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12:18-27 “부활신앙이란?”

막 12:18-27은 사두개인과 예수님 사이에 있었던 부활논쟁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활은 없다”고 주장한 사두개인은 보수주의자였습니다. 예나지금이나 세상에서 돈이 많고, 명예가 있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보수주의자가 됩니다. “가진 것”과 “지킬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처럼 기득권을 갖고 있고, 현실적으로 안락을 누리는 사람들은 다른 세상을 소망하지 않습니다. 단지 지금의 현실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저들은 장생불사(長生不死)를 꿈꾸었습니다. 즉 “부활”이 아니라 “죽지 않고 오래 살기”, 또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바랬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장생불사(長生不死)가 아닌 천지개벽(天地開闢)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들은 지금 사는 세상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끔찍해서, 지금 세상이 하루 빨리 끝나고 새 세상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부활”에는 바로 이런 새 세상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세상도 바뀌고, 나도 바뀌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바로 “부활신앙”에 투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활신앙은 보수적이지 않고 개혁적입니다. 지금의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활신앙은 기존적이지 않고 대안적입니다. 기존의 안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다른 안을 찾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대교에서 부활신앙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구약의 율법은 권선징악(勸善懲惡)과 인과응보(因果應報)를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선한 사람은 상 받고, 악한 사람은 벌 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의인은 지지리도 못 살고 악인은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저들의 현실이었습니다. 또한 이방인들이 침략했을 때 율법과 믿음을 지킨 사람들은 모두 순교했고, 하나님을 배신한 배교자들은 우리나라 친일파들처럼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런 기막힌 현실 속에서 부활신앙이 탄생했습니다. 원래 고대 이스라엘에는 내세나 부활에 대한 신앙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의인들이 순교하는 것을 보고 “죽음이 끝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후에 “부활신앙”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앞서 밝혔듯이 사두개인들은 부활을 부정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두개인은 주전 2세기부터 존재하던 유대교의 파벌 중 하나입니다. 그 구성원들은 예루살렘의 귀족 사제들과 부유한 기득권층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 로마의 식민통치에 협조하면서 그들 자신의 기득권을 지켰습니다. 그들은 또한 부활이라는 말이 모세오경에는 없다고, 부활에 대해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현재만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이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왜? 그들은 ‘지금 여기서’ 부족함 없이 잘 먹고 잘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에게 부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들은 부활을 웃음거리로 만들고자 신명기에 나오는 수혼법(25:5-10)을 내세웁니다. 이 법에 따르면, 형이 결혼하여 자식을 낳지 못하고 죽은 경우에는 시동생이 형수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아 그 혈통을 잇게 해 주어야 합니다. 사두개인들은 일곱 형제가 모두 한 부인과 결혼하였다는 가정을 세운 후에 그들이 모두 죽은 다음 부활할 경우에 그 부인은 누구의 아내가 되겠느냐고 묻습니다.

사두개인들은 부활 후에도 현재의 삶이 그대로 계속되리라는 전제를 갖고 예수님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결혼생활은 현재의 삶에 속하는 질서로서 부활 후의 새 삶에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함으로써 질문 자체에 모순이 있음을 지적합니다(25절). 현재의 삶과 부활 후의 새 삶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부활 후의 사람들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질서 속에서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부활한 사람들은 천사들과 같아서 죽는 법이 없기 때문에 부활 후에는 다시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합니다. 결혼은 자녀를 낳아 대를 잇는데 그 목적이 있는데, 부활 후에는 다시 죽는 일이 없기 때문에 대를 잇기 위해서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예수님이 제대로 답변을 못할 경우 타격을 주어서 비웃음을 사게 하려고 부활에 대해 사두개인들이 던진 교묘한 질문과 그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으로 이루어진 대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부활신앙의 진수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부활의 삶은 ‘지금 여기’의 삶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천지가 개벽합니다. 옛 것은 지나가고 새 것이 도래합니다. 새 하늘 새 땅이 펼쳐집니다. 기존의 질서는 끝장나고 새 세상이 옵니다.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됩니다. 죽음도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습니다. 이것이 부활 새 세상입니다. 그렇습니다! 부활 세상은 지금의 연장, 현재의 계속이 아니고 하나님의 능력으로 창조되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활 세상은 종말에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와 통(通)합니다.

“역사는 반드시 종말이 온다,” 즉 “역사는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라는 목적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사상이 바로 이스라엘의 종말사상입니다. 이것이 성서의 일관된 주장이요 신앙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하나님의 통치)는 하나님의 주권만이 수립되는 것(=하나님만이 다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는 선포는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모든 주권은 끝났다”는 反주권 선언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은 단순히 우리가 이승에서 죽어서 내세에서 하나님 나라에 다시 태어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종말론은 지금 하나님이 인류 역사를 대청소하기 시작하셨으니, 우리도 빗자루라도 들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 하나님의 대청소를 도와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게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이고, 그것이 지금 여기서 부활을 살아내는 길이고, 그것이 내가 변화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고, 그것이 부활의 새 세상을 지금 사는 길입니다.

∎막 12:28-34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한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모든 계명 가운데서 가장 으뜸 되는 것은 어느 것입니까?(28절)”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 하나님이신 주님은 오직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뜻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너의 하나님이신 주님을 사랑하여라.’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이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29-31절)고 대답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첫째는 하나님 사랑이요, 둘째는 이웃사랑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동전의 양면처럼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란 뜻입니다. 하나님 사랑은 필히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으며, 이웃 사랑은 하나님 사랑의 가장 명료한 표현이라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이웃 사랑이 없는 하나님 사랑은 반쪽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이웃과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이면서 감히 하나님 사랑을 말할 수 없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이웃 종교를 박멸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다른 종교인을 전도의 대상으로만 삼으면서 하나님 사랑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이런 잘못된 하나님 사랑은 하나님을 욕되게 하고 교회를 파멸시키는 길일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랑해야겠습니까? 사랑은 상대를 배려해 주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고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옛날에 소와 사자가 서로 사랑을 했답니다. 소와 사자는 서로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기로 했습니다. 소가 최선을 다해서 제일 맛있는 풀을 날마다 사자에게 대접을 했답니다. 사자는 싫었지만 참았습니다. 사자도 최선을 다해서 제일 맛있는 살코기를 날마다 소에게 대접을 했습니다. 소도 괴로웠지만 참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와 사자는 서로에게 불평을 터트리고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소와 사자는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나는 최선을 다 했어!”라는 말을 했답니다. 소가 소의 눈으로만 사자를 보고, 사자가 사자의 눈으로만 소를 보면 서로의 사랑은 서로의 상처가 될 뿐입니다. 내가 중심이 되는 사랑,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사랑은 그 사랑이 최선일수록 최악의 상처가 될 뿐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려면, 내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으로, 이웃 중심으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이게 진짜 사랑입니다.

∎막 12:35-37 “그리스도는 그런 왕이 아니다”

∎막 12:38-44 “봉헌(奉獻)”

막 12:41-44 말씀과 관련해서 우리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자기가 가진 것 모두를 헌금한 가난한 과부를 ‘칭찬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문 어디에도 예수님이 과부를 ‘칭찬했다’는 말은 없습니다.

막 12:41을 보면 “예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아서, 무리가 ‘어떻게’ 헌금함에 돈을 넣는가를 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지켜보니 여러 부자들이 와서 헌금함에 많은 돈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난한 과부가 와서 렙돈 두 닢 곧 한 고드란트를 넣었습니다. 이것을 보신 예수님은 제자들을 불러 놓고 이 가난한 과부가 그 누구보다도 많이 헌금했다고 말씀했습니다. 다들 넉넉한 데서 얼마씩 떼어 넣었지만 이 가난한 과부는 가진 것 모두, 곧 생활비 전부를 털어 넣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칭찬입니까? 아닙니다. 그냥 객관적인 사실의 증언이요, 상대적인 평가입니다. 절대적인 헌금액수로 보면 부자들의 헌금이 더 많지만, 상대적인 비율로 보면 과부가 더 많다는 것이 예수님의 평가입니다. 또 부자들은 ‘가진 것의 일부’를 헌금했지만, 과부는 ‘가진 것의 전부’를 털어 넣었다는 사실을 예수님이 지적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칭찬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에서 예수님의 관심은 과부의 헌금행위가 아니라 헌금제도 그 자체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 이야기 바로 앞 38-40절에는 “율법학자들을 책망하신”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사제들은 제사를 주관했고, 율법학자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당시 예루살렘 성전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예수님은 이들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38-40절을 보면 예수님은 그들의 위선과 겉치레를 가차 없이 비판하셨습니다. 특히 40절에서 예수님은 그들이 ‘과부의 가산을 삼킨다’고 했습니다. 과부는 율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들 중 하나입니다. 구약성서의 계명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언자들은 이들을 돌보라는 계명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성전을 장악하고 있던 율법학자들이 과부들의 가산을 삼켰다고 말씀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요? 그들은 어떤 수단으로 과부의 가산을 삼켰을까요? 하나님께 바치는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 성전을 장악하고 있던 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은 헌금제도라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과부로 하여금 전 재산을 털어 넣고 그것을 믿음의 행위로 착각하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41-44절 이야기는 예수님이 과부로 하여금 전 재산을 털어 넣게 만드는 당시 성전의 헌금제도를 비판하신 이야기입니다. 과부의 모든 가산을 빼앗고도, 밥 한 끼 사먹을 나머지 푼돈까지도 다 바치도록 유도하는 당시의 살인적인 성전체제와 헌금제도를 비아냥거리신 것입니다. 이 말씀 바로 다음인 13장 2절에 성전붕괴 선언이 이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런 성전은 무너져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본문의 과부의 헌금행위를 가리켜서 훌륭한 믿음의 행위이니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엄청난 잘못입니다. 이것은 결코 칭찬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헌금제도도 옛날 예루살렘 성전의 헌금제도처럼 문제가 많으니 아예 없애버려야 할까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헌금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제도를 고쳐서 바르게 시행하면 될 것입니다. 헌금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 기꺼이 바치는 돈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그분을 따르려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서’ 계속하기 위해서 드리는 돈이 헌금입니다. 즉 헌금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봉헌의 일부입니다. 헌금은 하늘이든 땅이든 어딘가에 예금해서 축적하는 돈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자유와 해방과 평화와 해방의 복음을 선포하고 실현하기 위해서 소비하는 돈입니다. 따라서 헌금하는 사람은 그 돈을 어떤 식으로든 돌려받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어떤 형태의 대가를 기대해서도 안 됩니다. 헌금에 대가가 있다면 그것은 공공의 정의와 평화가 증진되고 공공의 행복이 확산되어 다 같이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내가 이만큼 바쳤으니 안 바친 사람에 비해서 더 많이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헌금도 아니고 봉헌도 아닙니다. 헌금은 대가를 바라고 주는 ‘뇌물’도 아니고, 주었으니 받을 것을 기대하는 ‘거래’도 아닙니다.

헌금을 지칭하는 용어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입니다. 가톨릭에서는 ‘교무금(敎務金)’이라고 부릅니다. 이 돈은 “교회를 운영하는 데 쓰기 위하여 신자들이 정기적으로 내는 헌금”을 가리킵니다. 옛 어른들은 ‘연보(捐補)’라는 말을 썼습니다. 연보는 “자기의 재물을 내어서 남을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헌금(獻金)은 문자 그대로 “어떠한 일에 자발적으로 ‘돈’을 바치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봉헌(奉獻)은 조금 다릅니다. 돈 뿐 아니라 시간, 재능, 열정, 성실 등을 “삼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바치는 것”이 봉헌입니다. 봉헌의 방법은 많습니다. 봉헌은 돈만 바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을 바치는 것도 봉헌이고, 재능을 바치는 것도 봉헌이고, 열심을 바치는 것도 봉헌이고, 희생을 바치는 것도 봉헌입니다. 헌금은 봉헌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헌금을 못해도 우리는 기도로 봉헌할 수도 있고, 봉사로 봉헌할 수도 있고, 헌신으로 봉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헌금 못했다고, 또는 적게 했다고 주눅 들지 마시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신이 가진 것으로 봉헌하며 사십시오.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시간과 땀과 눈물을 드리십시오.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이며 우리가 드려야 할 “합당한 예배”입니다.

∎꼼꼼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기 : 막 13: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