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6:1-6a “이 사람은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닌가?”

2018년 7월 8일 증언, “이 사람은 마리아의 아들 아닌가?” 참조.

∎막 6:6b-13 “그들을 둘씩 둘씩 보내시며…”

막 3:14-15은 “예수께서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또한 사도라고 이름하셨다.] 이것은, 예수께서 그들을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그들을 내보내어서 말씀을 전파하게 하시며, 귀신을 쫓아내는 권능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라고 증언합니다. 즉 예수님이 열두 사도를 뽑은 궁극적 이유는 ‘파송’에 있었습니다. 막 6:6b-13은 바로 그 ‘파송’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관복음서는 모두 네 번 ‘파송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그 출처는 막 6:6b-13와 눅 10:1-12입니다. 후자의 것은 Q복음서에서 왔으며, 성서학자들은 이것이 더 오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파송 이야기 가운데 먼저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8-9절의 여행채비에 관한 훈시입니다. 예수님이 사도들에게 허락한 것은 단지 지팡이와 신발(샌들)뿐입니다. 그런데 Q복음서가 출처인 눅 10:1-12에는 이것마저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길을 떠나는 데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아라. 지팡이도 자루도 빵도 은화도 가지고 가지 말고, 속옷도 두 벌씩은 가지고 가지 말아라”(눅 9:3).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몇 가지 실마리를 얻기 위해 1세기의 지중해 연안 주변으로 가서 견유학파(Cynicism)라 불리던 다른 선교사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은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말과 삶, 그리고 옷차림으로 일반인들에게 설교했습니다. 오늘날 Cynicism은 “냉소주의”라 번역되며, 아무 것도 믿지 않거나 혹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1세기에 이것이 의미했던 것은 단순히 철학적인 불신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문화적 가치에 대한 실천적인 저항도 포함했습니다. 견유철학자들은 욕망, 감정, 통제, 권위, 여론, 재물, 가정생활 등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려 했습니다. 그들의 상징적 옷차림은 배낭을 짊어지고, 지팡이를 짚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채 더럽고 남루한 옷을 입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통상 신발을 신지 않았으며, 머리카락과 수염은 다듬지 않고 길게 늘어뜨렸습니다. 이는 옷차림으로써 당시 사회의 물질적 가치관에 대한 거부를 극적으로 표현한 1세기의 ‘히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견유학파는 인습적인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저항운동이었으며, 특별히 권력과 통치와 지배와 왕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함축했습니다.

우리는 알렉산더 대왕으로부터 초대받아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견유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가 그 정복자에게 단순히 가리고 있는 햇빛을 비켜달라고 요청한 유명한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이 유명한 이야기가 제기하는 물음은 이것입니다. “누가 참된 지배자인가? 모든 것을 원하는 자인가, 아니면 아무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자인가? 누가 참으로 부유한 자인가?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을 원하는 자인가, 아니면 단지 약간의 햇빛만으로 만족하는 자인가?” 이렇듯 삶과 옷차림을 통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가두연극을 벌이듯 살았던 견유철학자들은 그들 문화와 문명의 전제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지중해 연안의 견유철학자들이 예수 운동과 비슷하게 보인다 할지라도, 이들 사이에는 분명한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특별히 전대(돈지갑)와 지팡이에 관해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전대”(wallet)라는 용어는 사실상 부적절한 번역입니다. 그 이유는 이것이 돈을 함축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그리스어는 “배낭”(knapsack)이라고 번역되는 것이 보다 적절합니다. 견유철학자들에게서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은 ‘완전한 자급자족’입니다. 즉 그들은 집과 소유물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그들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어깨에 멜빵을 한 간단한 배낭 속에 넣고 다녔습니다. 또한 지팡이도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항상 어딘가를 향해 영적으로 유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재연했습니다. 즉 배낭과 지팡이는 그들의 유랑자적 자족을 상징했던 것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마가보다 앞선 Q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의 사도들은 배낭도 짊어지지 않았고 손에 지팡이도 짚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것은 두드러진 차이점으로, 우리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로산(Crossan)은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책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견유철학자들은 자급자족(self-sufficiency)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에, 예수의 선교사들은 공동체적 의존성(communal dependency)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견유철학자들은 어느 누구도 그리고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선교사들은 이제 개방된 밥상과 무상의 치유를 함께 나눌 다른 사람들로부터 음식과 숙소를 필요로 합니다. 이 두 공동체는 모두 유랑생활을 하고 있지만, 견유철학자들은 자족하는 고독한 사람들인 반면, 예수가 보낸 선교사들은 새로운 공동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견유철학자들은 자급자족의 개인주의 철학을 따랐던 반면, 예수님은 공동체 운동을 조직했습니다.

아무튼 열두 사도의 파송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예수를 믿고, 닮고, 따르려는 우리 역시 참된 크리스천이 되기 위해서 예수님과 사도들의 삶의 방식을 수용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 때문입니다. 마가복음을 공부하고 있는 우리는 예수님과 우리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 커서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존 도미닉 크로산은 앞의 책 󰡔예수는 누구인가󰡕에서 우리의 고민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답을 제시합니다.

유랑하는 선교사들이 마을에 들어가 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던 집 있는 사람들로부터 호의를 받게 될 때, 이들은 집 있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길로 나가기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유랑자들의 메시지는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왔다”는 것입니다. 집 있는 사람들 역시도 자기들이 선 바로 그 곳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밥상과 치유의 나눔으로 경험했던 것입니다.

아주 일찍부터 유랑자들과 집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긴장이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디다케(Didache, 이 말의 의미는 “가르침”입니다)로 불리는 1세기의 문서는 집 있는 사람들의 관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들은 다음과 같은 주의를 받습니다: “예언자들을 (즉 유랑자들을) 판단하지도 말고, 그들을 모방하려고 하지도. 말라.”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삶으로써 실천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이어서 이들은 또한 다음과 같이 주의를 받습니다. “만약 주님의 모든 멍에를 질 수 있다면, 당신은 완전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하라.”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하라”(Do what you can). 제 생각에 이것은 당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기독교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예수의 철저한 메시지/삶의 양식과 우리 대부분의 일상생활의 요구들 사이에서 긴장을 갖고 사는 것입니다. 예수를 만난다는 것은 마이클 조던의 농구경기를 보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당신은 아마도 조던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은 그 사람 안에서 인간 육체와 관련한 놀라운 가능성을 보게 되지요, 그리고 아마도 당신 자신을 이전보다 더욱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예수 안에서 인간의 삶과 관련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지요. 우리가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안정적인 집 있는 사람들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의 요구와 (길을 떠도는 유랑자들처럼) 반문화적 삶의 철저한 도전 사이에서 창조적 긴장을 갖고 살게 됩니다.

저는 워싱턴에서 세계의 굶주림이라는 커다란 문제를 놓고 씨름하는 행동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당신은 어떻게 타월을 던지고 항복하지 않고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가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두 가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는 비전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승리들을 축하할 줄 아는 태도입니다.” 이것은 이상적인 실재와 현실적인 실재 사이의 긴장을 표현하는 괜찮은 방식이지요. 디다케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처럼, 우리는 다음과 같을 메시지를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행하라.”

∎막 6:14-16 예수님은 사회적 예언자

막 6:14b-15에는 예수님의 정체에 관해 당시 사람들이 가졌던 세 가지 견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① 세례자 요한, ② 엘리야, ③ 옛 예언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이와 같은 견해는 뒤에 베드로의 메시아 고백 장면 중에도 다시 한 번 나옵니다(8:28). 이 셋의 공통점은 ‘예언자’입니다. 이는 당시의 사람들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겼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고향 나사렛에서 배척당할 때 스스로를 예언자로 언급하십니다. “예언자는 자기 고향과 자기 친척과 자기 집 밖에서는, 존경을 받지 않는 법이 없다”(6:4). 그렇습니다! 역사적 예수는 분명 사회적 예언자(Social Prophet)였습니다.

이 사회적 예언자의 유형은 고대 이스라엘의 사회적 예언자들 속에서 분명하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언자를 가리키는 prophet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 한자로 ‘미리’ 예(豫)자를 써서 예언자(‘豫’言者)라고 하지 않고, ‘맡길’ 예(預)자를 써서 예언자(‘預’言者)라고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미리’ 예(豫)자를 쓰는 예언자(豫言者)는 영어로 ‘predictor’입니다. 하지만 ‘맡길’ 예(預)자를 쓰는 예언자(預言者)는 영어로 ‘prophet’입니다. 즉, 예언자(預言者)란 “하나님이 말씀을 맡긴 사람”, 즉 “하나님의 이름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나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말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전하는 대언자(代言者)를 뜻합니다. 즉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입장에 서서 당시의 사회 체제와 사회 부정을 비판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즉, 저들은 하나님의 음성에 사로잡혀 사회정의를 주장한 ‘실천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언자 앞에 ‘사회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입니다.

∎막 6:17-29 세례자 요한의 죽음

마가는 16절 “그런데 헤롯이 이런 소문을 듣고서 말하기를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살아났구나’ 하였다”라는 말로써 ‘예수님의 정체에 관한 당시 백성들의 세 가지 견해’를 ‘세례자 요한의 죽음 이야기’와 연결시킵니다. 아래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두 편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요세푸스의 「유대고사」

이스라엘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1세기 말엽에 로마에서 그리스어로 󰡔유대고사󰡕를 썼는데, 그 책 18권 116-119항에서 세례자 요한의 최후를 비교적 충실히 서술했습니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유대인들에게 서로 정의를 행하고 하나님을 섬기라고 가르쳤습니다. 또한 이처럼 살 작정을 하고서 세례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그의 설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숱한 군중이 모여들었습니다. 갈릴리와 베레아의 군주 헤롯 안티파스는 혹시 요한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폭동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염려해서, 그를 결박하여 마케루스 요새로 압송하고 가두었다가 죽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헤롯 안티파스는 순전히 정치적 동기로 요한을 죽였다는 것입니다. 혹시 요한이 정치적 흑심을 품고 세례운동을 갑자기 정치운동으로 바꿀까봐, 죽여 없애는 것이 상책이라고 헤롯이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요한이 갑자기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라도 의치면 어쩌나, 헤롯이 염려했다는 식입니다. 요세푸스의 󰡔유다고사󰡕 18권 116-119항에는 왕비도 공주도 나오지 않습니다.

(2) 전설 : 󰡔마가복음서󰡕

이스라엘 남부 이방인 이두메 민족 출신으로 로마인들의 신임을 얻어 기원전 37년부터 서기 4년까지 무려 33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린 헤롯 대왕은 무지막지한 독재에다 왕비를 열 명이나 거느렸습니다. 그 후손들 역시 패륜아여서 이스라엘 백성이 혐오한 근친결혼을 예사로 했습니다. 헤롯 대왕과 마리암 1세 사이에서 아리스토불이 태어나고 이자에게서 헤로디아가 태어났습니다. 헤롯 대왕과 마리암 2세 사이에서 별명이 전해오지 않는 헤롯이 태어났는데, 이 자가 조카딸 헤로디아와 결혼하여 살로메를 낳았습니다(󰡔유대고사󰡕, 18권 136항). 헤롯 대왕과 말타케 사이에서 헤롯 안티파스가 태어났는데, 이 자는 나바테아 왕국 아레타 4세의 딸과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조카딸 헤로디아와 재혼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헤로디아의 불륜을 공개적으로 꾸짖었습니다. 그러니 헤로디아가 이를 갈며 복수의 기회를 노릴 수밖에! 헤롯 안티파스 왕이 자기 생일에 큰 잔치를 베풀자 왕비 헤로디아는 살로메로 하여금 간드러지게 춤을 추어 의붓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게 했습니다. 왕비의 간계는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무슨 청이든 다 들어주마, 왕은 가벼이 맹세까지 곁들여 약속했습니다. 어미의 사주를 받은 공주의 청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요한 세례자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주소서! 예언자요 세례자요 고행자인 요한은 헤로디아 왕비의 사무친 원한 때문에, 그리고 살로메 공주의 춤바람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입니다(막 6,17-29). 살로메는 성장해서, 헤롯 대왕과 클레오파트라 사이에서 태어난 헤롯 빌립보와 결혼했습니다.

∎꼼꼼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기 : 막 6:3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