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향한 여행, 공동체 (3) / 3장

3. 공동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 문제와 갈등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없는 사람은 현실을 바꿀 수 없고 따라서 어떤 진보도 이룰 수 없다-- 안와르 사다트

• 갈등

공동체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돈, 섹스, 권력 등 개인생활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도 큰 문제이다. 게다가 집단생활은 ‘프라이버시’문제 등과 같이 혼자 살 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문제를 자주 일으킨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강박관념, 일중독증 등 과거 주류사회에서 살 때 지니고 있던 문제가 공동체 안에서 다시 드러나기도 한다. 자신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계획 공동체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데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이 피하고자 했던 문제와 직면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동체 생활의 기본적 합의는 이런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공동체는 사회문제로부터의 도피처나 안식처가 아니다(핀드혼 공동체의 머틀 글라인스). 내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공동체가 자신의 정서적 좌절감을 채워 줄 거라고 기대하지만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남아있다면 전체 공동체에 투사되므로 제대로 충족될 수 없다(칼 융). 공동체 성원들은 이러한 내면의 욕구를 의식하는 법과 집단생활에서 나타나는 갈등 다루는 법을 배운다.

•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

공동체의 주요문제는 개인과 집단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개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군중의식이 지배하는 ‘컬트(cult)’ 공동체에는 집단 독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장기간 존속하는 공동체는 대부분 집단욕구와 개인욕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새로 공동체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자아를 넘어서 공동체 전체를 품어 안을 수 있는 확장된 자아를 계발해야 한다. 우리는 주로 자기 자신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또 어떻게 하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도록 사회로부터 조건 지어져 있기 때문에, 사회전체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거대한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진정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도 당신을 생각하고 또 당신의 욕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위해서는 신중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개인적 정체성을 유지하되 집단과 지나치게 동일시하거나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공동체 내의 엄청난 다양성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체는 응집력 있는 집단성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구성원이 집단의 노선에 순응하라는 심적 압박을 느끼게 되면 개인의 창의력과 발전이 저해된다. 이렇게 되면 집단 영혼(group soul)이 아니라 집단 에고(group ego)가 된다. 집단성향이 강한 공동체는 자기 자신은 돌보지 않고 집단에 자신을 지나치게 내던짐으로써 결국 소진되어버리고 마는 순교자적인 인격을 지닌 사람, 또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의존하기 좋아하는가하면 자기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수동적인 사람들을 끌어 들일 때가 잦다.

한편 너무 독립적이고 자립적이어서 타인을 돕거나 자기 것을 타인과 나누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집단성향이 강한 공동체가 인격발전에 새로운 도전이 된다. 사적인 성향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타인과 한집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융통성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계발할 수 있는 엄청난 성장과정이 된다. 공동체 생활은 ‘타인을 이용할 권리, 부정직할 권리, 공동체에 내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권리’를 포기하게 한다.

어떤 공동체는 날숨(사람들이 모두 함께하고 있다고 느끼는 강한 집단주의적 경향)과 들숨(개인의 욕구와 관심사를 추구할 수 있도록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의 주기를 가짐으로써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융통성을 가진다.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하는 각 주기는 전체 공동체뿐만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인격성장을 풍요롭게 해 준다. 집단지향성이 강한 주기에서 배우는 교훈은 개인의 성장에 적용이 되고, 개인지향성이 강한 주기에 배우는 교훈은 전체집단을 강화할 수 있다.

공동체는 충만한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어야 한다. 자신을 전적으로 희생한다는 것은 건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여기서 우리가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신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기쁨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이트센터의 메리 케이트)

집단은 개인이 저항해야 할 권위가 아니다. 집단이야말로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기능할 수 있는 확장된 자아다. 개인의 자율성을 집단 안에서 발견 할 수 있을 때 집단의식이 가장 고도로 조직화됐다고 볼 수 있다. (뉴욕의 리빙포스 공동체의 에바 피에라코스)

• 사적 공간 대 공동 공간 오래된 영역 본능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공간은 어느 정도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공간과 관계가 있다. 사람들이 공동체를 떠나는 주요원인은 공간과 사생활이 부족한 데 있다. 사적 공간이 아주 많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오래 혼자 있거나 고립되면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많은 사람과 일, 그리고 에너지 가운데 있기를 좋아한다.

공동체 가입 초기에는 공동체 생활을 흥미로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매일 함께 살고, 일하고, 먹는다면, 사람에 치이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공동체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삶에서 균형을 이루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지쳐 떨어지지 않으려면 사적 공간에서 자신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세대는 또래 동질감을 발견하고자하는 성향이 있어 커다란 집에서 함께 북적거리며 살기를 좋아하지만 30대 후반이나 40대가 되면 자신의 개인적인 계획이나 작업에 몰두하며 부양할 가정을 가지게 되어 젊었을 때보다 많은 사적 공간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오래된 공동체는 사적공간과 공적 공간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 의존성 대 자율성 복지국가로서의 공동체

공동체의 주요 함정은 의존성이 생겨난다는 데 있다. 자신의 생활이 너무 자유분방하거나 느슨한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덜어내기 위해 공동체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대가족으로서의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물질적 정서적 안정을 충족하기 위해 대리어머니/아버지 상을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이 많다. 공동체 내의 갈등은 이렇게 무의식적인 욕구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나 자신의 독립성을 확립하기 위해 부모라고 여기던 사람에게 반기를 들 때 생겨난다.

성숙한 공동체는 이런 문제에 대해 구조적인 해결 방법이나 심리적인 자각 그리고 부모와 자녀 관계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대처한다. 구조적인 해결책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수입을 온전히 책임지고 자기 생활비를 대는 것인데 많은 공동체가 이렇게 하고 있다. 공동체 경영, 자금관리 등 공동생활의 모든 측면을 돌아가면서 책임지는 공동의 제도를 확립한 공동체도 있다. 한편 정서적 의존 문제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인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 세븐 오크스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타인에 대해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부정적 태도와 '부모 기질(parental stuff)'을 성찰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하여 '길찾기 협조자(Pathwork helpers)'나 상담자들이 함께하는 ‘회합(session)’을 조직한다.

• 의무적인 활동 대 자발적인 활동 뭐라고? 내가 일을 해야 한다고?

이는 어떤 일이 이루어질 때 부탁받아 하는 것과 자발적으로 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최선의 결과를 내느냐의 문제이다. 공동체 작업이나 영적 수행도 과연 의무적이어야 하는가? 흔히 강요 대신 행해지는 사회적 압력은 집단의 규범을 강화하기 보다는 일탈을 부추기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나타낼 때가 더 잦다.

대부분의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돈이나 노동력을 제공하고 요리나 청소와 같은 특정 작업 을 분담하는 등 모두가 지켜야하는 하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이런 역할은 권위있는 인물이나 구루 혹은 지도자가 할 수도 있고, 인력관리부나 재정관리부 같은 부서가 할 수도 있다. 혹은 주위의 다른 구성원들에게서 심상찮은 분위기를 직시함으로써 이런 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강요/의무의 문제는 공동체마다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구성원에 대한 요구사항을 아주 상세하게 규정한 공동체들이 많다. 행위와 신조를 용인하는 범위가 넓은 공동체도 있는데, 이런 곳에는 작업량이나 재정 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기여를 하는 구성원들이 있다. 핀드혼 공동체는 훨씬 융통성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규칙’이라는 말 대신 ‘리듬’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해를 거듭하면서 요구사항을 많이 바꾸는 공동체도 있다. 핀드혼 공동체는 의무적이던 아침명상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바꾸었고 르네상스 공동체는 일주일에 나흘 저녁 참가하는 공동체 회의를 선택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하자 저항이 줄고 자발적 에너지를 높였다.

규칙이라면 무조건 저항하는 미성숙한 사람이 규칙이 거의 없는 자발적 공동체를 선택하게 되면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게 된다. 그럴 때 그들은 자신의 내적 갈등과 부정성을 직접 다루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드물게 규칙이 요구하는 바를 넘어서서 성숙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외적인 규칙을 내면화하여 자제력 있고 책임감이 있으며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내면의 목소리와 직관을 따른다. 이들은 공동체 안에서 남들보다 더 자유로우면서도 최선의 삶을 산다.

공동체의 일이 생산적이려면 각 구성원의 성장과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의무적으로 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일하게 되면 의무적인 활동으로 마지못해 할 때와 달리 특별한 자질을 더 발휘할 수 있다.

• 이상주의 대 현실주의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시오.”

이상주의자들은 항상 완전을 추구하고 의식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한다. 그들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을 현실이라고 오해한다. 반면 현실주의자들은 변화하는 의식의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실용적이고 세속적인 해결방법을 찾곤 한다.

핀드혼 공동체의 경우 공동체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상주의자들은 좀 더 자주 명상을 하여 신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고 풍요를 긍정하기 위해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현실주의자들은 사업을 시작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 실용적인 방법을 사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그 반대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상주의자나 현실주의자나 모두 의식의 변화와 실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므로 상대방의 장점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상주의자는 타인과 세상을 바꾸려 애쓰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하려다 지쳐 떨어지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변화라는 짐을 지우다가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면 불만을 가진다. 반면에 현실주의자는 정체되고 비활동적이며 현재 상황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 틀어박혀서 변화와 창조를 위해 도전하는 일이 드물다.

공동체의 강점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통합하여 이상주의자의 안내를 따르되 상식을 무시한 이상의 지배를 받지 않는 ‘현실적인 이상’을 만드는데 있다. 몇몇 공동체는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자신들이 세운 이상과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다. 각 단계마다 잘못된 점을 개선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성장의 기초를 확실히 다져 나간다.

• 목표 지향 대 과정 지향 ‘느끼는 자’가 ‘행하는 자’를 만나다

애리조나의 아르코산티 공동체는 5,000명으로 이루어진 도시건설을 목표로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에 결과보다는 과정지향적인 오리건 주의 앨사이어니 공동체는 그들의 땅에 무언가 세우려 하기 전에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일 년 이상을 보냈다.

대부분의 공동체에는 목표지향적인 사람들과 과정지향적인 사람들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빈번하다. 공동체는 어떤 일을 행할 때 그룹 토의 과정을 거치는데 목표지향적인 사람들은 온갖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 까지 사람들의 감정을 배려하는 ‘민감한’ 사람들에 대해 짜증을 내기도 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과정 지향적인 방법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과정 지향적인 사람은 가시적인 성과나 목표를 이루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일이 되어 가는 과정을 체험하는 속에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을 즐긴다.

대다수의 새로운 공동체는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목표와 수단이 일치해야한다는 강한 믿음을 보인다. 이상적인 목표는 그 목표가 이루어지는 하루하루의 과정을 통해 창출된다. 이를테면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내면이 평화로워야 한다. 목표와 과정 모두를 존중하고, 사랑과 조화 속에서 효과적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이상적이다.

• 계획 대 자발성 “여보게, 흐름을 따르게나.”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며 어떤 형태의 계획이나 조직성도 없었던 1960년대 히피공동체들은 오래 지속될 수 없어서 한 두해 만에 문을 닫곤 했다.

오늘날에는 자발성에만 의존하는 공동체는 드물다. 트윈 오크스 공동체는 방대한 조직과 계획을 통하여 지도자나 강령이 없어도 안정적인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공동체는 강력한 지도자나 훈련 또는 신념체계를 가지고 있다. 작업계획, 회의, 재정, 의사결정 등은 효율성과 공정성을 위해 상당히 조직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 계획과 조직은 시간과 재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발성과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은 융통성과 자유로움을 보장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계획성은 엄격함과 관료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고 자발성은 혼돈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발적인 유형은 회의를 싫어하고, 아예 없애려 하기도 하고, 계획을 세우는 유형은 통제를 할 때가 많아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고 기죽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회의 같은 모임은 신중히 계획하고 기념식 같은 행사는 자발적으로 하도록 여지를 남겨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한 공동체도 있다. 핀드혼 공동체는 예산과 재정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 집행에 있어서는 융통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일 중독자와 회의 중독자 주류사회의 전염병을 잡기

공동체에 끌리는 사람 중에는 ‘일중독’ 유형이 많다. 그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 절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일중독은 주류사회에서 걸린 병으로 고치기가 힘들다. 공동체에는 주어진 시간이나 인원수에 비하여 늘 할 일이 많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그리고 빨리 일하면 모두가 해 낼 수 있다는 듯 종종거리며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세상 모든 사람처럼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욕구를 살필 뿐만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것이 많은 일을 요구하는 것이다. 때로 이 과정에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도시생활을 떠나서 찾고자 하는 해방감과 서로 연결되어 있고 보살펴 주고 있다는 느낌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는 도시생활의 낡은 관습을 벗어나려 노력하기 때문에 이게 아니다 싶을 때 “자, 우리 좀 느긋해집시다.”라고 일깨워 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날숨(역동적인 활동/분주함)과 들숨(휴식/성찰)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중독증’도 공동체에 널리 퍼진 병이다. 온갖 문제에 대해 모든 사람의 의견을 다 듣고 결정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소진될 위험이 있다. 어떤 사람이 공동체를 지배하려했던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한 때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만장일치를 강조했던 뉴멕시코의 라마 공동체는 문제를 느끼자 소규모그룹 차원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 도록 분산시켰다. 최근에는 너무 많은 회의에 질린 나머지 회의가 없는 공동체도 시도되고 있다.

전체회의에서는 현실적인 갈등을 풀거나 주요 결정을 내리고 소소한 것들은 특정 집단이 결정하도록 구분하고, 회의에 오기 전에 미리 만나 인간적인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사업상의 결정이 흐려지지 않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단기 체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젊은이들은 공동체에 가장 많이 끌리면서도 또한 가장 불안정한 계층이다. 그들은 삶의 목표,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이상을 실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들은 머무르던 공동체에 환멸을 느끼면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다른 공동체가 더 나으려니” 하고 떠나 버린다. 나이든 사람들도 이유는 다르지만 공동체에 머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따사로움과 비공식성 만으로는 삶의 일정한 단계를 넘어서기까지 구성원들이 공동체에 머물러 있게 하기에는 부족하다. 공동체는 삶의 여러 단계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다양한 요구에 반응하여 개인의 발달, 업적, 더 많은 경제적 자원에 대한 희망(좀더 많은 개인적 선택을 허용하기 위해), 직업의 다양성과 도전을 위한 여지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하버드대학교 키부츠연구 프로젝트의 조지프 블라지) 블라지는 공동체들이 이념의 순수성을 최고로 여기고 성과를 과소평가하는데 대해서도 경고한다.

스코트랜드의 핀드혼 공동체는 유급직원을 만듦으로써 장기적 투신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투신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집을 마련해줌으로써 이 문제를 개선했다. 주거 환경은 단기체류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된다. 공동체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집을 함께 사용하는 일이 흥미로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게 되면 쉽게 지쳐 떨어지게 되는 느낌을 갖게 되므로 좀 더 많은 공간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 거주자들이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경우에도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구성원들의 참된 요구와 장기적인 거주를 배려하는 공동체는 살 만한 집과 적절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장기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을 끌어들이기 위해 좀 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 풀리지 않는 가정이라는 ‘업’ “당신은 마치 우리 어머니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공동체 구성원들은 공동체 안에서 과거의 가정생활과 태도를 다시 체험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공동체가 가정의 ‘업’을 푸는 중요한 장소가 되는 경향이 있다.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이상과 상관없이 과거에 부모나 형제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가 공동체 안에서 종종 표출된다. 공동체에서는 과거에 맺힌 것을 풀기 위해 서로 입장을 바꾸어가며 가족 역할을 해보게 하기도 한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반항심을 지닌 사람은 공동체 내의 권위 있는 인물이나 강력한 남성 이미지를 지닌 사람에게 반항하는 일이 흔하고, 키워주고 보살펴 주는 어머니상에 의존하는 문제가 공동체 내의 강력한 여성 인물에 투사될 수 있다. 형제 간의 라이벌 의식이 뜨거운 경쟁으로 표출되는 일도 흔하다.

• 음식문제 오래된 싸움

공동체의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음식문제를 두고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당신을 괴롭히는가 하는 것이다.”(워싱턴 베어 트라이브의 선 베어)

음식은 공동체 안에서는 양육의 상징으로 공동체의 양육에 대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음식에 집착하게 된다. 또한 획일적 식단으로 할지 장수식, 채식, 육식, 생식, 패스트푸드 등을 다양하게 허용할지가 개인적인 선호도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에서는 철학과 신조의 문제가 되어 기세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시리우스 공동체와 핀드혼 공동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다수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공동식사를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자기 집에서 따로 해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 깔끔함과 지저분함

“너희 어머닌 여기 없어. 그러니 네가 어질러 놓은 것은 네가 치우라고!”

도시의 생활공동체는 청소를 두고 가장 많이 다툰다. 청결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는 사람은 마음 깊은 곳에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심리가 있는데 이것이 문제의 진짜 원인일 수도 있다(사회학자 켄터 박사). 공동생활을 하는 곳에서는 관계가 권위가 아니라 협정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청결은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기세 싸움인 경우가 빈번하다. ‘깨끗하고 단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질서와 공동의 책임을 좋아한다. 지저분한 사람들은 질서에 저항하고 집단에 대한 의무를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1960년대 히피공동체들은 청결을 ‘부르주아’나 ‘항문강박증’과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지저분한 것을 아주 혁명적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공동체는 질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청결함의 가치를 인식하고 공동체 내부를 청결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공동체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동의 소유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는 심각한 도전이기도 하다. 물건을 소중하게 관리할 줄 아는 사람들은 공동의 자산을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공동체를 떠나기도 하다. 그러나 공동체생활을 통해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고, 사람이 사물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또한 공동체나 공동의 자산을 제대로 보살피는 경험은 지구의 훌륭한 관리자가 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된다. 모든 사람이 다 사물을 제대로 보살피는 것이 아니므로 핀드혼이나 세븐 오크스 등 몇몇 공동체는 사람들이 어떻게 물리적인 환경을 사랑하고 보살필 수 있는지를 교육하고 있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동식물, 광물 등 모든 것 안에는 의식이 있으므로, 보살피는 마음을 가질 때 모든 생명을 존중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