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15:1-47 : 마가의 십자가 사건 이해

우리는 성금요일 이야기를 다룬 마가복음 15장을 읽을 때 두 가지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나는 예수님의 죽음을 후대의 기독교 교리인 ‘대속’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복음서들이나 바울 서신의 주장들과 짬뽕해서 읽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신약성서의 다른 책들과 후대의 기독교 신학에 의해 여과 되지 않은 ‘순수한 마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최초의 복음서로서 마가복음은 십자가 사건에 관한 최초의 ‘이야기’를 제공합니다. 물론 마가가 그에 관해 언급한 최초의 사람은 아닙니다. 십자가 사건을 최초로 언급한 사람은 사도 바울이고, 그가 쓴 모든 편지들은 어떤 복음서보다도 먼저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바울의 편지들은 ‘이야기’가 아니며, 거기에는 성금요일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바울의 편지들에는 예수의 죽음의 의미에 관한 많은 해석들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즉 “신약성서에서 예수의 죽음에 관한 모든 기사는 해석된 기사다”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예수님의 죽음 이후 수년 동안 또는 수십 년 동안 그의 제자들은 그들이 메시아로 알았던 그들의 사랑하는 스승이 그렇게 끔찍하게 처형당한 것에 대한 의미를 알고자 했습니다. 십자가 사건을 회고하면서 그들은 그 사건에서 하나님의 목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마가복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가의 이야기에도 ‘회고적 해석’과 ‘기억된 역사’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마가는 성금요일 이야기를 정확하게 세 시간 간격으로 구분하여 말합니다. 즉 새벽(오전 6시)에서 오전 9시까지(1-21절), 오전 9시에서 정오까지(22-32절),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33절), 그리고 오후 3시부터 저녁(오후 6시)까지의(34-41절) 구분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42-47절에는 오후 6시와 예수님의 장례 이야기를 전합니다.

마가는 예수님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했을까요? 성금요일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는 예수님의 죽음을 지배체제에 대한 그의 도전 때문에 권력자들에 의해 처형된 것으로 봅니다. 성전 관리들이 그를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은 성전에서 그가 소동을 벌인 후였습니다. 이들 현지 협력자들은 예수님을 (로마)제국의 관청에 넘겨주었고, 제국의 관청은 그가 정치적인 동시에 종교적인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목으로 그를 십자가에 처형했습니다.

이와 같이 마가는 예수님의 죽음을 권력자들과 성전에 대한 심판으로 이해합니다. 예수님이 예언했듯이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죽였습니다. 마가는 예수님이 죽을 때 어두움이 그 도시와 온 나라를 덮었으며 성전의 큰 휘장이 둘로 찢어졌다는 사실에 의해 그 심판을 암시합니다. [마가가 성전 휘장이 둘로 찢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양면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한편에서, 그것은 성전과 성전 관리들, 즉 예수님에게 사형을 선고하기 위해 로마제국과 결탁한 지역 관리들에 대한 심판입니다. 다른 한편, 그것은 하나의 확증입니다. 휘장이 찢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에 의해 이제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을 확증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로마의 백부장은 예수님을 죽인 자신의 제국에 대한 심판을 선언합니다. “이 사람이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그는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부른 최초의 사람입니다. 마가의 이야기에서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백부장이 이렇게 외쳤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로마의 제국신학에 따르면 황제는 ‘신의 아들,’ 즉 지상에 계시된 신의 능력과 의지였습니다. 그 신학에 따르면 황제는 주님이며 구세주이며 지상에 평화를 가져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로마를 대표하는 백부장이 제국에 의해 처형된 이 사람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단언합니다. 따라서 황제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처형을 책임지고 예수님을 가까이에서 올려다보았던 백부장의 선언에서 제국은 스스로를 부정합니다.]

이렇듯 마가에 따르면 예수님은 세상 죄를 위하여 죽지 않았습니다. 마가의 이야기에는 죄에 대한 보상적 희생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세상의 죄 때문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를 죽인 것은 지배체제의 불의, 즉 정상적인 문명사회의 한 부분일 정도로 일상적이 되어버린 그런 불의였습니다. 죄라는 것이 불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죄는 불의를 내포합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세상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혔던 것입니다.

∎막 16:1-8 : 그는 살아나셨다!

마가복음 16장 1-8절의 주 내용은 ‘예수님을 묻었던 무덤이 비어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빈무덤’은 부활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했기에 무덤이 비어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 예수님의 시신을 빼돌렸기에 무덤이 비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마태복음은 그랬을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습니다(마 27:62- 66 참조). 또한 마가복음은 다른 복음서들과 달리 부활한 예수님이 어느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무슨 소리냐? 9절 이하를 보면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 시골로 가던 두 제자, 그리고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셨다고 증언하고 있는데…”라고 반문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原)마가복음은 16장 8절로 끝납니다. 9-22절은 누군가에 의해 후대에 덧붙여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의 부활 증거는 여인들이 무덤을 찾아갔을 때 무덤 안에 앉아 있던 흰 옷 입은 젊은이가 한 말이 전부입니다. 특별히 우리는 6절 말씀에 주목해야 합니다. “놀라지 마시오. 그대들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지만, ‘그는 살아나셨소.’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소”(6절). “그는 살아나셨다!” 새번역 성경이 이렇게 번역해서 그대로 인용했지만, 사실 이 번역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원어를 직역하면 “그는 일으켜졌다”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셨습니다. 죽은 자 가운데서 일으켜지셨습니다. 그런데 부활한 예수님은 어떤 분입니까?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분’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것은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죽임 당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석가모니처럼 천수를 누리고 나서) 늙고 병들어서 죽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았습니다. 로마 제국과 성전 당국의 권력에 의해 ‘처형’을 당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부활은 죽은 자의 부활이 아닙니다. 죽임당한 자의 부활입니다. 그런데 죽임당한 예수님을 누가 부활시켰습니까? 누가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까? 성경 원어는 이 문장을 수동태로 표현합니다. 이를 ‘신적 수동태’라고 합니다. 즉 하나님이 예수님을 일으켜 세우셨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부활이란 “하나님이 십자가에서 죽임당한 예수님을 다시 일으켜 세우신 사건”입니다. 그런데 마가는 첫 부활절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단지 무덤이 비어있었다는 사실만을 전하고 자신의 복음서를 끝냅니다. 왜 그랬을까요?

마가복음의 빈 무덤 이야기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성서학자들은 이를 ‘열린 결말’이라고 합니다. 사도행전은 28장에서 사도 바울이 로마에서 선교하는 이야기로 끝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29장부터는 ‘누군가’가 바울의 뒤를 이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즉 마가의 예수 이야기는 빈 무덤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끝난다”는 우리말은 “끝에서 난다”가 그 어원(語原)이라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가의 끝은 진짜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 또 다른 출발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end가 아니고 terminal이라는 것입니다. 종점이 아니라 새 여정을 시작하는 연결점이라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으로부터 시작된 부활이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지게 되는 것에 대해서 그 결말이 열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입장은 마가복음이 쓰이기 한참 전에 사도 바울에 의해서 주장된 바 있습니다. 바울은 ‘부활장’이라고 불리는 고린도전서 15장 중 20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잠든 사람들의 첫 열매가 되셨다”고 하면서, 이어지는 21절과 22절에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죽음이 들어왔으니, 또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죽은 사람의 부활도 옵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바울은 예수님의 부활이 보편적 부활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부활이란 개념은 마카베오시대에 조로아스터교로부터 들어온 것입니다. 그리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20대 초반에 세계 정복을 시작하여 엄청난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30대 초반에 말라리아에 걸려 그만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그의 휘하 장수 3명이 유럽, 시리아, 이집트를 각각 나누어 맡아 통치하게 됩니다. 문제는 시리아를 지배했던 셀류코스 왕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주전 200-142년에 셀류코스 왕조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지배했는데, 주전 167년에 안티오쿠스 4세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야훼 하나님께 제사를 금지하더니, 마침내는 제우스 제단까지 설치했습니다. 또 할례와 안식일도 폐지시켰습니다. 이에 마따디아가 그의 다섯 아들들과 함께 반기를 들고 항쟁했는데, 이를 마카베오 전쟁이라고 합니다. 마카베오는 마따디아의 다섯 아들 중 가장 유명한 셋째 아들 유다의 별명입니다.

이 마카베오 항쟁 중에 수많은 유대인들이 순교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법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놓고 휴전했는데, 그런 그들을 시리아인들이 와서 도륙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안식일법을 지키기 위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내세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죽으면 누구나, 의인이건 악인이건 간에, 다 지하 세계인 스올로 내려간다고 믿었습니다. 즉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카베오 항쟁을 거치면서 그런 믿음이 바뀌었습니다. 하나님 신앙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 너무나 억울하게 순교 당했는데,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라면 너무나 황당하고 허무했습니다. 그래서 페르시아 사람들이 갖고 있던 부활신앙을 받아들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불의에 항거하다가 억울하게 죽지만 언젠가 하나님의 정의가 바로 서는 날 모든 순교자들이 함께 부활해서 하나님이 이룩하신 평등과 정의와 평화를 누리게 되리라고 믿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들이 갖게 된 부활신앙은 반드시 몸의 부활이어야만 했습니다. 왜? 저들이 순교하면서 상처받고, 고문당하고, 찢기고, 죽임당한 것은 마음과 정신뿐만이 아니라 바로 ‘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활은 영적인 또는 정신적인 부활에 그쳐서는 안 되고, 반드시 몸의 부활이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몸의 부활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는 것, 과거의 불의를 일소하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과거의 정의 회복 없이 미래의 정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적 또는 일반적 부활 개념을 사도 바울은 예수님에게 적용시키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보편적 부활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앞서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의 묵시적 종말론을 협력적 종말론, 참여적 종말론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던 것과 꼭 같습니다.

세례자 요한을 비롯한 당시 유대인들은 정의의 하나님과 불의한 세상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하나님의 ‘불의한 세상 대청소’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다르게 보았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데, 하나님은 우리가 참여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미래에 올 새 세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불의한 세상 대청소’는 이미 부분적으로나마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거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협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겨자씨처럼 작은 하나님 나라가 점점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적은 양의 누룩이 온 반죽을 부풀리듯이 어느새 불의한 세상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공짜 치유와 열린 밥상공동체’로 대표되는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하나님의 평등과 정의와 사랑이 실현된 공동체를 ‘지금 여기서’ 누리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거기에 참여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이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부활로 일반적 부활은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사건이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 혼자만의 부활이 아니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의 집단적 부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입니다. 보편적 부활이 예수님의 부활로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활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일로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쁨과 감사함으로 매일매일을 천국에서와 같이 지금 여기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미 이루셨으니 우리는 그것을 따라서 누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부활은 하나님의 불의한 세상 대청소에 참여하고 협력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부활은 죽임당한 자에게만 오는 것이듯, 정의와 평등과 평화 실현을 위해 노력한 자에게만 옵니다. 마가는 이것을 “수난의 현장에 참여하지 않은 자는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로 표현합니다. 오늘 본문은 수난의 현장에서 도망한 제자들이 아니라, 끝까지 수난의 현장에 함께 했던 여인들에게만 부활의 증인이 될 권리가 주어진 것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바울은 ‘미래에 있을 일반적 부활’을 ‘현재에 이미 시작된 부활’로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그 증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이것만이 아니라 다른 하나를 더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입니다. 즉 바울이 말하는 그리스도 안에서(in Christ)의, 성령 안에서(in Holy Spirit)의 새 삶은, 부활한 새 삶은 지금 교회 안에서 구현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여러 차례에 걸쳐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그 이유는 미래에 받을 보상 때문이 아니라 지금 누리고 있는 변화된 삶에 대한 가치와 감격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교회는 과연 바울이 말한 그리스도의 몸입니까? 만약 대답에 확신이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