 이 5분이 끝날 때까지 다른 사람은 어떤 반응도 하면 안된다. 자신이 싫은 감정을 말함으로써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도 있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커지기 전에 갈등을 해소하기에 적합한 방법이다.

영국의 버치우드 홀 공동체는 ‘10분 미팅’이라는 방법을 창안했다. 2주에 한 번씩 모든 성인회원들은 한 방에서 다른 회원을 일 대 일로 만나 적어도 10분간 (경우에 따라서는 1시간이 될 수 있다) 다음의 내용을 이야기해야 한다.

* 서로 간에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를 부정적인 감정

* 일반적인 관계

* 둘 또는 어느 한 사람에게 중요한 사항

두 사람은 자발적인 대화시간을 별도로 가지기도 한다. 그리고는 2주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 전체모임을 하며 그간 지내온 것에 대해 10분 미팅을 한다. 이 10분 미팅제도는 다소 번잡스럽기는 하지만 매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밖에 아는 노래로 시작해 밤새 단조로운 노래를 함으로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눈다든지 회의가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핀드혼 공동체에서는 그만하면 됐다는 의미로 “팅”이라고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