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마지막 무기 - 웃음

1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를 돌보셨고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라에게 행하셨으므로 2사라가 임신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시기가 되어 노년의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낳으니 3아브라함이 그에게 태어난 아들 곧 사라가 자기에게 낳은 아들을 이름하여 이삭이라 하였고 4그 아들 이삭이 난 지 팔 일 만에 그가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할례를 행하였더라 5아브라함이 그의 아들 이삭이 그에게 태어날 때에 백 세라 6사라가 이르되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 7또 이르되 사라가 자식들을 젖먹이겠다고 누가 아브라함에게 말하였으리요마는 아브라함의 노경에 내가 아들을 낳았도다 하니라 (창21:1-7)

17기록된 바 내가 너를 많은 민족의 조상으로 세웠다 하심과 같으니 그가 믿은 바 하나님은 죽은 자를 살리시며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부르시는 이시니라 18아브라함이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고 믿었으니 이는 네 후손이 이같으리라 하신 말씀대로 많은 민족의 조상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19그가 백 세나 되어 자기 몸이 죽은 것 같고 사라의 태가 죽은 것 같음을 알고도 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 (롬4:17-19)

우리 교단은 매해 1월 셋째 주일을 여신도회 주일예배로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우리 기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가 제시한 성서본문과 제목과는 다른 본문과 제목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바라옵기는 남녀노소로 이루어진 서울제일교회는 물론 우리 교단에 속한 모든 신앙공동체가 함께 여신도주일을 지키는 이 모든 일들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은혜의 사건 안에서 일어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1. 성서본문에 대하여

우리는 우선 하나님의 창조와 이에 이어서 펼쳐지는 창세기의 설화들을 잠시 생각해 보자. 창세기는 세계‧인간 창조 직후, 인간의 타락, 심판, 노아 홍수사건과 같은 타락 설화, 가인 설화, 바벨탑 설화, 노아 설화와 같은 거대한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즉 모든 민족과 하나님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으니,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만 하는가 하는 삶 전체에 대해 넓고 깊게 서술하고 있다.(창1:-11:) 인간의 창조와 본질, 죄, 고난, 인류, 민족들에 관한 그와 같은 보편적 이야기들이 바벨탑 설화에서 끝나고 이제 창12:1에서부터 갑자기 그 시야가 좁혀지면서 아브라함이라는 한 인간에게 집중된다. 아브라함과 사라가 늙어 자식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벌어진 사건들이 바로 사라의 몸종 하갈을 통해 아들 이스마엘을 얻었으니,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아들을 얻기 위해 고투하는 장면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16장)

17:15-19에는 사라를 통하여 아들이 주어진다는 약속이 간결하게 주어지고 아기의 이름까지 통보되어 있다. 이러한 약속에 대하여 웃는다 (“아브라함이 엎드리어 웃으며”-17절)는 주제가 사라가 “속으로 웃고” 라는 18:12과는 달리 여기서는 아브라함과 결부되어 있다. 우리의 본문 창21: 1-7에 그려진 이삭의 출생은 이러한 전체의 줄거리와 연관되어 있다. 이삭이라는 이름은 대부분의 히브리 사람들의 이름이 그러하듯이 문장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삭이라는 이름의 뜻은 “하나님이 (그 아이를 보고) 웃으시리라”는 뜻이다. 이처럼 이삭이라는 이름이 지닌 웃음이라는 핵심어를 사라가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보자. 21:6에 대해서 학자들은 두 개의 매우 상이한 진술들을 읽어낸다. 즉, “하나님이 나로 웃게 하시니”라는 첫 번째 표현은 하나님께서 임신하지 못하는 여인 사라에게 베푸신 기쁜 웃음에 대하여 신앙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언급하고 있다.(삼상2:5, 시113:9), 그러나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라”라는 진술은 18:12과 관련하여 이웃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이삭의 출생은 오늘 우리에게 웃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또한 신약성서에서 택한 우리의 본문 롬 4:17-19에 대해생각해 보기로 하자. 사도 바울은 아브라함에 관한 구약성서의 전통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비추어서 재해석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육체적 현실을 보자면, 그가 이미 늙었고 그의 아내 사라도 늙어서 수태할 수 없는 상태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은 희망에 반하여 믿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모든 믿는 자들의 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이 성서의 증언이다. 혈육 관계로만 본다면 이미 아브라함과 사라는 늙었기 때문에 적자를 생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바울은 이 모든 과정을 다 압축시켜 아브라함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믿고 따랐다고 말한다. ‘아브라함이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고 믿었으니’ 라는 롬4:18과 관련해서 오늘의 신학자들은 “희망에 반(反)한 희망” (hope against hope)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수태시킬 수도 없고 수태할 수도 없는 늙은 육체들에게 아들 이삭이 주어졌다는 것은 바로 죽은 자를 살리시고 없는 것을 있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작용하였다는 것을 사도 바울은 힘차게 증언하고 있다.

2. 웃음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은총의 표징에로의 역사적 변천에 대하여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의 힘을 분산시키려고 하였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웃음은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왜냐하면 웃음은 윤리적 삶에 있어서 필요한 절제와 품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이 국가를 혼란에 떨어지게 할 수 있다고 여겼다는 점에서 플라톤을 추종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이 논쟁에 있어서 하나의 도구로서 그리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의 수단으로서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대 근동에 있어서 풍요를 바라는 제의들, 불신, 비윤리적인 것과 비교양적인 것과 웃음이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초대 그리스도교 신학자들 역시 웃음에 대해 호의적일 수 없었다. 초대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은 많은 점에서 웃음에 대해 미심쩍어했던 성서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지혜 전승은 특히 웃음을 외경에 속하는 집회서 (Wisdom Sir)에서의 매우 부정적인 거부와 결합했다.(특히 집21:12-17 어리석은 자들...그들의 웃음은 죄의 쾌락에서 나온다) 많은 초기 신학자들은 절제 없는 웃음이 몸을 통제를 벗어나게 해서 죄악에 떨어지게 만든다고 결론지었다는 것이다. 초기 수도원 규율들은 웃음의 위험들에 대한 경고들과 그것에 굴복한 자들에 대한 처벌들로 가득 차 있다. 다른 한편, 울음은 그것이 죄에 대한 합당한 반응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적인 고난과 죽음에 합당한 반응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승인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는 결코 웃지 않았으며, 그도 울었으며 또한 슬퍼하는 자들이 복을 받는다고 선언했다고 교부 크리소스톰이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웃음에 대한 많은 신학자들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결코 웃음을 억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약성서에서의 기쁨에 대한 집중 (특히 누가복음), 다가오는 하나님의 통치 (눅6:23)에서의 웃음의 약속은 웃음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을 방지했다. 유럽에서 중세기 동안 내내 1월에 바보제 (the Feast of Fools)라는 축제가 열렸다. 이 바보제에서는 하급 사제들이 고위 사제들을 조롱하는 굉장한 익살과 해학이 펼쳐졌다. 그리스도의 화육의 축제 전야제에 바보제가 펼쳐졌다는 것은 웃음의 배후에 있는 또 다른 요소들이 있어 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바보제라는 축제는 그리스도의 화육이 지닌 에너지의 폭발로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면 다시금 이성의 원수로서의 웃음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이제 오늘에 이르면서 세계는 웃음을 위한 자리를 발견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웃음이 우리에게 좋다는 것을 말해주며 철학자들은 웃음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웃음을 구출하기에 이르렀다. 웃음에 대한 가장 유명한 현대의 리포트는 역사 탐정 소설의 형태로 1980년에 발표된 이탈리아의 박식한 철학자 미학자요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이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327년 성자와 이단자가 공존하는 북부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이다. 수도원의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William 수도사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면서 사상분쟁과 새로운 학문에 대한 도전, 인간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작품이다.

수도원에 프란체스코 교단 수도사인 바스커빌의 윌리엄이 나타난다. 수도원장의 부탁에 따라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일곱 천사가 한 명씩 나팔을 불 때마다 지상에서 재앙이 벌어지며 천사들이 나팔을 다 불게 되면 적 그리스도가 출현하고 세계 종말의 날이 도래한다는 요한 계시록의 예언을 본 딴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희생자들은 각자 예언의 재앙을 상징하고 있었던 것이다. 묵시록적인 분위기로 수도원이 술렁거리고 윌리엄은 범인의 실마리를 찾아 동분서주한다. 윌리엄 수도사는 비밀에 싸인 장서관을 응시한다. 윌리엄 수도사는 이 살인사건에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편을 은폐하려는 음모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수도원의 장서관에 얽힌 암호를 풀어내서 비밀을 캐내는 데는 성공하지만,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편은 소실되어 버리고 수도원은 불타 버린다. 중세의 수도원은 지혜의 보고요, 지식의 용광로였다. 하지만『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되는 14세기가 되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진다. 수도원의 권위는 위협받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존재하고 있었는지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을 매개로, 아니 그 속에 등장하는 ‘웃음’을 매개로 『장미의 이름』은 도전받고 있는 교회의 권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 책은 오늘날 비극 편만 전해져 오는데(''카타르시스''라는 유명한 말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 편에서 나온 것), U. 에코는 본디 이 책의 희극 편이 있었으나 유실되었다고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작품 중에서 연쇄 살인사건의 주도자이자 비밀을 끝끝내 감추려 하던 맹인 수도사는, 신에게 자신을 의탁하는 엄숙함을 대변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반면에, 대상을 희화화하고 풍자하는 희극의 정신이란 신에게 불경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책을 은폐하려 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웃음은 의혹의 표현이며 세력이며, 진리에 맞서는 원수였다. 웃음은 종교적, 도덕적, 사회적 질서를 위협한다. 왜냐하면 웃음은 두뇌보다는 배와 결합된 것이며, 우두머리보다는 서민들과 결합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죽으면서 이 책을 찢어서 먹음으로써 목적을 이룬다.

그러나 수도원의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William은 인간들이 세계 안에 신적 질서를 수립하려는 인간들의 시도들로 잘못 인도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인간을 사랑하는 자들의 사명은 진리에서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초대교회의 교부들은 웃음이 신적 은총의 표현일 수도 있고 또한 하나님으로부터의 소외의 표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옳았다. 웃음이 하나님의 은총의 표징이라는 점은 창17: 이하의 아브라함과 사라가 이삭을 얻게 되는 이야기에 의해서 예증될 수 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모두 신앙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수태 불가능한 육체적 한계에 처해 있음을 뻔히 알고 있는데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웃었다. 이때 아브라함은 웃음이라는 하나의 움직임에서 의심과 신앙을 표현하고 있다.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그의 아들 이삭이라는 이름의 뜻은 “하나님이 (그 아이를 보고) 웃으시리라”는 뜻이다. 수태할 수 없는 육체를 가진 아브라함과 사라가 모두 자신들의 육체를 통하여 아들을 얻게 된다는 놀라운 하나님의 약속에 직면해서 기쁨과 의혹의 웃음을 지었는데, 이 기이한 움직임에서부터 즉, 웃음에서부터 이스라엘 백성이 태어난다. Harvy Cox의 말로 하자면 “희망의 마지막 무기”가 바로 웃음이라는 것이다.

3. 웃음은 희망의 마지막 무기

그리스도교가 품고 있는 희망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나는 J. 칼빈의 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약속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들, 죽은 자들에게 이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복된 부활을 선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부패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의인들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속에는 죄가 살고 있다.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축복에 대해 듣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에 우리는 여기에서 끝없는 참혹에 질식되어 있다.

모든 선한 것의 풍부한 것이 우리에게 약속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주리고 목마른 것만이 풍부하다

만일 우리가 희망 위에 서 있지 않고,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의 말씀과 영을 통해서 비추어진 길 위에서

어둠을 꿰뚫고 이 세계를 넘어서 서두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히11:1)

이처럼 이 세상을 넘어서 서두르고 재촉한다는 것은 희망과 미래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희망의 마지막 무기-웃음”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암담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의 현실은 마치 더 이상의 희망을 꿈꿀 수도 없을 정도로 모든 희망을 내려놓음의 현실이니, 단테의 신곡이라는 작품의 지옥 편에는 “이곳을 들어가는 자는 모든 희망을 내려놓으라”는 글이 적혀 있다. 즉, 희망 없음이 바로 지옥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예전에 읽은 신문기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가 쓴 글, “그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라는 기사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는 의정부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에게 문학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의 이러한 활동은 소외계층을 위한 정규대학 수준의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메트 코스( Clemente Course) 의 창립자인 얼 쇼리스(Earl Shorris)의 영향을 말해주고 있다. 국가가 가난이나 실업구제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는 노동연계 복지 정책은 대부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사람들을 훈육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얼 쇼리스는 이를 호되게 꾸짖는다. 쇼리스는 뉴욕 인근의 중범죄자 수용 교도소의 가정 폭력에 관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한 여성 재소자를 만난다. 왜 사람들이 가난한 것 같으냐 라는 질문에 대해 그 여성 재소자는 “ 그 문제는 아이들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야 합니다...그 애들을 연극이나 박물관, 음악회, 강연회 등에 데리고 다녀주세요. 그러면 그 애들은 그런 곳에서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삶을 배우게 될 겁니다....그렇게 하면 그 애들은 결코 가난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 대화가 인문학자로서의 쇼리스의 삶을 바꿔놨다는 것이다. 그 여성 재소자가 말한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이 바로 다름 아닌 인문학이라는 것이다. 물고기 잡는 낚시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왜 필요한지, 그 역사와 사회적 파장은 어떤 것인가 등에 대해 더 깊고 폭넓은 사유로 이끄는 것이 인문학인데 가난한 사람들은 그런 교육이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이명원의 기사로 되돌아 가자. 그는 인간의 의식이 사회적 존재를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빅터 플랭클의 주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플랭클은 아우슈비츠라는 야만 속에서 인간다움의 품위, 희망이라는 의식을 견지함으로써 자유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수용소에서 극소량의 물이 배급되었고, 그 물을 갈증 해소에 사용했던 동료들은 죽어갔으나, 기이하게도 그 물로 인간다움의 품위를 유지하고자 자신의 몸을 씻었던 자신과 동료들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두에 이어서 이명원은 의정부 재소자들과 함께 윤동주의 시 “쉽게 씌여진 시”를 읽은 경험에 대해 말한다. 한 수용자가 이 시는 윤동주의 내면적 성찰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모색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용자가 말하길 직접적인 실천을 할 수 없는 한 내성주의자의 독백이라는 느낌을 피력하였다. 이런 식으로 몇 재소자들의 견해를 보도하면서 이때 교도관들도 열띤 토론에 동참했으니, 강의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그들과 이명원은 두루두루 자신들의 사회적 존재를 잊었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회복했으며, 함께 있는 감옥이라는 장소의 성격을 마술적으로 바꿨다는 생각을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웃음이 우리 몸에 매우 좋다는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칸트, 다윈, 프로이드 등도 웃음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플라톤이 웃음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으나 웃음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몸을 보살피는 행위로 알려져 있다. 짧은 날숨이 끊겨 5분의 1초 간격으로 들리는 웃음이 한번 터지면 에어로빅 5분 운동의 효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배꼽을 뺀다’ 고 표현하는 웃음인 폭소는 긴장을 이완해 주고 혈압을 낮추며 혈액순환과 질병 저항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니, 폭소가 터지면 인체 근육 650개 중에서 231개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웃어야 몸 안의 내장이 이완되는데, 직업적으로 미소 짓는 경우 입 주변, 관골 주변의 근육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몸 안의 긴장을 풀어주는 진짜 웃음을 웃어야 내장도 웃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가득 찬 『웃음의 치유력』이라는 책도 번역‧ 출판되었으며 또한 한국 교회에서 한동안 웃기는 설교가 유행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에 신문에서 나는 “지금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라는 짧은 글을 읽었다.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0년을 뒤덮은 코로나 19사태는 이전의 어떤 위협보다도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부터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구축한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며, 나보다는 공동체를, 우리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한 행동을 고려한 성찰을 요구받게 되며 세계는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성찰과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어쨌든 우리 세계가 가장 절망의 순간을 맞은 것 같은 지금, 오히려 가장 대담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절망이 낳은 허무주의를 방치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구환경에 대한 해법을 찾고 행동하는 일, 기업의 목적을 변화시키는 해법을 찾아내는 일, 돌봄의 가치를 되살리는 해법도 필요하며, 디지털 전환을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 내는 해법도 필요하나 그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크리스찬들이 웃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사건들과 사실들이 최종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웃는 크리스찬들은 하나님의 창조와 그의 피조물들과 더불어 웃으시는 하나님의 웃음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웃음은 가난한 자들,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연민과 호의와 사랑의 구원행위에 감사하며 참여하는 웃음이어야 한다. 따라서 웃는 크리스찬들은 냉정하고 무의미하며 그러므로 깊은 어둠 속에 처하여 절망적인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대해 저항하는 희망의 마지막 무기로서의 웃음을 세상에 전해야 한다. 즉, 세상의 고난 이야기들이 결코 마지막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되며, 이 세상에서 웃을만한 것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의 연대성을 보여주기 위한 웃음이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