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논쟁

2장 1절에서 한동안 ‘밖에’ 있던 예수님이 다시 호반의 도시 가버나움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유대 지도자들과 다섯 번씩이나 신학적인 논쟁을 합니다. 즉, 마가는 2장 1절부터 3장 6절까지에 논쟁 에피소드 다섯 개를 모아서 연속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2:1-12 중풍병자의 치유와 사죄권 논쟁

∙2:13-17 레위의 부름과 부정한 자들과의 식사에 대한 논쟁

∙2:18-22 금식하지 않음과 관련된 논쟁

∙2:23-28 안식일에 밀 이삭을 잘라 먹은 일에 관한 논쟁

∙3:1-6 안식일에 한 편 손 마른 사람을 고친 일에 관한 논쟁

이를 ‘갈릴리 논쟁’이라고 하는데, 이는 마가복음 11장 27절부터 12장 44절까지에 있는 다섯 개의 논쟁 에피소드를 ‘예루살렘 논쟁’이라고 하는 것과 비교됩니다.

∎2:1-12 “네 죄가 용서받았다”

이 이야기는 예수님이 한 ‘중풍병자’를 치유한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한 ‘죄인’이 회복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마가복음 1장의 몇몇 치유 이야기들을 통해서 예수님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했을 뿐만이 아니라 고통을 치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질병에 걸린 사람은 그 질병으로 인해서 몸에 심한 통증(pain)을 느낍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질병 때문에 마음에 고통(suffering)도 받습니다. 질병으로 인해 마음에 고통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예수님 당시에는 모든 질병을 죄의 결과로 보았기 때문에 현대인이 받는 고통과는 그 차원이 달랐습니다. 당시에 ‘병’은 곧 ‘죄’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죄를 범하면 그것은 질병을 가져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병을 얻었으면 그것은 죄 때문이요, 따라서 ‘병자’는 곧 ‘죄인’입니다. 질병과 죄 사이의 이런 동일시야말로 예수님 당시 사람들의 통상적인 관념이었습니다.

따라서 질병은 사람의 몸만 아프게 한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아프게 했습니다. 이유는 병자는 죄인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공동체로부터 관계가 단절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병자의 아픔은 1차적으로는 질병 자체로부터 오지만, 2차적으로는 사회적·종교적 관계의 단절로부터 오며, 어쩌면 후자의 고통이 전자에 비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예수님이 질병을 치유한 사건은 동시에 죄인을 회복시킨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질병의 치유와 죄의 회복은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分離)될 수 없는 동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예수님은 질병을 치유할 때 ‘죄의 용서’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악한 귀신에게) “이 사람에게서 나가라”(1:25)고 하고, (나병 환자에게) “깨끗하게 되어라”(1:41)고 하는 등 질병의 치유에 대해서만 말씀하셨을 뿐입니다. 그런데 2장 1-12절에 소개된 일화에서 예수님은 중풍 병자에게 처음에는 “일어나서 네 자리를 걷어서 걸어가거라”(2:11)고 말씀하지 않고, “네 죄가 용서받았다”고 말씀합니다. 즉 ‘치유의 선언’이 아니라 ‘사죄의 선언’을 먼저 말씀합니다. 이 명시적인 사죄의 선언이 문제가 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율법학자들 생각에는 죄의 용서는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죄의 용서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하지만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대리인도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공식적인 하나님의 대리인은 사제(司祭)였습니다. 사제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 의식을 통해 죄를 용서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질병과 죄를 동일시하며 정결법을 토대로 질병의 치유와 제사를 통한 속죄 제도를 발전시켰습니다. 죄 사함은 오경의 율법을 기초로 하여 성전에서 드리는 속죄의 제사를 근거로만 가능했습니다. 이렇듯 성전 제사를 통한 속죄 제도야 말로 유대 사회를 통제하던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따라서 ‘오직 하나님만’이라는 말은 ‘오직 성전만’ 또는 ‘오직 사제만’이라는 말과 같았습니다. 다시 말해 “오직 하나님만이 죄 사함의 권한을 갖는다는 말은 하나님의 전권을 수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제(와 그의 하수인들인 율법학자들)의 권력을 지키려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사죄선언은 성전과 사제가 독점하고 있던 사죄권에 반대한 적극적인 저항이었습니다.

이것을 전제하면서도, 우리는 예수님의 사죄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정말 죄의 용서는 신의 영역에 속한 일일까요?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신적 존재이기에 사죄선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2장 10절의 “인자(人子=사람의 아들)가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세를 가지고 있음을 너희에게 알려주겠다”는 말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또 ‘주님이 가르쳐준 기도’ 중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마 6:12)라는 구절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예수님은 자신의 사죄선언에 대해서 신성모독을 떠올린 율법학자들에게 “어찌하여 너희는 마음속에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느냐? 중풍병 환자에게 ‘네 죄가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서 네 자리를 걷어서 걸어가거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서, 어느 쪽이 더 말하기가 쉬우냐?”(2:8b-9)고 말씀하십니다. 치유의 선언보다 사죄의 선언이 더 쉽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죄를 선언함이 치유를 장담하는 것보다 용이합니다. 사죄선언은 돈이 안 들고 말로써 인심을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치유선언은 행함과 기적이 따라야만 하는, 그래서 보통사람은 결코 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은 치유의 선언(11절) 앞에 사죄의 선언(5절)을 공표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예수님은 “인자가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세를 가지고 있음을 너희에게 알려주겠다”(10절)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인자(人子), 즉 사람의 아들이라고 칭합니다. 이 구절에서 ‘사람의 아들’은 그냥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칭호입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사람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세를 가지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무엇이든지 땅에서 진실한 ‘용서’가 있으면, 그것은 하나님께 속한 거룩한 행사며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죄를 사하는 것은 하나님의 전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모든 용서는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친구의 죄를 용서하는 마음이야 말로 하나님의 성품이고, 원수를 용납하는 행위야말로 그분의 말할 수 없는 은총 때문입니다. 그것이 누구에 의한 것이든 누구를 위한 것이든, 세상의 모든 용서는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죄를 사하고 죄인을 용납하는 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복음적 행위이듯이, 오늘 우리가 원수를 용서하고 포용하는 일이야말로 하나님께 속한 일이며, 예수님과 복음을 따르는 복음주의적 실천(프락시스)입니다.

용서의 마음이 진실하고 그 노력 또한 진지하다면, 하나님은 거기 임하시며 용서하는 은총으로 임재하십니다! 그래서 온 세상을 무한한 용서와 무조건적인 용납, 그리고 다함이 없는 화해와 화합의 세상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이런 세상이 예수님이 꿈꾸던 하나님 나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나라가 임하시오며...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는 기도를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2:13-22 “나는 죄인을 부르러 왔다”

이어지는 마가복음 2장 13-22절에는 세리 레위를 제자로 삼으신 이야기와 죄인들과 어울려서 음식을 먹는 이야기, 그리고 이에서 파생된 논쟁이 실려 있습니다.

예수님이 살던 1세기 유대 사회는 “너희의 하나님인 나 주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레 19:2)는 말씀에 따라 거룩하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사회였습니다. 당시 사회의 최대 규범이었던 거룩함은 불결하고 부정하고 죄 된 것으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거룩하게 되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과 구별되는 순결(純潔)이나 정결(淨潔), 그리고 성결(聖潔)을 지켜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정결제도”(purity system)인데, 당시 유대 사회는 이런 정결제도에 의해 지배받던 사회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순결하냐 부정하냐, 의인이냐 죄인이냐를 구별하는 일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처음 만나면 그의 나이가 몇인지, 본관이 어디인지, 양놈인지 상놈인지 등을 제일 먼저 알아보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면 제일 먼저 그 사람이 거룩한지 부정한지, 정결한지 불결한지에 가장 큰 관심을 두었던 것입니다.

그럼 누가 정결한 사람이었을까요? 정결법을 포함한 여러 율법들을 잘 지키면 깨끗하고 의롭지만, 율법을 잘 지키지 않으면 (또는 잘 지키지 못하면) 부정한 죄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또한 육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장애인도 정결하지 못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로운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번영하는 게 당연하므로 가난은 의롭지 못하다는 반증이었습니다. 기타 성별이나 인종에 의해서도 정결한 사람과 불결한 사람이 갈리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정결제도는 이렇게 모든 사람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제도여서, 정결하지 못한 사람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렇듯 당시 유대 사회는 명확한 경계(boundary)를 가진 사회로서 의인과 죄인, 건강함과 병듦, 온전한 자들과 불구자들, 남성과 여성, 부자와 가난한 자, 유대인과 이방인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정결한 편에 선 사람들이 부정한 편에 선 사람들을 배타적으로 배척하고 정죄하는 그런 사회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 운동을 전개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은 여러 면에서 정결과 반대되는데, 가장 주목할 것은 포용성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결에 대한 관심은 본질적으로 경계선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는 본질적으로 경계선을 넘어섭니다. 아니 기존의 모든 경계선들을 부숴버립니다. 예수님의 공동체는 바로 이런 자비로운 공동체였습니다. 예수님은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마 11:28)고 말씀하시며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불러 모았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모든 이들을 위한 복음이었기에 예수님은 소위 잘난 사람들이 그들의 공동체에서 제쳐놓은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상대함으로써 모든 이가 하나님 백성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그리하여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 죄인, 창녀, 세리, 과부, 병자, 가난하고 힘없는 자 등 전부 당시 유대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잘것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이 불러 모은 집단은 온통 죄인들의 집합 그 자체였습니다. 예수님이 이들을 불러 모은 까닭은 이들에게만 특별한 사랑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의 정결제도의 서로 갈라놓고 구분한 차별적인 사랑에 대한 경계를 없애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렇듯 예수님은 “배척”이 아닌 “포용”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이렇듯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매우 포용적이면서 평등주의적인(inclusive & egalitarian) 운동으로서 당시의 뚜렷한 사회적 경계선들을 허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핵심 가운데 하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던 “열린 식탁교제”(open table fellowship)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이 열린 식탁교제는 그의 대안적인 사회적 비전을 구체화한 것이었습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식사는 배고픔이란 고통을 덜기 위한 생리적인 행위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와 행위에 관한 사회적 규칙의 축소된 모형”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식탁 교제가 경제적인 차별, 사회적인 계급체계, 그리고 정치적인 불평등을 가늠케 해주는 지도가 된다는 말입니다. 즉,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것을 보면 그 공동체의 사회·정치·경제적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에 따른 신분 차별이 뚜렷했던 조선 사회에서 양반과 상놈이 겸상(兼床)을 하고 마주앉아 식사할 수 있었습니까? 남존여비(男尊女卑)와 남녀유별(男女有別)이 관습이었던 시절에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한 밥상에 앉아 식사할 수 있었습니까? 이렇듯 누가 누구와 함께 식사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것은 먼 옛날의 일이 아닙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활동하던 1950-60년대 미국에서는 흑인과 백인이 한 식당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한 식당을 이용하더라도, 흑인용 좌석과 백인용 좌석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계산대도 따로 있었습니다.

이렇듯 분리된 밥상, 격리된 식탁은 인간의 분리와 차별을 상징화하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개방된 밥상은 인간 공동체, 하나됨, 평등을 상징화하는 것입니다. 즉, 기존의 밥상이 사회의 수직적인 차별과 수평적인 분열의 축소판 지도였다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었던 개방된 밥상은 급진적 평등주의, 즉 구성원들 사이에 어떤 차별도 용인하지 않으며 그들 중에는 어떤 계급조직도 필요 없다고 보는 절대적 인간 평등사상의 구현이요 상징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홀로 광야로 나아가 금욕적인 삶을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그를 ‘귀신들렸다’, 즉 ‘미쳤다’고 했습니다. 이에 비해, 예수님은 금욕생활을 하지 않고 사람들과 더불어 먹고 마셨습니다. 신약성서학자 크로산(Crossan)은 이를 ‘금식하는 요한’(fasting John)과 ‘잔치하는 예수’(feasting Jesus)라는 말로 대조시킨 바 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먹고 마신 사람들은 “세리와 죄인”이었습니다. 즉, 예수님은 분리하고 배척하고 차별하던 자리였던 당시의 닫힌 밥상을 전복하는 열린 밥상을 실제 삶으로 살아냈던 것입니다. 이 “밥상공동체 운동”(이 용어는 박재순 목사에게서 빌려온 것입니다)은 지극히 의도적이었고 계획적이었으며, 예수님의 평등주의적이며 포용적인 사회적 비전을 구체화한 것이었습니다.

∎꼼꼼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기 : 막 2:23-3:30

막 2:23-3:6에서는 안식일 논쟁에 관한 두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2:27에서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고 말씀합니다. 또 3:4에서는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고 물으십니다. 법과 사람, 형식과 내용, 이 둘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