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을 일구는 하나님의 자녀들

6나는 심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셨습니다. 7그러므로 심는 사람이나 물 주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요,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8심는 사람과 물 주는 사람은 하나이며, 그들은 각각 수고한 만큼 자기의 삯을 받을 것입니다. 9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요, 여러분은 하나님의 밭이며, 하나님의 건물입니다. (고전 3:6-9)

18현재 우리가 겪는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19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롬 8:18-19)

피조세계에 드리워진 어두움의 실체

오늘은 총회가 제정한 여신도회주일입니다. 올해 여신도회 주제는 교단총회 주제와 같은 ‘어두움 후에 빛이 오며--생명, 치유, 회복’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인류에 드리워진 어둠으로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빛 되시는 주님의 영의 능력 안에서 회복되기를 간절히 빕니다.

2019년 연말에 시작된 코로나19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전 세계가 이 전염병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혼돈의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생소한 말이 우리 삶 가운데 깊숙이 자리했고, 어디를 가든지 마스크를 쓰는 것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감염병이 발생한 후로 지금 우리는 함께 사는 방법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사이에 두고 선 긋기를 하는 것입니다. ‘거리두기’와 ‘함께 살아가기’ 이 두 말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말처럼 들립니다. 반대의 견해에 서 있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이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켜야만 ‘함께 살아가기’가 가능해집니다. 함께 공생하기 위해서 서로를 경계하며 거리를 유지하고 서로의 선을 지켜 상대의 영역 안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선 긋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있는 이 시점에서 인간과 생태계 관계에서는 올바른 거리두기 혹은 선지키기를 제대로 해 왔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날 인류는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로 존망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생태계 파괴의 연장선상에서 코로나19의 위험은 핵전쟁이나 기후변화와 동일 수준의 위험으로 간주하고 있고, 앞으로 생태계 파괴로 인해 더 위험한 수준의 바이러스가 출몰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코로나19 감염병이 발생한 후 인류는 성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사태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는 누구랄 것도 없이, 크게는 사회가 작게는 개개인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것을 다른 말로 ‘회개’라고 고백합니다.

로마서 8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온 피조세계가 자연 파괴의 악순환에 갇혀 탄식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생태계영역을 침범해 바이러스의 인수 경계가 허물어진 결과라고들 합니다. 생태계 파괴가 부른 인간 문명의 위기이며 코로나19가 환경파괴로부터 기인한 전염병이라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생태계 위기에 이 땅은 이미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인류를 무한 욕망으로 치닫게 한 과학 만능 인본주의 중심 사회가 창조 질서를 무시하고 인간중심으로 살아온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음을 온 세계가 실감하는 중입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 세계의 질서를 역행해 지켜야 할 선을 흐트러뜨린 죄악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그대로 되돌려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사태는 인간을 포함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생태계의 탄식과 고통의 외침입니다. 그 마지막 외침을 의미 있게 들어야 할 때입니다. 마지막 조율과 창조 질서를 회복해 우리가 사는 지구의 자정 능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진지하게 들어야 합니다.

저는 인디언 문화를 접할 기회가 서너 번 있었는데, 한번은 미국 정부가 인디언들을 강제로 이주시킨 인디언 보호구역인 미국 남부 사우스다코다 지역에 2주 동안 현장 실습을 하러 갔었습니다. 남아메리카에 선교사로 갔다가 납치되어서 고문까지 당하고 장애를 입은 가톨릭 미국 수녀님이 교수셨는데, 이분 수업은 피해자들을 주제로 한 수업으로 인디언 보호구역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서구 세력들에 의해 땅도 다 빼앗기고 인종이 거의 몰살당한 잔혹한 역사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소수만이 척박한 땅으로 내몰려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정신까지 말살하는 정책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입니다. 미국 정부가 체로키족 인디언들을 불모지나 다름없는 땅으로 강제 이주시킬 때 1/3 정도가 행진 중에 숨졌다고 합니다. 3일에 한 번씩만 매장할 시간이 주어져 그들은 행진 중에 부모나 자식의 시신을 낮에는 둘러업고 걷고 밤에는 옆에 두고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척박한 땅에서도 자연 일부로 살아가는 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지혜는 놀랍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필요한 것만큼만 쓰고 누리며 남겨두고, 살려두는 넉넉함이 있고, 약한 사람을 위해 힘든 일을 떠맡으려는 배려가 있고, 서로서로 소중히 여기는 존중이 있습니다. 예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척박한 삶 가운데에서도 그들은 긍정적이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디언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가치들을 다음 세대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삶으로 직접 살아냅니다. 그런 가치 있는 유산들을 삶으로 이어갑니다. 한 예로 인디언들은 자녀들에게 <두 늑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누구나 자기 안에서 두 늑대가 늘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 놈은 악인데, 그것은 화, 질투, 욕심, 오만, 열등감, 거짓말, 헛된 자존심과 우월감 같은 자아고, 또 다른 놈은 선인데, 평화, 사랑, 희망, 평온함, 겸손, 친절, 자비, 공감, 너그러움 같은 자아로, 그런 싸움이 늘 안에서 일어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 모두 마찬가지로 이런 싸움을 한다고 말합니다. 그때 손자가 묻습니다. “그럼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할아버지 대답은 이렇습니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

이 두 늑대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늑대가 어느 쪽인지에 따라 그 사람이 살아온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비단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닙니다. 교회도, 그리고 우리 사회도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우리 교회나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가에 따라 그 공동체가 살아온 역사가 그대로 담겨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어느 늑대에게 먹이를 주었는지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어둠의 세계가 그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간들의 욕심과 욕망의 먹이를 먹고 자란 늑대가 지금 우리 앞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실체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어두움의 세계를 보면서 온 인류가 어느 늑대에게 먹이를 주었는가 돌아볼 때입니다. 우리는 이 두 늑대 이야기에서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코로나19로 고통 속에 있는 어두움과 망가진 생태계를 보면서 인간들이 욕심과 욕망의 먹이를 준 결과의 산물이고 그런 형태의 늑대를 우리가 키워 온 것입니다.

다시 회복을 위해 희망을 일구는 하나님의 공동체

오늘 성서 말씀 고린도전서 3장은 교회에 대한 은유가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님 밭으로서의 교회(5~9절), 하나님 건물로서의 교회(10~15절), 그리고 하나님 성전으로서의 교회(16~17)입니다. 그중 오늘 본문은 교회를 하나님 밭으로 나타내고 있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자신과 아볼로를 예로 들면서 하나님 밭으로서의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둘의 역할이 다르지만 각기 하나님께서 맡기신 과업을 수행하는 동역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에는 경중이 없다고 합니다. 단지 고린도 지역에 먼저 온 바울은 고린도교회를 심었습니다. 나중에 온 아볼로는 곡물(그리스도인 신앙공동체)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줍니다. 이 두 사람의 역할은 서로 보완된 공동의 목적을 가진 합작입니다. 하지만 둘의 역할은 필수적입니다. 물 없이는 곡식이 말라죽습니다. 반면에 심는 사람이 없이는 물을 줄 곡식도 없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바울과 아볼로가 역할을 다하고 난 뒤에 자라게 하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밭을 일구는 현장 일꾼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일을 할 뿐이고 씨가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신비한 능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살아 있는 신앙의 공동체 속에 복음의 말씀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내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일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오늘 로마서 본문(8:18~19)은 회복에 관련한 말씀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는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며, 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자녀와 창조 세계가 함께 하는 구원의 소망입니다.

모든 인류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공동체인 지금의 교회들은 어두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둠의 세력이 된 늑대를 키워온 인류가 지금의 세태를 돌아보면서 무겁게 드리워진 이 어둠에서 벗어나고자 간절히 빛을 바라며 길을 찾고 있습니다. 성서는 지금의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어두움의 실체를 직면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신 화해와 회복의 사역에 비추는 길만이 우리는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빛으로 이 땅에 오신 주님으로부터 그 빛을 찾아 예수 그리스도의 화해 사절로서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어두움 후에 빛이 오리라’는 미가 선지자의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합니다. 어두움 속에서도 주님의 빛을 보고 다시 희망을 일구는 하나님 자녀의 본분을 행할 때입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으로도 어렵고 그 와중에 일부 교회들의 이기적인 행태가 드러나 교회 신뢰도가 실추된 이때 올바른 교회 공동체를 세우고자 노력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인 우리는 현재 당하는 고난을 회피하지 않고 바울과 아볼라처럼 동역자로서 우리 사회를 끌어안고 희망을 주는 교회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의 많은 교회가 자신들끼리만 함께하는 교회공동체에서 변화해야 합니다.

여신도회의 활동

기장여신도회는 우리 교단 안에 있는 교회 공동체들과 서울제일교회와 함께 동역자로서 다시 희망을 일구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다시 우리 사회에 희망을 일구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기 위해 기장 여신도회가 오랜 기간 펼치고 있는 사업과 운동을 요약해 소개하려 합니다.

근현대사에서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과 더불어 희생된 사람들을 돕는 일을 꾸준히 해왔고, 무엇보다 분단된 한반도 상황에서 ‘평화통일기도잇기운동’을 1984년부터 시작해 하루도 쉬지 않고 지회별로 돌아가며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구체적인 지역들을 정해놓고 각 지회가 릴레이 기도를 드리고 헌금을 하고 평화통일 통장을 준비해 통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NCCK를 통해 북한의 여성들과 어린이 돕기, 의약품과 생필품 지원, 사랑의 목도리 짜기 운동과 봉수빵공장 지원과 농기구와 결핵 엑스레이 검진차 등을 지원하였습니다.

70년대부터 해온 ‘생명문화창조운동’을 지속해 오고 있으며 현재 전국연합회는 사회문제 환경문제 등 캠페인 글을 작성해 여신도회 회보와 총회 회보에 게재해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독교어버이운동’, ‘양성평등운동’, ‘폭력극복 평화운동’과 한국교회여성연합회와 새가정과 정의기억연대 등과 연대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신도회는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일을 선교로 인식하고, 선교를 생활화하려는 여신도들은 “선교 365일 옥합운동”을 제창해 직접 선교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 금식하며 헌금해 자신의 정성과 물질로 선교에 동참하게 하는 연대 운동으로 간접선교입니다. 또한, 여신도회는 1994년부터 매년 연초에 금식선교대회를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모여서 하는 금식선교운동은 잠시 중단되었지만, 지난해부터 새해맞이 예배로부터 시작해 50일 동안 특별기도 운동을 매일 모바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서구로부터 받은 은혜를 되돌리고자 80주년 때 필리핀에 두레방을 인도네시아는 여성센터를 세워 제3국 여성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90주년 기념으로는 평택에 ‘아세안 두레방 선교센터’를 세워 두레방 사역을 아시아로 확대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평택아세안 두레방 센터’ 1층에는 평택시와 협업으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가며

코로나19 감염병의 종식을 위해 세계가 대응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어둠의 긴 터널을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터널 끝 어딘가에 있을 빛을 바라보며 함께 격려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코로나로 지치고 힘겨워하는 우리 사회와 우리 모두를 위해 인디언들이 가졌던 지혜와 가치들, 그리고 바울과 아볼로가 함께 이룬 역할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예수님의 화해의 사역을 위해 부름을 받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공동체는 피조세계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의존하고 얽혀 있다는 지성과 감성으로 생명의 연대성을 이루어 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개개인도 그리고 교회나 우리 사회도 무엇을 심고 어떤 먹이를 주고 어떤 늑대를 키웠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를 세운 것처럼 한국 교회사의 토대를 마련한 신앙 선배들의 역사 위에 아볼로처럼 끊임없이 물을 주어 신앙의 공동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별히 기장에 속해있는 교회 신도인 여러분들이 감당하는 헌신이 지금의 어려운 우리 사회와 점점 빛을 잃어가는 교회, 희망이 없는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과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터전을 세울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주시길 기대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스스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주체들이 있어야 합니다. 바울과 아볼로가 심고 물을 주었던 것처럼 우리가 쉼 없이 심는 희망의 씨는 하나님께서 특별한 열매로 함께 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 어려운 시기에 모두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장 교단이 추구해온 선교 위에 예수 정신을 담은 희망의 씨를 뿌리고 쉼 없이 물주는 믿음의 역사를 함께 써가는 동역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다시 뿌리는 희망의 씨는 우리 사회와 이웃들을 따뜻하게 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일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