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장 요약(1) : 바울과 평등의 정의 (上)

∙바울은 반유대주의자에 여성 차별주의자이면서 노예 제도를 지지하고 동성애를 싫어하는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나?

∙신약성경은 27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가운데 13권이 바울의 저작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누가가 쓴 사도행전도 내용 절반이 바울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바울은 정확히 신약성경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학자들은 바울이 쓴 것으로 되어 있는 13개의 서신서 가운데 7권만 바울이 쓴 게 확실하고, 나머지 6권 중 3권은 바울의 저작이 아닐 가능성이 크고, 나머지 3권은 바울의 저작이 확실히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이 순서에 따라 처음에는 진보적이었던 바울이 자유주의적으로 변했다가, 나중에는 보수적·반동적으로 변했다고 본다.

∎바울과 로마

∙바울의 편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특징은 늘 일관된 서두와 살짝 변화를 준 끝 인사 부분이다. 즉 첫 인사말로 ‘은혜와 평강’이, 마무리 인사말로 ‘평강’이 일관되게 나온다. 그런데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평강은 로마와 아우구스투스의 평화와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

∙평화의 복음은 아우구스투스와 바울 두 사람에게서 왔다. 그러나 아우구스투스의 평화는 전형적인 제국의 시각인 ‘승리를 통한 평화’이고, 바울이 전한 평화는 ‘정의를 통한 평화’였다.

∎바울과 누가

∙우리는 신약성경의 차례에 따라 누가의 사도행전을 읽고 나서야 바울이 직접 쓴 서신들을 접하게 된다. 이에 따라 누가의 시선을 통해 바울을 보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크로산은 ‘바울에 대한 누가의 이야기’와 ‘바울에 대한 바울의 이야기’를 통합시키기 위해 다음의 원칙을 따른다. ① 바울과 누가의 공동 자료를 모두 받아들이되, ② 차이가 있을 경우 누가보다는 바울을 따른다. ③ 바울의 자료에는 없는데 바울의 자료와 모순되지 않는 누가의 자료는 받아들인다.

∙바울이 항상 동족인 유대인들에게 먼저 예수를 전했다는 누가의 주장은 ① 이방인들의 사도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는 바울 자신의 주장과 ② 예루살렘 회의에서의 합의 내용에 대한 바울의 진술과 모순되며, 이에 따라 다루기 힘든 문제들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왜 바울은 유대인 회당에 갔을까?

∙하나님 공경자들은 유대인으로 태어난 사람들도 아니고, 이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으로 남아 있으면서 유대교의 유일신 신앙, 유대인의 도덕성을 받아들이고, 유대교 회당에 출석했던 이교도들이다.

∙사도행전에서 누가는 유대교도와 이교도뿐 아니라 제3집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들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로 번역된 ‘포베오’와 하나님을 공경하는 사람들로 번역된 ‘세보마이’이다. 이들은 유대교에 공감하는 이방인들을 가리키는데, ‘아프로디시아스’ 유대교 회당의 후원자 명단의 사례를 보면 로마제국의 여러 도시들에서 하나님 경외자가 꽤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교도 또는 이방인에게 전도할 때 바울은 완전한 유대인이나 순수한 이교도가 아니라 ‘하나님 경외자’ 또는 ‘하나님 공경자’로 알려진 중간지대를 핵심 전도 대상으로 삼았다. 사도행전에서 서술하는 것처럼 바울이 유대교 회당에 간 것은 신실한 유대인에게 예수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공경하는 이교도들을 개종시키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하나님 공경자는 이교도보다 나은 사람이 아니라 이교도보다 못한 사람이었다.(믿음 없는 행함에 대한 공격의 배경)

∎바울과 평등

∙바울의 평등 개념은 (민주적 가치가 아니라) 가족의 가치에서 유래했다. 즉 거룩한 아버지인 하나님 밑에서 누리는 평등은 모든 사람이 정확히 똑같은 양을 나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히 얻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 세계의 가족 안에서는 낙오자가 되는 자녀가 하나도 없다는 의미이다.

∙만약 이 땅에서 이뤄지는 하나님 나라가 평등의 나라라면, 또한 그 하나님 나라가 이미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면, ‘지금 평등하게 하라’라는 예수와 바울의 입장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바울은 갈 3:27-29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평등한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인종이나 사회적 지위, 성별을 이유로 남들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빌레몬서가 보여주는 첫 번째 바울 신학은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의 평등의 문제이다. 두 번째 바울 신학은 행함이 없는 믿음도 존재할 수 없지만, 믿음이 없는 행함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네시모의 해방은 바울의 요구에 따른 행함이 아니라, 빌레몬의 신앙에 따른 행함이 되어야 했다. 즉, 외적 의무로가 아니라 내적 사랑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두려워하고 떨어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실패했을 때 하나님의 급진성이 우리를 벌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성공했을 때 문명의 정상성이 우리를 벌하기 때문이다.

∙누가-사도행전은 성령의 본부가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이동했다고 한다. 즉 기독교의 미래는 로마의 기독교라는 것이다.

∙당시 유대교가 하나님 공경자 또는 하나님 경외자를 선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선교의 목적이 개종(conversion)이 아니라 관심(attraction)에 두었음을 알려준다. 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