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부활?

1안식일이 지나고, 이레의 첫날 동틀 무렵에,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러 갔다. 2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났다. 주님의 한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무덤에 다가와서, 그 돌을 굴려 내고, 그 돌 위에 앉았다. 3그 천사의 모습은 번개와 같았고, 그의 옷은 눈과 같이 희었다. 4지키던 사람들은 천사를 보고 두려워서 떨었고,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 5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너희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찾는 줄 안다. 6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다. 그가 말씀하신 대로, 그는 살아나셨다. 와서 그가 누워 계시던 곳을 보아라. 7그리고 빨리 가서 제자들에게 전하기를, 그는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셔서, 그들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시니, 그들은 거기서 그를 뵙게 될 것이라고 하여라. 이것이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이다.” 8여자들은 무서움과 큰 기쁨이 엇갈려서, 급히 무덤을 떠나, 이 소식을 그의 제자들에게 전하려고 달려갔다. (마 28:1-8)

‘죽은 자의 부활’을 믿습니까?

길고 길었던 사순절을 다 지나 보내고, 마침내 부활절을 맞았습니다. 오늘 2024년 부활절을 맞아, 폭력과 죽임의 세력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화가 부활절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우리와 우리의 모임 가운데 충만하기를 빕니다.

부활절은 기독교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부활이 없었다면 기독교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활절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먼저 제정된 명절이고, 기독교에서 가장 큰 명절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을 믿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믿는다고 고백하도록 강요받습니다. 일반 교회에서는 주일예배 때마다 ‘사도신경’을 외우면서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 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다”라고 되풀이해서 고백하게 합니다. 그런데 사실 비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부활 신앙’입니다. 죽은 사람은 결코 다시 살아나지 못합니다. 이는 인류의 경험이고 상식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죽었던 예수님이 다시 살아났다고 증언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말입니다. 그런데 교회는 이를 자꾸 믿으라고 합니다. 왜? 부활을 믿지 못하면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장은 고린도전서 15장 ‘부활장’에서 바울이 처음으로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12그리스도께서 죽은 사람 가운데서 살아나셨다고 우리가 전파하는데, 어찌하여 여러분 가운데 더러는 죽은 사람의 부활이 없다고 말합니까? 13죽은 사람의 부활이 없다면, 그리스도께서도 살아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14그리스도께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될 것입니다. (고전 15:12-14)

그런데 여러분은 진짜로 ‘죽은 사람의 부활’을 믿습니까? 죽은 사람이 어떤 식으로 부활합니까?

영혼 불멸과 몸의 부활

성경은 두 가지로 ‘죽은 사람의 부활’을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영혼 불멸’이고, 다른 하나는 ‘몸의 부활’입니다. 선배 목사님 중에 매주 설교 동영상 링크를 보내주는 분이 계신 데, 그분이 이 둘을 간단하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영혼 불멸은 허무해서 생겨난 것이고, 몸의 부활은 억울해서 생겨난 것이다.” 풀이하자면, ‘영혼 불멸’은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고 무(無)로 돌아간다는 ‘허무’(虛無)에서 나왔습니다. 그 허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나온 것이 ‘몸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영혼 불멸 사상이고 신앙입니다. 반면, ‘몸의 부활’은 지금, 이 세상에 만연한 불의와 부정이 언젠가는 바로잡혀지리라는 염원에서 나왔습니다. 즉, 몸의 부활은 정의에 대한 갈망의 표현입니다.

성경에는 이 두 가지 생각과 신앙이 섞여 있는데, 그 양은 ‘영혼 불멸’보다는 ‘몸의 부활’이 월등히 많고, ‘몸의 부활’이 기독교가 말하는 부활의 진수요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몸의 부활’은 ‘육체의 부활’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 부활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42죽은 사람들의 부활도 이와 같습니다. 썩을 것으로 심는데, 썩지 않을 것으로 살아납니다. 43비천한 것으로 심는데, 영광스러운 것으로 살아납니다. 약한 것으로 심는데, 강한 것으로 살아납니다. 44자연적인 몸으로 심는데, 신령한 몸으로 살아납니다. 자연적인 몸이 있으면, 신령한 몸도 있습니다. (고전 15:42-44)

바울의 설명대로라면 ‘자연적인 몸’으로 죽었다가 ‘자연적인 몸’으로 살아나는 것은 ‘몸의 부활’이 아닙니다. 그건 ‘육체의 부활’이고, ‘소생’입니다. ‘자연적인 몸’으로 죽었다가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 바로 ‘몸의 부활’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적인 몸으로 죽었다가 신령한 몸으로 살아나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예수 부활의 의미는?

오늘의 본문 말씀인 마태복음 28장도 언뜻 보면 ‘육체의 부활’을 증언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몸의 부활’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울이 부활장인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몸의 부활’을 논증하기 위해 쓴 특별한 용어 ‘네크로스’(νεκρός)와 ‘에게이로’(ἐγείρω)를 반복해서 쓴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네크로스’는 “죽은 사람”이라고 번역했고, ‘에게이로’는 “살아나셨다”고 번역했습니다.

앞에서 “몸의 부활은 억울해서 생겨났다”라고 했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예수님은 ‘죽기 위해서’ 세상에 오셨다고 잘못 믿고 있습니다. 이 말은 예수님의 삶의 목적은 죽음에 있었다는 뜻인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죽기 위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지만 죽기 위해서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죽기 위해서 세상에 오신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생명을 주시려고 세상에 왔습니다. ‘죽으러’ 오신 게 아니라 ‘살리러’ 오신 것입니다. 세상에 생명을 주시어 모든 사람이 그 생명을 풍성하게 누리게 하려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죽임의 세력이 그런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예수님을 처형했습니다. 예수님은 생명을 거스르는 불의한 세력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자연사도 아니고, 사고사도 아니며, 자살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살해당하셨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몸 부활은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자연적인 ‘죽음’의 극복이 아니라, 불의한 세력이 저지른 ‘죽임’의 극복입니다.

이렇듯 성경이 말하는 부활은 자연적인 ‘죽음’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불의한 세력이 자행한 ‘죽임’에 대한 승리입니다. 불의한 세력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임으로써 자기들이 결정적으로 승리했다고 믿었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죽임당한 예수님을 일으켜 세움으로써 죽임에 대한 승리를 이루셨습니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이런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물학적 생명이 다시 살아났음을 믿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예수님으로 인해서 새로운 세계, 곧 하나님 나라가 열렸음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으로 인해서 하나님의 세상 악 대청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믿는 것입니다. 부활은 이런 하나님을 믿고, 부활의 삶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죽은 자의 부활?

우리가 복음서의 부활절 이야기를 읽을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울서신이 먼저 기록되었다’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와 마태복음은 30년 정도의 시차가 납니다. 당연히 마태복음의 저자는 고린도전서를 읽어보았고,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바울은 “죽은 자의 부활”을 말합니다. 그런데 바울이 말한 “죽은 자”는 목숨이 끊어진 자를 뜻하지 않습니다. 목숨이 붙어있되 죽은 자를 뜻합니다. 즉 살아있으되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사람을 가리킵니다. 오늘 본문 4절도 “지키던 사람들은 천사를 보고 두려워서 떨었고, 죽은 사람처럼 되었다”라고 증언합니다. 여기서는 두려움이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바울은 죄가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죄, 즉 세상 죄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을 바울은 자연적인 몸, 육체적 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사람이 죽어서 영적인 몸으로 되살아나는 것이 부활입니다. 그런데 부활이라고 번역한 그리스어의 원어는 ‘에게이로’입니다. 이 단어는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악의 세력, 폭력의 권세, 불의의 힘 등에 짓눌려서, 사로잡혀서, 가위눌려서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과 같았던 이들이 일어나는 것, 봉기하는 것이 바로 부활입니다.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은 제자들의 부활과 동시적인 사건입니다. 그래서 천사는 갈릴리로 가서 예수 부활의 소식을 제자들에게 전해 그들도 일어나게 하라고 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이 죽임의 세력을 물리치고 승리하실 것을 믿습니까? 비록 세상에서는 불의가 득세하지만, 끝내는 정의가 이길 것을 믿습니까? 악한 세상 한복판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선을 행하면 마침내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은 세상이 다시 도래하리라고 믿습니까? 기독교의 믿음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히브리서 11장 1절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라고 했는데, 이처럼 믿음은 희망 없는 가운데서, 절망 가운데서 희망을 품는 것을 가리킵니다. 나아가 그 희망을 살아내는 것을 가리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하늘은 아무나 돕지 않습니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저항해야 개혁되고, 포기하지 않아야 언젠가 실현됩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습니다. 나의 참여가 없는, 우리의 동참이 없는 하나님 나라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흔히 기독교의 구원관을 타력 구원이라고 합니다. 틀린 말입니다. 그러면 자력 구원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기독교의 구원관은 타력 구원과 자력 구원이 섞여 있는데, 이를 쉽게 말하면 “나 혼자는 못 하지만, 나 없이도 못 한다”입니다. 달리 말하면 “하나님 혼자는 못 하지만, 하나님 없이도 못 한다”이고, “하나님과 내가, 우리가 함께 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협력적 종말론’이 말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여러분은 죽은 자입니까? 산 자입니까? 육체적 몸의 사람입니까? 영적인 몸의 사람입니까? 2024년 부활절을 맞아 예수님처럼, 제자들처럼 일어나십시오. 봉기하십시오. 폭력과 큰 힘 앞에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하십시오. 악에 순응하지 말고 저항하십시오. 불의에 침묵하지 말고 심판하십시오. 이번 4.10 총선이 그런 기회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