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골마을공동체

1. 논골마을은 어떤 곳인가?

논골마을은 경기도 성남시 남한산성 아래 첫 동네로 논들이 계단식으로 있는 골짜기라서 논골이라 불리워 짐. 1970년대 초 서울 시내 무허가 판자촌들을 철거하며 집단 이주민들이 정착한 곳. 단대동 3구역 논골에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0평씩 불하된 땅에 한 가구 당 10~12평씩 1동이 10가구인 5층 빌라가 빽빽하게 들어선 영세하고 밀집도 높은 주거지로 2천 5백 가구 6천여 명이 거주하고 인근 빌라촌까지 합치면 6천 가구 1만 8천여 명이 살고 있다. 1986년 어려운 형편을 딛고 육상 3관왕이 된 임춘애 선수의 모교인 성보여상(현 성보경영고)이 있는 곳이다. 거주여건이 열악한데다 문화시설 하나 없어 주민들이 빨리 떠나야할 곳으로 여김.

2. ‘논골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 결성 과정

윤수진 논골마을센터장 겸 논골작은도서관장이 2009년 마을운동에 나서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됨. 환경단체 활동가였던 윤관장이 내가 사는 마을부터 변화시켜보자는 생각으로 불우아동이 많은 이 지역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아무런 지원도 없이 언니 윤수정씨와 함께 단대우리지역아동센터를 열게 됨. 이 센터에 동네 언니, 동생들이 모여 수다를 떨다가 ‘우리 동네를 행복하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28명이 ‘논골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됨.

3. 작은도서관 건립운동과 도서관의 역할

‘논골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의 첫 목표로 문화시설 하나 없는 논골에 최초의 문화공간으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마을사람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음. 매월 두 번째 목요일마다 모이는 주민모임인 ‘두목회’가 활성화되어 2011년 단대동마을센터가 문을 열고 2014년 3월에는 도서관이 들어서게 됨. 30여개의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는 도서관은 밤에는 집이 협소한 주민들의 멀리서 온 친척들을 재워주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기 위해 3개 층 모두 바닥이 난방이 되고 화장실에는 샤워시설을 함. 고향에서 음식이 올라오면 마을잔치의 공간으로도 쓰이는 도서관은 휴관인 날에도 늘 북적임.

4. 논골마을의 축제 프로그램

1) 2012년 가을 제 1회 논골축제 개최. ‘닭 잡고 꼬끼오’ 등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60개 부스에 1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모이는 성남의 명물이 됨.

2) 여름휴가 떠나기에 살림이 빠듯한 서민들을 위한 우리동네 하룻밤 캠프 : 매년 8월 마지막 주 상원여중 운동장에 텐트 치고 30가족 초청. 30가족이 각각 지인 3가족을 더 초청 120가족 400~500명이 밤새워 놀면서도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잔치

3) 격월마다 대로에서 여는 벼룩시장 : 3,4천 명이 참가. 논골아빠들은 닭꼬치 부스를 맡아 수익금은 연말 100가정에 산타클로스가 되어 선물을 전달, 남부끄럽다고 꽁꽁 닫아 두던 낡고 좁은 빌라의 문이 열리게 됨.

5. 마을 활동으로 자긍심이 생긴 달동네 아빠엄마들이 마을운동가로 거듭나게 됨

1) 먹고살기 힘들어 남을 돕는다는 건 꿈도 못 꾸다가 마을활동으로 자긍심이 생기자 논골에서만 8명이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평생교육사 자격을 따고 마을운동가로 거듭나게 되었고 이들이 다시 논골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

2) 이들이 중심을 이루는 3~4십 명의 논골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가 있고, 1~2백명 가량의 적극 참여층이 구심체가 됨. 도서관과 마을센터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이들은 1~2천 명이고, 벼룩시장은 2천여 명, 축제에는 1만 명 정도가 참여.

3) 매일 밤 평균 1백여 명이 마을공영주차장 옥상공원의 달밤체조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고 그 사이에 아이들은 그 옆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논다. 여전히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인근 고층아파트 주민들이 마을프로그램이나 축제에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기도 하나 비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딪히며 살아야하는 도시에서 재미나게 살려면 치룰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로 여김.

6. 주민들이 말하는 논골마을의 장점

1) 수도권 아파트촌에서는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차별받지만 논골은 낡은 빌라 주민들과 고층 새 아파트 주민들이 축제와 잔치에 함께 참여.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서로 아끼고 돕고 사는 맛이 있음.

2) 동네에 놀 거리가 많아지면서 가족 분위기도 이웃과의 사이도 좋아짐.

3) 도서관 인근 놀이터나 민방위센터 공터 등에서 초등학교아이들이 놀 때 동네분들이 부모처럼 지켜 줘 안심이 됨.

4) 마을 역사기행팀에서 활동하는 진아씨는 공주와 경주 등으로 마을 아이들을 데려가 역사교사처럼 설명하며 자신을 재발견.

5) 10평 남짓 좁은 집들, 짐을 빼면 사람이 들어설 공간이 없는 집들, 나 홀로 가구도 많고, 이주노동자도 많은 곳으로 비슷한 여건의 다른 낙후지역은 공기가 어둡고 슬럼화되어 있는데 논골은 외관과 달리 분위기가 어둡지 않음. 혁신적인 운동가들이 모인 것도 아니고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 깨어나 자기 역할을 찾아가고 마을사람들을 연결하며 마을을 하루하루 밝게 변화시켜나감. 다양한 관계를 맺어 사람들을 끌어내 함께 하면서 사람들 얼굴이 밝아진 것. 이 마을 운동가들의 틀에 박히지 않은 프로그램 운영도 한몫을 함.(2박3일의 씨네 캠프의 사례 : 캠프에서 비좁은 빌라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규제도 하지 않고 밤새 뛰어놀도록 내버려 둠.)

7. 논골마을의 인상적인 프로그램

1) 골목길 마을학교 :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20가족을 받아 함께하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을 함께한 가족들은 다른 가족들과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여 반찬 하나씩을 가져와 큰 양푼에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나눠먹기도 하고, 먹고 마시고 노는 과정에서 속사정을 뻔히 알게 되어 아이들에게는 이모, 삼촌 등 새로운 가족들이 많이 생기게 됨.

2) ‘떴다 홍 반장 프로그램’ : 도서관 3층 베란다에서 인근 문원중학교 아이들이 목공과 서리를 배워 출장비가 엄두가 안나 고장난 전등을 방치하는 홀몸노인과 저소득 노인을 도움. 윤수진씨 형부인 장형철 마을 국장이 목공을 가르침. 학교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폭력적이었던 문제아가 목공과 설비를 배워 마을 홍반장의 역할을 하며 자존감 지닌 아이가 됨.(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3) 논골에는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100 명가량 있음 : 아이들은 홍 반장이 되어 목공도구를 들고 집에 찾아가 돕고 마을 어르신 공동밥상인 ‘꽃신’에서는 65세 이상 홀몸노인을 모셔 점심을 해 먹음. 그냥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가장 잘하는 요리로 식단을 정해 함께 만들어 나눠 먹음.

4) 마을에 5개의 학교가 있는데 이들 학교의 학생들도 논골마을의 중요한 일원임.

- 도서관 인근 논골마을카페도 약자들을 살리는 곳 : 단대동의 중증발달장애인학교인 해은학교 학부모들이 운영하며 발달정도가 덜한 장애우 졸업생을 고용.

- 문원중 상담실 당구장 : 아빠들이 상담실에서 도무지 입을 열지 않던 학생들의 당구선생이자 멘토가 되어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게 되었고, 학생들과 가까워진 아빠들이 벼룩시장에서 번 돈을 장학금으로 학교에 내놓게 됨.

- 마을강사들이 특별활동 강사로 참여하는 걸 당연시여길 정도로 마을과 학교가 유기적으로 엮이게 됨 : 성보경영고의 헤어아트와 네일아트 수업과 현장실습을 마을 미용실 언니들이 도와줌.

- 마을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된 논골과 남한산성에서 자라는 야생화와 나무, 바위 옛집 등을 주민과 학생들이 어울려 함께 동네 벽화를 그리게 됨.

- 논골마을 프로그램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 : 대학생이 되어 대학생 봉사자로도 활동하거나 마을 활동가가 되기도 함. 기업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어릴 때부터 함께 모여 캠프나 축제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등 공동체 속에서 민주주의를 연습하며 협력하는 법을 익힌 아이들이 공부만 한 아이들은 갖지 못하는 장점을 지니게 됨.

- 외딴 섬 같던 마을 사람들이 연결되면서 서로를 지켜주게 되어 어두침침하고 우범지대 같던 옛 모습에서 벗어남. 도서관도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 이웃들이 식사도 제공하고 활동가들이 과제물도 준비해 주는 등 퇴근이 늦은 부모대신 돌봄교실 역할을 하고, 논골 페이스북 멤버만 3천명, 밴드 가입자는 천 오백명으로 아이 소재 찾으면 바로 사진이 올라올 정도로 안전한 마을이 됨.

- 윤수진 논골작은도서관장을 비롯 마을활동가들과 주민, 학생들은 사치품만이 행복을 좌우한다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가난하고 비좁아도 이사가고 싶지 않은 행복한 공동체를 일구어냄.

8. 논골마을에 대한 소감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낡고 불편한 도시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 과정이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세입자들을 정든 마을에서 내쫓는 폭력적인 형태로 진행되어왔다. 관의 도움없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주도로 좁고 불편하고 협소해도 주민의 안전과 문화적 욕구가 실현이 되는 마을 공동체를 이룬 논골마을의 사례는 도시재생에 있어서 주거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이 주민 커뮤니티와 문화공유를 통한 ‘사람 사는 세상의 구현’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렇게 소중하게 일군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재개발과 같은 도시주거환경 변화가 이루어질 때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뿐만이 아니라 세입자들도 재개발 이후 변함없이 그 지역에서 계속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법적인 보호체계가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