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rie Eleison

1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이시며, 우리의 힘이시며, 어려운 고비마다 우리 곁에 계시는 구원자이시니, 2땅이 흔들리고 산이 무너져 바다 속으로 빠져 들어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3물이 소리를 내면서 거품을 내뿜고 산들이 노하여서 뒤흔들려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셀라) 4오, 강이여! 그대의 줄기들이 하나님의 성을 즐겁게 하며, 가장 높으신 분의 거룩한 처소를 즐겁게 하는구나. 5하나님이 그 성 안에 계시니, 그 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동틀녘에 하나님이 도와주신다. 6민족들이 으르렁거리고 왕국들이 흔들리는데, 주님이 한 번 호령하시면 땅이 녹는다. 7만군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 야곱의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시다. (셀라) 8땅을 황무지로 만드신 주님의 놀라운 능력을 와서 보아라. 9땅 끝까지 전쟁을 그치게 하시고, 활을 부러뜨리고 창을 꺾고 방패를 불사르신다. 10너희는 잠깐 손을 멈추고, 내가 하나님인 줄 알아라. 내가 뭇 나라로부터 높임을 받는다. 내가 이 땅에서 높임을 받는다. 11만군의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 야곱의 하나님이 우리의 피난처시다. (셀라) (시편46:1-11)

이 시간,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우리 서울제일교회 교우 여러분들에게 우리 주 하나님의 크신 은총과 평강이 늘 충만하시길 소망합니다.

오늘은 11월 셋째 주일이자 창조절 열둘째 주일입니다. 우리는 이제 다음 주일부터 4주간을 대림절로 지킵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엊그제 2022년 올해를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 12월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의 초입을 지나고 있습니다. 인생의 속도는 20살 때는 시속 20km/h로, 40세 때는 40km/h로, 60세 때는 60km/h로 지나간다고 하죠?

빨라지는 인생의 시간만큼이나 나이가 들수록 삶의 순간, 삶에서 경험되고 스쳐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고 허투루 지나 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이 곧 연륜이 쌓인다는 것이겠죠. 연륜이 쌓인 분들을 보면 특히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신뢰’일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신뢰’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줄 압니다. ‘신뢰’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굳게 믿고 의지함’입니다. 그리고 ‘신뢰’에 대한 여러 고언이나 속담들이 있는데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들어본 고언은 ‘신뢰는 쌓기가 매우 어려우나 무너뜨리기는 정말 쉽다.’일 것입니다. 그만큼 나 자신이,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가 신뢰받는 신뢰의 사람이자 공동체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교우 여러분들께서는 누군가에게 신뢰받는 신뢰의 사람이십니까? 그리고 우리 서울제일교회는 이웃들과 우리 사회 속에서 신뢰받는 교회입니까?

‘신뢰’를 뜻하는 영어 단어 ‘trust’의 어원은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 ‘trost’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믿고 신뢰할 때 걱정이 앞서기보다는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혹시 그 사람이 배신을 저지르진 않을까 하고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질 뿐만 아니라 배신을 위한 예방에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게 해 주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방금 전 질문과 반대되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교우 여러분은 신뢰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누구를 신뢰하시나요? 우리 서울제일교회는 누구와 무엇을 신뢰하며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시편 46편은 여러 시의 갈래 중 ‘신뢰의 시’ 또는 ‘확신의 시’로 분류됩니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에 대한 정말 큰 신뢰와 확신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본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편의 저자는 어떻게 이러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일까요? 본문 1절 말씀에서 시편 기자는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이시며, 우리의 힘이시며, 어려운 고비마다 우리 곁에 계시는 구원자이시니,”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고비마다”라는 말을 통해 시편 기자와 그가 속한 공동체에게 크고 작은 고난과 어려움들이 끊임없이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 곁에 계시는 구원자이시니”라는 고백을 통해 어려운 고비 때마다 하나님께서 시편 기자와 그가 속한 공동체에게 때마다 적절한 구원의 은총을 베푸셨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편 기자와 그 공동체가 당한 고난과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2절과 3절 말씀의 “땅이 흔들리고 산이 무너져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이 소리를 내면서 거품을 내뿜고 산들이 노하여서 뒤흔들려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6절 말씀의 “민족들이 으르렁거리고 왕국들이 흔들리는데, 주님이 한 번 호령하시면 땅이 녹는다.”, 9절 말씀의 “땅끝까지 전쟁을 그치게 하시고, 활을 부러뜨리고 창을 꺾고 방패를 불사르신다.”

위 2, 3, 6, 9절 총 4절의 말씀을 미루어 볼 때, 사람이 어찌 감당할 수 없고 예상도 못 할 천재지변과 공동체 내외적인 다툼과 분열, 그리고 주변 열방들과의 전쟁 등으로 그 공동체가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사람과 사람들이 속한 사회가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고난들은 다 겪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시편 46편 본문의 시는 공동체가 제의, 즉 예배 때 인도자를 따라 함께 고백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공동체적인 고백만 있고, 개인적인 고백은 생략되었을 것입니다. 그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겪었을 신체적 고통이나 상황적인 어려움의 고백은 배제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편 기자와 공동체 및 구성원들의 희로애락 가운데 하나님께서 때마다 적절한 구원의 역사를 펼치셨음을 우리는 오늘의 본문을 통해 알 수 있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 시편 기자와 그가 속한 공동체는 그럼 어떤 이유 때문에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요? 또한, 하나님을 자신들의 구원자로 확신해 고백하며 그분을 그렇게 신뢰할 수 있었을까요? 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그렇게 구원의 은총을 베푸셨을까요? 그 답은 오늘 본문 5절에 나와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 성안에 계시니, 그 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동틀 녘에 하나님이 도와주신다.”

하나님께서 그 성안에 계신다고 합니다. 시편 기자와 그 공동체 안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고 계시다는 말입니다. 그들과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하나님 당신께서 베푸시는 구원의 은총을 받기에 합당한 모습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건 어떤 모습일까요? 5절 하반 절에 “동틀 녘에 하나님이 도와주신다.”라는 고백이 이어집니다. 동틀 녘이 가장 어둡고 추운 때입니다.

즉 고난과 어려움이 극에 치닫고 있을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힘든 상황, 극한의 상황 가운데서도 자신들에게 구원의 은총을 베푸실 것이라는 확신과 신뢰가 그들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삶의 그 어려운 모진 순간에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오직 신뢰함으로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은총을 기대하고 사모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나와 우리 안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것이고, 우리의 중심에 하나님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고난과 역경 가운데 우리들과 함께 하시고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오늘 우리들의 성서일과에 함께 제시된 누가복음 23장 본문에 보면 예수님과 양 옆에 함께 십자가 처형을 당한 죄수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중 하나는 삶의 끝자락에서 모든 희망에 대한 포기와 함께 온갖 조롱을 예수님께 퍼 붓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희망이 없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확히 보고 또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진심어린 고백을 통해 구원의 은총을 받습니다.

또한 서신서 본문으로 제시된 골로새서 1장의 말씀에서 골로새서 기자는 골로새 교회의 성도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힘든 고난의 순간들을 기쁨으로 참고 견디라고 권면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암흑의 권세에서 건지시어 사랑하는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로 옮기신다고 격려하며 권면합니다.

위의 두 말씀들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각자의 삶의 자리, 신앙인으로서의 자리에서 살아가다 보면 우리에게는 크고 작은 고난과 어려움이 밀려옵니다. 물론 좋은 때도 있고 즐겁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럴 수만은 없습니다. 고난과 역경이 내가 감당할만한 크기로 다가올 때도 있고,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로 닥쳐올 때도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인 것 마냥 모든 희망이 꺾여버린 것 같은 때도 있습니다. 그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오늘 우리들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고 계십니까?

우리의 창조주이신 위대하신 하나님을 바라고 그분께 기대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와 함께 동행하시고 역사하시며 은총 베푸신 하나님을 굳게 신뢰하며 기쁨으로 힘든 어둠의 터널을 주시는 능력으로 뚫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고난의 고통이 극에 치닫더라도 결국에 구원의 은총을 베푸실 하나님을 기대하고 소망하며 기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두움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새벽의 동이 트는 소망이 우리에게 비추기 전이 가장 어둡고 싸늘한 때임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합니다. 어둡고 긴 터널은 결국 끝이 있고 그 끝에는 위로부터 내리쬐는 빛이 있다는 것입니다.

나와 우리, 가정과 우리가 속한 곳들의 상황, 그리고 국가적으로 정치, 사회, 경제, 남북문제, 국제 정세 등 언제고 쉬운 때가 있었습니까? 그리고 현 정권의 작태와 교회를 욕 먹이는 자들의 행태, 4.16, 10.29 참사와 무분별한 개발로 발생하는 자연재해 등 우리들의 삶은 끊이지 않는 고통스런 순간과 기억들의 연속입니다. 더 나아질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모든 상황들은 점점 극으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한 곳, 한 부분에도 희망은 사그라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들을,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해 견디고 이겨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들 속에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에게 힘주시어 빛 가운데 기쁨의 단을 거두게 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껏 그렇게 순간순간 우리와 동행하시며 구원의 은총을 주신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신뢰하는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우리의 중심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성서일과 예레미야 23장의 말씀은 유다 민족에게 하나님께서 하시는 심판의 말씀입니다. 또한 예언의 말씀이자 구원에 대한 약속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목자의 소명을 잘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맡겨진 양 떼들을 다 흩어버리면 심판하시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그 말씀은 심판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보내실 메시아를 통한 구원에 대한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계속해서 성서일과로 제시되는 누가복음 1장 68절부터 나오는 사가랴의 찬가에서는 우리를 위하여 다윗의 집에서 구원자를 일으키셨다고 고백하며 찬양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자비로운 심정에서 오는 것이라고 찬양합니다.

이 모든 일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입니까? 바로 그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피조물인 우리를 향한 사랑 때문입니다. 그 사랑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마음, 자비 베푸시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기인합니다. 오늘 성서일과의 모든 말씀들은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 긍휼히 여기시는 마음과 하나님의 빛 되심을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어두움과 고통 가운데 빠진 우리들을 이끌어내고 건져내실 빛이신 그 분을 신뢰함을 고백합니다. 죄 가운데 있는 우리들에 대해 심판을 말씀하시지만 구원의 은총인 메시아인 예수 그리스도를 우매한 우리를 위해 보내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리고 그 약속의 성취를 또 각인시키십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빛이신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을 우리가 따라 살아가야 함을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고 사랑하셔서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들에게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고 베푸시길 원하십니다. 우리는 그런 하나님의 사랑을 몸소 깨닫고 느끼며 빛 가운데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메시아이며 본보기로 보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그 길은 고난의 길이고 고통 가운데 기뻐할 수 없고 형용할 수 없는 아픔에 놓일 때도 있는 길입니다. 이전에도, 몇 년 전에도, 그리고 불과 몇 주 전에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우리에게 직·간접적인 고난이 우리에게 닥칠 것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서울제일교회 교우 여러분,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히 여기시는 마음이 우리와 늘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한순간도 우리를 놓지 않으셨고 우리를 모른 체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그런 하나님의 사랑을 매 순간 경험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우리를 통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우리와 함께 일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고 그 사랑을 확신하며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구원의 은총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뚜벅뚜벅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그 길이 험난하고 어두워 가기 힘든 모진 길이라도 저 넘어 보이는 작은 빛, 희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좇아 나아갑시다.

인간적인 생각에 하나님에 대한 신뢰함이 무너질 수 있고 옆의 길로 빠지고 싶고 썩은 가지라도 부여잡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하 나님을 신뢰함으로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Kyrie Eleison, 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주여 우리에게 자비 베풀어 주옵소서.” 부르짖으며 하나님만 바라고 나아갑시다. 그 길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이신 삶이고, 그것이 구원의 은총을 우리가 다시 성취할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언제나 성령으로 동행하시기 때문입니다.

메시아 구주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절을 앞둔 창조절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의 자리가 어려움과 힘듦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언제나 우리와 성령으로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우리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을 풍성히 경험하는 우리 서울제일교회 모든 교우들의 한 주간 삶이 되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