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장 요약(2) : 예수와 하나님 나라(下)

∎막간: 하나님 나라와 사람의 아들

∙예수가 직접 말한 것이든, 복음서 저자들이 붙여준 것이든, ‘인자’(人子) 즉 ‘사람의 아들’이라는 호칭은 하나님 나라가 이미 이 땅에서 협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강화한다.

∙마가는 예수와 인자를 동일시하는데, 이를 통한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은 그 나라를 예수에게 주었으며, 모든 사람들이 그 나라에 들어오라고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초대는 또한 죽음을 통해 부활에 이르기까지 예수를 따르고, 폭력으로 얼룩진 이 세상의 제국주의 방식과는 정반대되는 삶을 살라는 부르심이다,

∎군중과 예수의 죽음

∙예수의 죽음을 극화하는 데에는 매우 특별한 수준의 윤리적 책임이 뒤따른다. 과거에 신학적인 반유대교주의와 인종적인 반유대주의가 생겨난 것은 이런 윤리적 책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복음서 이야기를 아는 것, 그 이야기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왜 군중은 종려주일에는 예수에게 열광하고 성금요일에는 예수를 배척하는가? 군중의 문제는 복음서가 말하는 대로 예수의 죽음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예수는 대중으로부터 두 가지 시위를 이끌어내기 위해 ‘바로 그 때’ 예루살렘으로 갔다.

∙예수는 종교와 폭력(보수적 종교와 제국의 압제)의 공모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수도가 예루살렘이었기 때문에 ‘바로 그때 그곳 예루살렘’으로 갔다. 예수는 그곳에서 로마제국의 불의와 거기에 협력하는 종교에 대항할 두 가지 시위를 대중으로부터 이끌어낼 계획을 했다. 예수가 계획한 시위는 로마의 제국주의적 통치에 유대인이 종교적으로 협력하는 것에 반대하는 유대교의 율법과 선지자적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첫 번째 시위는 ‘예루살렘 입성’이었다. 이것은 승리를 배척하는 입성이었고, 기원전 4세기에 스가랴서에 나온 예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제국주의의 정상성에 대처하는 치밀한 방법이었다. 두 번째 시위는 상징적으로 성전을 파괴한 사건이었다. 이 역시 기원전 6세기 말 예레미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의 예언적 계보를 지니고 있는 사건이었다. 이 두 번의 시위는 제국의 폭력과 종교 권력의 결탁에 대항하여 공동으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저항이다.

∙이 두 시위가 이루어진 일요일과 월요일은 물론이고 성 금요일 전까지 궁중들은 지속적으로 예수를 지지하고 보호한다. 예수를 지지하던 군중의 규모는 권력 집단이 폭동을 우려하여 자기들의 계획을 철회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래서 저들은 유다를 통해 군중과 떨어져 있는 밤에 예수를 체포한 것이다.

∙마가복음에서 성금요일 오후에 군중은 바라바를 요구하고 예수를 거절하는데, 이들의 관심은 (예수 반대가 아니라) 바라바 지지였고, 그 숫자는 10명 정도의 소규모 대표단이었다. 그런데 마가복음에서 마태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을 거치면서 군중의 수효(무리→무리들→유대인들)와 목적(바라바 지지→예수 반대)이 급격히 변한다. 이 모든 것은 1세기 유대 땅에서 기독교도 유대인이 로마 당국보다 유대인들을 더 두려워했다는 사실과 훨씬 더 많은 유대인 무리가 기독교도 유대인(예수)의 석방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희생제사의 의미

∙인간은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회복하는 두 가지 기본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선물과 음식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신의 좋은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회복되는가? 선물과 음식이라는 두 가지 요소는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의식에서 동시에 생겨났다.

∙희생 제사sacrifice라는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의미는 ‘거룩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희생 제사에서 동물은 거룩해져서 하나님에게 거룩한 선물로 바쳐지거나, 거룩한 음식이 되어 제물을 바친 사람에게 돌아온다.

∙제물을 바쳐 제사를 드리는 사람들은 결코 동물이 그들을 대신해서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들이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형벌로 죽어야 마땅하나 하나님이 도살된 동물을 대리적 보상이나 대리적 속죄로 받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피의 희생 제사를 고난 또는 대속과 혼동해도 안 되고 대속적 고난으로 축약해서도 안 된다.

∙예수의 죽음, 또는 어떤 순교자의 죽음을 희생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만, 대속과 고난은 희생의 핵심이 아니다. 자살 테러가 실천적 이슬람 신학으로서 나쁜 것과 마찬가지로, 대리적 속죄는 이론적 기독교 신학으로서 나쁘다. 예수는 우리의 죄 때문에, 또는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죽었지만, 우리의 죄를 위해 죽은 것으로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급진성은 예수에게서 실현되었으며, 잔인한 폭력(우리의 죄)으로 나타나는 문명의 정상성이 그를 처형했다. 예수 처형 사건은 인간의 진보 과정에서 폭력에 의해 불의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반면에, 정의는 폭력에 의해 방해를 받고 회피되었다는 진실을 직시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한다. 잘 생각해보면 이 경고는 우리에게 구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