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이 꿈꾼 씨알공동체

1. 함석헌(1901~1989)의 공동체를 향한 꿈의 여정

1) 오산공동체

함석헌이 역사교사로 10년간(1928~1938) 봉직하면서 학교에서 용덕리로 넘어가는 언덕 기슭에 3천평 정도의 과수원 경영. 그곳에 일자집이 있었는데 여기에 자취나 하숙이 어려운 학생들을 먹이고 재우며 보살핌. 일자집을 늘려 지으며 이곳을 유지함. 일제의 강압으로 교사를 사임하고도 2년간 이 공동체를 유지함.

2) 송산공동체

1940년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평양 교외 송산리에 농사학원을 경영. 한국농촌의 계발과 조국의 독립을 준비하는 센터로 평양송산농업학원을 경영하던 김두혁이 일본 동경농대로 유학을 계획하면서 함석헌을 모셔오려고 함. 이것이 오산출신 일본 유학생회에 알려지면서 송산학원 인수를 위한 모금운동 전개. 오산에 있던 함석헌을 교장선생으로 송산으로 모셔감. 이렇게 개교한 송산농업학교는 일제의 탄압으로 6개월만에 폐교. 함석헌은 김두혁의 계우회사건에 연루, 평양 대동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다.

3) 천안 씨알공동체

1957년 3월 충청도 천안 봉명리에 정만수라는 이가 30년 이발장이로 푼푼이 모은 돈으로 어두운 농촌을 비추는 등불을 켜보자는 뜻으로 남

들이 돌아보지 않는 묵은 땅을 사서 나무를 심고 과수원을 만들었고, 그 후 김병태라는 이가 그 목적으로 강당을 짓기 시작했는데, 경영이 어려

워지자 정만수가 간청하여 함석헌이 이것을 인수하여 운영함. 씨알농장이라 이름함.

함석헌은 중앙신학 학생이던 홍명순과 함께 “간디가 남아연방에서 60명 남녀 동지와 톨스토이농장에서 일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인쇄기를 손수 돌려 인디언 오피니언을 발행하며 남아연방과 싸우던 것을 생각하면서 이곳에 왔다.” 몇 년간 6-7명의 청년들과 농장을 운영했으나 “타고난 나의 뜨뜻미지근함과 ‘글쎄’로 3년이 되는 오늘에도 아직 제 살림을 온전히 못하고 있다.”(사상계 1959년 12월호 ‘씨알의 설움’)

4) 안반덕 씨알공동체

1961년 7월 함석헌을 따르던 김종태(천안농장에 참여했고 현재 대전 ‘평화의 마을’ 이사장)가 해병대를 제대하고 공동생활의 장으로 강원도 고성군 간성면 소천리에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함석헌을 모셔왔다. 한때 70-80명에 이른 적도 있지만 함석헌이 주로 서울에 있으면서 그를 따르는 청년 2-3명이 이곳을 지키며 몇 년간 유지함.

5) 모산구화공동체

천안농장을 판 돈으로 1973년 6월 충남 아산군 배방면 북수리에 함석헌의 평생의 꿈인 신앙과 교육을 겸한 농촌교육의 전망을 꿈꾸며 구화학교를 매입함.

2. 함석헌의 꿈

씨알농장에 머물면서 쓴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 그래도 믿음과 교육과 농사를 하나로 껴붙여 돈 아니고 사는 세상을 만들어 봤으면 하는 꿈은 언제나 놓지 못하고 가지고 온다. 일제 강점기에는 그걸로 일본과 싸우려 해봤고, 오늘은 또 그것으로 대적과 싸우련다.

1957년 씨알농장을 시작하면서 ‘옷을 팔아 칼을 사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이 씨알농장에서 일하는 목적은 혼의 힘을 기르자는데 있다. 혼의 힘은 길러서 무엇 하나? 이 앞으로 있는 무서운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다. 이 앞으로 우리는 우리나라로도 그렇고, 인류 전체로도 그렇고, 반드시 어려운 대목에 다다를 것이다. 그 어째 그러냐? (...) 무언지 모르게 그런 강한 직감이 있다. 이 의미에서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계시다. 우리는 거기에 순종하여 준비하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바에 의하면 이 앞으로 있는 싸움은 몸의 힘, 물질의 힘으로 싸울 것이 아니고, 혼의 힘을 가지고야 싸워 이길 것이다

1970년 <씨알의 소리>를 창간하면서 두 번째 창간 목적을 ‘유기체적 공동체 실현’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기적인 하나의 생활공동체가 생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혼자는 못삽니다. 독신생활을 하는 사람조차도 혼자가 아닙니다. 가족이거나 교회거나 무슨 클럽이거나 간에 하여간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강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요 약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평소에 약하던 사람도 여럿이 뒷받침을 해주면 놀라운 용기를 얻어 도저히 보통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되고, 반대로 아주 용감하던 사람도 자기가 감옥에 간 후 제 어린 것들이 길가 헤맬 생각을 할 때에 그만 간장이 녹아버립니다. 그런 실례를 우리는 많이 압니다. 그러므로 악과 싸우려면 개인플레이를 해서는 아니 됩니다. 나서는 사람 편에서 영웅심을 청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위에서도 만일의 경우 그의 가족 혹은 그의 평생의 관심거리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질 준비를 해야 합니다.

3. 씨알공동체의 세 차원

(이것은) 교육과 종교와 농촌을 하나로 연결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삼각추와 같습니다. 이 셋이 서로 손을 잡고 서서 하나의 바닥을 이루고 그것이 점점 자라 한 점으로 초점을 이루는 곳에 창조적인 생명의 불꽃이 섭니다.

1) 씨알교육 : 씨알사상을 토대로 씨알들이 알찬 씨알들로 살아가도록 하는 교육. 강의나 이론교육과 생산의 땀흘림(생명노동)이 병행

2) 영성(종교) : 씨알의 존재가 내재와 초월의 담지자인 이상 영성이 중요

3) 농촌 : 생명을 살리고 기르는 생명공동체로서 농촌이 중요. 생명노동의 장(생명노동(농사)은 실천 행동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

4. 씨알공동체의 살림살이

간디의 아쉬람 공동체처럼 씨알공동체에도 생활규칙과 일과표가 있었다.

- 일과는 4시 기상, 세면, 찬송가, 1시간 명상, 아침식사 후 노동, 10시 취침.

- 살림살이(생활규칙) 12가지

1) 늘 하늘을 우러러보자

2) 몸은 언제나 꼿꼿이 가지자

3) 닭 울릴 때 일어나 하루 살림 준비하자

4) 내 몸 거둠을 내가 하자

5) 먹고 입음을 간단히 하자

6) 술 담배를 하지 말자

7) 하루 한번 땀을 흘리자

8) 날마다 글읽기를 잊지 말라

9) 때때로 산과 바다에 나가자

10) 산 물건을 죽이지 말자

11) 빚을 지지 말자

12) 시골을 지키자

5. 맺음말

함석헌은 자신을 일러 ‘나는 실패의 사람’, ‘실패하기 위해 온 사람’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 실패의 변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사람은 원대한 정신에 살아야 합니다. 성공을 못하더라도 원대한 이상에 살다가 거기서 죽는 것이 참 삶입니다. 마치 만년눈의 히말라야 영봉을 기어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오르다, 오르다 눈 속에 죽어도 좋습니다. 발로는 못 디디어도 가슴에 안고 죽는 그 영(靈)의 봉우리가 살아서 부르짖어서 뒤이어 올라오는 수많은 용자(勇者)를 티끌 속에서 불러내고야 말 것입니다.(전집4, 3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