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장 요약(2) : 바울과 평등의 정의 (下)

∎바울과 성

∙기독교 안에서 남녀평등에 대한 바울의 시각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는 로마서 16:1-16에 나오는 명단이다. (만일 여자와 남자가 크리스천 사도 직분에서까지 평등하다면, 크리스천 가정과 신자들의 모임에서 남녀가 평등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⑴ 바울의 편지를 고린도의 동쪽 항구로부터 로마의 크리스천 공동체에게 가져간 사람, 그래서 그 편지를 읽고 설명한 사람은 바로 ‘뵈뵈’라는 여자였다.

⑵ 바울은 (결혼한) 두 선교사 커플, 즉 브리스가와 아굴라 및 안드로니고와 유니아를 아주 많이 칭찬한다.

⑶ 명단에 있는 27명의 크리스천들 가운데, 10명이 여성이며, 17명은 남자이다. 그런데 그 중 여자 5명과 남자 6명이 특별한 칭찬을 받고 있다.

⑷ 바울은 헌신적인 사도 활동을 가리킬 때 “열심히 일하다”라는 뜻의 단어 ‘코피아오’(kopiao)를 사용했다. 그는 로마서에서 이 단어를 네 번 모두 여성들에게만 쓰고 있다.

⑸ 기독교 역사의 처음 1,200년 동안, 주석가들은 유니아라는 이름을 여성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후에는 유니아를 남성으로 둔갑시켰다. 이처럼 억지 주장을 했던 이유는 유니아가 여성으로 남게 되면, 그녀가 “사도들 중에 탁월하다”라는 말 때문에, 여자도 사도가 되는 것이 명백하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바울은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도 그리스도의 사도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평등은 크리스천 공동체뿐 아니라 사도직에도 존재했다.

∙골로새서 3:18-19과 에베소서 5:22-33은 결혼한 커플에게 가정생활의 지침 혹은 가족의 가치를 제시하는데, 이는 로마의 가부장적 위계질서에 대한 기독교적 타협 내지는 개선을 드러낸다. 이 지침들은 바울식 평등 보다 덜 진보적이지만, 그래도 는 서로간의 호혜적 의무를 요구한다.

∙디모데전서 2:8-15에서 여성의 지도력은 절대 금지된다. 이 본문을 “반동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본문이 당시 일어나고 있었던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가짜 바울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을 금지시킨 것이 아니다.

∙에베소 동굴의 테클라, 바울, 테오클리아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와 그 훼손은 처음에는 바울과 같은 권위 있는 사도요 설교자였던 테오클리아가 후에는 침묵하는 여성으로 변한 실상을 보여준다.

∙바울의 급진성은 기독교 안에서, 로마제국 사회의 정상적인 위계질서를 철저하게 부정했던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후에 그 급진성이 무디어졌고 더 후에는 로마제국의 질서에 길들여지기에 이르렀다.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고린도의 여성들

∙로마 사회에서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처녀가 머리에 베일을 쓰지 않는 것은 결혼할 수 있다는 상징이었다. 반대로 결혼한 여자들이 머리에 베일을 쓰는 것은 이미 결혼했다는 상징이었다.

 ∙헌데 고린도 공동체의 몇몇 여자들이 (금욕생활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이제는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순결하다”는 선언으로 “처녀들”처럼 머리에 베일을 쓰지 않은 채 공동체 예배를 인도했을 것이다. 이것은 물론 그 여자들에 대한 심각한 오해(결혼할 수 있는 여자들로)나 심각한 결과(이혼)를 초래할 수 있었다.

∎바울과 부활

∙고대 유대인들에게는 내세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나, 후대에 와서 바뀌었다.

∙기원전 160년대에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의 침략 때 마카베오 일족이 군사 저항을 했고, 그 결과 하스몬이라는 유대 왕조를 세웠다. 그런데 이 와중에 사망한 순교자들이 문제였다.

∙“순교자들이 잔인한 일을 당하고, 고문을 당하고, 살해될 때 하나님의 정의는 어디에 있었나”라고 묻는 유대인 저자들이 생겨났는데, 그들이 찾은 대답은 “정의로운 하나님이 이 세상의 심판 날에 포괄적 정의의 법정에서 보편적인 몸의 부활을 통해 공개적·공식적으로, 살아서 박해를 받고 하나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이다”였다. 달리 말하면, 보편적인 몸의 부활은 개인의 생존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에 관한 문제였다.

∙즉, 부활은 “하나님이 미래 세계의 정의를 확립하면서 과거에 일어난 불의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저들의 답이며, 순교는 영혼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몸에도 일어났기에 몸의 부활이 요구되고 주장되었다.

∙초기 크리스천들은 보편적인 몸의 부활이 예수의 부활과 함께 이미 시작되었다고 선포했다. 이것은 예수의 부활이 개인적 특권이 아니라 공동체적 과정임을 의미한다.

∙보편적인 몸의 부활은 인간의 시간에서 과거의 시작, 현재의 지속, 미래의 완성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사건이다. 따라서 현재는 기독교 신자들이 부활한 예수와 함께 그 안에서, 그를 통해 부활한 삶으로 부름을 받는 중간기이다. 기독교 신자들에게 주어진 도전은 그 중간기에 몸의 부활의 삶을 사는 것이다. 바울에게 그러한 삶은 오직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또는 그리스도의 성령 안에서 사는 삶이었다.

∙정의와 사랑이 구별은 되지만 분리할 수는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의는 사랑의 몸이고, 사랑은 정의의 영혼이다. 정의는 사랑의 살이고, 사랑은 정의의 영이다. 그것들이 분리될 때, 우리는 정신적 시체를 갖는다. 사랑이 없는 정의는 잔인하고, 정의가 없는 사랑은 진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