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하는 선한 목자

11참으로 나 주 하나님이 말한다. 내가 나의 양 떼를 찾아서 돌보아 주겠다. 12양 떼가 흩어졌을 때에 목자가 자기의 양들을 찾는 것처럼, 나도 내 양 떼를 찾겠다. 캄캄하게 구름 낀 날에, 흩어진 그 모든 곳에서, 내 양 떼를 구하여 내겠다. 13내가 여러 민족 속에서 내 양 떼를 데리고 나오고, 그 여러 나라에서 그들을 모아다가, 그들의 땅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이스라엘의 산과 여러 시냇가와 그 땅의 모든 거주지에서 그들을 먹이겠다. 16헤매는 것은 찾아오고, 길 잃은 것은 도로 데려오며, 다리가 부러지고 상한 것은 싸매어 주며, 약한 것은 튼튼하게 만들겠다. 그러나 살진 것들과 힘센 것들은, 내가 멸하겠다. 내가 이렇게 그것들을 공평하게 먹이겠다. 20그러므로 나 주 하나님이 그들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직접 살진 양과 여윈 양 사이에서 심판하겠다. 21너희가 병든 것들을 다 옆구리와 어깨로 밀어내고, 너희의 뿔로 받아서, 그것들을 바깥으로 내보내어 흩어지게 하였다. 22그러므로 내가 내 양 떼를 구해 주어서, 그것들이 다시는 희생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리고 내가 양과 양 사이에서 심판하겠다. 23내가 그들 위에 목자를 세워 그들을 먹이도록 하겠다. 그 목자는 내 종 다윗이다. 그가 친히 그들을 먹이고 그들의 목자가 될 것이다. 24그 때에는 나 주가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내 종 다윗은 그들의 왕이 될 것이다. 나 주가 말하였다. (겔 34:11-16.20-24)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Christ the King Sunday)

오늘은 교회의 달력으로 1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력은 1월 1일에 새해가 시작되고 12월 31일에 끝나는데, 교회력은 ‘대림절 첫째 주일’에 새해를 시작하고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에 한 해를 마칩니다. 원래부터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표현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하는 대림절로 한 해를 시작하고, 예수 그리스도가 만왕의 왕임을 선포하는 것으로 한 해를 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력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우리의 왕이다”라고 하는 것이 하나님 구원 사건의 최종 결론입니다.

‘제왕적 대통령’ 때문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왕이다”라는 표현이 여러분에게 거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수가 왕이다’라는 말은 ‘예수가 절대 군주다’라는 말이 아니고, “우리가 누구에게 충성하는가? 우리가 무엇에 헌신하는가?”를 묻는 물음입니다. 일찍이 예수님은 마태복음서 6장 24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중히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이 말이 무슨 말입니까? 하나님을 섬기든지, 돈의 신 맘몬을 섬기든지 양자택일하라는 말입니다. 둘 다 섬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것도 저것도, ‘both and’는 불가능하고, 이것이냐 저것이야, ‘either or’만 가능합니다. 하나님과 맘몬, 야훼와 바알을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CCM 가수 조수아는 ‘내가 주인 삼은’이라는 곡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가 주인 삼은 모든 것 내려놓고 내 주 되신 주 앞에 나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 내려놓고 주님만 사랑해

주 사랑 거친 풍랑에도 깊은 바다처럼 나를 잠잠케 해

주 사랑 내 영혼의 반석 그 사랑 위에 서리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왕이시다. 예수 그리스도가 주이시다”라는 고백은 그동안 내가 주인 삼고, 섬기고, 충성하고, 헌신해 왔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이제부터 주님만 사랑하고, 주님에게만 헌신하겠다는 고백입니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구원이, 하나님의 꿈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만’ 사랑하지 않고, 다른 것들도 사랑했기에 하나님의 꿈은 아직까지도 현실이 되지 않고 꿈에 그치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주인 삼은 이는 누구냐고, 무엇이냐고? 당신은 정말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헌신하냐고? 혹시 양다리 걸친 건 아니냐고?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하나님의 꿈 실현의 방해꾼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예언자 에스겔

교회력으로 한 해(Year A)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 ‘성서일과’(RCL)가 제시한 구약 본문은 에스겔서 34장의 말씀입니다. 이 본문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예언자 에스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에스겔’이란 이름은 ‘하나님께서 강하게 하신다’ 또는 ‘하나님께서 나를 무장시키셨다’라는 뜻입니다. 에스겔은 예루살렘의 대사제 사독의 후손인 사제 부시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1:3; 44:15). 아버지가 사제였으니 그도 당연히 사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비운의 사제였습니다. 바빌로니아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 남 왕국 유다 왕 여호야긴과 함께 바빌론으로 끌려갔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있어야 할 곳은 예루살렘 성전인데 낯선 땅 바빌론으로 끌려갔으니, 날마다 제사를 드리는 사제 본연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다가 유배지에 온 지 5년째로 접어들었을 때인 기원전 593년경에 그발 강가에서 하나님이 에스겔을 예언자로 부르셨습니다. 이후로 그는 이스라엘 백성의 파수꾼(3:17)이요, 보초(33:6)로서 22년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에스겔의 예언은 주전 586년에 있었던 예루살렘 함락을 전환점으로 ‘심판의 예언’과 ‘복구의 예언’으로 구분됩니다. 에스겔은 유배 후 7년 동안 예루살렘의 함락 전에는 심판과 위협, 파멸에 관해 예언했습니다. 하나님은 보잘것없는 이스라엘을 어머니와 같은 사랑으로 보살피시고 약혼한 연인처럼 대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우상숭배로 몸을 더럽혔습니다. 에스겔은 여러 번 심판의 날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회개하도록 촉구했지만, 이스라엘은 계속 거역했기에 마침내 하나님의 영광은 성전을 떠나고 성전은 파괴되어 처참한 신세가 되리라고 선언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예루살렘의 함락 후 15년 동안 에스겔의 예언은 바뀝니다. 예루살렘의 함락에 대한 소식이 전환점이었습니다. 도성 함락 이후부터 에스겔이 전하는 신탁의 내용은 이스라엘의 파괴와 심판에서 이스라엘의 회복과 구원으로 바뀝니다.

예루살렘이 함락되어 성전은 불타 없어지고 유배 생활이 끝날 날은 아득하기만 하여 유배민들 가운데는 모든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낯선 땅 바빌론에 유배되어 생활해 오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까닭과 나라 잃은 설움과 정든 친지들과 강제로 헤어져 유배되었던 아픈 기억들이 삶의 의욕을 잃게 한 까닭 등으로 하나둘씩 죽어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죽은 친지를 졸지에 떠나보낸 가족들만이 아니라, 상여가 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마을 주민의 시선은 한결같이 초점을 잃은 눈이었습니다. 곡소리를 내지도 못할 만큼 실의에 빠져,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아 메마른 상태로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생을 마치도록 고국 땅에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비애감, 돌아가 봐야 다 폐허가 된 땅에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허탈감이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으로 저들을 몰아넣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자비와 사랑의 하나님은 친히 찢기고 흩어진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어, 마른 뼈와 같았던 이스라엘에 당신의 영을 불어넣어 생기를 되찾아 주시겠다고 약속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그 약속의 일부입니다.

이스라엘의 목자들

오늘 본문 말씀에서 하나님은 당신이 직접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의 목자들이 자신만을 돌보고 정작 양 떼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이 본문 바로 앞 34장 1~10절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2c나 주 하나님이 이렇게 말한다. 자기 자신만을 돌보는 이스라엘의 목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 목자들이란 양 떼를 먹이는 사람들이 아니냐? 3그런데 너희는 살진 양을 잡아 기름진 것을 먹고, 양털로 옷을 해 입기는 하면서도, 양 떼를 먹이지는 않았다. 4너희는 약한 양들을 튼튼하게 키워 주지 않았으며, 병든 것을 고쳐주지 않았으며, 다리가 부러지고 상한 것을 싸매어 주지 않았으며, 흩어진 것을 모으지 않았으며, 잃어버린 것을 찾지 않았다. 오히려 너희는 양 떼를 강압과 폭력으로 다스렸다. 5목자가 없기 때문에, 양 떼가 흩어져서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6내 양 떼가 모든 산과 모든 높은 언덕에서 헤매고, 세계 각처에까지 흩어지게 되었는데도, 그 양 떼를 찾으려고 물어보는 목자가 하나도 없었다. (겔 34:2c-6)

요한복음 10장에서 예수님은 ‘목자’와 ‘삯꾼’을 구별해 설명합니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지만, 삯꾼은 자기를 위해 양들을 희생시키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행동의 중심이 나에게 있느냐 양에게 있느냐에 따라 목자와 삯꾼이 갈립니다. 이스라엘의 기존 목자들도 이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들은 양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지 않았고, 반대로 자기를 위해 양을 희생시켰습니다. 저들은 선한 목자가 아니라 삯꾼이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강도로 변한 목자들로 인해 양 떼는 흩어지고,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에스겔의 말을 들은 백성들의 마음이 착잡했을 겁니다. 그런 지도자들을 믿고 살아온 지난날의 회한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나라는 망하고 돌아갈 고향은 파괴되었습니다. 이렇듯 희망이 사라진 때에 예언자 에스겔은 이제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어 양 떼를 찾아서 돌보실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헤매는 것은 찾아오고, 길 잃은 것은 도로 데려오며, 다리가 부러지고 상한 것은 싸매어 주며, 약한 것은 튼튼하게 만들겠다. 그러나 살진 것들과 힘센 것들은, 내가 멸하겠다. 내가 이렇게 그것들을 공평하게 먹이겠다. (겔 34:16)

선한 목사의 심판

이 말씀에서 우리는 전반부만이 아니라 후반부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 하나님은 목자이면서 양 떼가 아니라 자기 자신만 돌본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전쟁의 참화로 나라가 잿더미로 변한 상황에서도 제 잇속이나 차리는 힘센 자들을 멸하겠다고 하십니다. ‘살진 양들’로 지칭되는 그들의 행태는 이렇습니다.

18살진 양들아, 좋은 초원에서 뜯어 먹는 풀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먹다 남은 풀을 발로 짓밟느냐? 너희가 마시는 맑은 물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마시고 남은 물을 발로 더럽혀 놓느냐? 19내 양 떼는 너희가 짓밟은 풀을 뜯어 먹으며, 너희가 발로 더럽혀 놓은 물을 마시고 있다. 21너희가 병든 것들을 다 옆구리와 어깨로 밀어내고, 너희의 뿔로 받아서, 그것들을 바깥으로 내보내어 흩어지게 하였다. (겔 34:18-19.21)

지도자만 문제가 아닙니다. 백성들이 자기만을 위하는 지도자 때문에 돌봄을 받지 못하고 희생만 당할 때, 백성들 가운데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나 몰라라 하면서 자기만 살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선한 목자인 하나님은 ‘삯꾼 지도자’만 심판하지 않습니다. 소위 ‘살진 양들’도 심판하십니다. 그것이 오늘 본문의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지난 주일에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 때 ‘맨 처음 열매를 드립니다’라는 국악 찬송을 부르며 앞에 나와서 봉헌했습니다. 언젠가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저는 2절 가사가 참으로 은혜가 됩니다. “풍성한 열매를 주실 때에 넉넉히 나누어 가집시다. 적은 결실 주실 때에 더 많이 나눕시다.” 에스겔을 통해 하나님이 소위 ‘살진 양들’을 심판하시겠다고 하신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빌로니아의 침략 전쟁 때문에 ‘적은 결실’ 밖에 없을 때 ‘더 많이 나누기’는커녕 ‘내가 다 차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왕이 된 세상

오늘은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이라고 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우리의 왕이다”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합니까? “내가 주인 삼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되신 주 앞에 나아가서 주님만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합니까? 그것은 바로 내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웃 사랑 없는 하나님 사랑은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요한일서 4장 20절은 분명히 증언합니다. “보이는 자기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수님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가장 큰 계명이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의 성서일과는 구약 본문으로 에스겔서 34장을 제시했는데, 복음서 본문으로는 마태복음 25장 ‘최후 심판의 비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본문에서 양인가 염소인가, 의인이냐 악인이냐, 그래서 천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지옥에 떨어질 것인가를 구분하고 가르는 기준, 심판의 잣대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고,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고, 나그네 되었을 때 따뜻하게 맞이하고,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고, 병들었을 때 돌보아 주고, 감옥에 갇혔을 때 찾아 준” 것입니다. 즉 “형제자매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어떻게 했느냐가 심판의 기준입니다. 예수님이 최후의 심판 비유에 담아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명백합니다. 세상 종말에 있을 하나님의 심판에서 각 사람을 판단할 기준은 인종이나 종교가 아닙니다. 지성이나 신앙도 아닙니다. 부나 명예나 권력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 기준은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태도입니다. 그래서 야고보서 2장 14-17절도 이렇게 증언합니다.

14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누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행함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 믿음이 그를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15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 날 먹을 것조차 없는데, 16여러분 가운데서 누가 그들에게 말하기를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배부르게 먹으십시오” 하면서, 말만 하고 몸에 필요한 것들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7이와 같이 믿음에 행함이 따르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는 죽은 것입니다.

또 요한일서 3장 18절은 “자녀 된 이 여러분, 우리는 말이나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과 진실함으로 사랑합시다”라고 권고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성구들에 따르면 사람들 앞에서 예수를 주라 시인한다는 것, 은 말의 고백이 아니라 몸의 고백이어야 합니다. 믿음은 몸의, 행함의, 삶의 고백입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우리의 왕이다”라는 것이 뜻하는 바는 내 이웃을 내 삶과 내 행동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안병무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안병무학교」에서 “역사적 예수, 그때와 지금”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었습니다. 그 강연을 준비하면서 당신 일생의 최대 관심이 ‘역사적 예수 추구’였다고 고백한 안병무 선생이 왜 말년에는 ‘생명’ 문제에 집중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사적 예수 학자들은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성격이 ‘열린 밥상 공동체’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카이사르나 헤롯이 다스리는 나라와 달리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하나님의 자녀로 환영받습니다. 바울은 이를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갈 3:28)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하나님의 차별 없는 사랑은 인간 사회를 넘어서 창조 세계 전체로 확대됩니다. 하나님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창조한 모든 피조 세계 전체를 차별 없이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에 관한 관심은 결국 온 생명에 관한 관심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게 예수에서 온 생명에로 관심이 이어진 이유였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이웃 사랑도 사람 사랑에 머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 전체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지난 창조절 첫째 주일에 김학철 교수가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묵음(默音)의 청각기관이 되고, 침묵(沈默)의 발성기관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만 사랑하고 주님에게만 헌신하겠다는데 우리의 신앙은 반드시 이웃 사랑으로 드러나야 하며,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웃은 창조 세계 전체여야 합니다. 오늘 교회력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의 신앙 목표가 이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를 온몸으로 살아내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강절히 축원합니다. 아멘.▩