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누리 공동체와 서울제일교회의 발전 방향

1. 문제의식

* 서울제일교회는 70여 년의 역사 임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재생산이 안되는 노령화교회로 정체하면서 존립의 위기마저 느낀다.

* 다른 교회나 복음주의권 교회에 비해 사회정의에 대한 실천(반독재민주화, 주변 노동자들에 대한 선교) 등 근본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으나, 서울 한복판에 존재한다는 공간적 한계, 교회선교 방향에 대한 권력의 탄압과 공작, 내적 갈등으로 인해 어렵게 교회를 유지해 오고 있다.

*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공동체교회운동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밝은누리 교회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 최철호 목사의 인터뷰 영상과 소개영상. 글은 최철호 목사의 연세대 채플 인터뷰에서 일부 요약.(인터넷에서 전문을 읽어볼 것 권유, 성서적 시각과 문명비판에 대한 내용이 좋다)

2. 밝은누리의 역사와 구조(연세대 채플 인터뷰 요약 2016. 5.25)

91년에 시작하여 2000년 인수동 이전, 2010년 홍천공동체 건립. 현재 서울 150명, 홍천 80여명의 도농공동체 형성. 서울에서 초등학교 졸업하면 홍천의 비인가 중고등대학과정에서 공부하도록 권유.

홍천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인수마을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연계된 공동체이다.

* 최철호 목사

대학교 4학년 때 공동체 사역을 시작, 군대에서 군목활동. 그 이후 계속 공동체에서 목회 중. 서울과 홍천을 오가며 사역. 서울에서는 주로 청년들,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을 교육하고, 홍천에서는 주로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건축하고 농사하는 것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 도농결합공동체에 대한 생각

하나님은 생명의 영이다. 성경은 영의 생각이 바로 생명과 평화라고 증언한다. 생명이 생명으로 존중받고 생명이 서로 평화를 누리는 것이 성경이 증언하는 삶이요, 생명순환하는 삶이다. 농촌마을과 도시마을이 생명순환하며 서로 살리는 삶을 사는 게 생명의 존재방식이다. 성경에 보면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이 성령 사건 이후에 아주 구체적으로 역사적으로 전개가 되는데 그게 초대교회 성령공동체였다. 예수님이 처음 설교를 하실 때, 구약에서 희년을 인용하였다. 우리도 공동체 삶을 살면서 늘 염두에 두는 것이 구약의 희년 사상,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 초대교회 성령공동체이다.

* 밝은누리라는 신앙공동체에 대한 조직 구성과 운영 방식

서울에 인수마을 공동체가 있고 홍천에 농촌 마을 공동체가 있다. 강원도 횡성과 경기도 두 곳에서도 마을공동체를 일구기 시작했다. 농촌 마을과 도시 마을이 서로를 살리는 생활양식을 만들면서 밝은누리를 이룬다.

청년들은 자율적으로 공동생활을 한다. 결혼한 가정은 밤에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갈 수 있는 거리에서 마을을 이룬다. 테두리 쳐져 있는 공동체가 아니고, 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 마을에서 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가치를 가지고 함께 산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생명 평화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그걸 통해서 더불어 사는 삶을 확산해 가는 것이다. 7~8명 정도로 구성된 기초 공동체가 있는데, 함께 예배하고 깊게 사귀고 돌보는 관계이다. 옛 마을공동체를 지탱했던 두레 같은 작은 공동체들이 자율적으로 연대해서 다양한 일들을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이다. 

마을 밥상에서 점심과 저녁밥을 함께 한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저녁을 함께 한다. 그러니 집집마다 큰 냉장고나 김치냉장고가 필요 없다. 마을도서관은 자기가 보던 책을 모아서 마을도서관을 만들었다. 집집마다 서재가 없어졌다. 방 한두 개가 줄어드니 주거비가 준다. 그리고 자동차를 같이 탄다. 출퇴근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니까 차를 이용 안할 때 누군가는 이용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필요한 물품들, 가끔씩 쓰는 것들은 대부분 공유를 한다. 이렇게 해서 도시의 생계비 부담을 크게 줄인다. 청년을 위협하는 결혼 혼수자금, 도시생계비 부담 등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삶을 통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유익과 행복을 키워간다. 마을신문을 만들어 이런 삶을 지역 주민들이나 다른 교회들과 공유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회복하는 것은 조작된 욕망, 조장된 불안에서 해방되는 매우 중요한 지혜이다.

홍천마을에서는 공동체 학교의 교육, 생명순환농사, 생태건축, 영성수련 등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일구고 있다. 교육은 품앗이 육아, 공동육아 어린이집, 초중고대학 과정까지 통합된 공동체 학교를 운영한다. 공동체 자녀들이 반 정도 되고, 반 정도는 대안교육을 원해서 찾아오는 분들의 자녀이다.

모든 사업은 각 사업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전체를 총괄하는 행정기구 없이 필요한 대로 자율적으로 협의하고 연대하는 구조이다. 개별적으로 독립된 사업들이 서로 필요한 데로 연대한다. 불필요한 행정력, 인력 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의사결정 과정도 간결하고 역동적이다. 기초 공동체, 기본 단위도 다 독립되어 있다. 작은 공동체 단위로 깊은 사귐과 나눔을 갖고, 협력이 필요한 선교사역은 함께 한다.

* 경험 속에서의 문제들

91년에 공동체를 시작했는데, 99년과 2008-9년경에 공동체 전체가 회개하고 침묵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나름 열심히 사는데, 지적 유희와 자기 의에 빠지고, 이를 틈타 정결하지 못한 생활문화가 공동체에 자리 잡게 됐다. 공동체 사역들을 중단하고 침묵하며 돌이키는 시간을 가졌다. 성숙한다는 것은 열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분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힘들고 아픈 시기, 새로운 소명을 발견한 사건이 되기도 했다. 하나님은 거룩하라, 정결하라는 명령과 새로운 소명을 동시에 주신다는 걸 경험했다.

농촌과 도시에서 생명평화를 구현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농촌과 도시가 처한 아픈 현실이 더욱 주목해서 보인다. 도시문명은 스스로 생존이 불가능한 문명이다. 밀양 할머니들의 삶을 파괴하지 않고는 전기를 공급할 수 없고, 도시 주변에 쓰레기 매립지를 만들지 않고는 존속할 수 없는 근원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도시소비자들의 식의주락 생활양식은 질병을 양산하는 문화이다. 농촌까지도 이미 도시문명이 초래한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화학비료, 제초제 등으로 농토는 생명력을 잃어가고, 도시인들의 투기로 농사지을 땅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근데 교회들은 이런 근원적인 생명의 위기에 관심이 없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청년들도 고통 속에서 있으면서도 이런 현실에 무감하다. 문제의 고리가 보이는데, 눈 감고 있는 듯한 현실을 계속 주목하는 것에서 오는 안타까움이 크다.

공동체로 사는 행복과 보람은 생명을 생명으로 자각하고 대하는 생명감수성을 잘 키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인들조차 익명화된 대중으로 만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 함께 기도하고 공부하고 함께 노동하고 노는 관계를 한 몸으로 느끼고, 이를 통해 타자와 교감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보람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를 더욱 풍성하게 누리며 사는 보람이다. 자연에는 많은 생명이 있고, 이렇게 보고 있으면 배울 게 너무 많다. 생명순환하는 삶을 살면서 생명 감수성을 풍성하게 키우고 그 신비로움과 깨달음을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삶을 사는 것에서 오는 기쁨과 평화가 참 크다.

3. 교회에의 시사점

* 서울에서는 기존 사회질서에서 직장을 가지면서 결혼임신출산육아기의 공동체를 통해 공동체를 성장시켜왔다. 홍천은 농사와 건축 등을 통해 자기완결적 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문명에 의존하는 제한적 공동체다.

* 서울제일교회는 공간적 위치가 도심교회이다. 교회인근에 사는 신도들이 거의 없다. 모였다 멀리 흩어지는 교회의 특성을 지닌다. 빌립보서 ‘모이면 기도하고 흩어지면 전도하라’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밝은누리 공동체처럼 특정 지역에 모여 살면서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 현재의 공간을 유지하면서 공동체를 만들어 내려면 공간을 재구성해야 한다. 주상복합체처럼 교회공동체공간과 주거공간으로 재배치한다. 또는 교회성원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지역주민들이 있는 인근으로 이전할 수 있다. 이는 재원을 더 크게 마련하여 더 큰 공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어떠한 방식으로든 교회의 양적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200명은 넘어야 뭘 할 수 있지 않을까?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만들어갈 사람들과 예배만 보고 각자의 영역에서 공동체운동을 벌여나갈 사람으로 이원화해야 한다. 현재는 교회와 인근에서 활동할 사람을 모아내는 게 중요하다.

* 인근 동국대를 비롯한 청년학생들이 모이는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우선 교회에 관심을 갖게 한다. 주변은 도심제조업으로 인쇄산업과 의류산업이, 또 전국적 유통의 중심상가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되 가급적 교회 안으로 끌어들인다.

*조직 활동가 역량의 구축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