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9:50 “너희 가운데 소금을 쳐 두어서…”

마가복음 9장 50절을 보면 예수님은 “너희는 너희 가운데 소금을 쳐 두어서, 서로 화목하게 지내라”고 하십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소금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짠맛을 나게 하는 기능, 부패하지 않게 하는 기능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절이는 기능입니다. 김치를 담글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배추에 소금을 뿌려 숨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러면 뻣뻣했던 배추는 소금을 먹어 누글누글하게 변합니다. 이렇듯 소금을 치면 채소가 숨을 죽이게 됩니다. 뻣뻣한 채소가 소금으로 인해서 흐물흐물 잦아들고 부드러워집니다. 고루고루 절여집니다. 그렇습니다. 이렇듯 뻣뻣한 것에 소금을 치면 부드럽게 됩니다. 화가 누그러지고 수그러들게 됩니다. 온유하고 겸손하게 됩니다. 인격이 변화됩니다.

“너희 가운데 소금을 쳐 두어서, 서로 화목하게 지내라!”는 말씀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소금을 쳐서 자신을 좀 더 온유하고 겸손하게 만들라는 말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해진 다음에야 화목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어디 온유와 겸손이 내 의지대로 됩니까? 온유해지겠다고 해서 온유해집니까? 겸손하겠다고 맹세하면 겸손해집니까? 소금이 들어가야 온유해지는 것입니다. 십자가 앞에서만 온유해 질 수 있는 법입니다. 예수님 생각할 때 온유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소금 되신 그리스도, 소금 되신 복음에 접할 때에 우리 인격이 비로소 온유해질 수 있습니다.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란 말은 십자가의 은혜를 기억하란 말입니다. 그 은혜를 기억할 때 우리는 비로소 변화될 수 있고 화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막 10:13-16 “하나님 나라의 담지자”

어린이들이 예수님께로 다가갔다. 그런데 제자들이 어린이들을 막았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분노하셨고, 어린이들이 당신께 오는 것을 막은 제자들의 행위를 책망하셨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선언하셨다. “하나님 나라는 이런 어린이들의 것이다”, “누구든지 어린이처럼 하나님 나라를 맞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막 10:13-16 요약)

이 말씀은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크리스천들에게 매우 중대한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오직 하나님 나라 운동으로 생을 일관하셨던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크리스천에게는 하나님 나라는 절대의 가치이고, 궁극적 목표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 나라의 주인은 어린이들이고, 거기에 들어가려면 어린이처럼 되어야 한다니⋯.

물론 이 말은 지나간 세월을 거꾸로 돌려 다시 어린이가 되어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이 말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말씀의 참뜻은 본문을 앞뒤의 이야기들과 더불어 볼 때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마가복음 10장 1-12절에는 ‘이혼에 관한 말씀’이 기록되어 있고, 13-16절에는 위의 말씀이, 그리고 바로 이어 17-27절에는 ‘추종을 거부한 부자’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연이은 이 세 이야기에는 여자와 어린이 그리고 남자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13-16절 말씀의 참뜻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예수님은 이혼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면서 “천지창조 때부터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음”을 선언합니다. 그 당시 여자는 어린이와 더불어 사람 수에 들지 않을 만큼 사회적으로 대단히 낮은 신분에 속해 있었습니다. 마태복음 14장 21절의 “(빵을) 먹은 사람은 여자와 아이들 말고 남자들만도 대략 오천 명이었다”라는 기록이 좋은 증거입니다. 이것은 여자와 아이들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당시 유대 사회는 토라(율법)에 대한 지식과 그것에 대한 실천이 인간성을 측정하는 기준이었는데, 여자는 토라를 배울 권리도 없었고, 아이들은 그가 비록 남자아이더라도 토라를 배우기 이전 상태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남성위주의 가족제도, 즉 가부장제가 낳은 결과입니다.

여자는 결혼 전에는 아버지(家父)에게 예속되어 있다가,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예속됩니다. 즉, 결혼할 때는 타인(남자)에게 상품처럼 팔려 가는 셈입니다. 이렇게 팔려간 여인은 재산목록의 하나로 간주되었습니다. 그것은 노예의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노예가 주인에게 대하듯이 결혼한 여자는 남편을 ‘주인’이라 불렀으며, 노예처럼 노동력을 제공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일반 재산목록과 다른 점은 여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임무와 더불어 그 집안의 혈통을 이어주는 기능으로 취급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녀가 없이 남편이 죽으면 그 대를 잇기 위해 그 남편의 형제들과 관계해서라도 자손을 낳아 주어야 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또 당시의 사회관습에 의하면 남편이 아내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아내를 버릴 수 있었고, 이런 행위는 이혼장을 써줌으로써 합법화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가 자기 남편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헤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생존권이 박탈당함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고 선언함으로써 여자도 인간임을, 하나님 앞에서 여자도 남자와 동등한 인격적 존재임을 밝힌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입을 빌어 당시 모든 여성들의 바람을 선언한 여성의 인간선언, 인간의 인권선언에 다름 아니며, 인간은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으며 모든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해 줄 의무가 있음을 천명한 것입니다.

13-16절의 말씀도 이런 배경 하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당시 사회에서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어린이들도 인간 취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어린이들이 예수님께 다가오자 제자들은 당연히 그들을 막았습니다. 하찮은 아이들이 예수님께 성가시게 굴 것을 미리 막으려 한 것입니다. 제자들의 이러한 행위는 당시 사회에서는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러한 제자들의 행위를 책망하셨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 나라가 이런 어린이들의 것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이것은 단순히 어린이만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이 아니라, 기득권을 갖지 못한 것은 물론 가난한 자, 병든 자, 눌린 자, 묶인 자, 과부, 고아 등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 멸시받고 천대받은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 운동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비뚤어지고 일그러진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직접 통치 아래서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며, 예수님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 볼 때 그 운동의 주역으로 바로 이런 사람들이 선택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는 이런 어린이의 것이다”라는 선언은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선언과 마찬가지로 억눌리고, 빼앗기고, 소외되고 그래서 생존권마저 박탈당한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의 주인이며, 그들이 하나님 나라 운동의 주체임을 밝히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본문은 “어린이처럼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우리는 그 해답을 ‘추종을 거부한 부자’에 관한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부자가 예수님께 영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대화 끝에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나서 나를 따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부자는 이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 근심하며 떠나갔습니다. 결국 이 부자는 자신의 기득권과 하나님 나라를 맞바꾼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소유욕·독점욕은 더불어 나누며 사는 하나님 나라와는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어린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자처럼 자신의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것이 어린이의 특징입니다. 5천 명을 먹인 오병이어의 기적도 그 날 먹으려고 가져온 도시락 전부를 드린 어린이에게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요한복음은 전합니다. 자기 소유만을 챙기려는 어른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입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더 많은 소유에 혈안이 된 어른들과는 다릅니다. 작곡가 류형선은 그의 곡 ‘고등어 두 마리와 찹쌀 떡 다섯 개’라는 노래의 가사를 통해 이를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맛있는 밥을 서로 먹여주면서, 더러운 발을 서로 씻어주면서, 고등어 두 마리와 찹쌀 떡 다섯 개로 우린 오천 명도 무지무지 배부를 수 있단다. 이천 마리 고등어를 오천 개나 되는 떡을 이리저리 뺏어 모아 저 혼자서 다 먹고도 모자라는 사람들아⋯.”

그렇습니다!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민의야 어떻든 독재를 자행하는 위정자,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자연이 훼손되든 어떻든 폐수를 마구 흘려보내는 기업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승진하기 위해서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남을 모함하는 자 등 우리 주의를 둘러보면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삶은 고려치 않고 온갖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들은 더불어 나누며 사는 어린이들처럼 하나님 나라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만 편하고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독점욕으로 자신만의 왕국을 맞이하려는 자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이런 자들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고⋯.

∎막 10:17-31 “탐욕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

어떤 사람이 주님께 달려 와서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때 주님께서는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 증언하지 말라’, ‘부모를 공경하라’는 다섯 가지 계명을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이 다섯 가지 계명을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너에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하고 나서 나를 따라 오너라” 하십니다. 이것은 탐욕을 금하는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을 확대 적용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물론 겉으로 주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새 질서에 따르는 재산의 재분배를 요구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물질에 대한 탐욕, 재산에 대한 욕심, 이미 가진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을 요구하시는 겁니다. “너는 지금 네 마음을 네가 가지고 있는 재산에 완전히 빼앗겨 버렸구나. 그걸 버려라. 그래야만 너는 재물에 빼앗긴 마음을 비로소 하나님께 돌이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영생에 이를 수 없다.” 주님께서는 지금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신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근심하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만일에 그때 그 사람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예, 당장에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아마도 주님께서는 “그럴 것 없다. 그냥 나를 따르라”고 하셨을 것 같습니다. 왜? 그 사람의 마음이 이미 재물로부터 하나님에게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재산에 대한 미련, 이미 가진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주님의 본질적 요구가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랬다면 조만간 기회가 닿는 대로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아낌없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성경은 기득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을 부자라고 합니다. 즉, 재물의 위력에 굴복하여 재물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을 부자라고 합니다. 이렇듯 성경이 말하는 부자는 재물의 힘이 하나님의 힘보다 강하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부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물에 집착하는 이 부자의 이야기는 실상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에 다름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라는 말씀 앞에서 “나는 부자가 아니야, 저 사람이 나보다 더 가진 것이 많잖아?”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래서 스스로 작아지지 않는 사람은 결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비록 난 딴 사람보다 가진 것은 적지만, 아직도 하나님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며 내 목숨을 거는 것들이 많으니 난 결코 바늘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덩치 큰 낙타야!”라고 진심으로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라야 진정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난 아무 자격이 없는데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 구원의 은총을 거저 선물하셨구나!”라는 놀라운 은혜를 체험한 사람이라야 그 은혜에 응답하며 지금부터라도 구원받은 사람답게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꼼꼼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기 : 막 10:3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