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공동체

1. 공동체주택을 완공하기까지

은혜공동체는 원래 조그마한 교회로 2000년에 시작되었다. 박민수 목사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강의실을 빌려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였고, 2007년부터 방과후학교 형태의 공동육아를 하고, 한부모가정 두 가족과 싱글남, 싱글녀 등 16명이 연합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이같이 10여년 정도의 공동육아와 연합가정을 통해 ‘함께 사는’ 단맛을 경험하였고, 이 경험이 현재의 공동체주택을 추진하는 바탕이 되었다.

공동체 주택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교인들이 참여해 2017년 8월에 입주하였다.

2. 공동체주택 형태

은혜공동체주택은 전체 크기 165평 규모(건평 300평 외 400)로 도봉산자락 안골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건축비는 약 45억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이 주택은 지하 1층 ~ 지상 3층 규모로 주거 공간과 공용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주거 공간은 4개의 부족을 위해 크게 4개 공간으로 나뉘지만 스킵플로어가 연결돼 있어 집 전체를 막힘없이 드나들 수 있다. 스킵플로어는 지하에서부터 옥상까지 주거·공유 공간을 연결하는 일종의 척추다. 설계자는 “코어에서 멀어질수록 사적 성격이 강해지고, 동시에 공용공간을 순환루프처럼 동선의 선택과 우회가 자유롭게 계획했다”고 설명하였다.  

은혜공동체는 일종의 사회적가족 개념인 부족을 도입해, 4개 부족이 소공동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4개의 부족 공간은 각각 거실, 세탁실, 개별 방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부족 공간의 중심에는 부족의 정체성에 맞게 꾸며진 거실이 배치됐다. 그리고 각 거실에서 더 들어가 개별 방을 배치했다. 각 부족의 상황에 맞게 가족실, 2인실, 1인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거실은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거실 간에 이동이 자유롭고 부족간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각 거실은 부족의 특색이 잘 나타나도록 꾸며져 있다. 즉 4부족 거실의 경우 모든 공동체원들의 개인 책이 모여 공동체의 북카페 역할을 하고 있고, 2부족은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키즈 카페 겸 놀이방으로, 1부족은 호텔 휴양지 느낌의 휴식 공간으로, 3부족은 어른들의 아지트가 된 맥주바로 꾸며져 있다.

주요 공유 공간은 1층, 지하1층, 옥탑에 배치되어 있다. 소나무 숲을 조망하는 1층 카페에는 공동체 일원인 바리스타가 상주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도 1층에 마련돼 있어 이곳을 찾는 손님에게 열려있다. 지하에는 교회 및 집회 홀과 다목적 홀이 자리하고 있다. 집회 홀에서는 다양한 음악회가 열리고 식당을 겸한 다목적 홀에서는 매일 저녁 공동체를 위한 식사가 마련된다. 공동 육아를 위한 유아실 겸 댄스교육실, 드럼, 키보드 연습실 등도 있다.
지하공간이지만 3개의 정원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신선한 공기는 지하 같지 않은 공간을 연출한다. 3층의 좌식 거실과 연결된 옥상데크는 산과 연결된 정원 역할을 한다. 시원한 도봉산 조망이 가능하고 데크 위에 조성된 가든은 전문가에 의해 4계절 철철이 꽃과 나무가 자라도록 세심하게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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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은혜공동체 생활

공동체주택에 입주하여 함께 살게 됨으로써 교회와 삶터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찬들조차 ‘일주일 내내 교회에서처럼 함께 경건하게 살려면 숨 막히지 않을까’라고 우려할 법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층마다 여러개 방들과 연결된 거실과 부엌이 있는 5개 층 모두 놀이터이며 만남의 장소이다.

식탁에선 어른들이 독서모임을 하고, 거실에선 이곳 초중고 홈스쿨 교사와 아이들이 지리산 종주 계획을 세운다. 퇴근 후에도 아이들과 살림은 당번에게 맡기고 이웃들과 대화하거나, 밴드실에서 악기를 연주할 수 있고 댄스실에서 춤을 추는 등 원하는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 공동체에 들어오기 전까지 퇴근해서도 집안일하고 아이들 돌보느라 파김치가 됐던 그들로선 유토피아도 이런 유토피아가 없다.

공동밥상은 공동체원 중 한 명을 전담 요리사로 지정해 월급을 주고 당번제로 보조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구성원 2-3명이 한조가 되어 부엌일을 돕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각자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비용면에서 경제적이며 거주자들을 부엌에서 해방시켜 삶을 여유롭게 해준다.

공동체생활은 혼자 감내할 취사, 육아 등을 공동으로 하니 시간이 남아돈다. 이 시간을 학습과 문화예술 ᆞ여행에 쓰니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공동체에 늘 잔치가 벌어지는 것은 바로 그 이유다. 여행 등 목돈이 들어가는 것은 공동구매 형태로 하니 거의 반값에 가깝다. 3ㅡ4억이 있어야 누릴 주택을 1억 정도의 돈으로 스마트한 삶을 누린다.

또한 은혜공동체에는 독특한 멘토 시스템이 있다. 이 곳에선 누구에게나 ‘삶의 멘토’인 목자가 있다. 아이들도 자기 부모 외에 멘토가 정해져 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 부모와 못할 이야기도 목자들에게 이야기할 때가 많으며 공동체 식구들이 모두 자기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키운다고 한다.

공동체주택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은혜의 공동체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이전부터 함께 살아보는 실험을 통해서 공동체에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 이미 국내 및 해외 여행도 모든 공동체가 함께 다닐 정도로 다양한 공동체 경험을 하였다.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두 번째 공동체주택 관계자들도 이미 은혜의 공동체 주변에 모여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