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9:2-13 오직 예수만 보이더라! (2017.2.26. 질그릇 참조)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 예수님이 특히 아끼시던 세 제자들이 지금 예수님을 따라 산에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아직 모세도 있고, 엘리야도 있고, 그리고 예수님도 있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서너 가지 다른 목표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권력도 누리고, ‘그리고’ 예수님도 믿겠다는 태도입니다. 세 봉우리가 될지, 네 봉우리가 될지 모르지만, ‘그리고’ 예수님도 믿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세도, 엘리야도 다 중요한 인물들입니다. 또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들에게는 ‘그 중 예수님도 한 분이다’ 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그 세 분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분위기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너무 딴 판으로 얼마나 화기애애하고 좋은지, 베드로가 “선생님,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초막 셋을 지어서, 하나에는 선생님을, 하나에는 모세를, 하나에는 엘리야를 모시겠습니다”(5절)라고 제안을 합니다. 마가는 베드로가 왜 이 말을 했는지 그 이유를 이렇게 전합니다.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제자들이 겁에 질렸기 때문이다”(6절). 즉, 제자들은 당황해서, 자기 마음에 있는 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쏟아놓았다는 것입니다. 그 때 구름이 일어나서 모세, 엘리야, 예수님을 휩싸더니, 마침내는 모세와 엘리야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오직 예수만이 거기에 계셨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분명히 아까 그 예수님이기는 한데, 그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희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이 이것을 깨닫는 순간 이런 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너희는 (다른 사람의 소리는 듣지 말고 오직) 그의 말(만)을 들어라”(7절)

그들이 기대했던 것은 다른 것이었는데, 예수님을 통해서 다른 것을 받으려고 했는데, 결국은 완전히 변화된 예수님을 발견합니다. “아! 예수님 저분이 바로 이런 분이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제자들은 아마도 “이 분만을 따라가자”고 굳게 맹세했을 것입니다. “나를 따르라!” 이 말은 복음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말을 풀어서 얘기하면, “한 분만 꼭 잡고 가라. 그러면 너는 서산(西山)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지루하기만 하고 단조로움의 연속이었던 너의 삶이 전혀 새롭게 보일 것이다. 나를 따르라. 그러면 너 역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매주 교회에 나옵니다. 어쩌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와 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못해 최소한의 의무로 나오는 그런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교회생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서산에 오를 수가 없습니다. 기왕에 교회에 다니려면, 몇 가지 중에 하나로서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예수님만 붙잡고 그분을 따라보십시오. 물론 그 길은 가파르고 험하고 높을 것입니다. 그래도 오르고 또 올라보십시오. 그러면 언젠가는 반드시 여러분은 예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볼 것입니다. 그것은 피안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우리네 삶의 현장이 완전히 달리 보이는 그런 경험일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참 기쁨이 무엇인지, 그의 길을 따라 사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일인지 직접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막 9:14-29 기도하지 않고서는... (2018.9.30. 질그릇 참조)

지금 주님과 베드로, 야고보, 요한 세 제자는 ‘변화산’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홉 제자가 산 밑에 있습니다. 그 때 마침 귀신에 사로잡힌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아버지가 있었는데, 그는 아홉 제자들에게 아이를 고쳐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아이를 고치지 못했습니다. 이런 소란 속에 예수님이 산에서 내려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고쳐주십니다.

집에 들어가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조용히 묻습니다. “왜 저희는 귀신을 쫓아 내지 못했습니까?”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기도하지 않고서는 그런 것을 쫓아 낼 수 없다.” 기도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역사하실 수 없다는 말입니다. 기도의 줄이 하나님께 닿아 있지 않으면 내가 하나님의 능력의 도구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기도 없이는 능력도 없다’는 말입니다.

왜입니까? 하나님은 전기 콘센트 같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전기 콘센트에는 항상 전류가 흐르고 있어서 플러그를 연결시키기만 하면 방도 환하게 밝아지고, 음악도 듣게 되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전기가 흐른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행위, 이것이 바로 기도생활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해야 하나님과 연결되고, 기도를 해야 하나님으로부터 힘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가 없으면 능력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예수님은 바쁜 사역 일정 가운데서도 일부러 시간을 쪼개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서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즉 바빠서 기도하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바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하나님의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능력의 원천인 하나님과 연결되는 기도의 끈을 놓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이렇듯 주님도 기도하셨는데, 우리가 어찌 기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기도하지 않고서 어찌 하나님의 크신 권능이 내게 임하기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기도하지 않고서 어찌 나와 내 가족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기도 생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지 않으면 육적 생명을 유지할 수 없듯이, 기도를 하지 않으면 영적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막 9:30-37 기꺼이 꼴찌가 되자 (2018.9.23. 질그릇 참조)

예수를 따르는 길은 ‘십자가의 길’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남의 종이 되고, 섬기는 사람이 되고, 꼴찌가 되는 길이며, 끝내는 자기 목숨마저도 부정하는 길입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한마디로 말해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와 전혀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살자는 것 아닙니까? 다른 말로 하면 바보가 되라는 말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실제로 걸어가신 길은 ‘아주 많이’ 바보스러운 길이고, 그래서 누구나 걷기를 꺼려하는 길입니다. 그 이유는 내 것을 남에게 ‘조금’ 내어주는 길이 아니라, 내 것을 남에게 ‘모두’ 내어주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길이 그리스도인의 길이라면 누가 예수를 믿고 따르려고 하겠습니까?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기적과 표징을 좇아 예수를 따릅니다. 예수를 믿어 덕 좀 볼까 하고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러니까 내 이익을 위해서 예수를 따릅니다. 이런 이유로 공생애 전반부에 예수님이 기적과 표징을 행할 때 많은 무리들이 예수를 따라다녔던 것입니다. 그런데 후반부에 가면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왜? 그 이유는 당신의 길이 십자가의 길을 말씀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따르는 길은 이익을 보는 길이 아니라 손해를 보는 길이고, 이기적인 길이 아니라 이타적인 길임을 분명히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그는 모든 사람의 꼴찌가 되어서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한다”는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즉 첫째가 되려는 의도를 갖고 꼴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전제 없이 기꺼이 꼴찌가 되어야 한다는 말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실 예수님의 선포가 기쁜 소식이 되는 까닭은 꼴찌가 첫째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또 그 희망이 현실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기쁜 소식, 곧 복음(福音)이 되는 까닭은 단순한 자리 옮김에 있지 않습니다. 즉 꼴찌 자리가 첫째 자리로 바뀐다는데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이 복음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악순환의 고리를 영원히 그리고 과감하게 깨뜨린다는 소망과 믿음에 있습니다. 꼴찌가 첫째가 되어, 그 전의 첫째들이 했던 나쁜 지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의 첫째들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스스로 즐겁게 꼴찌가 되려는 결단을 내린다는 것, 그래서 악의 지배가 다시 계속되지 않게 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기쁜 소식입니다.

예수님이 너희가 첫째가 되기 원한다면 남을 섬기는 종, 곧 꼴찌가 되라고 하신 것은 바로 이 세상의 억압적 지배를 종식시키라는 명령에 다름 아닙니다. 마치 포악한 시어머니 밑에서 지독하게 시집살이 했던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자기 시어머니의 잘못을 반복하듯, 인류역사는 혁명-반혁명을 거쳐 첫째들은 끊임없이 교체되었으나, 첫째들의 권력횡포는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같은 악의 권력의 종식, 즉 권력 악순환의 종식을 위해서, 적어도 그리스도인들은 첫째가 되면 즐거이 꼴찌가 될 줄 알아야 한다고 권면하신 것입니다. 권면하셨을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이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 주셨고 수모, 비난, 채찍, 배반, 죽음을 의연하게 몸소 받아들였습니다. 부당한 죽음의 권력에 즐거이 죽어주신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리는 가장 비참한 꼴찌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십자가의 죽음으로 악의 권력, 사망의 지배를 종식시키려 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으로 악을 이겨내는 기쁜 소식입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시기 위해, 죽음의 권세 앞에서 스스로 죽어주신 것입니다. 이것이 악순환을 끊고 세상을 뒤바꾼 것입니다.

∎막 9:38-41 모두가 예언자가 되었으면

역사적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예수님 시대가 아니라 사도들의 시대에 쟁점으로 떠오른 문제였습니다. 본문에서도 귀신 쫓는 이가 예수가 아닌, “우리(사도들)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38절)에 문제가 생깁니다. 사도단이나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는 교회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이가 예수의 이름으로 일할 때, 특히 성령의 은사를 받아 일하고 있다고 주장할 때 그를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는 실로 미묘한 문제였습니다. 초대교회에서 이러한 사건은 흔히 벌어졌으며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었습니다. 마태 공동체(7:16)와 1세기 말의 문헌인 디다케(11:8-12)는 그의 행실로 판단하자고 했고, 요한 공동체는 “예수께서 육화하여 오셨다”는 고백(요일 4:2)을 기준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2세기 초 문헌인 ‘헤르마스의 목자’는 전체 공동체와 온전한 관계를 맺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했고, 2세기 말 문헌인 ‘위서 클레멘스서’(강론 2:10)는 그가 발설한 예언이 성취되는지의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또 3세기 초 문헌인 ‘위서 바울로서’(3고린 3장)는 사도들의 권위를 수용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에 대해 마가가 전하는 예수의 답변은 분명합니다. “교회는 독점되어서도 안 되고, 배타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 요한처럼 “저희를 따르지 않는다”고 내치는 제자들은 예수를 따라야 하는 제자의 본분을 잃은 자입니다. 즉 넓은 마음으로 좀 더 대범하게 교회 울타리 밖의 사람들을 받아들이라는 관용의 가르침입니다. 그 가르침의 근거는 세 가지입니다. 즉 예수의 이름으로 일하는 이는 그분을 욕하지 않는다(39절)것이 하나이고, 좀 더 크게 보면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사실상 우리를 지지하는 것(40절)이라는 것이 둘째 이유입니다. 이 표현의 배후에는 그분의 이름으로 일하면서 정작 그분을 배반했던 제자들의 뼈아픈 역사가 배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모두 총괄하여 지칭한 것입니다(38절 참조).

“진실히(Amen) 여러분에게 말하거니와” 하며 단호하게 이르시는 세 번째 말씀에 거의 언급되지 않던 메시아(그리스도)란 단어가 소개됩니다. 예수께서는 그리스도의 사람에게 물 한 잔이라도 마시게 하는 사람, 곧 아무리 작은 물질적 도움이나 위로를 베푸는 이(‘익명의 그리스도인’이랄 수 있는 이)에겐 제 보수를 잃지 않게 하시겠다고 축복을 약속하십니다(41절). 요한 등 제자들은 가르침의 왜곡이나 경쟁세력(?)을 우려하여 공동체의 범위를 좁히고 울타리를 치려했다면, 예수께서는 한없이 너그러우신 하나님 아버지처럼 자비를 베푸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어 놓으십니다.

그렇기에 예수 제자들의 나눔과 섬김과 베풂은 그 공동체 내부에 그쳐서는 안 되고 예수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이에게 미쳐야 한다는 요지입니다. 바울의 주장도 이와 비슷합니다: “성령에 힘입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예수는 주님이시다’라고 할 수 없습니다”(고전 12:3). 성령에 힘입어 하나님의 자비를 실천하거나 예수의 이름으로 일하는 이들은 사실상 모두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마가는 이 대목을 바로 위에 있는 ‘그리스도인의 위대함’에 관한 가르침과 연결하여 교회가 지닐 수 있는 오만에 대해 경고합니다(행 19:15참조). 예수의 제자가 되는 데는 교회의 공식적인 구성원으로 자격을 얻는 것도 필요하지만 성령의 권능에 따라 사는 것도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민수기 11:26-29은 칠십 장로가 주의 영을 받는 기사가 나옵니다. 모세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진중에 남아 있던 두 장로에게도 하나님의 영이 내리자, 여호수아는 그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펄펄 뜁니다. 그러나 모세는 타이릅니다. “너는 지금 나를 생각하여 질투하고 있느냐? 차라리 야훼께서 당신의 영을 이 백성에게 주시어 모두 예언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세와 예수님의 대답은 하나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듯 한 편협한 태도, 하나님의 자유로움을 부정하는 오만함, 다른 식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이들에 대한 적대감 등을 버리고 넘어서라고 촉구하십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 백성에게 열려 있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시대의 교회 일치 운동이나 교회 내의 서로 다른 견해들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요구합니다.

∎꼼꼼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기 : 막 9:4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