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는 ‘나요’

1주님께서 또다시 요나에게 말씀하셨다. 2“너는 어서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이제 내가 너에게 한 말을 그 성읍에 외쳐라.” 3요나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곧 길을 떠나 니느웨로 갔다. 니느웨는 둘러보는 데만 사흘 길이나 되는 아주 큰 성읍이다. 4요나는 그 성읍으로 가서 하룻길을 걸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사십일만 지나면 니느웨가 무너진다!” 5그러자 니느웨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금식을 선포하고, 그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람으로부터 가장 낮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굵은 베 옷을 입었다. 10하나님께서 그들이 뉘우치는 것, 곧 그들이 저마다 자기가 가던 나쁜 길에서 돌이키는 것을 보시고, 뜻을 돌이켜 그들에게 내리시겠다고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다. (욘 3:1-5.10)

하나님의 명령에 불복종한 예언자 요나

오늘 본문은 ‘요나서’입니다. 이 본문은 원래 ‘성서일과’(RCL)가 이번 주일이 아닌 다음 주일 구약 본문으로 제시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다음 주일이 여신도회주일이어서 제가 이 말씀을 오늘 본문으로 택했습니다.왜냐하면 요나서는 ‘성서일과’가 딱 한 번 본문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다룰 기회가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본문은 요나서 3장이지만, 요나서 전체를 바탕으로 요나서가 제기하는 신학적, 신앙적 문제를 살펴보면서 함께 생각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요나서는 예언서 중 하나입니다. 요나서란 제목은 다른 예언서들처럼 거기에 기록된 예언자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예언자 요나는 다른 예언자들과 매우 다릅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하나님이 가라고 명령했던 곳의 반대쪽으로 도망쳤습니다. 요나서 1장 1절 이하를 보시겠습니다.

1주님께서 아밋대의 아들 요나에게 말씀하셨다. 2“너는 어서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그 성읍에 대고 외쳐라. 그들의 죄악이 내 앞에까지 이르렀다.” 3그러나 요나는 주님의 낯을 피하여 스페인으로 도망가려고, 길을 떠나 욥바로 내려갔다. 마침 스페인으로 떠나는 배를 만나 뱃삯을 내고, 사람들과 함께 그 배를 탔다. (욘 1:1-3b)

그러니까 하나님은 이스라엘 동쪽에 있는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로 가라고 했는데, 요나는 서쪽 땅끝에 있는 스페인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이는 성서에서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예언자 중에 모세나 예레미야처럼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망설이거나 핑계를 댄 사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요나처럼 대놓고 불복종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요나는 감히 그렇게 했습니다.

주님의 낯을 피하여?

성서는 요나가 그랬던 이유를 “주님의 낯을 피하여”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요? 시편 139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7내가 주님의 영을 피해서 어디로 가며, 주님의 얼굴을 피해서 어디로 도망치겠습니까? 8내가 하늘로 올라가더라도 주님께서는 거기에 계시고, 스올에다 자리를 펴더라도 주님은 거기에도 계십니다. (시 139:7-8)

그렇습니다! 시인의 증언처럼 하나님은 ‘무소부재’(無所不在)합니다. 하나님의 존재와 섭리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후기의 생각이고, 초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초기 이스라엘 때 하나님은 주변 국가들의 신들과 마찬가지로 부족신(部族神)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이스라엘 지역만을 다스리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이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을 벗어나면 ‘하나님의 영향권’ 내에서도 벗어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당신 영향권 밖인 아시리아 니느웨로 가서 당신 말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이제까지 이런 명령을 받은 예언자는 없었습니다. 예언의 대상은 대부분 북 이스라엘이나 남 유다 백성이었습니다. 이방 나라가 대상인 때도 가끔은 있었지만, 그것은 북 이스라엘이나 남 유다 내에서 이방 나라를 향해 예언한 경우였지, 이방 나라로 직접 가서 이방 백성을 대상으로 했던 경우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야훼 하나님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이방 나라로 가서, 그것도 당시에 세계를 호령하던 대제국으로 가서,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야훼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자살 행위와 같았습니다. 그러니 요나가 도망칠 밖에요.

요나는 당시 사람들이 땅끝이라고 믿었던 스페인으로 도망치면 안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를 위해 요나는 욥바에서 배를 탔지만, 아직 하나님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탓인지 태풍이 불어 배가 거의 부서지게 되었습니다. 뱃사람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저마다 저희 신들에게 부르짖고, 배를 가볍게 하려고 배 안에 실은 짐을 바다에 내던졌습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저들은 재앙 원인을 알아내고자 제비를 뽑았고, 배 밑창에서 깊이 잠들어 있다가 선장에게 발각된 요나가 뽑혔습니다. 사람들이 추궁하자 요나는 바로 자기 때문에 이 태풍이 닥쳤다는 것을 실토하고, 자기를 바다에 던지면 바다가 잔잔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파도가 더 거세게 일자 결국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하자 바다는 잔잔해졌습니다.

물고기 배 속에서

바다에 던져진 요나는 큰 물고기에게 삼켜집니다. 그리고 사흘 밤낮을 그 물고기 배 속에서 지내며 하나님께 기도드렸습니다. 그 기도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내가 고통스러울 때 주님께 불러 아뢰었더니, 주님께서 내게 응답하셨습니다. 내가 스올 한가운데서 살려 달라고 외쳤더니, 주님께서 나의 호소를 들어주셨습니다. … 6나는 땅속 멧부리까지 내려갔습니다. 땅이 빗장을 질러 나를 영영 가두어 놓으려 했습니다만, 주 나의 하나님, 주님께서 그 구덩이 속에서 내 생명을 건져 주셨습니다. (욘 3:2.6)

이 기도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과거시제’를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나는 ‘장차’ 응답해 달라고, 살려달라고 호소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응답하셨고, 살려주셨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이미 구원받았다고 확신했습니다! 물고기 배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미래시제를 써야 하는데, 실수로 과거시제를 썼던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요나가 과거시제를 쓴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가 어디에 있든, 그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요나는 물고기 배 속에서 혼자 있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자기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 저 멀리가 아니라 바로 곁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요나는 그분이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좀처럼 노하지 않으시며 사랑이 한없는 분이셔서, 내리시려던 재앙마저 거두실 것”(욘 4:2)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사건인 구원이 ‘이미’ 일어났다고 기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요나가 있었던 장소’입니다. 요나가 탄 배가 태풍을 만났을 때 있었던 곳이 욥바 근처 해변이었다면 이스라엘의 하나님 영향권 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닷속이나 물고기 배 속은 어떤가요? 거기도 이스라엘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요나는 뱃사람들에게 자기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나는 히브리 사람이오. 하늘에 계신 주 하나님, 바다와 육지를 지으신 그분을 섬기는 사람이오. (욘 1:9)

이 말은 자기는 히브리 사람이지만, 자기가 믿는 하나님은 창조주라는 고백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부족신’(tribal god)을 뛰어넘습니다. ‘보편적인 신’(universal God)입니다. 그러니까 요나(서)는 ‘부족신관’을 넘어 ‘보편신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물고기 배에서 나온 요나가 이스라엘을 넘어 아시리아까지 갔던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니느웨 백성이 회개하다

2장 마지막 절을 보면 “주님께서 물고기에게 명하시니, 물고기가 요나를 뭍에다가 뱉어냈습니다”(욘 2:10). 그러자 하나님이 또다시 요나에게 말씀하셨고, 이에 요나는 니느웨로 가서 외쳤습니다. “사십일만 지나면 니느웨가 무너진다!”(4절) 이 한 문장이 메시지의 전부입니다. 니느웨가 무너질 테니 어떻게 하라는 지시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구?’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매우 불친절한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니느웨 사람들은 이렇게 짧고 불친절한 메시지를 듣고 금식을 선포하고, 가장 높은 사람부터 가장 낮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굵은 베옷을 입었답니다. 회개한 겁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 소문이 왕에게 전해지자, 왕도 굵은 베옷으로 갈아입고 잿더미에 앉았다는 겁니다. 왕도 회개한 겁니다! 왕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말고, 모두 굵은 베옷만 걸치고 하나님께 힘껏 부르짖으라고 명했습니다. 나쁜 길에서 돌이키고, 힘이 있다고 휘두르던 폭력을 그치라는 칙령도 내렸습니다. 하나님은 이렇듯 이들이 회개하는 걸 보시고, 뜻을 돌이켜 그들에게 내리려던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

네가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

여기까지가 3장입니다. 대개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는데 요나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요나에게는 니느웨 백성들에게 벌어진 일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들이 회개했고, 하나님이 뜻을 돌이켜서 그들을 심판하지 않은 게 마땅치 않아서 그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2주님, 내가 고국에 있을 때에 이렇게 될 것이라고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내가 서둘러 스페인으로 달아났던 것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좀처럼 노하지 않으시며 사랑이 한없는 분이셔서, 내리시려던 재앙마저 거두실 것임을 내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3주님, 이제는 제발 내 목숨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욘 4:2-3)

요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을 때, 사태가 이렇게 될지 알고 스페인으로 도망쳤다는 겁니다. 왜 그는 니느웨 사람들이 심판을 면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까요? 자기 백성의 원수였기 때문에?

아무튼 하나님은 죽여 달라는 그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성읍 동쪽으로 가서 거기에다 초막을 짓고 그늘에 앉아서 성읍이 어찌 되는가를 지켜봤습니다. 중동의 뙤약볕이 얼마나 강렬합니까? 이를 긍휼히 여기신 하나님은 박 넝쿨 한 그루를 자라게 해서 요나의 머리 위에 그늘이 지게 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요나는 기분이 무척 좋았는데, 다음날 동틀 무렵 하나님은 벌레를 한 마리를 보내서 박 넝쿨을 쏠아 시들게 했습니다. 더구나 하나님이 찌는 듯한 뜨거운 동풍을 불게 하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게 해서 요나를 기진맥진하게 만드시자, 그는 또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라고 푸념했습니다. 하나님이 “박 넝쿨이 죽었다고 네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고 물으시니, 요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옳다 뿐이겠습니까? 저는 화가 나서 죽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이렇게 묻습니다.

10네가 수고하지도 않았고, 네가 키운 것도 아니며, 그저 하룻밤 사이에 자라났다가 하룻밤 사이에 죽어 버린 이 식물을 네가 그처럼 아까워하는데, 11하물며 좌우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십이만 명도 더 되고 짐승들도 수없이 많은 이 큰 성읍 니느웨를, 어찌 내가 아끼지 않겠느냐? (욘 4:11)

여기서 요나서는 끝납니다. 얘기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요나서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그렇다면 요나서가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그것이 하나님의 명령에 불복종하면 물고기 배 속에서 고생한다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낯을 피해서 멀리 도망치려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라면,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원수인 니느웨 사람들까지 사랑하신다는 것이라면, 원수도 회개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 그리고 회개하려면 짐승들까지 베옷을 입고 잿더미 위에 앉아서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4장의 ‘요나와 박 넝쿨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4장이 있음으로써 요나서의 메시지는 상당히 달라집니다.

‘요나’는 ‘나요’

오늘의 증언 제목을 “‘요나’는 ‘나요’!”라고 했습니다. 이 제목은 요나가 우리의 ‘거울’이라는 뜻을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요나의 모습에서 우리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니, 문제의 인물 요나를 통해서 우리의 실상을 돌아보아야만 합니다.

4장에서 요나는 왜 그렇게 화가 난 것일까요? 요나가 느낀 불쾌함의 뿌리는 하나님이 이방 사람들도 구원해 주신다는 사실에 닿아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는 선민 이스라엘에만 국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방 나라에 대한 하나님의 자비심은 선민이라는 자기 특권을 제거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는 흥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언제나 내 편이셔야 한다는 생각은 편협한 믿음일 뿐입니다. 우리가 정말로 하나님을 창조주로 믿는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속에 하나님의 숨결이 닿아 있음을 믿는다면, 어떻게 하나님이 나 혹은 우리만 사랑하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요나는 부족 신앙(tribal faith)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은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좀처럼 노하지 않으시며 사랑이 한없는 분이라고 고백하면서도, 요나는 그 사랑과 자비와 인내가 민족적 울타리 안에서만 작동되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이런 그에게 하나님은 “네가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라며 요나의 좁은 생각을 책망하십니다. 또한, 하나님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8“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너희의 길은 나의 길과 다르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9”하늘이 땅보다 높듯이, 나의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나의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다.“ (사 55:8-9)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알지만 다 알지도 잘 알지도 못합니다. 부분적으로만 알 뿐입니다. 부분을 전체라고 착각하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요나서나 제2이사야서는 이스라엘의 ‘부족신관’이 ‘보편신관’으로 바뀌는 시대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신관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실로 요나가 하나님에게 받은 명령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혁명적인 성격의 명령이었습니다. 요나서는 그 전환 앞에서 우리의 신앙을 되돌아보라고 교훈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앙과 신학의 패러다임 전환

요나서와 제2이사야서는 기원전 7~6세기 문서입니다. 그때 이미 신앙과 신학의 패러다임이 전환했습니다. 그로부터 27~28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못한 딱한 이들이 있습니다. 지동설이 보편화된 시대에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천동설을 믿고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보편신관이 대세가 된 지가 2천 5백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부족신관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본주의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저들은 편협하고, 완고하고, 배타적이고, 폭력적입니다. 저들은 ‘내가 옳다’를 넘어, ‘나만 옳다’고 확신합니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그 자체 속에 폭력이 배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이들을 혐오하고, 증오하고, 기피하고, 배척하고, 마침내는 척결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폭력적이고, 결국 ‘내가 살려면 남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과 태도를 견지하게 됩니다. 지금 한국 기독교는 복음주의자도 드물고 근본주의자가 태반입니다. 교회 대부분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그로 인해 성 소수자, 무슬림 등이 차별받고 있습니다. 그들을 돕는 사람까지 정죄하고 쫓아내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치적 진보 세력까지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혐오하고 배척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살인 테러 아닙니까? 이런 사회는 폭력의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입니다. 그것을 멈추려면 다시 신앙과 신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죄는 나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것이요 나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삼는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향해 돌아서면 세계를 등지게 되고, 자기를 세계의 중심으로 삼으면 나머지는 모두 주변으로 밀어내게 됩니다. 그러니까 틸리히는 죄는 자신을 중심으로 삼아 세계와 이웃을 주변으로 밀어내는 행위라고 말한 셈입니다.

이제 이런 죄에서 벗어납시다. 나 자신이 아닌 하나님을 향해 돌아섭시다. 나와 다른 이웃을 배척하지 말고 포용합시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타인과 공존하고 상생합시다. 그래야 힘의 제국이 아닌 사랑과 평화와 정의에 기초한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 있습니다. “어찌 내가 아끼지 않겠느냐?”라는 요나서의 마지막 구절은 ‘오늘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과는 관계없이 동산 위에 앉아 니느웨의 멸망을 기다리는 요나가 세상 도처에 있습니다. 신앙은 요나의 작은 마음을 넘어 하나님의 큰마음에 접속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이러한 소명에 삶으로 응답할 수 있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