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골마을은 마을 그 이상의 것을 담는다

1. 논골 마을소개

논골마을 : 경기 성남시 수정구 논골로 23번길2 (8호선 남한산성역부근)

남한산성 아래 첫 동네인 논골은 논들이 계단식으로 있는 골짜기라서 불린 이름이라고 한다. 당시 광주군 중부면 단대리 마을은 주택도 거의 없었고 대부분 계단식 논이었던 곳으로 대규모 주거 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구체화 되어 1968년 5월부터 강제 이주가 시작되었다. 서울시 내 무허가 판자촌들을 철거하면서 쫓겨난 주민 2만 세대가 탄리와 단대리 마을로 이동했다. 서울시는 시 청소차와 군용차를 동원해 철거민들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당시 철거민들에게 1가구당 평균 20평의 택지를 분양하고 금액을 2년 거치 3년 상환토록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투기 붐이 일어나면서 토지 금액이 4배에서 8배까지 뛰었고, 철거민들은 그 금액을 일시불로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광주대단지사건’으로 불리는 해방 이후 최초의 대규모 도시빈민투쟁으로 이어졌다.

광주대단지 조성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으며 많은 우려가 현실화 되었다. 첫째, 서울시의 무허가 건물 철거가 성남내의 무허가 건물 발생으로 이어졌다. 둘째, 성남 내에는 현재의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으로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셋째, 공장 등의 일터가 없어 주민들의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없었다.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았던 광주대단지 이주 정책의 실패는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철거민들은 일터도 없고 교통도 좋지 않은 외곽에서 생활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강제 이주민의 상당수가 부여 받은 대지를 팔고 도심으로 재이주 했다. 광주에 남은 사람들은 제대로 닦인 길 하나 없는 마을에서 천막을 치고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만 했다. 이런 어려운 한국의 역사를 함께 해 온 동네가 논골 마을이다. 4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마을에서 살고 계신 분들도 있다.

광주대단지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성남시의 초기 시민이 되었다. 1973년 성남출장소가 성남시로 이때 승격되었다. 단대동 3구역 논골에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20평씩 불하된 땅에 5층 빌라들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한 빌라에만 10~12평 남짓씩 10가구가 입주해 있는, 밀집도가 높은 주거지 중 한 곳이다. 논골은 거주 여건이 열악한데다 문화 시설 하나 없어 논골 주민들조차 형편이 피면 하루 빨리 떠나야 할 곳으로만 여겼던 곳이었다.

2. 사람이 공간을 누리다.

2009년부터 마을은 새로운 변화의 역사를 쓰고 있었다. 한 환경 단체 활동가가 어느 날 열악한 고향 마을 여건을 돌아보고는 ‘내 마을부터 변화시켜보자’고 나선 것이다. 그가 논골작은도서관 윤수진 관장이다.

논골 마을 주민들은 1년여 간 목적 없는 수다를 떨었다. 수다를 통해 문화공간이 하나도 없는 마을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며 보호할 수 있는, 20년 전 엄마들이 만들었던 골목문화를 재현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주민 28명이

2010년 9월 ‘논골마을만들기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어 ‘두목회(두번째 목요일에 주민회의)’를 통해 작은 도서관 건립을 목표로 세웠다. 추진위는 발품을 팔며 2천여 명의 주민 서명을 받았고 이를 시에 적극 제안했다. 2014년 3월 드디어 자동차 3대를 주차했던 부지 위에 ‘논골작은도서관’을 개관했다.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한 꿈이 이뤄진 것이다. 마을회의, 찾아가는 설명회와 간담회 등을 진행하면서 주민참여와 의견수렴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또 하나의 문이 열린 것이기도 했다. 현재 이 도서관은 논골 마을 사람들이 운영 중이며, 마을만들기 활동과 소소한 마을이야기를 논의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전 층 전 공간을 활용 중이다. 매주 35개 강좌가 열리고 있는데, 휴관일인 월요일에는 조용한 도서관이어서 할 수 없었던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시끄러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밤 8시부터 10시까지 ‘매일공방’을 통해 자격증 과정 등, 쉴 새 없이 북적이는 마을 사랑방으로 사랑받고 있다. 논골마을만들기는 누구나 개방된 소통이 첫 번째 원칙이며 마을을 열정적으로 사랑함이 두 번째 원칙이다.

3. 사람과 마을을 잇다.

논골작은도서관은 마을활동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공간이다. 마을 만들기와 논골공동체 활동을 소개하고 관심 있는 마을주민을 발굴한다. 교육 수강생 중 마을활동에 관심이 있으면, 심화과정을 권유하고 지원한다. 사회복지사, 독서심리치료사자격증 과정을 마을 일자리와 연계시켜 마을 안에서 사람에 의한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속적인 마을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논골마을활동의 성과는 논골작은도서관의 성공적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작은 도서관을 준비하며 시작 된 지역 내 다양한 마을활동은 분야별로 마을회의, 마을학교, 마을활동가, 주민역량강화프로그램, 마을축제, 길거리벼룩시장, 꿈길 벽화 만들기, 골목길 생태학교, 하룻밤캠프, 성인문학기행, 가족기행, 어린이 역사기행단 마을 커뮤니티 사업 등이 있다.

논골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된 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는 2014년 7개 마을이 참여하는 ‘성남시마을공동체 협의회’ 발촉을 통하여 마을간 소통과 협력 등의 사례공유 및 협력기반이 마련되었다.

단대동을 대표하는 축제인 ‘논골 축제’는 6회째 진행 되었으며, 마을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당리행사에만 8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연간 7회 진행되는 논골 소통달장인 길거리 벼룩시장은 매회 3~4천 명 이상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지역 내 자원순환과 나눔 및 공유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주민소통프로그램은 두목회, 마을회의를 통해서 의견이 수렴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수시로 의견이 수렴된다. 주민은 도서관에 들러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논골 공동체는 주민 의견에 경청한다. 또한, SNS 소통공간인 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준비, 실행, 평가하는 모든 과정에서 주민과 논골 공동체는 소통하고 협력해 나간다.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대화와 책임 있는 활동으로 문화마을논골에서 문화도시 성남시로 되어 지기를 바란다.

4. 논골을 다녀오다.

논골마을만들기 발췌를 위해 성남에 살고 있는 동생과 같이 논골마을을 다녀왔다.

논골마을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하는 도서관이다.

8호선 남한산성역 5분 거리에 있는 논골작은도서관은 서제빌딩보다 조금 작은 공간이었다. 도서관 탐방을 왔다고 하니 사서분이 친절하게 요구하는 자료를 챙겨주었다. 도서관 전 층을 모두 마루를 깔아놓고 바닥 난방을 해놓아 아늑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1층은 다목적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1층 열람실은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와 다르게 소리 내어 책을 읽는 어린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어른들이 있었는데 마치 카페에 온 기분이었다.

2층 열람실은 조용한 분위기로 책읽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3층 강의실까지 다 둘러보고 내려와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서에게 여쭤보니 1층 창가에서 담소를 나누고 계신분이 윤수진 관장이라고 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관장님과의 만남이 무척 반가웠다. 사전에 약속 없이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라 조심스럽게 “잠시 인사를 드릴 수 있을까요?” 했더니 감사하게도 기꺼이 허락해 주었다. 마을살이 공동체에 대하여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김경옥 도서관 팀장까지 함께 해 사진도 찍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마을살이 운영에 대하여 더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싶어 다음에 우리교회에서 공동체에 대하여 강의를 요청하면 오실 수 있으신가 했더니 요청만 하면 기꺼이 가겠노라고 했다. 사람이 중심인 마을을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 관장님의 열정에 감동과 감사한 마음을 안고 나왔다.

도서관을 나와서 바로 맞은편에 있는 마을 카페에 갔다. 가게는 3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깔끔하게 꾸며 놓았으며, 모든 메뉴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되고 있었다. 카페 운영은 마을 주민 12명이 주주로,

‘한울타리 공동체’에서 위탁 운영 중이라고 했다. 한울타리 공동체는 중증 장애인의 부모와 비장애인 가족이 함께하는 공동체라고 한다.

논골문화마을에는 7개(논골작은도서관, 단대동마을센터, 단대우리지역아동센터, 논골마을카페, 갤러리틈, 디딜틈, 떠나리글러벌하우스)의 기관이 운영 중이며 14명의 실무자가 적은 임금을 받고도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한다. 7개의 기관 중 일부는 일반방문자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아 다는 돌아보지 못하고 논골마을 탐방을 마무리 했다.

사실 우리교회도 복지관을 운영하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정진우 목사님께서 시무하실 때,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방아골 종합사회복지관을 운영하려고 입찰했으나 입찰에 떨어져 실행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공동체를 공부하면서 생각이 났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공동체 생활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다.

책을 다 읽고도 아직은 공동체라는 것이 다소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앞으로 공동체공부를 통해서 서로의 아픔을 껴안고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배우고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